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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계곡을 지나며
2016년 07월 15일 09시 52분  조회:511  추천:1  작성자: 파랑비
여름날 계곡을 지나며
 
여름날 음지의 계곡을 걷는다
바람은 등성에서만 설치고
더위 개의치 않는 매미만
생명의 말단에 서서
온몸 다해 사랑을 부르짖는데
무성한 녹음에  덮힌
죽어버린 진실에 대해
이젠 숨막혀 말 못 하겠다
 
징그러운 담쟁이의 허세가
하늘을 가리고
굼틀거리는 넝쿨들의 욕망에
수목이 질식하는데
와락와락 벗겨 버리고
활활  씻어버리고 싶은 나의 망상은
너무나도 갸날프다
 
한포기 둥글레가 보고 싶다
텁텁한 기장나물은 
생긴 것만큼  솔직하고
검은 열매 감추는 독초는
너무나 화려하게 아름답다
허나 숨막히는 숲속에  둥글레는 없다
 
바람 부는 비탈에
굵직한 뿌리 내리고
담박한 얼굴로 날 반길 둥글레 찾아
나는 지금
이슬로 맺히지도 못할 땀을 뿌리며
이 음침한 허위의 계곡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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