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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 (외 5수)
2021년 04월 23일 13시 27분
조회:193
추천:0
작성자: 최화길
솔향
물건마다 가격이 키를 다투고
저울눈 옴니암니 서로가 오직
가치만 내세우는 난전 세간에
천금 주고 못 사는 상큼한 향기
언제 어딘가에 아무런 상관없이
춘하추동 계절과도 교섭이 없이
생긴 대로 가진 대로 꾸밈없이
속속들에 스미여 파문이 되고...
속이 아픈 사연이 있었나 싶게
하루같이 갈 길에 총력 매진하는
강물처럼 앞만 있고 뒤는 없어도
세월처럼 모든 걸 다 두고 간다
세상사 가슴으로 녹여내고
길목마다 뚜렷한 자욱 찍으며
뜨거운 혈액으로 우리고 조탁한
천혜의 명상은 세월을 거스르고...
사랑 따로 구구히 역설 없어도
푸름 하나 사철 생명같이 떠인
솔 내음 향그러운 청정 소나무
해님도 은근 슬쩍 하뭇 웃는다
종소리
나 라는 이름에는
나를 모르는
아직도 구름같은 자아가 있다
바람 따라 천만리
둥둥 떠도는
철딱서니 구겨진 자아가 있다
아주 벗어버리면
순수한 나지만
다시 또 껴입으면 아예 남이다
미련없이 활 놓을 때라야
숱한 새들이 날개를 편다
다시 사는 나무의 파란 메시지!
관념
아니나 다를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너무 흔한 물이
저생의
문턱에 닿는 생명
이생으로
돌려놓았다니...
엄연한 기적이건만
어느 때부턴가
우리는 늘 보아온
평범한 존재에
무감한 돌이다
팔팔 끓여
녹아서 흘러야 할
안타까운 돌이다
알람
성질머리라곤
어쩜 한 점의 오차 없이
때 되면 칭얼댈가?
주인의 감정따윈
안 중에 없는
철저한 지배자!
필경 어느 땐가는
목이 메게 감사했건만
체념한 담담한 개구리
막차마저 떠나버린 뒤에야
고즈넉한 거리에서
슬그머니 자신을 꺼내본다
시내물
산곡에서 태여나
산발 타고 사는
너의 삶 어찌 험하지 않으랴만
진솔한 이야기만
가락에 담고
주야장천 튕기는 가야금 소리
가는 길이 막히면
서두름 없이
차분히 대응하여 에도는 지혜
부득이 맞닥띄운
천길 벼랑엔
서슴없이 도전하는 싱싱한 열혈
천천만리 먼먼 길
결 고운 지조
싱그러운 무지개 휘여잡는다
청고한 산의 정기
가슴에 품고
푸른 하늘 올올이 싣고 흐른다
단풍
푸르렀던 계절이
옛말 된 현실
오죽이나 외롭고 으스스하면
몸에다 사정없이
불을 지피랴
비장한 피빛 노을 가을의 선물
아름답다 손벽치며
환호하는 건
속이 꽉 막혀버린 실없는 축복
려과 없이 가벼운
신음소리로
제발 시를 쓴다고 으시대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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