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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科) 남편과 고양이과(科) 아내" 지금도 잘 지내고 있는지
2017년 02월 02일 17시 18분  조회:2584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창작 강의-13(시를 쓰기 위한 준비 : 동기)  
김송배   


4-3. 동기(動機)에 대하여

  시의 소재를 동원하여 한 편의 시로 완성시키는 시적인 계기를 모티이브(motive 또는 motif), 즉 시적인 동기라고 합니다. 시의 동기는 시의 주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기 보다는 동일한 경우도 있습니다. 시적 동기는 이미 씌어진 시의 중심 사상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시의 모티이브는 자연 발생적으로 흔히 생각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의식적인 시작행위(詩作行爲)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티이브는 가령 TV 뉴스에서 집단자살 사건을 보고 커다란 충격을 느낀다거나, 아름다운 석양에 감동하거나, 겨울 바다의 고적함 등등 이런 외적인 형상과 독서를 하는 도중이거나 어떤 명상을 통하여, 또는 어떤 대화를 통해서 문득 떠오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금방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이런 것들이 바로 나와 우리들의 문제로 고심하게 되고 곰곰이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경우, 그 일들이 마치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양 그 깊이와 차원이 여러 형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어떤 소재를 시적인 관점에서 통찰하여 이것이 표현에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을 때 이는 시의 모티이브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티이브는 대체로 소재와 주제를 결합시키는 중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다시 정리해 보면 시적 동기는 시를 쓰기 위한 계기가 된 처음의 생각이나 사상을 말합니다. 그 생각과 사상(또는 이념)이라는 것이 결부된 하나의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창작의 동기, 시심의 충동이 되는 것으로서 보통 말하고 있는 단순한 소재라든가, 제재(題材)라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시인은 모티이브를 잘 정리하고 풍부하게 하며 발전시켜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시적 동기가 뛰어나는가, 아닌가는 시적 대상에 대응하는 시인의 감도(感度)와 인식에 의한 것인데 이것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대부분 시창작상의 체험의 깊이에서 오는 것입니다.
  시적 동기는 소재와 제재 등의 기초적인 것을 포함하면서 주제와 발상과도 깊이 관련되는 시 형성상의 중요한 출방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졸시 [세향(歲香)]에 대한 시적인 동기를 잠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빛바랜 세한도(歲寒圖) 속에는
  아직도 몸부림과 눈물이
  녹지 않고 누워 있다

  얼룰덜룩 한 시대의 우수만큼이나
  배고픔의 큰 한이 서려
  이맘때쯤해서 더욱 아려오는
  그 고향 냄새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앞산 노송(老松) 한 그루 이제 형체도 없이
  마냥 세월만 지우고 섰는데

  한 해 또 한 해
  다가오는 그 무엇의 환희보다
  향기 없는 속물로 남아

  차가운 세한도 속에서
  무섬증을 달래는
  서설(瑞雪)이 얼어붙고 있다.

  이 ‘세한도’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의 최고 걸작 문인화로 꼽혀서 국보 제 180호로 지정된 그림입니다. 내가 겨울 어느날 우연히 이 그림(모조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많이 볼 기회가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날은 눈덮힌 고향 산골의 풍경이 그림 위에 겹쳐지면서 무엇인가 가슴이 웅클하였던 것입니다.
  가로 60, 세로 20 여 cm 되는 한지에 수묵으로 그린 작은 집 한 채와 그 좌우로 잣나무와 소나무 두 그루씩을 배치한 담백한 그림입니다. 인위적인 가식을 모두 빼어버린 채 집을 중심으로 해서 좌우 대칭으로 배치된 나무를 제외하고는 텅빈 여백뿐입니다.
  이 세한도는 추사가 1844년 유배지 제주도에서 그린 것으로서 간략한 구도는 오히려 역경 속에서도 지조를 잃지 않았던 고고한 선비의 정신이 물씬 배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썰렁한 화폭에서 산골마을 고향의 ‘앞산 노송 한 그루’로 병치되고 을씨년스럽게 지나가는 한 해 겨울의 우수가 이미지로 투영되었을까요?
  때마침 창밖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마냥 보람도 없이 떠나보내는 세월의 아쉬움과 함께 어쩔 수 없는 속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인생의 삭막함이 갑자기 내 온몸을 관류하게 되더군요. 문득 고향 마을과 유년시절의 가난함이 ‘앞산 노송’나무와 클로즈 업 되는 순간이 이 작품의 동기로 발전된 거지요.
  이 작품은 결론적으로 ‘세한도’라는 그림 한 폭이 촉매제가 되어 얻어진 감동의 단순한 시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을 시적인 동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 강의 내용이 너무 길면 읽기에 부담이 간다는 어느 독자의 전화에 따라 앞으로 간단하게 한 대목씩 처리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언어’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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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 
―에쿠니 가오리(1964∼)

늦은 밤
술에 취해 돌아오는 길에
토악질을 했지요
깔끔하게 샤워를 했는데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더니
자고 있던 남편이
토한 냄새가 나
라고 하더군요
개처럼 냄새도 잘 맡네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남편은 아무 대꾸가 없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나는
도둑고양이처럼 밤나들이를 하는 아내로군 이라고
혼자 중얼거리고는
잠이 들었어요

 

 

일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의 시집 ‘제비꽃 설탕절임’에서 옮겼다. 제목처럼 달콤하고 진한 보랏빛 감성을 자유분방한 성격의 화자가 발랄하게 펼치는 시집인데, 어떤 시는 유부녀가 이리 내밀한 사연을 드러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다. 그런데 농밀한 시에서도 담백한 맛이 난다. 시인의 천진하고 내숭 없는 천성이 쉽고 결 고운 시어에 실려 있기 때문이리라.

화자의 시어른들이 이 시를 봤다면 ‘집안 꼴 하고는!’ 하고 혀를 찰 테다. 하지만 갯과(科) 남편과 고양잇과 아내인 이 부부는 잘 지내고 있다. 아내가 이렇게 살아야 되는 사람인 걸 남편은 잘 안다. 그렇게 생긴 걸 어쩌겠는가. 처녀 때라고 달랐을라고. 저런 모습에 반해서 결혼한 것 아닌가. 결혼을 했으면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건, 결혼 전에 그런 약속을 하지 않은 다음에야 억지다. 눈에 불을 켜고 기다리다가 “이런 발정 난 암고양이 같으니라고!” 으르렁거리며 바가지를 긁어봤자 분란만 일으킬 뿐이리. 그렇다고 남편이 아내를 포기한 게 아니다. 받아들이는 거다. 이 남편이 어떤 사람이냐? ‘왠지 분위기가 톰이라서/톰 하고 남편을 불러보았지/톰은 나를 힐끔 쳐다보면서/톰이 뭐야/란 표정을 지었어/하지만 왠지 톰이란 느낌이 들어서/나는 또/톰이라 부르고는/남편에게 딱 달라붙었지/나의/톰.’(시 ‘톰’) 이런 방식으로 남편을 사랑하는, 엉뚱하고 나긋나긋한 아내를 톰이 어찌 사랑하지 않으랴. 성격과 취향과 가치관이 같다고 꼭 잘 만난 부부가 아닐 테다. 착하고 우직하고 듬직한 개와 감정에 솔직하고 예민하고 매이는 거 싫어하는 고양이도 좋은 한 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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