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의 꽃 (외2수)
태양이 벽에 그려주는
나무의 그림자
나타났다 사라지는
까닭 모를 전세의 인연
꽃으로 피어나는
이 생의 그리움이여
허무가 서쪽하늘 불태우고
재가 되는 이 밤에
조용히 령혼을 땅에 묻겠지
수백번 다시 피어도
또다시 찾아 올 저 그림자
끝없이 반복 되는
속세의 륜회
차라리 바람 타고
하늘을 날던지
지나가는 나그네
뻥 뚫린 가슴에
빠져 버려라
무너지는 봄에
양지쪽 처마밑엔
제비가 둥지 치는데
성에 서렸던 뒷벽은
슬픔이 무너져 내린다
아지랑이 아물거리는
들에 나가
농부가 씨앗 뿌리는
흙 한 줌 얻어
새싹의 정기와
요동하는 봄꽃향기
한 우큼 집어넣고
곱게곱게 반죽해
무너지는 가슴
매질해야지
이 벽이 마르면
거기에다
뜨거운 화로 하나 그릴까?
아니면
지지 않는 태양 하나 그릴까?
조약돌
산이였고
암석이였고
바위였던
조약돌 하나
시내물에 빠져
돌고기 되어 버렸네
물결을 거슬러 오르는
이젠
세월에 거슬려
눈도 입도 지느러미도
다 지워졌건만
반들반들 심장 하나
산의 그림자 비껴오면
살며시 기대어 보네
닿지 못하는 그리움을
하염없이 흘러 보내며
변함없는 령혼 하나
물속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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