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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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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시된 먹는 일
2016년 03월 27일 05시 25분  조회:1118  추천:0  작성자: shijun
                                   문제시된 먹는 일
 
                                        한 세 준
 
    인간은 저저히 배속에 밑빠진 주머니같은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인간도 먹고 살아가는 동물임에 다름없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 하겠다. 맹자씨가 인간의 육체적인 면을 소체(小体), 정신적인 면을 대체(大体)라 이름하고 소체적인 면에서는 인간이나 동물이 별차이가 없으나 대체적인 면에서는 인간의 독특함 내지는 우수성이 있다고 설파했는데 현대인들로 말하면 “대체”가 “소체”에 먹히우는 경우가 푸술하다.
    이를테면 식(食)은 난당(难当)의 색(色)에 선행하는 으뜸의 본성이 되여져 “인이 식위천(人以食为天)”이라는 성구도 만들어졌다. 아닌게 아니라 구멍난 이 주머니로 인하여 인간문명사에 첫획이 그어지고 “식문화”라는 찬란한 후광까지 쓰고 그리함으 로써 식색(食色)의 본성만이 있을뿐인 동물들과 구별을 가지게 되였다.
    그런데 청조의 리립옹(李篱翁)은 인간생활 전반을 론한 자기 저서 식물편(食物篇) 에서 사람에게 밑빠진 주머니를 하사한 조물주에 대해 한바탕 불평을 늘여놓고있다. 인체의 여러기관 귀, 눈, 코, 혀, 손, 발, 몸뚱이 등이 제각기 필요한 기능을 지니고 열심히 일하고 있음은 다 아는바이다. 그런데 아무 필요도 없이 조물주로부터 하사 받은 두 기관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입과 밥통이다.
    이 밥통을 하루 세끼 가득 채워야 하는 제일 생존직업이 전개되면서 인류의 진화는 간거한 려정을 걷게 되였고 원시적인 탐욕이 생겨났으며 탐욕과 잔인함과 더불어 교활성과 거짓과 부정(不正)이 성하여 날로 가심화되면서 이를 다스릴 형법이 세워지 게 되였다. 하여 황제는 어진 정치를 펼치여 백성을 감싸주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이런 질서들은 다 조물주가 인체를 설계함에서 선견지명이 모자란데서 비롯된것이라 말하고싶다. 다시 말해서 인간에게 입과 밥통을 만들어주었기에 화를 자초한것이다.
    식물은 입과 위가 없어도 잘들만 생존하고 바위나 흙은 아무 영양도 취함이 없어 도 억천만년을 존재해왔다. 꼭 있어야 하는것이라면 어류나 패류가 물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귀뚜라미나 매미가 이슬에서 생존에 필요한것을 섭취하게 하지 않았는가? 이것들은 다 이슬이나 물에서 영양분을 취하여 서식하고 정력을 보충받아 헤염치고 날고 뛰고 울어대면서 짝짓기도 하면서 아주 자유자재로 살고있지 않는가 말이다.
    하지만 조물주가 인간에게 입과 밥통을 줌으로써 태초부터 먹거리를 위해 피비린 사투를 벌리며 수천만년이란 기나긴 과정을 누비며 어렵사리 진화해 현대문명인에 이 르러서도 먹기 위해 헐떡거리게 된것이다. 거기에 온갖 식욕과 더불어 삶의 질을 높 이려는 욕망도 끝없으니 고달픈 생물이 된것이다. 참말이지 이 두개의 구덩이는 밑빠 진것이라기보다는 영원히 메울수 없는 골짜기나 바다처럼 되여버렸다. 사람에게 이 밑빠진 구덩이가 있는 한 식욕을 말려낼길 없게 된것이다. 밑창없는 입과 위장을 위해 인체의 다른 기관들이 분전하게 되였으니 조물주를 비난할만도 하지 않는가!
    하지만 공자님은 인간의 식색이라는 이 본성을 아주 너그러운 태도로 해석하였다. 하긴 색욕을 절제한 사람은 혹 있어도 식욕을 극복한 어떤 성인군자도 없었느니 말이 다. 금욕생활로 수도한 고행자는 많아도 그 어떤 위인도 한두끼만 굶으면 먹을 생각 만 앞서게 되여 아무일도 할수 없게 되였느니 요긴한중에 요긴한 일이 아닐수 없다.
    하여 우리 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도 생기고 빈배에는 애국도 없다는 명언도 만들어진것이다. 점잖음을 차려야 하는 국제회의에서 아무리 긴급하고 중요한 국제문제를 의론하더라도 오찬, 만찬이란 소화공정을 건너뛰지 못한다. 먹는 일이란 이처럼 무시할래야 무시할수 없는 생사문제라는것을 실증하고있다.
    자고로 인성에 지혜로운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자긍하는 중국인들은 온갖 다툼질이나 시비를 재판소가 아닌 식탁에서 순리롭고 원만하게 해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아무리 큰 시비거리도 돌고도는 순잔속, 마주치는 건배속에 눈녹듯이 융화되며 차후의 화목과 리익도모도 기약된다는것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푸짐한 먹거리 자리는 정계나 재계나, 상계를 비롯한 모든 령역에서 자기 목적과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운치있고 안전한 지름길로 되여졌다.
    대저, 인간이 누리고 있는 향락이 다양하지만 으뜸으로 꼽히는것인즉 곧 식도락 으로서 식욕은 색욕이라는 다른 본능보다 금기사항이 없고 사회법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런데 먹거리와 인간의 기질 사이에는 자연히 맥락이 슴배여있어 상상이 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서양의 한 동물학자의 글을 본적이 있다. 순초식동물 들은 하나같이 그 성질이 평화롭고 유연하게 되였다. 례하여 소, 양, 말, 코끼리 등, 이와 반대로 육식동물들은 하나같이 흉맹한 싸움군이다. 이를테면 승냥이, 이리, 범, 사자, 독수리 등과 같은 동물들이다.
    자연은 다툴필요가 없는 곳에서 호전적기질을 가지지 않는다. 만약 인간도 자초에 초식동물이였다면 인성이 지금보다 많이 유연하여 살생에 이골이 트지 않았을것임 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재의 인류는 육식동물, 채식동물의 두가지 본성을 다 가진 지극히 리기적인 동물로 되였으니 상냥한 성품과 모순된 잔인함을 두고 조물 주도 고개를 내저을지 모른다.
    영양과잉시대에 들어와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채식에도 기울어지고 있긴 하다. 과도한 육식은 건강에나 성격형성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각이 든 사람들 은 다 알고있다. 하지만 우리 이곳에서는 아직도 육류소비가 줄어들줄 모른다. 아마도 가난하게 살았던 어젯날의 허기가 아직 채메워지지 않아서인것같다. 큰거리, 작은 골목들에서 양을 잡아서 거꾸로 달아맨 처절한 정경을 심심찮게 볼수 있다.
    그런 정경을 보노라면 문득 한 사람이 떠오른다. 바로 아일랜드 출신인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버나드 쇼이다. 그는 가장 신랄한 글의 저자로서 좀 건방지고 불손하 며 자기과시적이였지만 노벨상까지 받았는데 94살까지 살면서도 고기한점 먹은적이 없는 철저한 채식가였다. 누가 꾸며낸 이야기인지 모르나 그가 죽은후 길다란 장례행 렬의 맨 뒤에 난데없이 수많은 양과 염소들이 따라오면서 구슬프게 울어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있다. 하지만 여기 양들은 사람을 감동시킬 그런 장 례행렬이 없으니…그래서인지 몰라도 영국에서는 직업백정이나 외과의사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설수 없다는 법규까지 있다니 그야말로 유머스럽다고 하리라.
    양들이 울부짖거나 말거나 금방 잡은 어린양의 고기는 불고기로는  일품이라 그 맛도 독특해서 미식가들이 선호하는것이다. 아무 저항도 하지 않는 어린양을 죽여 가 죽을 벗기고 각을 뜨는 장면을 볼 때에는 너무 끔찍스러워 눈길을 돌리지만 고소한 고기맛의 유혹에 사로잡혀 숯불가마옆에 모여앉아 먹어대며 희희락한다.
                        가죽은 벗겨져 마루바닥에서 꿈틀거리고
                        꼬챙이에 꿰여진 살점들은 숯불우에서
                        너무 뜨거워 오그라들면서 울부짖고있다.
                        얌전한 아가씨는 냠냠 맛있게 먹어대며
                        배속에 들어간 양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만포식의 희열속에 미소를 짓는다.
    이처럼 인간에게 즐거운 식도락이 첫째가는 행복의 순간이라는것은 헛소리가 아닌것같다. 내 식성에 맞는 음식이 생기여 그 구멍난 주머니를 자꾸 채우다 보면 거기에 따르는 후유증으로 날따라 늘어나는것은 뱃살이다. 이률배반이라고나 할가, 몸에 여기저기 부풀어나는 비게덩어리로 하여 살빼기라는 신흥산업이 생겨나서 노다지판을 만난 외과의사들이 한시기 웃음주머니를 흔들었으니 말이다.
    참으로 만물의 령장이라 자처하는 인간들만큼 령리하고 사악한 동물은 없으렸다. 지구촌에서 무적의 맹수들도 있는 힘을 다해 사냥물을 잡아야 한끼를 에때울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아무때나 먹고 싶으면 타동물의 고기를 배터지게 먹을수 있는 동물 로는 인간들뿐이다. 온하루 컴퓨터에 마주앉아 손가락운동만 하다가 퇴근길에 정육점 에 가서 마음에 드는 고기덩이 몇근을 사다가 제식성에 따라 지지고 볶고 료리하여 만 포식하는 세상이니 확실히 살맛이 날것이요 만물지중에 유인이 최귀라 하겠다.
    마(魔)가 한자 높아지면 도(道)는 한장(丈) 높아(魔高一尺, 道高一丈)진다고 인젠 다이어트산업도 가급적으로 발달해서 아무리 출렁이는 뱃살도 칼로 째고 아무리 큰 곱덩이라도 단칼에 잘라내고 뱃가죽을 꿰매버리면 만사대길이다. 하여 먹고싶은것을 마음껏, 량껏 잡수어주어도 겁날것이 없다. 이 역시 현대과학이 비대증환자들에게 하 사한 복음이라고 해야 하나?   
    형법에는 간통, 리혼, 성폭행…등에 대한 법조목이 구전하지만 먹는문제에서는 부도덕이니 부정이니 하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지만 근래에 와서 국가공무원들이 제돈이 아니라 공금으로 최고급으로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질탕 먹고 마시는 풍조가 도를 넘어서 더는 좌시할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되자 마침내 “나라님”께서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비록 늦었으나마 다행이다.
   수많은 공직원들이 공짜로 진수성찬을 탐식하는데 습관이 되다보니 제주머니를 열어서 식도락을 즐기는데는 퍼그나 린색한지라 자연히 포식을 절제하게 되고 남산만 하던 배도 자연히 꺼져들어서 외과의사들을 찾을 필요가 없게 되였다. 이런것을 일희 일비라 해야 할지, 만백성이 박수치는 중앙의 이런 시책이야말로 일석이조가 하겠다.
    바라건대 이런 영명한 시책이 림시방편으로 도지 말고 장구한 국책으로 이어졌으면 하는것이 모든 선량한 국민들의 소박한 바램이고 또한 절실한 요구이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이 풍요로운 시대, 아무리 먹으라는 입이라도 절제의 철학을 따르는것이 지혜로운 처사라 할것이다.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 고사 한편을 인용한다.
    춘추시대 로나라 환공(桓公)이 항상 자신을 경계하려고 기(欹)라는 그릇을 옆에 놓아두고 있었다. 공자가 그 그릇을 두고 “이 그릇은 속이 비여있으면 기울어지고 중간쯤 채워져있으면 똑바로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지므로 환공이 늘 앉은 자리에 이 그릇을 놓아두고 자신을 경계하였니라”하고 제자들에게 설파하였다.
    늘 앉은자리 좌(坐),곁(右)에 두었다고 했으니 이것이 “좌우명”의 본뜻이다. 가득 차면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무슨 일이나 지나치면 후회가 뒤따르는 법이다. 이 것을《주역》에서는 이렇게 경계하고있다. “끝까지 올라간 룡은 후회(亢龙有悔)” 한 다. 옛글에 과유불급이라 하였으되 넘쳐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도리는 상식이지만 누구나 다 알면서도 잘 실행하지 못하는 인간이 만물의 령장이라 해도 참 딱하도다.
 
                    2016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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