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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2016년 02월 25일 10시 18분  조회:550  추천:0  작성자: 파랑비
                                                                                   

    화분에 심은 도토리가 이젠 제법 숲을 이루기 시작한다.  내 창턱에서 이루어질 청신한 수림을 꿈꾸며 산에서 도토리를 주워다 싹을 틔우고 또 그것들을 화분에 심을 때까지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꼭 도토리수림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산동대학 뒷산에 산책갔다가 같이 갔던 친구가 도토리인지도 모르면서 화분에 심어 분경(盆景)을 만들겠다고 열심이 줍길레 나도 덩달아 시작했던 것이다.
    그전에 수림 분경을 만드는데 유자씨나 용안씨를 종자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별로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아마 그것들을 과일로는 알고 있어도 식물로는 너무 낯설었기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도토리만은 나에게 너무 익숙해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었다.
    처음 위해에 전근해 왔을 때 마흔이 넘어서 직장을 바꾼 탔인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좀 어려웠었다. 수업시간만 맟추면 되서 출퇴근 시간이 자유스러워졌지만 다들 자기수업만 끝나면  바로 퇴근해버려 동료들 사이에도 서로 얼굴 부딫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일년이 넘도록 누구나 서먹했고 나 자신 또한 외롭기 그지없었다.  그때 나에게 가장 친하게 다가온 것이 바로 토끼풀과 도토리였다. 땅까지 동북과 달리 낯선 황토였지만 길옆 가로수 아래, 캠퍼스 잔디밭에 흔하게 심어져 있는 토끼풀과 제일 가까운 산동대 뒷산이나 집앞 공원에서까지도 쉽게 볼 수 있는 도토리는  내가 어려서부터 알고있는 식물이어서 마치 고향친구 같았다. 
그리고 도토리라는 단어는 내가 한족학생들에게 한국어 발음교육을 시킬 때 꼭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현실생활에 별로 이용도가 높지 않은 단어이지만  ‘ㄷ’음과  ‘ㅌ’의 발음을 구별시켜 주는데 제일 적합한 단어라고 고집하는 나 자신 역시  <아이스 에이지>의 다람쥐 스크랫처럼 도토리에 특별한 애착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요즘 도토리 분경을 만든다고 분주를 떨지 않았더라면 나는 자신이 이렇게 도토리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살뻔 했다. 모르고 살았다기보다는 아마 도토리를 너무 하찮게 여겨 왔기에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해야 더 적합할것 같다. 인간은 흔히 자기 주변에 있는 존재들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게 일쑤이니까…
    어려서 우리동네 산에서 나는 모든 열매는 다 관심을 받을만 한 가치가 있었다. 개암이나 가래추자는 까먹을 수 있고 산포도는 술에 담그고 오미자는 약으로 쓸 수 있었는데 유독 도토리만은 그렇지 못했다. 신이 조각해 놓은 것처럼 정교롭게 생긴 깍정이에 말끔하고 매끈한 도토리가 너무 예뻐서 어렸을 적에 한우큼 주워 와서 할머니께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옛날에 먹을거 없을 땐 묵해서 먹었었는데…’ 하시면서도 도토리를 잡수신 기억이 좋은 기억이 아닌 표정을 지으셨다. 그 때도 먹을 것이 별로 넉넉치 않았지만 분명 그 정도만 되도 도토리를 먹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도토리와 관련있는 속담을 찾아보아도  '도토리 키재기',  '개밥에 도토리' 이런 말들 뿐이다. 도토리와 행복한 기억이라든가 아름다운 소원 따위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건강식품이라고 중국에서도 한국상점에 가면 도토리가루나 도토리묵을 흔히 살 수 있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 도토리는  누구도 거들떠 봐 주지 않는 고독한 열매였다.
    한국사람들은 도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중국에서는 조선족말고 도토리를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유명한 <아이스 에이지>의 다람쥐 스크랫의 도토리도 중국의 인터넷 통합검색 百度에 榛子(개암)이라고 번역되어 있고 내가 매번 도토리라는 단어를 가르칠 때마다 학생들의 표정 역시 막연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도토리가 나만 알고 있는 보물 같아서 괜히 흥분되곤 한다.
    인간은 고독을 참지 못하면 자신을 망가뜨리고  인정을 받지 못하면 삐뚤어 진다. 하지만 도토리는 이 땅에서 누가 알아주든 말든 개의치 않고  갈채없는 세월에도  비록 자그마해도 깍정이까지 완벽하게 예쁜 열매를 맺고 지며 세월을 반복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도토리 나무를 참나무라고 했을까? 도토리를 참나무라고 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고독을 이겨내며 생명에 충실하는 참나무는 또 종래로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 자라도 억척같이 무성한 잎으로 자신을 단장하고 찬란하게 가을 끝까지 벋치다가 한파에 시달려 잎이 다 말라버려도 겨우내 풍성한 갈색 깃발을 흔들며 생명의 찬가를 부르면서 봄을 기다린다. 우리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이 참나무를 참 많이 닮았다고 느껴진다.
너무나도 치밀할 정도로 완벽한 도토리를 보면서 나는 도토리를 닮고 싶어 진다.
  참나무를 닮으면 나도 참인간이 되겠지 하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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