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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문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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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주: 내가 만난 개들(수필)
2019년 07월 11일 14시 19분  조회:412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내가 만난 개들

심명주

 

개를 내 손으로 키워보지 못한 지가 올 들어 십년째이다. 

로산으로 아들을 임신하고 막달이 되기까지 나의 곁에는 마지막으로 세살배기 깜순이라는 촌강아지, 변견便犬이 있었다. 농촌에 갔다가 50원을 주고 사와 남편의 생일 선물로 충당했던 개였다. 

깜순이를 키우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기억은 그가 낳은 새끼 세마리이다. 그 때까지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못했음에도 나는 깜순이를 도와 산후조리를 살뜰히 챙겨주었고 곧 40일 좌우가 지나 몸집이 앙바틈한 깜순이가 기세 좋게 크는 새끼 시달림에 힘들어하자 면접까지 보면서 세 집들에 또 알뜰히 분양까지 해주었다. 그리고 이듬해 이번엔 내가 임신을 하고 나의 자식을 키울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막달이 되자 깜순이를 키우기가 힘들어서 결국 엄마집으로 보냈다. 내가 살던 집이 몇십평방메터 밖에 안되고 짖음소리에 하루 거의 20시간은 잠을 자야 되는 아기가 놀라 깰 수 있고 행동이 자유로운 깜순이한테 아기 때문에 여러가지 구속을 주려니 그것도 안스러웠고 더구나 아빠트 살림에 사람 손이 무지 닿아야 되는 개 뒤시중이 아이를 키우는 나를 힘들게 한다는 리유에서였다.  

깜순이를 보내고 나니 덕분에 종래로 애견, 애묘가 차지하던 나의 품은 그 때부터 오롯이 십년째 유아독존 아들의 차지가 되였다. 2018년은 무술년 황금개띠해이다. 이미 열살배기로 성장한 아들도 몇년 뒤면 곧 어미품을 떠날 련습을 할 것이고 그러면 빈 둥지 같이 보기 좋게 비는 내 품에 나는 무엇을 담아 인생 후반의 증후군을 사그릴가. 

삶에는 밥과 만두와 시루떡 같이 채울 것들이 많으나 이미 그런 것에서 포식을 느낀 현대인들은 소울을 지향하고 원한다. 아들애 태여나자 시작한 심리학공부가 거의 십년째이다. 허나 나는 거기에서도 만족을 못 얻었다. 개나 고양이 한마리를 데려다 키울가.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개나 고양이도 준비 안된 허전한 인간의 마음에 아무 거나 채워서 대타시키는 것은 그들에 대한 제대로 된 대접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매번 준비없이 받아들이고 어마지두 함께 했던 지난 동물들과의 생활에서 내가 얻어낸 결론이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우세로 나는 개나 고양이의 덕을 수없이 보았지만 그들은 과연 나와 함께라서 진정 행복했을가. 그리고 여직껏 나는 내가 키우던 어느 개든 그의 림종까지 지키지 못했다. 이것도 어떤 자책과 아픔을 동반한 여한으로 나한테 남았으니.

황금개띠해를 맞아 그동안 내가 만났던 견들과의 일단락 추억을 지어보는 것도 내가 생각의 풋풋함에서 성숙으로 치다르는 인생의 앙상불에 하나의 매듭작용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생명이란 만남이 아닌가.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만나야 한다. 만남에는 대상이 규정되지 않는다. 시간과의 만남, 계절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 동물과의 만남, 사랑과의 만남, 리별과의 만남… 걸핏하면 부딪치는 거나하고 화려한 만남 때문에 사람은 사는 동안 이토록 이승에 련련하는 것이다. 그중에 가장 좋은 만남은 자기와의 만남이려니. 아마 오늘 나는 나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무술년 개띠해를 빌미로 내가 만난 개들을 거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모든 만남 뒤의 리별.

지난 세월 나를 스쳤던 만남들과 그에 어김없이 따라오던 리별을 생각하면 그저 사무친다는 말로는 모자라는 느낌이다. 사람하고도 그랬고 개들하고도 그랬다. 죽음과 련관되고 아픔과 이어지는 리별에는 에누리가 없었고 돌이킬 여지가 없었다.

그런 만남과 리별 와중에 시간은 공정하게 흐르고 마음은 찼다가 비였다가 나의 몸도 불었다가 줄었다가 인간이 지닌 법대로 생명 하나를 세상에 부리우고.

그리고 이제야 토로하지만 내가 만삭의 몸이 되기까지 즐겨 먹었던 음식이 있다. 바로 보신탕!

들숨날숨이 어여쁘던 강아지들이 말랑말랑한 발바닥과 촉촉하니 이루 말하기 어려운 코끝으로 비비닥이고 주먹 만하던 강아지가 우렁찬 성견이 되도록 나는 그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위로를 느꼈던가. 숨붙은 그들이 나에게 생생한 그대로 생활의 에너지원으로 되던 순간순간들을 쌓으면 가히 집채보다도 더 많았을 것인데. 그런 아릿하니 부드러웠던 스킨십을 잊고 내가 임신한 몸으로 하루 건너 찾았던 음식점이 바로 보신탕집이였다. 

가누기 힘들게 부풀어가는 아기 밴 몸이 보신탕만 생각나면 하늘 뜻을 쫓는 신도마냥 거부할래야 거부할 수 없이 군침을 흘리며 한밤중에라도 기어이 개고기를 찾아서 몸에 넣기를 반복했던 임산부, 어이없게도 그게 나였다. 

오로지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식감으로 나는 그것이 일찍 나와 교감을 나누던 애견들이 둔갑된 육질이라는 것을 헤아릴 사이도 없었다. 다만 그렇게 바라던 것을 먹고 나서도 늘쌍 뒤끝 입맛이 상쾌하지 않는 입덧 특유의 여운으로 어렴풋이 애견들과의 상념을 떠올렸다. 아니면 애견들과 늘쌍 제대로 나누지 못한 리별들을 감지했던가. 아니, 이건 별로 간사한 나의 변명이리라. 

리별은 리별이로되 내가 바라는 견犬과의 리별을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그것은 팔팔하게 뛰여놀던 조막 강아지가 우람해지다가 서서히 무던해지고 그다음 뒤다리를 절뚝거리고 이어서 한쪽 눈은 혹여 백태도 번지고 청력을 잃고 나중엔 실명하여 온종일 웅크리고 누워만 지내고… 그리고 죽음을 맞는다.

죽어 식어가는 개의 육신을 그들이 살았을 때 그랬듯 내 품에 꼭 그러안고 나는 가슴으로 지긋이 통곡하리라. 살아 인연이 되였던 우리 사이를 감사하면서. 이것이 내가 진정 바라는 그들과의 잘된 리별이고 내가 바라는 모든 애견들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리고 더 길게 살아야 되는 사람은 다시 하루, 한달, 나아가 몇달, 몇년이 지나도록 그들을 잊어가면서 혹여 또 다른 애견과 만나면서 여생을 이어갈 것이리니.

림종 끝까지 개들과 나누지 못한 리별을 상상에 부칠 때면 나는 나의 자식 생산을 위해 그토록 수요하던 단백질을 넉근히 내 살집에 찌워주던 견犬들을 더욱 추억한다. 나의 살과 피로 환생했던 그들을 느끼며 내 몸을 어루쓸어본다.   

내가 만난 개들은 그냥 개가 아니였다. 나에게 무엇인가 남기고 간 개들이였다.

출처:<장백산>2018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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