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운
http://www.zoglo.net/blog/cuishangyun 블로그홈 | 로그인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소설

신이 준 선물
2016년 08월 19일 14시 37분  조회:1803  추천:0  작성자: 최상운
단편소설
                              신이
선물
 

                                                      1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나는 자신의 일생에 무슨 기적같은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란적이 한번도 없었다. 녀인으로서 한평생 한이 된 일이 있어도 신의 선물같은 기적을 바랄수는 없었다. 그만큼 주어진 숙명대로 살아온 나였다. 그런데 인생의 만년에 정말 기적이 생겨 신의 선물을 받아안을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사람은 인연으로 살며 인연에 울고 웃는다더니 내 생애에 기적을 예시한 사람은 참으로 하늘이 점지해준 은인이 아닐수 없다. 그는 다른 이가 아니라 대성스님이라 부르는 스님이였다. 원래 불교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오다가 한국에 나갔는데 우연 한 기회에 대성스님이란 분을 알게 되였다.
      나는 내 인생살이가 너무나 고달파 지인에게 하소연하다가 대정산 정토사에 유명 한 스님이 있으니 찾아가면 도움을 줄수 있을것이라고 권고하였다. 나는 그말을 반신 반의 하면서도 정토사를 찾아갔다. 물에 빠진놈 짚오래기라도 짚는다는격인가! 그렇 게 유명하다는 정토사를 찾아가니 허명무실이 아닌듯싶었다. 절은 불공을 드리려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처럼 무지개같은 희망을 품고 온 정치인, 경제인들, 불우한 운명을 한탄하던 사람들이 불도의 힘을 빌려고 정토사를 찾아왔던것이다.
    그러다보니 여러 날을 기다려서야 법술이 유명하다는 주지스님을 뵙게 되였다. 나는 주지스님이라고 하면 홍안백발의 도고한 로승일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정작 만나고보니 너무 의외였다. 내앞으로 오신 주지스님은 40대의 젊은스님이였던것이다. 젊음도 젊음이겠지만 대번에 나를 현혹하게 한것은 미인미남들이 지천인 속세에서도 보기 드물게 희한한 미남이였다. 대성스님이라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나의 우둔한 생각에는 절에서 목탁이나 두드리고 념불하는 스님으로 되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물이였다. 나는 주지스님을 훔쳐보면서 이렇게 젊고 청수하게 생긴 분이 어찌하여 스님으로 되였을가?하는 의혹을 물리칠수 없었다. 주지스님은 언녕 나의 속내를 꿰뚫어 보았으련만 내색을 내지 않고 소탈하면서도 진지한 태도로 나를 마주하고 인간세상을 구제하는 불도를 설파하였다.
      며칠간 대성스님의 지도를 받아가며 부처님께 성심성의를 다하여 기도를 드리고 스님과 상담하였다. 대성스님은 박식한데다가 구술도 좋아서 알아듣기 쉽고 조리있게 얘기하였다.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고 스님의 말을 듣고보니 내 고민이 점차 해소되는 듯 싶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대성스님을 하늘님처럼 받들며 따르게 되였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걸 들을라니 정토사를 찾아와 대성주지스님의 도움을 받은 사람마다 정토사로 올때에는 마음의 상처가 깊었는데 부처님께 불공한 후에는 마음 속에 깊은 상처가 다 치유되였다고 하였다. 나도 그러했다. 절에 올때에는 머리가 복잡하고 고민이 많았는데 대성스님의 지도에 따라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고 상담을 하였더니 절을 떠날때에는 머리속에 잠겨있던 고민을 다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싶게 흐려있던 마음의 하늘이 활짝 개였다
       정통사에서 대성스님을 알게 된후 불교에 대한 나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였다. 이전에 스님이라면 목탁을 두두리고 념불만 외우는줄 않았는데 알고보니 대성스님은 그렇지 않았다. 대성스님은 유식한 분이였다. 스님은 불교경전을 통달하고 있었을 뿐만아니라 정치, 문화, 지리, 력사, 철학등 여러가지 학문에 대하여 조예가 깊었고 종잡을길 없는 속세의 인정세태와  세상이 돌아가는 일들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그는 인간적으로도 넓은 아량과 고상한 성품을 지닌 인격자였다. 그는 시간을 짜 내여 속세의 여러분야의 사람들과 심리상담도 하며 강연도 하였다. 심리상담을 할 때 는 심리학자같았다. 상담과정에 별별 까다로운 질문이 있었지만 내심하게 차근차근 잘 해석해 주었다. 결혼은커녕 련애도 안해보신 분이 련애문제, 결혼문제, 고부갈등 문제, 부모자식간의 문제 등 인간의 삶의 세부적 문제를 잘 료해하시였고 그런 문제 의 해결방법을 제시하는것을 보면서 자연히 감화되고 탄복하게 되였다.
       대성스님이 사회의 여러 학교에 가서 강의하였는데 나도 들은적이 있다. 풍부한 지식으로 조리밝게 강의하시는 스님을 보면 스님이라기보다. 력사선생이나 철학을 전공한 교수님과 같아보였다. 그리하여 나는 날이 감에 따라 더욱 대성스님을 숭배하 게 되였다. 스님이 원래 사람이 좋아서 그런지 며칠새 무랍없는 사이가 되여 스님과 스스럼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도 나눌수 있었다. 나는 대성스님을 보면서 속세를 떠나 지 않았다면 멋진 인생을 살 분인데 스님생활을 하는 그가 안타깝게 생각되였다. 나는 벼르고 벼르던 말을 털어놓았다.
        “속세에서도 멋지게 사실 분이 어떻게 되여 스님의 길을 택하였습니까?”
        “나의 팔자가 스님으로 되고 부처로 되는것인가 봅니다.”
        “그러면 언제 출가하였습니까?”
        “열여덥살 때입니다.”
        “열여덮살이면 한창 고중시절이였겠는데 학업을 페지하고 출가하니 부모님들이 극구 반대하셨겠네요.”
        “물론 절대 반대였지요. 그러나 부처님을 모시고 불도의 진리를 터득하려는 저의 의지는 누구도 막을수 없었습니다.”
        “녀자를 사랑해 본적이 있습니까?”
        “녀자! 사랑이요! 허허허”
       스님은 소탈하게 웃고는 정숙하게 대답했다.
        “한때는 마음속에 사랑하는 녀자가 있었습니다. 불교에 귀화하면서 그런 마음을 싹 털어버렸습니다.”
        “지금도 속세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없나요?”
        “속세의 유혹은 난당이지만 그런 생각은 해본적이 없습니다.”
       나는 대성스님의 불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알자 더 묻지 않았다.
       나는 불교를 신앙하지 않는다. 불교에 호감이 있다고 하여 불교 신자로 되고픈 생각은 없다. 불교를 신앙은 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불교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불경을 읽어본적이 없지만 지구상에 많은 나라들과 사람들이 불교를 신앙 하는것을 보면 불교를 신앙하지 않는 사람들로서는 리해할수 없고 느낄수없는 진리가 담겨있으리라 생각했다.
 
                                                       2
 
      어제 저녁에 생각밖에 대성스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스님은 자기가 기를 모아 북쪽을 비추어 보았더니 나의 몸에서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것이 보이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내몸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가고 물었다. 내가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자 자기가 본것이 옳다고 하면서 내 몸에 이상한 기류가 나타났을 때 제때에 막지 않으면 액운이 닦쳐올것이라했다. 급히 자기한테 련락하는게 좋을것이라며 신신당부하였다.
      나는 대성스님의 전화를 받고 경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수천리 밖에서도 내 영상을 보았다니 정말로 천리안을 가진 신선이라고 할만도 하다. 보통인간은 가질수 없는 특이공능을 가진 초인간적인 생불님이 틀림없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나도 내 몸에 나타난 이상한 변화에 불안해 하고있다. 늘 차갑던 손발이 혈기많던 젊은때 처럼 따스해지고 늘 식욕이 없어 고생했는데 요즘은 별스레 구미가 버쩍 당기는 음식이 많아지고 몸이 풍만해지는것이였다.
       인생에 고래희라는 70고개에 올랐건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에 밭고랑 같 던 주름이 엷어지면서 얼굴피부가 윤기나기 시작하였고 김빠진 고무풍선같이 축 늘어 졌던 젖가슴이 팽팽해 진것이다. 더구나 나를 당혹하게 한것은 페경이 언제였는데 월경까지 있게 되였으니 남들이 알면 기절초풍하지 않겠는가? 저절로도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면서도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였다.
       며칠전, 여느때처럼 소변을 보았는데 소변이 아니고 피가 나왔다. 피를 보자 깜짝 놀랐다. 련사흘동안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나는 그만 못쓸병에 걸리지나 않았냐?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덜컥했다. 내가 이 일때문에 한창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대성스님은 귀신같이 이일을 알아내고 전화를 하였던것이다. 신선이 아니고야 어떻게 수천리밖에서 내 일을 똑똑히 알수있겠는가? 나는 입속으로 대성스님을 여래 불의 혼신을 부여받은 존재가 아닐가 생각하게 되였다. 
       나는 죽을 병에나 걸리지 않았나? 하며 잔뜩 겁에 질려 병원으로 달려갔다. 산부인과를 찾아갔더니 50대의 남자의사가 병증을 묻고는 화험해 보라고 했다. 하루 가 지나 화험단을 가지고 의사한테로 갔더니 의사는 화험단을 보면서 눈이 화등잔같 이 되였다가 입을 가리고 히쭉히쭉 웃었다.
       “축하합니다.”
       “축하라니요? 몹쓸병에 걸렸겠는데 무슨 그런 말씀을 합니까?”
      내가 화난 어조로 말하자 의사는 무슨 병이 아니라 월경기능이 재생되였다고 하였다. “월경이라니!” 나는 너무도 뜻밖이여서 가슴이 다 먹먹해졌다. 의사는 나더러 전면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의사는 보기에도 겁나는 의료기구에 눕혀놓고 이리저리 살피는듯 싶더니 또 한번 롱담이라도 과할 말을 하는것이였다.
       “허참, 이런 기적이라구야, 녀사님은 신체가 대단히 좋습니다. 녀사님의 생육기능은 30대의 녀성과도 같습니다. 질벽도 좋고 자궁안도 매우 깨끗합니다. 내가30년간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녀성들을 보았지만 녀사처럼 생리구조가 이렇게 좋은분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자궁이 깨끗하고 손상이 없는것을 보아 녀사님은 한번도 생육을 못해보았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예ㅡ 한번도 생육을 못하였습니다.”
        “그렇겠지요, 그러나 녀사님의 지금 건강상태로 능히 생육할수 있습니다.”
        “생육이라니! 듣자하니 점잖은 의사선생님이 너무 하시는구만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녀사님은 년세가 많지만 신체조건이 특수하여 기적을 창조 할것 같다는 말입니다.”
       (기적을 창조할수있다?!) 나는 들을수록 어리둥절해지며 제정신이 아니였다. 란잡해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정밀검사를 해보겠다고 제의했다. 의사도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다고 했다.
       3일후 정밀검사 결과가 나왔다. 정밀검사를 하여도 여전히 병이 아니고 오히려 질과 자궁이 순도가 A급이라는 판정이 내렸다. A급이면 임신을 할수있는 확률이 높다고 하였다. 의사는 정밀검사 결과서를 들여다 보며 아닌밤중에 홍두깨 내밀듯 엉뚱하고 황당한 물음을 던져왔다.
        “녀사님께서는 임신하고싶은 생각이 없습니까?”
        “임신이라니요? 이 선생님이 정말…”
        “헛소리가 아닙니다. 녀사님의 신체조건으로 임신할 가능성이 풍부합니다. ”
        “아무리 내 신체가 좋다해도 그렇수 없습니다. 젊었을때도 임신못한것이 늘그막 에 와서 임신한다는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지금은 옛날과 달리 영양공급이 좋아 늙은녀성들에게 불가사한 일들이 적지않게 나타납니다. 아직 중국에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나이70에 생육한 녀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내 판단으로는 녀사님은 중국에서 첫기적을 창조할것 같습니다.”
       고목봉춘이란 말은 흔히 듣는 말이지만 그게 실제상에서 가능한 일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나는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기적! 기적이 어디 흔해빠진게라구 나에게서 일어난단말입니까?”
       “저를 믿으십시오, 절대 가능합니다.”
       의사가 듣고 모를 의학용어를 써가며 한동이나 설명했지만 그저 머리가 뻥해나서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의사가 제말을 듣고있는가고 물어서 정신이 들었다.
       “천하에 둘도없는 거짓이지만 남편과 상론해 하겠습니다. 사실 나도 임신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녀자로 세상에 태여나 여짓껏 자식을 낳지 못한것을 죄처럼 여기며 한을 품고 살아왔습니다. 언제라도 꼭 자식을 낳을수 있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여태껏 살아왔습니다. 하늘은 야속하게 나에게 자식이라는 선물을 주지 않았습 니다. 선생님이 말씀대로 내가 임신할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하니 한번 실험하고 싶습니다만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난다고 우리집 량반이…”
       “남편이 생육능력이 소실되였다해도 녀사님의 기어이 임신하고싶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귀신듣게 떡소리를 말랬던가? 사실 귀가 솔깃해지는것을 말릴수 없었다. 그만큼 자식낳이는 내 평생의 소원이였고 마침내 이루지 못하게 되자 풀리지 않은 앙금으로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는터였다. 녀자로 태여나서 시집을 가고 아이를 낳아 길러봐야 완정된 녀자라고 말할수 있다. 아이한번 낳아보지 못한 자신은 어디까지나 절반 녀자 이고 인류의 가장 위대한 감정이라는 모성애를 가져보지도 못한 녀자이니 녀자로서는 철저히 실패한 인생이 아닐수 없다.
        그렇게 생각해서였던지 다른 녀자들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거나 아이의 손 목을 잡고 걸어가는 장면을 볼때마다 부럽다못해 질투심이 온몸을 불살랐다. 귀엽거 나 못생겼거나 따질 여유도 없이 그저 제 아이만 하나 키울수 있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아이생각만 해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게 되고 막 미칠것만 같았다.
       그러다보니 젊었을 때는 앉으나 서나 임신할 욕망으로 나날을 보냈다. 한편 속타 는 마음을 달랠겸 임신에 관한 책들도 적잖게 보았다. 불임의 원인은 남자측 요인이 30를 차지하고 녀자측원인이 50를 차지하고 원인불명도 20%정도고 녀자측 원인은 배란장애가 절대다수고 통과장애, 착상장애 등 여러가지 인소가 있다는 설명을 보고 남편을 의심할 생각에 앞서 못생긴 자신을 얼마나 탓했는니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남들이 천생배필이라고 부러워할만큼 찰떡궁합에 금슬도 좋았고 건장하게 생긴 남편이 밤일에도 그렇게 극성이였는데 남들은 무우뽑듯이 아이를 뽑아내는데 왜 자신의 자궁속에서는 발동이 걸리지 않는지? 누구의 탓이든간에 자식낳이를 하지 못했으니 남편과 가족에게 죄를 진것같아 큰기침 한번 하지 못하고 청춘이 저물었다. 후에야 알게 되였지만 죄는 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고 결국 내 탓으로 돌릴 일만도 아니였던것이다.
       결혼하여5년이 지났는데도 아무소식이 없자 마음이 너그럽기로 한량없는 남편은 안해를 의심하기전에 혼자 병원에가 진찰받았다. 검사결과 남편에게 정자결핍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남편은 체면도 체면이려니와 나를 잃을가봐 나한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평생을 가슴에 그 비밀을 묻어두고 살아왔던것이다.
        나도 병원에가서 검사해보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것을 확인한후 남편의 탓이라고 믿었지만 결혼해서 하루같이 뜨겁게 사랑해주고 지극정성으로 대하기에 운명이거니 하고 네탈내탈 할세라 자식말은 입밖에 내놓지 않고 오손도손 살아왔다. 제배가 아 프게 애를 낳을수 없다는것을 확인하게 되자 내가 먼저 아이를 입양하자고 제기했다. 남편은 두말없이 동의했다. 수소문끝에 남자아이를 하나 입양했다. 남편은 제새끼처 럼 아이를 고와하였다. 낳은정보다 키운정이 더 깊다는 말을 자주 하면서…
                               
                                                     3
   
       사람의 욕심이란 참으로 끝이 없는가보다. 뻔연히 알면서도 그냥 외곬으로 빠지는 욕심을 떨쳐버릴수 없어 불쑥 애원 비슷한 말이 튀여나갔다.
       “무슨 좋은 방법이 있나요?”
       “임신하는데 제일 요긴한것은 남녀쌍방이 신체조건이 좋아야 하고 궁합이 맞어야 하며 녀성측에서 임신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임신을 하는데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연임신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수정입니다. 인공수정을 하려면 돈 이 많이 들고 수정과정이 힘들고 또 임신확률도 높지 않습니다. 초보적 통계에 의하 면 임신확률이 10퍼센트미만이라 합니다. 제일 좋기는 자연수정을 하는것입니다. 자연수정이 구비되지 못할 경우에는 할수없이 막부득이한 선택을 할수도 있습니다.”
       “막부득이한 선택이라니요?”
       “참, 면전에서 말하기가 별로인데요. 말하자면 도덕과 륜리를 벗어나야 합니다… 녀사님이 선택에 달렸습니다.”
       “아무리 임신하고 싶어도 륜리도덕이야 내버릴수 없지요.”
       내가 단마다 안짝에 거절하자 의사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집에 돌아오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녀자로서 임신을 하고 자식을 낳는 일은 나개인을 놓고 말하면 일생대사이다. 어떻게 할가? 자연임신을 할가? 그것은 안된다. 그럼 인공수정을 한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친다. 주착머리없이 어느때라고 인공수정을? 말도 안되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말인가? 의사의 말대로 딴남자와 사통한다?. 나중에 밝혀지면 낯을 들고 다니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의사가 말했지만 건강한 남자의 씨를 받으면 임신확률이 90%라 한다. 체면이고 도덕이도 다 팽개치고 눈을 지긋이 감고 그짓을 할가? 되짜듯 말짜득해도 도무지 정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남편과 상론하여야 했다. 나는 그날에 있었던 일들을 남편한테 말했다. 식물인이나 다름없던 남편은 그말을 듣더니 정신을 버쩍 차리는것이였다. 내몸을 이리저리 훝어보더니 긴 한숨을 쉬였다. 아마도 의사의 말대로 내가 정말 임신할것 같은 예감이 든 모양이였다.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꿍끙거리는것이 환히 보였다. 남편도 갑자기 이런일에 부딪치니 갈피를 잡기 힘든 모양인지 도리머리를 했다.
       무거운 침묵에 숨이 막힐듯했다. 드디어 남편은 철문처럼 무거운 입을 열었다.
       “여보, 내 불찰로 당신에게 평생 자식을 못낳다는 루를 끼쳤소. 미안하오. 의사의 말이 정말이라면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오. 당신이 하도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덕을 쌓은 덕분인가 보오. 기회를 놓치지 말고 당신의 소원을 풀어보오.”
       사실 나는 남편에게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말하려고 하다가 주춤하였다. 만약 의사가 말한대로 내가 임신할수 있다고 하면 남편은 어떻게 생각할가? 믿어줄가? 반대할가? 동의할가? 응당 반대하리라 예견했다. 그런데 내 생각밖으로 남편은 큰 결단을 내렸다. “당신소원을 풀어보라”고 한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젔다.
        비록 남편의 동의를 받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다시 생각하여 보니 임신 한다는 자체가 함부로 결단을 내릴수없는 심각한 문제였다. 남편은 이미 완전히 생육 능력을 상실하였다. 내가 만약 탈선하여 남의 씨를 받는다면 내게는 소원성취이지만 남편은 마음이 좋겠는가? 생각하면 후과가 두려웠다. 남편이 허락했지만 정말로 내가 임신하였을때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나올지 모른다. 남자의 자존심때문에 치욕으로 느낄것이다.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뒷일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남의 씨를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앞으로 애를 키울문제가 더 큰 문제이다.
       생각할수록 고민만 깊어갔다. 처음엔 임신할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하자 20대의 녀자처럼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내 신체조건으로는 90프로로 임신할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잔뜩 열이 올랐다. 황소같은 남자를 만나 얽히면 단방이라고 걸릴것같은 허무한 생각도 했다. 그러다 다시 랭정하게 생각해보니 임신하는 문제가 말처럼 식은죽먹기가 아니였다. 지나온 경과가 충분히 설명하여준다. 나는 이점을 잘 알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하늘은 우리부부에게는 무어나 다 주면서도 유독 자식을 낳을 기회는 주지않더니 이번에는 우리에게 은총을 베풀어줄가? …
       이번에 재생한 생육기능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하늘이 준 선물 을 받아들이지 않고 놓쳐버린다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임 신을 하고 자식을 낳고싶은 욕망이 기름을 끼얹은 모닥불처럼 확 일어섰다. 늦게 나마 찾아온 이 기회를 단단히 잡아야 한다. 무슨 수단을 가리더라도 잡아야 한다. 이번 기회는 하늘이 준 천재일후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기회는 다시오지 않는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였다.
       주먹은 그러쥐였지만 실천에 옮길수 없었다. 건강한 남편이라도 모르겠는데 그 나이에 녀자를 임신시킬수는 없으니  자연임신은 백프로 불가능하다. 그럼 의사말대 로 인공수정을 해본다? 인공수정을 하려면 돈도 많이들고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 둘도 없는 보배를 얻을수만 있다면 그까짓 돈은 문제가 아닌데 어려운 고비를 넘길지가 또 천근같은 근심이다.
      만약 인공수정을 하려다가 몸을 망칠질수도 있다. 몸이 망가질것을 생각하니 가 슴이 떨린다. 가슴이 떨리고 힘들어도 참을수 있는데 인공수정을 하면 임신할 확률이 10프로도 안된다고 하니 참 코막고 답답한 일이 아닌가, 너무 답답하여 녀동생한테 말하였더니 절대 인공수정을 하지말라고 한다. 인공수정을 하다가 병든 사람도 있다 고 했다. 동생은 아저씨가 동의했으니 좋은 남자를 만나 자연임신을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한담? 정답을 찾지못하여 밤잠도 제대로 잘수 없다. 내가 이렇게 결단을 못내리고 고민하고 있을때 의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녀사님 결정을 하였습니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녀사님 우리집으로 오십시오. 다시 한번 깊이 상담해봅시다.”
      나는 이것저것 고려할새없이 의사선생님의 집으로 갔다. 집안에 들어서니 객실 은 널직하였고 깔끔하게 정리되여 있었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창턱에는 노란 개나 리꽃과 무궁화꽃이 활짝 피여있었다. 벽에는 값진 유화들과 커다란 가족사진이 걸려있었다.
      내가 방안을 둘러보는 사이 의사선생님은 커피를 끓여오고 과일을 탁상우에 올려놓았다. 우리는 오랜 지기나 되듯이 쏘파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고귀한 분을 이런 초라한 집으로 오시라 하시여 미안합니다. ”
        “무슨 말씀입니까? 너무나도 정갈하게 꾸미였어요. 내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오늘 제가 녀사님을 오라고 한것은 다른 일이 아닙니다. 전번에 말하였지만 녀사님의 의사를 듣고 싶어서입니다.”
      “나도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남편한테 내가 임신할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말하자 희소식이라면서 내 소원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 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갈피를 잡지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남편은 이미 생육기능을 상실하였습니다. 내가 만약 륜리도덕을 버리고 외간남자와 그런다 는것도 말이 아닙니다. 인공수정을 할가 생각해도 보았지만 너무도 힘들것 같아 포기 했습니다. 아무래도 모든것을 포기해야 할것같습니다.”
        “포기하다니요? 좋은 기회를 놓치는게 아쉽습니다. 한번 더 생각해 보십시오. 나도 솔직히 말하면 녀사님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녀사님 처럼 70고령에 생리기가 왔다는것은 중국에서도 보기드문 일입니다.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금년에《새 시대 녀성들의 로년기에 나타나는 생리현상》이란 론 문을 준비하고 있는중입니다. 녀사님의 생리현상이 내 론문에 론거로 될수있습니다. 부디 녀사님께서는 하늘이 준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주십시오.”
       나를 바라보는 의사의 눈빛에는 거의 애원에 가까운 뜻이 담겨있었다.
       “다시 한번 고려해 보지요. 그런데 사모님은 왜 보이지 않습니까? ”
       “사실 처는 8년전에 미국으로 갔습니다. 자식들도 다 외지에 있고…”
       “남자가 혼자 살려면 무척 힘들텐데요?”
       “인젠 습관이 되여 괜찮습니다.”
       “늘그막에 제일 힘든것이 고독이라 하는데 선생님은 참 용합니다. 혹 선생님이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어 갈증을 말리는게 아닌가요?”
       “그러지 않아도 동료들이 애인을 구하라고 권고합니다.”
       “애인을 찾지않고 사모님이 올 때를 기다리렵니까?”
       “인제 기다릴 일도 없습니다. 재작년에 리혼을 하였습니다.”
       “어머, 리혼요? 그럼 이 좋은 조건에 새 부인을 맞아야 하지요.”
       “정작 새 사람을 만나자니 어디 생각대로 됨니까.”
       “선생님의 조건으로는 얼마든지 이마를 튕겨가며 고를수 있겠는데. 선생님이 눈이 너무 높은가 봅니다.”
       “아닙니다. 나는 조건이 높지 않습니다. 인물도 인물이지만 대화가 잘 될수 있 는 녀자면 됩니다. 그런데 아직 그런 녀성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남자들 모두 우선 인물만 보는가 했더니 그렇지 않습니다예?”
       “물론 같은 값에 분홍치마라구 고운 녀자에게 호감이 가는것은 사실입니다. 하지 만 내 체험으로는 진정 사랑하고싶은 녀자는 얼굴보다도 마음이 하나로 융합되여 말 썽없이 인생길을 동행할수 있는 녀자입니다. 녀사님과 같은분 말입니다.”
       “아이구나, 좋게 평가하여주니 고맙습니다만 나는 이제는 잔소리 많은 할망구에 이제 보이는것은 북망산인데 무슨 그런 해괴한 말씀을 다…”
       “아니요, 녀사님의 말씀하는것을 보면 로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정밀검사를 하여보니 녀사님의 신체조건은 50대에 해당됨니다. 참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아이고, 그렇게 젊게 봐주니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의사는 말을 하면서 능글맞은 눈길로 부푼 내 가슴을 훔쳐보는것이였다. 나는 녀자의 본능으로 슬그머니 손으로 가슴을 가리웠다. 시계를 보니 저녁 여섯시였다. 내가 자리를 뜨려는데 의사선생님은 어쩌다 오셨는데 저녁을 자시고 가라고 극구 만류했다. 나는 더는 거절할수 없어 식탁에 마주앉았다. 맛스런 료리에다 향그런 술을 마시고 나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후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즐겁게 보냈다는 기억만이 어렴풋하다.
 
                                                     4.
 
      누군가 인생의 전반부는 비극으로 엮어지다가 후반부는 희극으로 나타난다더니 내 인생이야말로 만년에 희극을 연출하게 되였다. 나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으니 말 이다. 할미꽃도 꽃이라지만 호호백발에 남자친구를 만났다니 그야말로 울다가 웃을 희극이 아니겠는가? 역시 인연으로 얽히는 인생이지만 딴 남자가 생길줄은 몰랐다.
       나는 매일 아침 연집강 뚝길을 걷는 운동을 견지하고 있는데 그맘때면 꼭꼭 마주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공원다리에서 북으로 향해걷고 그 사람은 어디서 오는지 그냥 남쪽으로 향해 걸어온다. 원래 길을 갈 때 곁눈질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걷는 습관이 있다 보니 정면에서 마주오는 그 사람의 얼굴을 흘려버릴수 없었다.
       어느날 그 사람이 갑자기 내앞을 턱 막아서며 환성을 올렸다.
       “아니 이게 영희가 아니야?! 야, 참! 오랜간만이다.”
       “영희요? 저는 영희가 아닌데요.”
      내가 아니라는데도 그 사람은 내손을 와락 부여잡았다. 나도 본능이 시켰는지 어망간에 그의 커다란 손에 손을 맡겨버렸다.
      “너 영희가 맞구나, 세린하 문하동에서 살던 신영희말이다.”
      “미안합니다.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영희가 아니라구요? 내가 잘못 볼리가 없는데…”
     내가 매몰차게 손을 빼며 아니라고 하자 그 사람은  뒤통수를 긁었다. 나는 낯 모를 남자와 긴 말을 섞고싶지 않아 가던길을 재촉했다.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초면강산인 남자이면서도 어느 기억의 구석에서 튀여나올듯 한 보던 얼굴같기도 했다.
      이튿날 약속이나 한것처럼 그 남자를 또 만났다.
      “어제는 실수했습니다. 량해하십시오. 녀사님의 모습이 내 기억속에 신영희와 너 무나 신통해서 그런것같습니다.”
      “사노라면 그럴수 있지요? 세상엔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푸술하니까요.”
      “리해하신다니 감사합니다. 헌데 혹 옛날 세린하에서 살지 않았습니까?”
      “네. 어릴때 세린하에서 자랐습니다.”
      “그럼 문하동에 있던 신영희를 모르십니까?”
      “동성동명도 많으니 딱 그인지 모르지만 내 사촌동생도 신영희입니다.”
      “신영희가 사촌동생이라면 나를 모르겠습니까? 리화동에 박형국입니다.”
      리화동의 박형국? 기억의 테푸를 재빠르게 돌려보아도 아무 영상도 떠오르지 않 았다. 세월의 물결에 떠내려간 영상들이 아무리 많아도 한번 새겨진 모습은 잘 잊는 내가 아니였다. 그런데 박형국이란 이름조차 떠올려지지 않았다.
       “미안해요.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는 아주 어릴때 연길로 왔습니다. 오랜 일이라 고향분들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떻게 되여 영희를 아십니까?”
     “영희와 나는 소학교, 중학교 동창이였습니다. 나의 첫사랑이기도 하였습니다.”
     “나와 못하는 말이 없는 영희가 그런 사연이 있다고 말한적이 없었는데… ”
     “영희도 나를 무척 좋아했지요. 그런데 피치못할 사연으로 영희는 삼도만 탄광의 로동자한테 시집을 갔습니다. 그후 나는 군대에 갔다가 제대되여 향정부 무장조리 원으로 있다가 추천을 받고 지구당교에서 학습하였습니다. 후에 줄곧 현정부에서 사 업하다가 정년퇴직했습니다. 첫사랑이란 참으로 끈덕진 감정인것 같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자식들을 두었지만 마음속에 깊숙히 자리잡은 영희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재작년에 안해가 먼저 가고나서 더구나 영희가 생각났습니다. 수소문해보니 영희 도 남편을 잃고 자식을 따라 한국으로 갔답니다. 사처에 부탁해서 영희의 전화번호를 알고 전화를 했더니 그도 나를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내가 영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자 좀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전화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지…녀사님을 처음 보는 순간 영희라고 단정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그냥 지나치다가 어제는 큰 마음을 먹고 확인해보려 했던것입니다. ”
       “참 안되였어요. 영희는 2년전 서울서 교통사고로 잘못되였습니다.”
       “뭐라구요?! 그럼…아, 그래 소식이 없어구나.”
       그 사람은 땅이 꺼지도록 긴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눈굽을 찍고 있는듯싶었 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만나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익숙한 사이가 되였다. 어느날 그는 한번 식사나 같이 하자고 청들었다. 나는 한참 고려하다가 영희의 인정을 생각 해서라도 거절할수 없었다. 고인이 된 내 동생을 사랑했던 사람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전주비빔밥집으로 갔다.
      “영희때문에 매우 상심하시는데 인연이 닿지 못한것으로 생각하십시오.”
      “아주머니는 나의 첫사랑의 영희에 대한 감정을 알수 없지요. 이렇게 된 마당 에서 영희마저 먼저 갔으니 다른 녀자가 마음에 들어설수 있겠습니까? 혹 아주 머니와 같은 분이라면 몰라도.”
       “나를요 ? ”
       “네 그렇습니다. 지금 내눈에는 아주머니가 그냥 영희처럼 보입니다.”
       “정 그러시다면 내가 영희대신 선생님의 친구로 되여줄가요?…”
       그날부터 우리는 교제가 빈번해졌다. 인정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리해와 신뢰이다. 그 사람과 교제하면서 우리 둘사이에 대화가 너무나도 잘된다고 생각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다시 젊은시절을 되찾은듯한 느낌속에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받아들 이게 되였고 날이 갈수록 서로를 밀착시키고 있음에 놀라웠다.
        마침내 그 남자가 나를 공원에 불러내더니 백합꽃 한묶음을 안겨주며 사랑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사랑이란 말이 아무리 흔해빠진 세상이라도 우리 나이에 사랑이란 말이 오고간다는것은 아무래도 격에 맞지 않았다. 나는 우리 사이는 이정도만큼으로 만족하는게 좋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런데 말과 마음은 다른것인가? 사실 말은 그렇게 매몰차게 하였지만 가슴마저 매정해진것은 아니였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누구에게든 인생의 주어가 아닌가? 녀자란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사랑한다는 말에 무감각할수는 없다. 얼굴이 붉어 지고 가슴이 쿵쿵거리지는 않더라도 듣기만해도 기분이 들리는 말이 아닌가!
       그 남자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할 때 저도 모르게 마음 이 야릇해지는것을 보면 내가 정말 회춘해서 젊은녀자의 생리를 가져서일가? 나는 아 직 죽을 나이가 아니다. 나는 이제라도 사랑을 할수 있다고 내심으로 소리치고 있는 듯싶다. 아이한번 낳아보지 못하고 훌쩍 가버린 내 청춘이여서 마음마저 싹 말라버렸 다가 이제 다시 뜨거운 피가 거꾸로 흐르게 되였는가? 
 
                                                        5
 
      나 스스로 자신을 단속하느라 하였지만 남녀의 본성은 늙을줄 모르는듯 그렇게 자주 만나고 친밀해지다가 마침내 우리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되였다. 늦바람 이 곱새를 벗긴다더니 한번 달아올랐던 몸은 그냥 뜨겁게 달아오르기를 바라고 있어 나 자신을 다잡을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오히려 주동이 되여 그를 찾았다.
      사람의 정력은 쇠퇴하지만 성애에 대한 갈망은 나이를 모르는 특수한 남자들도 있는듯싶다. 그 남자가 나보다 세살 아래이지만 그렇게 정력이 왕성한데는 감탄하지 않을수 없다. 남이야 어찌 생각하든 둘이 하는 일은 그렇게 재미날수가 없었다. 나 는 마흔에 만득자도 아닌 고래희에 아이를 낳아보려는 욕심을 앞세우고 젊은녀자처럼 몸을 한껏 달구다보니 남자도 덩달아 성애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렸다…
       그렇게 황혼열련에 빠져들어 날이 가는줄 모르다가 내 몸에 이상한 증상이 나타 난것을 발견하고 끔쩍 놀랐다. 자도자도 잠이 모자라고 몸은 천근인양 무겁고 사각이 나른한게 도통 맥이 나지 않는다. 입덧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속이 자주 메슥메슥하면 서  구토가 났다. 정말 임신일가? 불안과 위구심고 요행심리가 고패치면서 도무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착잡해진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아가니 남자주임의사는 보이지 않고 젊은 의사 가 있었다. 내가 주임의사를 찾았더니 학술론문을 발표하려 북경에 갔다고 했다. 좀 서운했지만 엎딘김에 절이라고 젊은의사에게 보였다. 의사는 마치 내가 우주인이 아 니면 괴물이기라도 한듯 데꾼해진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상야릇하게 웃었다.
      믿기지는 않지만 임신한것 같으니 초음파를 해보라고 했다. 임신이 옳았다. 그렇 게 바라던 일이 결국 현실로 되였지만 나는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것처럼 몸을 가눌수 없었다. 그렇게 충격적인 일이였던것이다. 이일을 어쩌나? 임신한것을 먼저 누구에게 알려야 할가? 누구누구해도 남편에게 알려야 했다.
       나는 큰맘먹고 남편한테 임신했다고 실토했다. 내말을 듣던 남편은 아무 말도 없이 돌아누웠다. 그런데 새벽이 되여 괴상한 소리가 나기에 깨여나보니 거의 경직 되여 있던 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급해난 나는 120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가와서 남편을 병원으로 실어갔다. 남편은 병원으로 가서 구급치료를 받았으나 효과를 보지못하고 충격으로 인한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던중 남편이 쓴 유서를 발견하였다. 삐뚤삐뚤 쓴 글을 보니 직전에 쓴것같았다. 자신이 남편구실을 제대로 못하여 미안하다는 말과 앞으로 애가 태여 나거든 자기의 성을 따라 함씨를 달라는 부탁이였다. 나는 유서를 채읽지 못 하고 구들바닥을 치며 대성통곡하였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다섯달이 되여서부터 나는 제법 임신부의 모양을 갖 추었다. 신은 늦게나마 나에게 자식을 못낳은 한을 풀어주고 귀한자식을 선물로 주었 을가? 하늘에 감사하기 그지없다. 선물을 받고보니 온세상의 복과 기쁨을 나혼자 독차지 한것처럼 흐뭇해 났다. 나는 점점 커가는 배를 보면서 기뻐하면서도 남들에게 드러나고야말것때문에 문밖에 얼씬거리지도 못했다. 때론 혼자서 애비없는 애를 키울 일을 생각하면 근심이 태산처럼 막아섰다. 그래도 이미 그런 어려움을 다 감당하리라 각오를 한터라 결코 후회하는 마음만은 없었다.
       아들며느리는 사연이야 어찌 되였든 불문하고 정성껏 보살펴주었다. 시에미가 임신한 며느리를 돌보아주는것이 상례인데 며느리가 시어머니 시중을 들게 되였으니 세상은 희비극이요 사람의 앞일이란 참으로 알길없다는 말이 그른데 없다. 뒤공론이 무성해지고 아무도 상상해낼수 없는 “기적”을 창조한 이 늙은에미에게 가타부타 말없는 아들,며느리가 고마웠다. 아들은 어머니의 평생의 한을 풀게 되였으니 마음을 푹놓고 몸조리를 잘하라고 신측할뿐이였다.
       드디어 두렵고 기대되는 해산달이 다가왔다. 나는 필생의 힘과 정력으로 신이 준 선물을 무사히 받아안으리라 마음을 단단히 다잡았다. 한편 애가 세상에 태여나면 어떻게 이름성명을 달가 생각했다. 자식은 애비의 성을 따르는것이 원칙이다. 애아버 지가 누구라고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나는 애가 태여나면 이름이야 어찌 짓든 성씨만은 함씨로 정하기로 하였다.
       의사선생님도 내가 임신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기적을 창조하였다고 하면서 자기 가 쓴 론문이 특등상을 탈것이라 했다. 아이를 키울 때 어려움이 있으면 자기를 찾으 라 했다. 남자친구는 두말없이 정정당당하게 결혼하자고 했다. 나는 대성스님한테도 사실을 알렸다. 대성스님은 내가 임신하였다는것을 언녕 알고있었단다. 스님은 앞으 로 애를 키우기 힘들면 한국에 나와 자기에게 애를 맡기라고 했다.
       해산날이 다가올수록 기적의 아이는 세상에 빨리 내보내달라고 떼질을 쓰는지 태동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아들은 나를 미루 주원시키려 했다. 그런데 주원수속을 하려고 하니 보호자부터 찾았다. 내가 남편이 외출해서 잠시 보호자가 없다고 했더니 산모가 초산이자 나이가 많아 순산하기 위험하니 절개수술을 해야 한다며 후과를 책임진다는 보호자의 담보서가 있어야 한다고 재촉했다.
      제일 보호자인 남편이 없으니 누가 나서야 하는가? 아들이 나서서 보호자란에 싸인하려는데 남동생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제가 싸인하는게 순리라며 아들을 밀쳤다. 남동생이 필을 들고 막 싸인하려고 하는데 그 남자가 들어서며 “잠간!” 하고 소리치 더니 남동생의 손에서 원주필을 빼앗아내서 싸인하려고 했다. 필을 빼앗긴 남동생은 버럭 성을 냈다.
       “초하루 보름에도 본적이 없는 당신이 뭔데?”
       “나 저사람이 남편될 사람이구 애 아빠로 될 사람이우”
       “뭐! 우리 누님의 남편될 사람? 애아빠로 될 사람이라구?”
       “그렇소 알고싶으면 누님과 물어보오.”
       그리고는 부랴부랴 싸인하였다. 동생은 어이가 없다는듯이 씩씩거리며 천장만 쳐다보았다. 나는 그 사람의 애아빠라고 싸인을 했지만 앞으로 누가 또 애아빠라고 나설지 근심되였다. 누구누구 해도 진정한 애아빠는 나만 알고있는 비밀이다. 내가 산실로 들어간후 형제들과 그 남자는 언제 다투었냐싶게 이심전심 내가 무사하게 해산하기만 바라며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  나는 제왕절개수술을 하지않고 순산을 하기로 하였다. 정말로 기적우의 기적을 창조할 판이였다. 나는 의사의 지도대로 호흡조절을 하면서 기를 모아 아래배에 힘을 주었다. 초산의 고통이 무엇인지 체험하는 나로서는 죽을맛이였다.
       드디어 하늘땅이 뒤번져 지는듯한 동통과 함께 거대한 힘이 모아지더니 내몸 아래에서 “으앙” 소리가 터저나왔다. 그 소리는 마치 비상 싸이렌 소리처럼 요란했다. 나는 눈을 번쩍 떳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병원 산실이 아니고 나의 침실이였다. 고고성을 지르던 아이는 보이지 않고 내가슴에 커다란 인형이 말없이 웃고있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9 새봄맞은 찔레꽃 (6) 2023-06-06 0 394
18 새봄맞은 찔레꽃 (5) 2023-06-01 0 199
17 새봄맞은 찔레꽃 (4) 2023-05-27 0 188
16 새봄맞은 찔레꽃 (3) 2023-05-23 0 202
15 새봄맞은 찔레꽃 (2) 2023-05-19 0 174
14 새봄맞은 찔레꽃 (1) 2023-05-16 0 230
13 쏙덕 령감 2018-02-19 0 2553
12 홍씨네 형제 (2) 2017-12-20 0 1500
11 홍씨네 형제(1) 2017-12-19 0 1498
10 배신자 2017-11-17 0 1659
9 그녀들의 운명 2017-07-13 0 958
8 원점 2017-05-22 3 2399
7 꼬인 바줄 2017-03-09 1 2448
6 싱글들의 이야기 2017-02-12 0 3086
5 신이 준 선물 2016-08-19 0 1803
4 단편소설 붉은기미 2016-04-27 6 2121
3 첫사랑 2015-01-07 0 2171
2 황혼의 로맨스 2014-12-19 1 2153
1 마음이 돌고 돌아 2014-12-16 0 1746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