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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50살을 운다
2014년 03월 05일 11시 49분  조회:1328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오늘도 날마다 맛이 달라지는 커피를 타서 덤덤하게 홀짝이며 대중없이 인터넷세계를 헤집다가 문뜩 “나는 지금 무엇을 살고있는가?”라는 생각이 긴 꼬리를 그을며 날아내리는 류성처럼 뇌리에 떨어짐을 느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살고있는가?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참으로 재미없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갈마든다. 그 시간들은 하나같이 아침 출근, 저녁 퇴근, 또 아침 출근 또 저녁 퇴근…의 반복이였다. 그러다 닷새마다 이틀씩 차례지는 주말휴식은 방콕!
굳어진 이 생활의 룰을 깨면 잘 정리된 공간이 흐트러질것만 같은 강박증 비슷한 두려움(?)을 느끼군 했다. 두려움을 느낄만치 나의 사상은 고루함에 길들여져있었고 두려움을 느낄만치 나의 뇌파는 경직되여있었다. 달마다 어김없이 카드에 날아드는 얼마 안되는 로임에 길들여져있었고 그 얼마 안되는 로임으로 가정 꾸리고 아들놈 뒤바라지 하고 그 와중에 몇푼 남겼다가 친구들과 맥주 한잔 즐기는 일상에 길들여지면서 내 마음의 맥박이 하루하루 경직되여갔던것이다. 그럴수록 사업효률은 낮아졌고 그럴수록 자신을 움츠리면서 상사의 눈치보기에 바빴던가싶다. 상사가 맡겨준 임무를 완성하고도 내가 왜 그렇게 했음을 강조하기보다는 상사가 어떻게 평가하는가에만 눈길을 돌리느라 힘들었었다.
그러느라 사업터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의 끓어번지던 정열은 식어버렸고 세상을 향해 머리를 내밀었던 인성의 모서리들은 문드러져 두리뭉실해졌다. 이게 바로 나라고 세상에 자랑할 모서리 하나 없이 누군가와 비슷하게 두리뭉실해져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그래 이렇게 살아야 편한거야.” 하고 스스로를 위안했었다. 그런 위안을 안주하며 나는 영원히 나대로의 편한 모습으로 살아갈것이라고 믿고있었다.
하지만 그새 내 몸은 되려 변화를 꾀하고있었다.
지난해 5월도 막바지로 달리던 어느날밤, 나는 갑자기 덮쳐드는 허리통에 그만 널부러지고 말았다.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동통이였다. 몸을 돌려눕기도 힘들었다. 안해가 외국에 나가있고 아들놈이 대학에 가있는 형편이라 일시 누구를 부를수도 없었다.
참자,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이를 옥물고 두눈을 꾹 감았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물처럼 흘러내렸다. 동통이 인차 멎을 기미가 아니였다. 처음에 쿡쿡 쏘는것 같던 동통이 시간이 지나면서 칼로 뼈를 도려내는듯 극심해졌다. 그제야 나는 병원을 떠올리게 되였다. 옷장으로 벌벌 기여가 겨우 옷을 꺼내 입고 신을 주어 신었다. 층계란간에 몸을 의지하여 간신히 아빠트를 나섰고 세 걸음에 한번 쉬면서 끝내 거리에 나섰다. 지나가던 택시가 멈춰섰고 운전수가 고맙게도 나를 부축하여 택시에 올렸다.
요추간판탈출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장시간 사무실에 앉아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흔히 생기는 병이라고 했다. 
의사는 나의 허리며 엉뎅이며에 숱한 침을 꽂아주었다.
차가운 침들이 내 몸을 뚫고 들어가 있던 그 20분간 나는 처음으로 내가 무엇을 살고있는가를 물었다.
내가 나의 모서리를 둥글둥글 죽여가며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이 내 몸에서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모서리가 생겨나 내 몸을 뚫고 나오고있었던것이다.
그새 나는 행복했던가?
오늘 문뜩 커피잔에 빠진 내 얼굴을 살펴보니 나는 이미 꿈이 바랜 50살의 나그네로 변해있다. 대부분의 나날에 커피 한잔 앞에 놓고 긴긴 하루를 다 보내도 매달 19일이면 어김없이 얄팍한 로임봉투를 받아쥘수 있는 내 직장에 만족하면서도 울바자굽에 남아있는 초겨울의 호박대가리처럼 오글조글 말라가는 자신이 애달파 가끔 한숨도 짓는 그런 창백한 얼굴의 나그네로 변해있다. 나는 여기서 래일도 아침이면 커피 한잔 타들고 컴퓨터를 찾을것이고 모레도 군입거리를 찾는 그 무엇처럼 대중없이 인터넷세계를 헤집을것이며 글피도 커피잔에 빠져드는 뿌연 해빛오리들을 셀것이다. 그러다 가끔 커피잔을 손에 들고 우아한척 폼을 잡으면서 나는 과연 누구인가를 물을것이다.
돌을 삼켜도 소화해낼수 있을것만 같던 20대중반에 내 몸뚱이가 다른 어느 곳에 떨어졌더라면 나는 지금쯤 어떤 나를 살고있을가?
25살에 입사하여 2년쯤 지났을 때일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에도 민족 대이동의 막이 서서히 열리고있었다. 하루 새롭게 누구는 직장을 버리고 외국으로 갔소, 누구는 직장을 버리고 장사를 떠났소 하는 소문이 나돌았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때는 더구나 외국에 나가 벌거나 장사로 버는 돈이 직장인들의 로임과는 비할수도 없이 많았다. 200원이 되나마나한 로임에 매워 힘겹게 직장생활을 하던 우리 젊은 직장인들에게 그런 소식은 유혹이 아닐수 없었다. 
어느날밤, 나는 잠 못 이루고 궁시렁거리다가 “나도 나가보는거야!” 하고 결심을 내렸다. 하지만 날이 밝자 나는 또다시 출근길에 오르고 말았다. 힘들게 얻은 직장을 떠나가기 아쉬워서였다. 아니 어쩌면 떠나기 두려워서였다고 함이 나을것이다.
그후에도 나는 몇번인가 호수같이 고요한 직장을 벗어나 큰 바다에 뛰여들려고 생각했었지만 번마다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묵묵히 사무실을 지키면서 20여년을 살아왔다.
그새 나는 만족했던가?
커피잔에 비낀 나의 50살을 마주하고 이 물음에 선뜻 대답을 줄수없어 슬퍼지려고 한다. 슬퍼지려는 자신을 달래며 당당하게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지!”를 꿈 꿀수 없어 울고싶다.
《론어》위정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였으며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리치를 깨달아 리해하게 되였고 일흔이 되여서는 무엇이든 하고싶은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나도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였다.”는 지천명의 나이 50살이 된것이다.
과연 하늘이 나에게 내린 명은 무엇이였을가?
오늘도 나는 나의 50살을 운다.

<<흑룡강신문>> 2월 28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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