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liuhaijin 블로그홈 | 로그인
류해금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문학 -> 발표된 작품 -> 수필

나의카테고리 : 수필

차 한잔에 하늘을 날다
2016년 03월 16일 11시 54분  조회:477  추천:0  작성자: 파랑비

                                            
오늘 일기예보에 요즘 위해의 기온이 30년래 제일 추운 고봉에 달했다고 초저온폭설경보가 나오고, 우리애들 고중도 토요일에 학교 나가서 하는 자습도 날씨 원인으로 취소했다고 메시지가 들어 왔다. 고작 영하 12도까지밖에 안 내려가는구만 다들 야단이다. 이때 쯤이면 흑룡강에 있는 우리고향은 더 많이 추울 거다. 흑룡강성에서 거의 40년 살다 나왔지만 지금 다시 그 추운 곳에 돌아가면 적응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추운 곳에 아주 많은 따뜻한 기억들이 있다. 겨울날 문을 떼고 들어서면 더운 김에 감싸여 아무 것도 안보이는 부엌간에 밥하는 엄마가 있었고, 방구들이 뜨거워 잠 못자는 날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떵떵 어는 창고에는 겨우내 녹여 먹을 수 있는 엿이 있었다. 그래서 제일 추울 때는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도 거기는 종래로 <성냥 파는 여자애>가 얼어죽은 그 겨울처럼 춥지 않았던거 같다. 아무리 추운 계절이라도 마음속에 따뜻한 정이 있으면 어디서나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다행이 이미 겨울방학을 해서 나는 추운날 외출을 적게 해도 된다. 그래서 쇼핑도 될수록 적게 나가고 집근처가게에도 수다떨로 안 나간지 오래다. 그러나 친구 청설이 ‘나 지금 차 끓이고 있는데…’하고 메시지만 오면 참지 못하고 달려 간다. 한번 앉으면 반나절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친구 사무실은 심리상담실이라 샘물이 솟고 안개 감도는 선경과는 비할 바 못 되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아늑한 편이다. 그래서 그렇게 반나절 여유롭게 차를 논하고 인생을 담하다나면 정말 어느 정도 속세를 벗어난 듯 하기도 하다.
 
  한번 앉으면 이 차 저 차 맛보다나니 오후내내 마실 때가 많다. 그렇게 차를 마시다가 문뜩 <홍루몽>의 묘옥이 ‘한잔 하는거는 맛보는거고, 두잔하는거는 갈증을 푸는 바보고, 석잔하면 물 먹는 소나 당나귀다’라는 말이 생각나 마주 보며 웃기도 한다.
 차에 대해 잘아는 묘옥의 뜻은 차를 마시는 것은 향수고 어떤 경지인만큼 아주 자세히 음미해야지 꿀꺽꿀꺽 아무렇게나 마시지 말라는 뜻이겠지만 일상에서 그렇게 하기란 참 불가능하다.   
 
  오늘 책을 보다 당조唐朝시인 노동卢仝의<칠완다시>《七碗茶诗》를 보고 ‘소나 당나귀’ 니 우려할 것 없이 당당하게 차를 실컷 마셔도 되는 이유를 찾아냈다.  
 
  당조시인 노동은 <필을 날려 맹간의가 햇차를 보낸데 사의를 표하노라> 《走笔谢孟谏议寄新茶》란 시에서 필묵을 날려 음다의 좋은 점에 대해 후세사람들이 절찬하는 글을 남겼는데 첫잔을 마셔서부터 일곱잔까지 부동한 느낌과 기분을 적어 《칠완다시七碗茶歌》란 이름이 생겼다.
  이 시에서 시인은 친구 맹간의가 보내온 차를 받고 매우 기뻤지만 찻잎을 뜯어서 차로 만들기까지의 노고를 생각하고 소중히 여겨 문을 닫아걸고 혼자 조용히 맛보았다고 한다. 차의 정화가 우러나 맑고 아름다운 차탕에 구름같은 흰김이 서려 올라 맴돌며 실내에 향기 그윽하자 시인은 필을 날려 일곱잔을 마신 느낌을 단숨에 써 냈다고 한다.
 
 
첫잔은 목을 달콤히 적시고, 둘째잔은 답답한 가슴을 틔우는구나
셋째잔이 마른 창자 들추니 거기에는 5천권의 글이 들어 있더라
넷째잔에 가볍게 땀이 나니 평생에 불평한 일들 모공으로 흩어지고
다섯째잔에 온몸이 거뜬하고 여섯째잔에 선기가 통하더라
일곱째잔에는 겨드랑에 바람이 이는 게 먹지 말았어야 했구나
봉래산은 어디메냐? 옥천자가 구름타고 가겠노라.
 
  아름다운 시구는 시인의 도고하고 아치한 의지를 나타내 후세문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차는 당조 초기 유명한 ‘4걸’ 시인 로조령의 직계후손으로 유가의 정통을 명으로 여겨 <춘추적미>春秋摘微 네권이나 써내고도 당인의 권력다툼과 조정의 부패에 크게 실망하여 벼슬을 버리고 시에 몰두하여 있던 시인에게 있어서 단순히 목을 추기는 음료인 것이 아니라 드넓은 정신세계를 펼쳐주고 있다. 일곱째잔까지 마시고 시인은 크게 깨닭고 세속을 벗어나 마음이 하늘을 날게 된다


  노동의 <칠완다시>를 다 읽고나니 커다란 찻잔이 밑굽을 들어내고 나의 사색도 옥천자를 따라 봉래산을 찾는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 다시 느껴 본 생명 2018-02-21 0 561
6 사랑의 기술 2017-12-06 0 367
5 당신과 함께여서 감사합니다 2016-07-15 0 889
4 차 한잔에 하늘을 날다 2016-03-16 0 477
3 눈길 2016-03-01 0 437
2 도토리 2016-02-25 0 550
1 황혼 단상 2016-01-28 5 122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