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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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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모도원(日暮途遠)의 언덕에서
2016년 02월 06일 16시 57분  조회:832  추천:0  작성자: shijun
                          일모도원(日暮途遠)의 언덕에서
 
                                       한 세 준
 
   올겨울은 어쩐지 유별나게 지루하고 매마른 강추위가 극성을 부려서 집안에 들어 박혀 무료함을 달래야 하다가 답답한 마음으로《사기선》을 뒤적이다가 “막모도원” 이란 말을 읽으며 공연히 조바심이 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사기(史記)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나오는 말로서 날은 저물고 길은 멀다”라는 뜻이다. 아버지와 형이 모함당하여 초나라 평왕에게 죽 임을 당하게 되자 오자서는 오나라에 도망쳐가면서 친분이 깊었던 신포서에게 “나는 기어이 초나라를 뒤엎고야 말겠소”라고 하였는데 신포서는 “나는 기어이 초나라를 지켜내고야 말겠소”라고 대답했다.
   후에 오자서가 오나라의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 서울 영을 점령하였는데 초평왕의 관을 파내여“부관참시(剖棺斬屍)”한 대신 채찍으로 300개를 때리여 원한을 풀었다. 이에 산속에 숨어있던 신포서가 오자서에게 사람을 띄워 평왕의 옛신하로서 너무 지 나치지 않는가고 질책하는 말을 전했다. 이에 오자서는 심부름온 사람에게 “신포서에게 이렇게 전해라. 갈길은 먼데 해가 저물어서 하는수없이 역행하면서 막된짓을 했다고 해라”라고 하였다. 여기서“막모도원” 이란 말이 몸은 늙고 쇠약한데 아직도 해야 할 일은 많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였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촌이 점점 온난화가 가심화된다고 하니 바보같은 이 늙은이는 이제부터 한겨울 날씨도 제법 따뜻해지리라 믿었는데 그게 하니였다. 병든 자연은 간혹 이상하게 폭발한다. 이런 와중에도 흘러가는 세월을 멈출수 없듯이 그런대로 이 해도 마지막 달이 모습을 감추고있다.
   그래서 해마다 맞는 희망의 새해라건만 어린애들에게는 성숙이 기약되고 늙은이 들에게는 로쇠가 한걸음 다가서는격이라 주어진 수명에서 또 한해가 줄어들었다는 생각을 보듬노라면 달라질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때론 그것이 무심하게 느껴지지 않는것 은 아마도 이몸에 휘감겨드는 썩 달갑지 않은 속절없는 년륜때문이 아닐가싶다.
   고희의 고개턱에서“일모도원”을 되새기며 맞이하는 새해는 즐거움보 다 놓쳐버렸는지, 잃어버렸는지, 흘러버렸는지 알수 없는 세월의 야속함에 아쉬움만 인생의 저 문언덕에서 우쭐거린다. 그동안 나에게 차례진 촌금같은 시간을 헛되이 소모한것 같기도 해서 쓰잘것없는 온갖 욕망에 한눈 팔지말고 보다 보람있는 인생을 도모해야 하였는데 왜 그 긴긴 인생려로에서 허덕이면서 이런 생각을 못했던가…하고 어설픈 아쉬움을 얼겅채로 쳐보게 된다. 새여나오는것은 의례히 지나간 세월의 언덕너머에는 떳떳했던 일보다 모자라고 후회스러운 일만 서성거린다.
   때에 어린시절 선생님들이나 어른들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주자(朱子)로옹의 시가 다시금 새겨진다.
       
        소년이로 학난성이니    少年易老 学难成
        일촌광음 불가경이라    一寸光阴 不可轻
        미가지당 춘초몽인데    未觉池塘 春草梦
        계전오엽 이추성이라    阶前梧叶 已秋声
 
  한문체 칠률시이지만 누가 보아도 그 뜻을 어렵지 않게 터득할수 있다.
  소년은 쉬이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나니
  일촌광음도 가벼히 하지 말라
  늪가의 풀은 봄꿈이 한창인데
  섬돌앞 오동나무잎 가을소리를 하네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는 절창이다. 날과 달이 나를 위해 멈추지 아니하여 해놓은 일은 없이 어느덧 늙어버렸으니 누구의 허물일가?주자님의 “우성”이나 “권학문”은 다같이 세월의 무상함을 이깨워주면서 젊은시절 배우고자 하는 일에 촌음을 아끼 라는 가르침이지만 그때는 그 절실함을 깨치지 못했으니 장파한뒤 갓쓰기격이라 이제 후회를 씹은들 쓴맛밖에 더 나랴!옛날 조선조의 김인후님의 풍월도 새삼스럽다.
 
           청산도 절로 절로 록수도 절로 절로
           산 절로 물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절로
           (靑山自然自然 綠水自然自然
           山自然水自然山水間我亦自然
           已矣哉自然生來人生 將自然自然老)
     
     이 시처럼 무엇이 인생인지 알기도전에 인생절반이 훌쩍 지나갔고 셈이 들만한 중년에는 먹고살기 위해 부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멈출줄 모르고 달려왔건만 지 금와서 돌이켜보면 이렇다하게 이루어놓은것이 보이지 않는다. 인생의 천리 고행길을 허위단심 오고보니 인생은 진짜 인생(忍生)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참고 인내하 는 힘겹고 고달픈 길이였다는 결론이 주어진다.
   인생의 중년을 놓고봐도 가운데 중(中) 자를 쓰는데 무거울 중(重)을 써서 중년(重年)이라고 해야 할정도로 참으로 우리네 인생길은 파란곡절로 점철된것이라 하리라. 그런데 “일모도원”의 고희를 살아가는 나이에 “신로심불로(身老心不老)”라 하지만 힘든 일을 할라치면 팔다리 힘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욕망은 발동이 걸리지만 엔진은 맥이 없으니 어쩐단말인가?
    하기사 70년여년을 이리저리 끌고다니다보니 신체 곳곳이 마치고 찢기고 하면서 끌고다니노라 인젠 찌그덕거리는 헌수레소리같이 인젠 페기직전의 차라 자칫 욕심을 부리다가 완전 망가질수도 있기에 이제야 내몸이 귀중한줄 알겠다. 뒤늦게 깨달은 뉘우침이 올때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알았다”라고 한 버나드 쇼의 묘지명이 생각난다. 노벨상까지 받은 이름난 극작가로 자신의 비석에 남기고싶은 말이 많았 을텐데 그는 덧없는 인생일사를 이렇게 한마디로 솔직하게 털어놓은것이다.
   이 금언은 천언만언보다 교훈적이여서 지각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사색을 안겨줄것이고 심금을 찡하니 울려주기에 족하다. 누구나 삶의 종점 이르면 모든 허세 를 버리고 알몸을 드러내 솔질해진다고 하는데 버나느 쇼만큼 진솔한 유언이 없으 리라.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헛되이 보내고있는 우리들에게 주는 경종으로 사색의 긴여 운이 후회많은 이 로옹의 가슴에도 매양 메아리치고있다.
   이제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다. 소없는 외양간이라도 알뜰히 고치고싶은 마음이다. 로구라도 신념을 잃지말고 분수에 넘치는 집착을 다버리고 긍정적이고 아름다운것을 추구하면서 최선을 다하고싶다. 한톨의 씨앗이라도 정성들여 가꾸는 농부의 본분으로 하나의 호두알같이 인생을 마무리지으리라.
   흘러간 물은 물방아를 돌릴수는 없다. 다만 나에게 차례진 하루하루를 알차게 가꿀것이다. 호두알을 쪼개여 자세히 들여다보면 먹음직한 새하얀 속살이 구석구석 제자리에 꽉 채워져있다. 껍질때문에 크기나 모양을 스스로 정하지는 못하지만 그 한계속에서 최대한 성숙한 양자를 자랑하고있다. 누구나 주어진 삶의 공간에서 남은 여생을 실망을 모르고 가꾸노라면 한알의 잘 영근 호두알처럼 유감은 적으리라. 이것은 나뿐만아니라 인생의 후반전에서 열심히 뛰고있는 모든 인생팬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다. 최후의 승부는 후반전에 있다.
   아무리 갈길 급하다해도 무모한 경쟁에는 휘말려들지 말자. 상생의 삶에는 오직 자신의 노력과 주위 사람들도 배려하며 사는길이 후회를 덜어내는 정도요 그래서 오래 사는 길이라 하겠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 “눈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의 마지막 구절로 허심탄회한 나의 막무가내한 상념을 마무리하려 한다.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그러나 나는 약속한 일이 있다.
                                    잠자기전에 몇마일을 더 가야 한다.
                                    잠자기전 나머지 몇마일을 더 가야 한다.
 
              
                                               2013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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