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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의 품위있는 죽음 앞에서 배우는 것들
2014년 09월 17일 07시 51분  조회:2775  추천:0  작성자: 玄盛元


한국인의 삶의 질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웰다잉(well dying)’이란 말이 유행한다. 그러나 이는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마무리는 아니다. 201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연구소(EIU)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 조사에서 한국은 32위로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죽음에 무관심하거나, 이를 회피하거나 혐오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보인다.

 

옛날로 돌아가 보자. 국난이 아닐 때 선비들은 어떻게 죽음에 품위를 부여했을까. 1836년 2월 16일, 경기도 조안군 능내리 마현. 병상의 다산 정약용은 편지를 쓴다. “…죽는다는 것은 아침에 생겼다가 없어지는 버섯처럼 덧없는 것입니다. 생각한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스스로 “두풍(頭風)으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라 썼듯 병마에 시달리던 때였다. 세상을 뜨기 6일 전 쓴 이 마지막 편지에서 그는 죽음을 의연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품위는 어느 날 불현듯 생기지 않는다. 6년 전 그는 편지에 쓴다. “…인생이란 생각해보면 미리 정해진 것이 있는데, 무슨 후회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천명에 붙이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군자의 도리입니다…”(『다산간찰집』)

 

퇴계 이황도 의연히 떠났다. “(경오년, 1570) 12월 병신일에 자제들에게 명하여 다른 이들의 서적을 기록해 돌려보내게 했다. …정오에 여러 제자들을 보았다. 선생은 ‘죽고 사는 이때에 아니 볼 수 없다’면서, 제자들을 불러 영결하며 말하기를 ‘평소 그릇된 식견으로 종일 강론한다는 것도 역시 쉽지 않았소’라고 했다. 경자일에 이덕홍에게 서적을 맡도록 했다. 이날 아침 화분의 매화에 물을 주라 하고 유시 초 누운 자리를 정돈하게 하고는 일어나 앉아 편한 듯이 운명했다.”(『해동잡록』)

 

오늘날 선비의 전통이 끊어졌다지만 품위 있는 죽음의 전통이 가끔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사례 1=2007년 초겨울, 95세 김석기 옹은 눈길에 미끄러져 고관절이 부러졌다. 대수술 끝에 퇴원했지만 거동이 불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인생 숙제가 얼추 끝났으면 의식적으로 죽음을 준비하고 맞아야 한다’는 말을 나눴고 그날부터 식사량을 줄여나갔다. 이듬해 새봄이 올 무렵 목욕탕에 다녀온 뒤 음식을 끊고 물만 마셨다. 의식이 흐릿해지자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김옹은 링거를 못 꽂게 하고 큰아들 집으로 가자고 했다. 안방에 누운 김 옹 옆에서 아들·손자들이 옛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옹은 그만 가겠다면서 편하게 눈을 감았다. 96세. 장례 뒤 모인 자손들은 다시 통곡했다. 평소 그가 쓰던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것들 때문이었다. 사망신고 때 필요한 절차 메모지와 통장·도장·주민등록증·금전출납부,그리고 주변 지인들과 얽힌 대소사가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달력에도 졸(卒)한 날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그런 모습은 죽음에 이르러 “나는 70세 이후 병이 있어도 약을 먹지 않았다. 대개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평상의 일이다”라고 한 선비 기정진(1798-1879)과 비슷하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에게 죽음은 그렇게 품위 있게 찾아 오지 않는다.

 

#사례 2=L씨(76)는 2010년 여름에 동네 병원을 찾았더니 폐렴이라고 했다. 몇 달 치료해도 낫지 않아 정밀 검사를 받자 폐암 말기였다. 남은 시간은 6개월. 고령이라 수술도 안됐다. 가족은 그래도 항암치료, 방사능 치료를 했다. L씨는 점차 의식을 잃고 거동조차 못하는 상태가 됐다. 삭막한 병실에서 수개월 사투 끝에 그는 가족과 말 한 마디 못 나누고 숨을 거뒀다. L씨의 둘째 아들은 “아버지와 하루 만이라도 여행하며 못 다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지만 소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품격있는 죽음 맞이가 삶의 질 높여


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아주 적다”고 말한다. “말년이 되면 우리 풍토가 죽음을 얼마나 황량하게 대하는지 절감하게 된다. 내 죽음이 존중받지 못하면 결국 살아온 삶이 평가절하되고 무화(無化)해 버린다는 절망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죽음이 정말 무엇인지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정진홍 편, 『웰다잉 전문지도 강사 매뉴얼』)  한림대 생사학 인문한국 연구단 오진탁 단장은 “진짜 문제는 사람들의 죽음 오해와 불행한 임종방식”이라고 했다.(‘의미있는 삶, 아름다운 마무리’ 창간호) 품위 있는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가톨릭대 간호대학 박재순 교수는 존엄성·자기 조절·편안함·최적의 관계·적절성·죽음 준비·부담감소를 제시한다. 이런 방식이다.

 

“A씨(70)는 최근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는 평소 1년에 한 번씩 유언을 작성했다(죽음 준비). 가족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솔직히 대화한 뒤 살만큼 살았다며(적절성) 적극 치료를 않고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자기 조절, 부담 감소). 잠시 입원했던 병원에서 퇴원 후 부인과 여행을 다녀왔고, 가족·친구·친지들과 감정을 나누고(최적의 관계) 재산 등에 대해 유언했다(죽음 준비). 임종 2주 전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의 도움으로 통증을 조절 받고 편안한 가운데(편안함) 죽음이 임박함을 인지하고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다(존엄성). 유가족들은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갔다고 믿게 됐다.”(‘좋은 죽음의 개념 분석’)

 

그렇다면 한국 노인들은 ‘품위 있는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아산정책연구원 아산서원 알럼나이 소모임 팀이 9월 6~10일 서울·경기·대구·부산·전북·경남 소재 경로당·노인정의 60세 이상 노인 74명을 대상으로 간이 조사를 하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품위 있는 죽음이 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1.5%가 자연사·안락사·수면사를 꼽았다. 선조들은 품위사란 ‘죽음을 의식하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임을 보여줬지만 오늘날은 ‘탈없이 죽는 것’ 정도로 격하된 셈이다. 품위사를 비교적 잘 아는 경우가 20.3%였다. 품위를 지키는 방식으론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연명 치료를 않는다”“죽음을 담대히 받아들인다”“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요란하지 않게 마무리한다”를 들었다.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는 답도 18.9%였다.

 

‘품위 있는 죽음과 관련해 조상의 경험을 직접 접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거의 “없다”로 답했다. ‘품위 있게 죽기 위해 배우자나 자제와 대화하는가’라는 질문에 ‘없다’(64.9%)가 ‘있다’(31.0%)보다 많았다. ‘있다’고 한 경우 구체적으론 “치료 불가능하면 생명 연장만을 위한 처치는 말 것”“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 등을 함께 나눔. 나와 가족 모두 죽음을 천천히 준비하고자 함”“장례 절차나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함”“내가 아프게 되면 요양원으로 보내달라고 함”“죽으면 화장하라” 등이었다. ‘없다’고 한 이유는 “아프거나 특별히 죽음이 닥쳤다는 느낌이 없어서”“몸에 이상이 있다고 자식들에게 말하면 원할 때 죽지 못하게 할 것 같아서”“그냥 자다가 죽고 싶어서”“할 기회가 없어서”“말하는 게 두려워서”“자연스럽지 않아서” 등 다양했다.

 

죽음을 언급하기 어색해하며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분위기는 “삶도 잘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고 했던 공자의 말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오늘날 고령화 사회는 품격 있는 죽음의 문제를 보다 자주, 공개적으로 언급하도록 요구한다. 알폰스 데켄의 말처럼 “죽음의 문제를 마주 대하는 것은 동시에 삶의 문제를 탐구하는 것”이 됐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엔 잘 죽는 게 중요하다. 죽음을 관리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대다. [중앙일보 기사에서 발췌]

(본문래원): http://www.memorialnews.net/mobile/section_view.html?no=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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