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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2014년 08월 16일 05시 24분  조회:832  추천:0  작성자: 가을나무
〔수 필〕
뿌리 깊은 나무
 
김태현

나무, 나무가 있다.
조선족이 살고 있는 어느 동네의 마을입구에 홀로 서있는 나무가, 아주 오래된 커다란 느릅나무가…
옛날 우리 선조들은 그 어디에 정착터를 잡게 되면 우선적으로 느릅나무들을 많이 심었다고 한다.
느릅나무는 쌍떡잎식물 쐐기풀목 느릅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써 춘유(春楡) 또는 가유(家楡)라고도 한다. 봄에 어린 잎은 식용할수도 있으며 한방에서는 나무의 껍질을 유피(楡皮)라는 약재로 쓰는데 치습(治濕),리뇨제, 소종독(消腫毒)에 사용한다. 목재는 주로 건축재, 기구재, 선박재, 세공재, 땔감 등으로 쓰였다.
느릅나무가 이처럼 여러가지 약효과가 있어서 나무중에 귀한 나무였다고 했다.
특히 예전에는 마땅한 약이 없었기때문에 자연에서 나는 식물을 리용하여 왔는데 이 느릅나무껍질, 즉 유근피를 가지고 비염과 피부질환 그리고 소변배출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부종, 수종 등 악성종창과 관련된 각종 암종에 좋은 만능약재로 알려져 사람이 사는 곳에는 필수적인 나무였다.
한여름에는 무성한 잎새들로 길 가는 나그네와 로숙자들에게 그늘을 지어주고 지종지종 지저귀며 숲속을 날아예다 방황하는 뭇새들에게 포근한 보금자리도 되여주며 천둥번개와 비바람을 막으면서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려 가을에는 받은것만큼 자연계에 되돌려주면서 겨울의 엄동을 지켜 하나라도 가진것없이 앙상함으로 겨울의 엄동을 지킨다. 그리고 새롭게 다가오는 봄이면 언덕에 신심과 희망으로 뿌리내리고 드팀없이 굳건히 자기만의 청백한 리념을 안고 오래동안 아주 오래동안 살아가고있다.
지구땅에 화룡(1910년 청조 선통2년에 청정부에서 정식으로 화룡현을 설립하였고 1945년에는 화룡현인민정부가 성립되였으며 1993년에는 국무원에서 화룡현을 화룡시로 고치였다)이란 이름이 생겨서부터 백년이 지나고 그 희귀한 존재와 더불어 화룡이란 이 백년의 력사에 손색이 없이 자기가 보고 듣고 담아온 이민사를 울울창창한 나무가지와 잎새에 담아 하많은 세월속에 얽히고 엉킨 세상과 인간과 자연의 사료(史料)를 터실터실한 한몸에 그대로 고스란히 새겼다.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자연에 입문하여 이 땅을 일구어낸 우리 조상들로부터 생명을 가진 소중한 그날부터 이 땅우의 한 부분이 되여 살아간다는 그 의미를 깨닫고 완성하기 위하여 오늘도 척박한 땅을 걸구면서 돌틈서리를 꿰둟고 땅속 깊이 내리고 있다. 뿌리, 뿌리를…
하늘과 태양과 바람과 비와 자연에서 받은 모든 사랑을 묵묵히 한치의 욕심도 없이 차례진 자기만의 땅우에서 넓혀가지도 좁혀가지도 않고 오로지 땅쏙으로만 깊숙이 깊숙이 뿌리를 내리면서 잎새를 피워가고 있는 나무, 나무가가 되여!
때로는 지나가는 나그네의 한숨소리에, 때로는 길가는 로숙자의 탄식소리에, 때로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무지한 동물들의 원성소리에 귀가 아파 무성한 잎새로 막아도 보았지만 하냥 들리기만 하는 하소연에 나무는 갈라터진 줄기와 몸으로 단즙을 쏟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때로는 무지한 사람들의 도끼질에 살덩이같은 나무쪼각들을 흩날리고 몸부림치며 잎새도 날렸고 때로는 고마운 사람들의 은총같은 은혜에 벌레가 먹은 나무가지를 치료하고 건실한 몸으로 지탱하면서 솔솔 불어예는 가는 바람에도 우수수 나무가지를 흔들며 고마움을 전했으며 무정한 사냥군의 렵총을 피해 날아드는 뭇새들에게 나무잎을 펼쳐 산같은 보호막이 되여주기도 했다.
언젠가는 늙은 지인들의 한숨소리와 탄식소리를 들으면서 또 언젠가는 이 땅에 뿌리를 내리도록 집을 잡아준 나그네들이 떠나가는 마지막 인생길을 지켜 길가에서 잎새를 털며 애닲으게 흐느껴운적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윙윙 불어치는 비바람을 동반해 나무가지를 꺾으며 자기의 살점들을 뜯어내 고인이 지나가는 길에 아름다운 락엽들로 발목을 잡아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삼대외독자로 자라서 대가 끊긴다고 랭수 한사발 정히 떠다놓고 천지신명께 자식복을 점지해달라고 한밤중 북두칠성에 치성을 드리면서 나무에 빨간 천쪼박을 매여놓고 마음을 열고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또 비는 로부부를 지켜보면서 구슬프게 눈물을 흘렸다.
나무의 그 눈물이 가지와 잎새를 타고 흘러내리며 땅을 적시고 뿌리를 적시면서 땅의 신령을 감동시켜 늙은 로부부에게 자식이 생겼으니 참으로 희한하고 또 너무나 행복한 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그때로부터 나무에게는 많은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몸이 아프면 아프다고 찾았고 무엇을 잃어버리면 잃어버렸다고 찾았고 마을에 재앙과 액운이 끼치면 제거해달라고 찾았고 자식복, 안해복, 남편복, 형제들의 복, 외국나들이 등 꿈같은 행운도 찾아와서 알렸고 심지어 죽은자의 슬픔도 빼놓지 않고 알리면서 세상의 좋은 일 궂은 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자질구레한 일도 빠칠세라 고하려고 찾아오는 친구들이 계속 늘어가기만 했다.
처음에는 굵다란 몸에 둘러주던 빨간 천들이 하나, 둘씩 댕기마냥 바람에 휘날렸는데 점차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후부터는 그 천쪼박들이 하나의 필이 되여 나무에 휘감기고 휘감겨 지금은 나무의 등걸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나무는 너무나 씩씩했고 건실했다.
나무는 외롭지가 않았다.
사계절 그 어느 계절에도 빠짐없이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어 나무는 외로움을 몰랐다.
한여름 무성하던 잎새들이 가을바람에 우수수 설레이는 모습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도 빨간 천쪼박들이 나무가지에 매달려 휘날렸다.
빨간 천쪼박과 구름종이와 음복상이 사계절 나무와 동무하면서 비바람도 눈바람도 함께 겪는다.
나무는 혼자가 아니였다.
나무에게는 항상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비바람도 눈바람도 길 가는 나그네도 로숙자도 그리고 숲을 찾는 뭇새들까지 나무에게는 버릴수 없는 고마운 친구들이였다.
그러나 뿌리 깊은 나무도 흔들린적이 있었다.
중국조선족들의 절규에 가득찬 피의 원성을 나무도 들었다.
외국진출로 가정을 잃고 찾아오는 나그네들의 통곡소리도 들었고 남편을 잃고 아우성치는 녀인네의 한 맺힌 원한도 들었고 가짜결혼으로 가정을 잃고 자식을 잃고 모든것을 다 잃고 허허벌판에 나도는 바람같은 존재로 하나 가진것 없이 찾아온 녀인네도 보았고 외국나들이의 힘든 역로로 에 칼을 무는 원한의 곡성도 들었다.
그리고 자기 몸에 죽음이란 낱말도 새기면서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안해를 떼우고 자식을 빼앗긴 나그네의 외로운 목숨을 거두어준적도 있었다.
안된다고 몸부림치고 설레이는 나무잎새로 우수수 아우성을 터쳤어도 모질게 먹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나무는 나그네가 목을 달았던 나무가지를 세상에 두고 볼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나무는 자신만의 천지신령께 빌고 빌었다.
제발 나그네의 목숨을 거두어간 나무가지를 잘라달라고!
드디여 나무의 탄식이 천지신령을 감동시켰는지 어느날의 그 어느날, 한여름 비바람이 울부짓는 삼복기간에 쏟아지는 소나기를 동반한 천둥번개가 나무의 그 가지를 잘라가고말았다.
나무는 고통으로 한동안 심하게 몸살이를 했지만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는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나무는 오늘도 계속 그 한자리에서 땅을 지키고 있다.
아니, 력사를 지키고 있다.
화룡, 그 백년의 유구한 력사, 조선족 이민의 백년력사와 더불어 이 땅을 지켜가는 한 그루의 나무, 나무가 있다.
어린 아이 손목잡고 늙은 부모 지게에 얹고 쪽박차고 넘은 한 맺힌 두만강을 바라보며 이민의 력사를 그려온 중국땅, 중국조선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게 하나의 뿌리로 박은 그 소중한 생명력으로 산다는 아니, 살아가야 한다는 그 희망을 보여준 나무, 조선족이라는 하나의 뿌리로 떳떳이 일어선 이 나라 조선족들의 삶의 력사는 두만강이 알고 력사가 알고 바로 너, 뿌리깊은 나무가 알고있다.
오늘도 나무는 자연의 활력소로 세상에 풍요로움을 주고있다.
나무는 항상 자기만의 어여쁨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있다.
때문에 친구들은 어김없이 나무를 찾았고 나무에게 하소연했고 또 나무의 웅글은 대답을 듣기도 했었다.
길가던 나그네도, 로숙자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들도, 며느리도, 딸도, 사위도, 남자도, 녀자도, 처녀도, 총각도, 한족도, 외국인도 모두가 그리고 온갖 동물들도, 뭇새들도 자유자재로 쉬여갈수 있는 나무, 그 나무의 숲은 하늘과 땅과 빨간 태양과 자연이 준 선물이였다.
중국이라는 이 거대한 땅우에서 하나의 문명민족으로 살아가는 중국조선족들, 그리고 세계방방곡곡에서 동일민족으로 살아가는 모든 조선족들이 그 어디에 뿌리를 내리던 하나같이 자연과 세상과 소통할수 있는 든든한 나무가 되기를… 뿌리깊은 나무는 기대하고있다.
나무, 나무의 수명은 무한하다.
뿌리깊은 나무일수록 그 생명의 연장은 영원하지 않을가?!
나무, 나무에게 축복을 드리고 싶다.
그처럼 자연이 준 행복으로 돌아가고싶다.
주고받는 욕심도 모르고 한껏 베풀어가면서 존재하는 세상사, 모든것이 넘치면 부서뜨리고 과하면 빼앗는 자연사,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과 그 죽음을 반영한 인간사…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세상과 자연으로 보는 삶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가?!
언젠가는 하나의 나무가 꼭 되고 싶다.
뿌리 깊은 한그루의 나무가!
- 뿌리 깊은 나무 -
2014년1월11일 장백산 제1기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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