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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2015년 09월 03일 09시 58분  조회:1851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잡초
 
 
1.
 
잡초였다. 분명 잡촌줄을 알면서도 정우는 꺾고싶었다. 자기가 꺾지 않으면 누군가 꺾어서 되는대로 짓뭉개고 팽개칠것만 같았다. 정우는 급히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카톡!” 하는 소리가 울린것이다. “카톡!” 하는 그 소리가 자기의 입에서 나간것 같기도 하고 저 멀리 남쪽 하늘끝자락에서 울린것 같기도 했다. 정우는 습관적으로 왼손을 쑥 내밀었다.
“꿈 꿨어요?”
정우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끌려 눈을 떴다. 안해가 정우의 곁에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밀랍같았다. 솜씨 서툰 어느 예술가가 급히 빚어놓은 밀랍같았다. 안해는 그 순간 거친숨을 몰아쉬고있었다. 정우의 얼굴에 안해의 코구멍에서 뿜기는 단김이 아물아물 스쳐지났다. 정우는 잠기 어린 두 눈으로 안해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가슴이 섬찍해났다.
이마에 벌써 주름까지…
정우는 급히 두눈을 감았다. 보고싶지 않았다. 아니, 보는게 두려웠다.
두오리였던가? 아니, 그 사이에 가는 주름이 한오리 더 있었어. 그럼 세오리? 큰 주름우에 한오리 더 있은 것 같기도 하고…
정우는 그 순간 그러한 수자들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자신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하면서도 웬 일인지 안해의 이마에 패인 그 주름의 개수를 꼭 짚어 똑똑히 알고싶었다. 정우는 왼쪽눈을 가늘게 뜨고 살그머니 안해의 얼굴을 살폈다.
안해는 그때 두눈을 감고있었다. 웃쪽 눈까풀이 파들파들 떨리고있었다. 뭔가 깊은 상념에 잠긴듯 했고 또 뭔가를 애써 누르는것 같기도 했다. 정우는 목구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것 같았다. 입술도 말라들었다. 정우는 아래입술을 적시고는 혀끝을 쳐들어 웃입술에 가져다 댔다.
바로 그때 또 그 소리가 울린것이다.
“카톡!”
정우는 흠칫 놀라며 벌떡 일어나 앉아 벅벅 거렸다.
“한국에서라면 이이… 이때쯤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조조조…종로3가를 누누… 누비고 있을 텐데.”
안해가 아무말 없이 정우앞에 핸드폰을 내밀었다. 정우는 또 한번 힘칫 놀라며 안해의 손에서 핸드폰을 가로챘다.
“중국은 이래서 안된단 말이요. 길에만 나서면 정신 없다니까. 훙떵(红灯)이 켜져두 막 꿰질러 다니구, 사람들 수준이 한국사람들에 비하면 아직 발바닥이지 뭐.”
“카톡, 참 좋죠?”
안해의 목소리가 낮았지만 정우는 웬 일인지 분명 그 목소리에 날이 서있다고 느껴졌다.
“좋기는? 당신두 참 한심하오.”
“잡초는 어디나 다 있어요. 저 화분을 좀 봐요.”
안해가 눈으로 창턱에 올려놓은 화분을 가리켰다.
“뭐, 잡초?”
정우는 또 한번 흠칫 놀라며 안해에게 눈길을 돌렸다가 천천히 화분통이 놓여있는 창턱을 바라보면서 짐짓 성난체 목소리를 높였다.
“기막히지. 한국에서 돈 잘 벌구있는 나그네를 이렇게 감쪽같이 속여 들어오게 하는 법이 어디있소?
 “보구싶었어요. 너무 보구싶었어요.”
안해의 목소리가 떨리고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또 “카톡!” 하고 울었다.
정우는 더 이상 안해와 말씨름을 하지 않고 핸드폰을 손에 든채 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2.
 
잡초라고 생각되였다. 너무도 여려서 자칫하면 누군가의 발에 짓밟혀 이슬처럼 사라질것 같았다.
정우가 그녀를 만난 것은 종로3가의 어느 골목 커피숍에서였다. 커피숍 이름이 “잡초”였다. 그날 정우는 그 커피숍에 커피 마시러 들어간것이 아니라 짜장면을 배달하러 들어갔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부는 언덕에
이름모를 잡초야 한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나훈아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짜장 왔슴다.”
정우는 노래 같은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안에 들어서며 소리쳤다. 아담한 몸집의 얼굴색이 눈처럼 하얀 녀자가 카운터에 앉아있다가 일어섰다.
“짜장 왔슴다.”
“잡초예요.”
녀자가 속삭이듯 말했다.
“네?”
정우는 짜장 그릇을 손에 든채 굳어져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쌍겹눈이 울고있었다.
“짜장…”
“나훈아는 모를게예요. 무엇을 잡초라 하는지. 모르면서 아는것처럼 그 큰 몸집을 떨며 저러는거예요.”
“떨어요? 왜요?”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텐데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텐데
 
그 시각 정우는 나훈아의 목소리가 정말 떨린다고 생각되였다.
“잡초를 안다고 생각해서겠죠. 짜장 잘 먹을게요. 그리구 탕수육두요.”
녀자는 정우의 손에 만 2천원을 건네주며 속삭이듯 말했다.
 
3.
 
잡초였다. 바로 그날 밤, 그녀는 정우의 핸드폰에 “잡초”라는 아이디로 뛰여들었던것이다. 정우는 별로 깊이 생각지도 않고 낮에 들렸던 “잡초”라는 이름의 커피숍을 떠올렸고 그 커피숍 카운터에 앉았다가 일어서서 나훈아가 잡초를 모른다고 나무라던 그녀의 눈처럼 하얀 얼굴을 떠올렸다. 정우는 별로 깊이 생각지도 않고 잡초로부터 날아온 카카오톡을 접수하라는 메시지를 체크했다. 핸드폰에 “잡초님이 대화상대로 추가되였습니다. 채팅을 시작하십시오.”라는 문자가 떴다. 그 문자를 보면서 정우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이마가 빤질빤질했다고 생각되였다. 빤질빤질한 이마가 눈처럼 희다고 기억되였다.
-뜻밖이죠?
잡초로부터 날아든 첫 물음이었다.
“뭐가?”
그 순간 정우의 머리를 파고든 첫 생각이였다.
-세상은 이렇게 살만한데 사람은 왜 점점 더 살기 힘들가요?
정우는 일시 뭐라고 답변을 할지 몰라 “…………” 찍어보냈다.
-내가 잡초라면 어떻게 될가요? 누구도 마구 꺾으려 하겠죠?
-조선족인가요?
-남편이란 놈이 바람났어요. 다른 년과 붙었대요.
-아.
-살자고 바득거린 죄밖에 없어요, 전…
-네.
-그 사람 몸이 허약해요. 그래서 제가 한국에 나왔어요. 3년철이예요.
-그랬네요.
-돈을 벌어 꼬박꼬박 보냈어요. 어제 언니가 전화했어요. 그 사람 바람났대요.
-참…
-미칠 것 같아요. 아무에게나 털어놓지 않으면 터질것 같아요. 가깝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멀게만 느껴지고…
정우는 핸드폰 액정에서 얼굴을 돌리며 지긋이 두눈을 감았다. 눈까풀에 가려진 눈앞에 그녀의 쌍까풀눈이 나타나 흐느끼고있었다…
불쌍한 녀자야. 그놈, 와이프가 보내주는 돈으로 다른 년을 끼고 놀아? 거지 같은 놈, 무골충 같은 놈,단매에 사등뼈를 쳐죽일놈…
-어떻게 죽으면 제일 편할가요?
-네? 무슨 말씀을?
-행복해요. 이렇게 하고싶은 말을 다하고 떠나게 되여.
-잠간, 잠간만요.
정우는 저도 모르게 무엇에라도 끌린듯 벌떡 일어나 급히 옷을 주어입었다.
 
4.
 
-재미 좋아요? 저 질투나 어쩌죠?
-애들처럼.
-어머, 우리 벌써 석달이네요. 아마 열번은 했겠죠? 아니, 그 정도는 안되겠다. 듣기 좋게 여덟번이라 하죠 뭐.
-다시는 카톡 보내지 마오. 내가 여기 있을 동안.
-아, 잡초도 독이 있대요.
-롱담은…
-위선자!
정우는 급히 그녀에게서 받은 메쎄지를 지워버렸다. 심장이 튀여나올것 같았다. 꿀단지를 들추다 잡힌듯한 심정이였다.
“위선자”, 세글자였다. 그 세글자가 비수처럼 정우의 가슴을 찔렀다. 왜 그처럼 떨리고 아픈지 몰랐다. 누구를 위해 떨리고 누구를 위해 아픈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 시각 정우는 자기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깊숙히 숨기고싶었다.
왜서일가? 구경 무엇때문일가? 정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안해가 그같이 엉뚱한 거짓말로 문뜩 자기를 불러들인 원인을 알수 없었다.
며칠전 안해로부터 대학에 간 아들이 차사고를 당해 경각을 다툰다는 전화를 받았던것이다. 안해는 울기만 했고 아들의 핸드폰은 내내 꺼져있어 따로 련락할 방법이 없었다. 하여 정우는 부랴부랴 청가를 내고 귀국했던것이다.
집에 들어서서야 정우는 그 모든것이 안해가 꾸며낸 거짓말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정우는 성난 사자처럼 올리뛰며 무엇때문이냐고 소리질렀다. 안해가 입가에 가는 웃음을 띠우며 “너무 보구싶었어요.”하고 속삭였다.
속에서 열불이 일었지만 다른 한면으로는 “너무 보구싶었어요.” 하는 말에 코끝이 시큰해나기도 했다.
이게 전부일가? 과연 이게 전부일가?
정우는 핸드폰을 잠옷소매에 숨겨가지고 객실로 나왔다. 안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안해의 핸드폰만 당그라니 차탁우에 놓여있었다.
“여보-”
정우는 객실 구석구석을 살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서도 안해의 대답은 없었다.
핸드폰까지 두고 어디로 갔지?
정우는 잠간 생각을 굴리며 차탁앞으로 다가가 안해의 핸드폰을 주어들었다.
악!
순간 정우는 숨이 꺽 막히는것 같았다. 핸드폰액정에 실 한오리 걸치지 않은 정우의 라체가 떠있었다.
이게, 이게…
정우는 너무도 억이 막혀 입을 떡 벌린채 다물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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