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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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2014년 01월 13일 18시 17분  조회:2408  추천:1  작성자: 리창현
    해마다 개학초이면 오선생은 학생들을 보험에 참가시키는 동원을 하느라고 입에 침이 튕기는 줄도 모르고 한번 시작하면 반시간정도는 멋지게 연설의 주머니를 풀어 놓군 한다. 원래 말주변이 별로 좋지 않은 오선생이였지만 몇년간의 교육사업을 통하여 많은 제고를 가져왔다. 게다가 급하면 꺽꺽 거리면서 말을 할라치면 옆에서 보는 사람을 더 갑갑하게 만들군 하였다. 그러던 오선생이 근년에는 말재주가 동료들을 웃돌 정도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별히 학생들을 보험에 참가시키는 동원이라면 그 수준이 상당한것으로 승인을 받고 있다. 여하튼 오만가지 무서운 실례까지 들어가면서 학생들을 설복시키는데 어느 누구도 감히 싫다는 대답을 못한다. 그래서 해마다 전교적으로 오선생네 반급은 <<보험 모범>>반급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해마다 근 50명의 학생가운데서 40명정도는 모두 보험에 참가하였다. 그러니 가정형편이 특별히 어려운 학생을 제외하고는 거의 보험에 참가한 셈이다. 하여 여러차례 교장선생으로부터 책임감이 높은 교원으로 칭찬을 받군 하였다. 그런날이면 오선생의 어깨가 한결 높아 보이고 기침소리도 한결 우렁차게 들리군 하였다.
 어느 한번 오선생이 무슨 모임이라는 연회에 친구의 요청으로 자리를 같이 하게 되였다. 모두가 무슨 공장의 경리요하면서 자신의 명함장들을 넘겨주는대로 오선생은 례절있게 받아 넣었다. 옷차림이나 용모를 보아도 신사스러운 자리여서 어딘가 불편함도 없는것은 아니였다. 여직껏 고작해봤자 평범한 교원들의 모임에나 참석해봤지 오늘처럼 어마어마한 모임에는 머리에 털이 나서는 처음이였다.
<<저 오선생님이라고 했지요? 저는 광명 비누공장의 장경리 입니다. 오늘 이런 모임에서 알게 되여 참으로 기쁩니다. 저쪽 상에 앉은 분들은 바로 이 몇년간 저의 공장에 도움을 많이 준 분들입니다. 다른게 아니라 저를 도와 우리 공장의 비누를 많이 팔아 주었습니다. 너무도 고마워서 이런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젠 설도 오래지 않은데 한사람앞으로 장금 천원씩 갖추었습니다.>>
 점잖게 생긴 중년 남자가 오선생곁에 앉으면서 하는 말이였다. 오선생은 별생각없이 그저 장경리의 소행에 고맙다는 뜻만 보일뿐이였다. 장경리는 오선생과 술한모금을 마이고는 자기 상으로 갔다. 오선생은 눈치를 보니 다른사람들도 담배를 피우기에 자기도 허줄한 담배였지만 슬그머니 한대 물었다.
 <<안녕하십니까?  오선생님이라고 했지요? 저는 반디불 이불공장의 왕경리입니다. 이렇게 알게 되여 너무도 기쁩니다. 저기 두번째상이 저들의 모임입니다. 오늘 저자리에 모신 분들은 모두가 저의 공장에 공헌이 대단합니다. 저를 도와 공장의 이불을 얼마나 잘 팔아준다구요? 너무도 고마워서 이런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저분들에게 일인당 상금을 2천원씩 드리기로 했습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저의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자는 뜻입니다. 허—허-à>
왕경리는 례절스레 술잔을 기울이더니 한모금 크게 쭈욱 냈다. 오선생은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웃고 있을뿐이였다.
  어딘가 부러운 생각이 어느새 오선생의 눈가에서 흐르기 시작하였다. 빨간 봉투를 받아 쥐고는 기뻐서 흥얼거리는 사람들을 보느라니 부러움은 어느새 오선생의 마음을 흐려놓기 시작하였다. 오선생은 잔에 남은 술을 한번에 굽을 내고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연회에 참석할때의 그런 기분은 어디론가 깡그리 도망가고 서글픔만 남아서 오선생의 마음을 사정없이 쓸어버렸다.  어느 정도 연회에 요청을 보내온 친구가 얄밉기까지 하였다. 그날 오선생은 꿈에 자신도 어느 공장의 경리가 넘겨주는 빨간 봉투를 다섯개나 받아가지고 빙글빙글 돌아갔다.
  이튿날 아침 금방 학교대문에 들어서는데 교장선생님이 오선생을 불렀다. 오선생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을상싶어 그 짜른 다리를 빨리 놀려가면서 달음질하다싶이 교장실로 갔다.
<<아이구 왔구만. 오선생의 걸음이 이젠 다른사람들을 초과한다이. 허—허à>
  교장은 기분좋게 웃으면서 오선생을 쏘파쪽으로 모셨다. 그러면서 서랍에서 좋은 담배까지 한통 꺼내주었다. 오선생은 어제밤의 꿈이 너무 허망이 아니였음을 속으로 은근히 재고 있었다.
 <<저 오선생, 어제 보험공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당금 학생들의 보험금을 바치라고 했소. 그리구 될수록이면 전교학생들을 모두 보험에 참가시켜달라구 간절한 부탁이 왔다구. 그래서 오후에 전교 학생회의를 소집하겠는데 오선생이 직접 학생들에게 보험의 중요성에 대하여 멋지게 강화를 해주오. 회의에 가장들도 직접 참가하도록 하겠소.  나는 오선생의 말재주를 무조건 믿는다이. 하—하à>
기분좋게 넘기는 교장선생의 말에 오선생은 어깨가 또 높아가는 모습이였다.
  그날 오후회의는 학생과 가장들이 모두 참가했는데 오선생의 무서운 실례에 전교 학생수의 98프로가 보험에 참가하기로 동의를 내비치였다. 가장들도 오선생의 말을 듣고 보니 어딘가 도리가 있다는 생각에 찬성이 그렇게 큰것이였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학생아이들은 너도나도 보험금을 바치느라고 분주하였다. 생활형편이 구차한 애들도 이번학기에는 몽땅 보험금을 바치였다. 오선생의 매력이 상당하기는 상당한 모양이였다. 50명의 보험금을 받아쥔 오선생은 어딘가 별스러운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특히 지난번에 연회에 참석했던 언짢은 기분이 갑작스레 몸을 휩쌌다.
집으로 돌아온 오선생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해마다 보험에 절대다수의 학생이 참가했지만 실상 크게 다치거나 앓는 학생은 가물에 콩난격이였다. 불현듯 묘한 생각이 오선생의 뇌리를 스치며 반짝거렸다.
(나도 한번 나절로 장려를 해볼가? 이렇게 해줘도 아무도 모르는데. …)
 오선생은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학생명단을 펼쳐들었다. 그러면서 빨간 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오선생의 다듬이질을 거쳐 10명의 학생이 이름에서 빠졌다. 바로 평소에 앓지 않고 건강한 학생과 각별히 조심성이 크고 침착한 학생의 명단이 오선생의 손을 거쳐 보험생의 명단에서 빠지게 되였다. 그리고 오선생은 보험금에서 빨깍거리는 100원짜리 지페 다섯장을 자신의 지갑에 넣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흡족해하면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길게 한모금 들이키고는 죽은듯이 누워있었다.
 우후에 학교로 나간 오선생은 명단을 정리하여 교장선생한테 바쳤다. 명단을 훑어보던 교장은 어딘가 좀 불만하는 기색도 들어있었다.
   <<교장선생님, 일부 애들은 가정이 곤난해서 정말 못하겠답니다. 저도 별 방법이 없구요. 그리구 몇몇 학생들은 부모들이 한국수속을 하면서 적잔은 돈을 띄우다보니 생활이 어렵다면서…>>
오선생은 긴장된 정서를 푸느라 저으기 신경을 썼다. 그래도 교장선생은 흡족해하는 기분이여서 마음은 다소 평온을 잡았다. 교장실을 나서는 오선생의 마음은 기쁨과 근심이 한데 섞인 이상한 심정이였다.
 어느덧 한학기가 결속을 보게 되였다. 래일이면 학생들은 기말시험을 치르고 방학이다. 오선생도 어깨에 짐을 부려놓은듯한 심정이였다. 자신의 묘책에 어느 정도 만족도하면서 기분좋게 학생들의 기말복습에 달라붙었다. 여러모로 보아도 이번학기는 오선생으로 말하면 수확이 상당한 학기이다. 애들도 복습을 잘하였겠다 그리고 어느 정도 묘책으로 담배돈을 챙겼으니 꿩먹고 알먹기였다.
 금방 방학종결을 짓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는데 웬 아줌마가 정신없이 뛰여들었다. 헐떡이면서 말은 못하고 그저 허공에서 손질을 해대는 아줌마를 어느새 오선생이 알아보고 급히 다가갔다.
<< 아니? 영자 어머니가 아닙니까? 왜 무슨 일이 생겼습니다. 어서 말하십시오. 무슨 일입니까?>>
얼굴까지 창백해진 오선생의 두 다리는 벌써 떨기 시작하였다.
 꺽꺽 거리면서 오선생은 아주머니를 진정시켰다.
  <<엉---엉--- 아이고, 우리 영자가 금방 집으로 돌아가다가 자동차에 다쳐 지금 구급중에 있습니다. 의사가 저보고 빨리 보험수속을 가져오라고 하기에 …>>
 끝말도 맺지 못하고 영자 어머니는 땅에 펄썩 주저앉았다. 오선생의 머리속은 엉망이였다. 도대체 영자가 보험생의 명단에 올랐는지 알길이 없었다. 오선생은 급히 학교달려가서 보험생 명단을 뒤졌다. 급하고 황당하고보니 영자의 이름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눈을 비지고 또 비비면서 찾았는데 맨뒤에 영자의 이름이 불쌍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오선생은 정신없이 식당으로 달려갔다. 그때는 이미 선생들이 영자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간 뒤였다. 오선생은 떨리는 다리를 끌고 병원으로 뛰여갔다. 아무리 속도를 내서 뛰여도 어쩐지 그처럼 늦을수가 없었다.
금방 병원에 도착한 오선생은 숨이 턱에 닿아 말은 못하고 그저 보험명단에 손가락질만 하였다. 보험도 중요하지만 아직 영자가 위험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여서 모두가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얼마후 구급실의 문이 열리더니 의사들이 나왔다. 의사를 아무말도 없이 그저 머리만 설레설레 저으면서 아주 미안한 기색이였다. 영자 어머니는 땅에 퍼덕이고 앉아서 땅을 두르리며 통곡을 쳐댔다.
<<아이구 어쩌면 우리집에 이런 일이 생기오. 나는 못살겠다. 영자야, 네가 이러면 이 에미는 어떻게 살아야하니? >>
 이때 보험공사에서 일군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먼저 다친 학생의 이름을 조사하였는데 보험공사에 마친 명단에는 글쎄 영자의 이름이 없었던것이다.
  오선생은 펄썩 주저앉으면서 병원의 천정만 초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펄떡 일어나더니 실성한 사람처럼 두리버두리번 거리면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는데 그 눈길에는 퍼런 불빛이 번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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