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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부 101] - 24...
2020년 03월 07일 00시 19분  조회:2858  추천:0  작성자: 죽림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시어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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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사용하는 말들은 일상적인 말들과 다른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시를 아무리 읽어도,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다 알아도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될 때도 있잖아요. 왜인가요? 시어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가요?

시어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함축적 의미를 지닌 시어

산문은 그냥 줄을 따라 읽으면 의미가 쉽게 파악되는데 시는 집중을 하고 주의를 기울여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시에 사용된 언어가 함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축은 문자 그대로, 무엇인가를 포함하고 모아 두며 때론 의중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시어는 일상 속에 사용하는 의미만 지닌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모아 두는 것이지요. 따라서 시어를 일상적인 산문처럼 읽다가는 시어가 품고 모아 둔 다양한 의미를 놓칠 수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이름을 불러 주었더니 꽃이 되는 현상은 일상적인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시에서 꽃은 단순히 식물로서의 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이름을 부르는 행위도 단순히 소리 내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지요.

일단 이름을 부른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그것은 상대방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여러분도 선생님이 ‘야!’ 혹은 ‘너!’라고 부를 때보다 이름을 불러 줄 때가 더 기분이 좋을 것입니다. 그 까닭은 선생님이 ‘나’를 알아봐 준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한 명의 학생, 매년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채워지는 ‘몇 학년 몇 반 몇 번’이 아니라 고유한 ‘나’로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지요. 이처럼 이름을 부르다는 말에는 대상을 인식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꽃은 어떤 의미일까요? 꽃은 대개 식물의 가장 윗부분에서 색깔과 향기를 지닌 채 피어납니다. 따라서 식물을 볼 때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것이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어떤 식물들은 꽃으로 씨앗을 지키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꽃은 커다란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김춘수의 「꽃」은 내가 먼저 대상을 의미 있게 받아들일 때, 대상이 나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 시에서 ‘이름을 부른다’는 표현과 ‘꽃’이라는 단어에는 일상적인 의미 이외에 다른 의미들이 포함되고 쌓여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들을 함축적인 의미라고 합니다. 시어는 일상적인 언어와 달리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시는 일종의 랩

시어의 또 다른 특성으로는 음악성을 들 수 있습니다. 음악성은 시어의 배열 속에서 느껴지는 리듬을 가리킵니다. 원래 시는 악기의 리듬에 맞춰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서정시를 뜻하는 영어의 ‘lyric’은 ‘리라(lyra)’라는 악기의 리듬에 맞춰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었지요. 오늘날에도 작사가의 이름을 쓸 때 ‘lyrics by ◯◯◯’로 표기하기도 하고요.

시는 산문과는 달리 리듬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를 줄글로 쓰지 않고 행과 연을 구분하여 쓰는 것도 모두 리듬과 운율을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어찌 보면 대중음악의 랩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청산별곡」 중에서

이 시는 고려 가요입니다. 마지막 줄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는 ‘ㄹ’ 소리와 ‘ㅇ’ 소리를 반복해서 독특한 리듬을 보여 줍니다. 리듬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소리의 반복입니다. ‘ㄹ’과 ‘ㅇ’ 소리가 반복해서 나타나니 그 안에 리듬의식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위의 고려 가요에는 반복되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는 ‘살어리 ˅ 살어리 ˅ 랏다’로 세 번 끊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처럼 세 번 끊어 읽는 말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지요. 뒤에 살펴보겠지만 이를 음보율이라고 합니다. ‘보()’가 ‘걸음’을 나타내는 글자니까 쉽게 얘기해서 ‘음이 발자국을 찍는 자리’, 즉 끊어 읽는 횟수라고 생각하면 쉬울 거예요. 이처럼 시는 일상적인 말들과 달리 음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는 형상성을 지닌다

시어의 특징 중 빠뜨릴 수 없는 것은 형상성입니다. 우리는 시 구절을 읽으면 어느 구절에선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시각적일 때도 있고 촉각적이고 후각적일 때도 있으며 둘 이상의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박용래, 「겨울밤」

이 시의 화자는 고향집에 있지 않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해서 잠 이루지 못하는 밤을 보내고 있지요. 그런데 이 사람에게 고향집 마늘밭에 쏟아지는 눈과, 추녀 밑의 달빛이 떠오릅니다. 분명히 현실 속에는 없는 것이지만 독자의 머릿속에도 그것들이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에서는 발목에 서늘한 시냇물이 닿은 것 같은 촉각적인 느낌도 얻을 수 있지요. 물론 상상력을 동원한다는 조건을 만족한다면 말이지요. 이처럼 시는 지금 당장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만드는 형상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 이제 정리해 봅시다. 시는 일상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의미와 성격은 실제 쓰이는 표현과 조금 다릅니다. 시어는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음악적인 리듬도 갖추고 있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읽으면 형상성마저 느낄 수 있습니다. 시어는 일상 언어와 형태는 같을지 몰라도 그 쓰임새는 다른 것입니다.

뜬금있는 질문

시는 문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나요?

시는 문법을 따로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기본적인 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로 쓰면 안 되겠지요. 시의 분위기라든가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문법에 어긋난 것도 허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시적 허용’이라고도 부릅니다. 예를 들면 김영랑의 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에서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 은결을 도도네”의 경우에서 “도도네”는 ‘돋우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또한 “빤질한”은 ‘반질반질’이라는 부사를 활용하여 시인이 만들어 낸 말이지요. 이처럼 시인은 운율을 위해서 문법에 어긋난 표현을 일부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어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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