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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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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두루미 시인" - 리상각
2016년 11월 11일 22시 26분  조회:3453  추천:0  작성자: 죽림

실화드라마 <두루미 시인-리상각>
   
          극본: 윤희언

          연출: 주춘복
 

 

제1편

<학생시절>

 

나오는 사람들

상 봉: 리상각의 애명. (소학교시절까지 불리웠음)

아버지: 리운손.

어머니:

할머니:

안노인: 침구의사의 안해.

로 인: 침구에 능한 분.

아리랑여자: 남편에게 구박받아 쫓겨난 여인.

이름 모를 아지미: 처녀, 일본놈들의 위안부로 잡혀감.

상 각: 리상각의 본명. (중학교시절부터 불리웠음)

선생님(녀):소학교 교원.

남학생:

녀학생:

한창립: 중학교 담임교원, 사범학교 교원, 은사님.

 

음 악:

이상각:(육성1)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나에게 시를 쓰도록 강요한적이 없습니다. 내가 시를 쓰지 않으면 배길수 없는 흥분으로, 저도 모르게 필을 든지도 거의 5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고향과 자연 그리고 이웃들과 우리가 사는 인간세상이 어쩌면 그리도 오묘하게, 오색이 령롱한 모습으로 나에게 안겨왔는지요. 나는 단순하고 소박한 감정으로, 신비한 시세계로 부딪쳐보고싶은 충동으로 필을 들었습니다.

 

음 악:

효 과:바람 소리, 줄금줄금 내리는 비 소리.

해 설:나의 아버지 이름은 리운손이였다. 한자로 구름의 손자라는 뜻인데 이름 그대로 아버지는 일생을 구름같이 떠돌아 다니는 기구한 팔자였다. 아버지는 유복자였는데 나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에서 아버지의 외아들로 태여났다.

음 악:

해 설:아버지는 열한살부터 쪽지게를 지고 다니며 일하였다. 열여덟살이 되자 아홉 살인 어머니네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갔다.

음 악:

해 설:그해 아버지는 일자리를 찾아 원산까지 480리, 원산에서 다시 금강산까지 440리를 도보로 갔다. 홀몸으로 철도판, 정거장, 목재판과 같은 남들이 업수이 여기는 일판에 마구 뛰여들었다.

음 악:

효 과:새들이 우짖는 소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

효 과:목도군들이 먹이는 소리. <허이영, 허이영...>

목도군:자, 들자구. 허이-차! 허이-창!

일 동:(발작에 따라 먹이는 소리)허이영, 허이영...

젊은이:헉헉, 운손이 견딜만해?

아버지:음, 괜찮아요. 허이영, 허이영!

젊은이:운손이 명심하라구.

아버지:예, 알겠습니다.

음 악:

효 과:갑판으로 오르는 무거운 발걸음 소리.

늙은이:(아래에서 고함소리)갑판 떨어진다-!

목도군들:앗! 운손이... 운손이!

효 과:덜커덕, 쿵!

아버지:(비명소리)아앗! 헉!

목도군들:운손이, 운손이!

음 악:

해 설:아버지는 목도채에 깔려 얼굴이 새까맣게 질리여 까무라쳤다. 목도군들이 아버지의 상처를 치료하려고 이름난 병원을 다 돌아다녔으나 효험이 없었다.

효 과:끙끙 신음하는 소리. 장죽 빠는 소리.

안노인: 젊은이 집은 어디요?

아버지:어머니, 난 집도 없고 식구도 없어요.

안노인:그래요. 불쌍하구만요.

아버지:어머니, 부탁드립니다. 집 주인분 침구로 병 잘 고친대서 찾아왔습니다.

안노인:응 그래, 우리 령감이 남몰래 침을 놓네. 젊은이 어디 한번 들어가 사정해보게.

아버지:어머니,감사합니다.

안노인:그럼 들가 보게.

음 악:

효과:삽작문 열리는 소리.

효 과: 끙끙 몸 뒤채이는 소리, 끌끌 혀차는 소리.

아버지:로인님, 어떻습니까?

로 인:음, 젊은이 자네 등뼈 세번째마디가 물러앉았구만.

아버지:그래요? 로인님, 무슨 치료방법이 없습니까?

로 인:글쎄유.

아버지:로인님, 부탁드립니다. 제 병만 나으며 평생 잊지 않을겁니다.

로 인:허허허, 그런데 젊은이, 한가지 약속이 있네. 들어주겠나?

아버지:말씀 하십시오.

로 인:자네 이 병을 내 침구로 치료할수는 있네. 그러나 자네 타박으로 생긴 병이니 혼연일체로 다 완쾌하긴 곤난하다네. 내가 침을 놔서 몸은 나을순 있지만 자네는 석달만에 벙어리가 될수 있네. 음, 벙어리가 되기 싫으면 불구자가 돼야 하구. (잠간)허허, 자네 벙어리가 되겠나, 아니면 불구자가 되겠나? 어떤 침을 맞겠나?

아버지:(독백)말을 할수 있어도 불구자가 된다면 벌어먹고 살수 없다. 벙어리는 그래도 일해 먹고 살수 있지 않는가?

아버지:로인님, 난 벙어리가 되겠습니다. 불구자 신세를 면하고 벙어리가 되는 침을 놔주십시오.

로 인:허허, 그래? 그럼 마음 하난 단단히 먹게.

아버지:예, 근심 마십시오.

음 악:

해 설:아버지는 매일 그 로인에게서 침을 맞으며 초약을 달여 마셨다. 사흘이 지나서부터 아버지는 언제 벙어리가 될지 몰라 매일 혼자 혀를 놀리며 말해보군 했다. 차차 왼팔을 조금씩 들수 있었고 혀도 굳어지지 않아 말도 할수 있었다. 아버지의 목뒤에 큰 혹이 삐여져나왔을뿐 별문제가 없었다.

음 악:

해 설:그후 아버지는 또다시 금강산까지 백오십리를 도보로 걸어가서 로동판에 뛰여들었다. 철원에 가서 얼음판을 뜨는 일을 했고 소도 못 끄는 벼랑길에서 박달나무 벌목을 했다. 거기서 아버지는 돈 한푼 받지 못하고 거지신세가 되여 옷을 저당잡히고 외상으로 밥을 먹어가며 고향을 바라고 길을 떠났다.

효 과:부엉새 우는 소리. 씨엉씨엉 산길을 톺는 소리.

아버지:(독백)(헐떡이는 숨소리)날이 저물어가는데 왜 집 한 채 없나? (잠간)음, 저 산자락에 귀틀집 하나 있구나. 밥술이라도 얻어먹고 하루밤 자고 가야지.

효 과:컹컹 개짖는 소리.

아버지:주인님 계시옵니까?

처남:뉘신죠?

아버지:지나 가던 길손입니다. 날이 저물러 한밤 자고 갈수 없나... 해...서...

처남:매부... 매부!

아버지:어? 

처남:매부, 나요, 나! 날 모르겠소?

음 악:

효과:삽작문 열리는 소리.

처삼촌:누구여?

처남:삼촌, 운손매부가 왔어요.

처삼촌:운손이가?

아버지:삼촌, 내 운손입니다.

처삼촌:운손아, 너 이제야 나타났느냐?

아버지:삼촌, 죄송합니다.

처삼촌:저 애가, 저 애...너 이놈아, 안해는 죽어도 네 귀신이고 살아도 네 귀신이니깐, 이젠 달아나도 네 등대기에 저 애를, 너 안해를 처달고 달아나란말이다!

아버지:삼촌, 난 그동안 살아가겠노라 갖은 고생  다 했었습니다.

처삼촌:됐다, 됐어. 네가 한 개고생 다 자길 위한 개고생이지. 난 상관없다! 이번에 너 저애, 너 안해를 버리고 갈 생각을 해선 천벌을 면치 못할거다, 알겠냐?

아버지:삼촌...

음 악:

해 설:아버지는 꼼짝 못하고 붙잡혔다. 이렇게 아버지는 데릴사위로 들어간지 7년만에 어머니와 결합했고 그 사이에 내가 외아들로 태여났다.

음 악:

해 설:가정을 이룬 뒤에도 아버지는 집을 떠나 돈을 벌어보려고 떠돌아다니며 죽을 고생을 다 겪었다. 우리 아버지는 남다른 성질 두가지를 가졌다. 한가지는 늘 한곳에 눌러앉아있지 못하는 전형적인 <강원도 보따리>고 다른 한가지는 성질이 꼬장꼬장하기로 비길데 없는데다가 한번 먹은 마음을 고치지 않는 <고집불통>이였다.

해 설:내가 두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는 홀몸으로 북만주에 들어가 농사를 지어보고는 돌아와 만주에 이사가기로 했다. 그 바람에 셋째할아버지네 할머니와 고모 그리고 이웃들이 우리를 따라나섰다.

해 설:어머니는 고향을 떠나기 아쉬워 아버지에게 사정해보았으니 허사였다. 정작 떠나자니 걸음걸음이 눈물이였다. 3년후에 다시 돌아오마 하고 집과 터밭과 과일나무를 모두 남에게 빌려주고 떠났다가 지금까지 60여년 타향살이를 끝내지 못하고만것이다.

해 설:그해 마도석에 자리를 잡고 농사를 지었는데 첫해 농사가 그만 흉년이여서 다섯집이 모두 빚을 덜컥 지고 나앉았다. 겨울에 아버지는 목재판에 뛰여들었으나 역시 빈털터리가 되었다.

음 악:

해 설:어머니는 밤낮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강원도에서 겪은 고생은 까맣게 잊고 이제는 고향을 돌아가자고 아버지와 졸랐다.

음 악:

효 과:술 마시는 소리, 부저로 화로 뚜지는 소리.

건달군:거긴 말이우다. 하루갈이 땅에 곡식이 서른섬씩 나지유. 물고기가 욱실거리구. 매일 쌀밥에 고기국으로 부자처럼 산대유.

아버지:그렇소. 좋은 고장이구만.

건달군:좋다뿐이겠어유. 내 뭐 운손씨에게 거짓말 하겠슈?

아버지:좋소. 그럼 나도 거기루 가야지. (잠간)자, 이 술 다 드시소.

건달군:자, 쭉 들자구유.

음 악:

해 설:아버지는 귀가 작지만 귀구멍이 큰지 건달군의 구수한 말에 홀딱 반했다. 아버지는 그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부산을 떨었다.

할머니:난 안간다. 우린 고향으로 돌아가겠다.

아버지:어머니두, 쌀밥에 고기국 먹는곳 얼마나 좋겠습니까? 만년에 생선국 훌훌 불며 살아보시라요.

할머니:안간다. 안가!

어머니:여보, 우리도 우리 살던 고향으로 나갑시다요.

아버지:뭐야, 뭘 안다고 지껄이는거야?

어머니:여보, 어머님 말씀 잘 들으세요.

아버지:난 언녕 결정했소. 그 사람이 길잡이로 내서는데, 당신 옷견지나 반반하게 그 사람 해입히라구.

할머니:아니, 뭐라고? 너 어벌짝두 크구나. 너 이사한다는 이렇게 큰 일을 그래 이 에미하고 동생하고 안낙네하구 토론두 없단말이냐?

아버지:어머니, 내 말들어요.

어머니:여보.

할머니:난 안가겠다. 죽어두 안가겠다.

아버지:어머니...

어머니:어머니.

효 과:울음소리.

음 악:

할머니:이제 우리 갈라지면 언제 또 만나겠냐?

고 모:엄마!

어머니: 어머니!

효 과:울음 소리.

음 악:

해 설:우리가 부금으로 떠난뒤에 할머니와 고모는 강원도 양구로 돌아갔다. 생리별이였다. 이렇게 갈라져서 지금까지 생사를 알지 못하고있다.

음 악:

해 설:우리가 이사짐을 푼 곳은 동서남북 어디나 물판이요 물고기가 많이 나는 곳이였다. 물고기가 어찌나 많은지 비가 오면 집뜨락에도 고기가 뛰여들었다. 가을이면 논판에서 물고기가 물씬물씬 썩었고 통발과 작살로 잡은 고기는 미처 말려내지 못했다. 그런데 물고기는 욱실거리나 잘 사는 부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해 설:아버지는 개척회사 땅을 맡고 농사를 지었다. 겨울엔 년년이 근로봉사에 뽑혀 산판으로 가서 벌목도 하고 길닦기도 했다.

음 악:

해 설:우리가 살던 북만주 부금이라는 곳은 늦봄이라야 꽃이 피고 제비가 날아든다. 삼라만상이 혹한을 이겨내고 기지개를 켜며 초록색 눈을 뜰 때면 자주 푸른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효 과:제비가 지저귀는 소리.

아버지:허허, 고향제비가 또 왔군.

어머니:그래요. 문씨 어머니랑 장수랑 어떻게 지내는지? 왜 소식이 없지요?

아버지:작년 이맘 때 편지가 왔었지. 올해도 제비가 날아드는걸 보아 소식이 오겠지.

어머니:글쎄요.

음 악:

 

효 과:제비 짹짹 우짖는 소리.

상 봉:(7살, 소학교 3학년)요놈, 요놈 제비야.

효 과:포로릉 날아가는 제비.

상 봉:제비야, 제비야. 이리 와 앉아.

해 설:나는 엄마제비가 벌레를 물어다 새끼제비입에 넣어주는걸 신기롭게 보았다.

효 과:새끼제비 짹짹하는 소리.

상 봉:엄마, 아버지 언제 오나?

어머니:점심때 오지.

상 봉:그럼 됐어. 엄마 날 도와줘.

어머니:뭘 할려구 그래?

상 봉:엄마, 날 어서 잡아줘요.

어머니:에구, 애두...

효 과:등발을 딛고 올라서는 소리.

상 봉:엄마, 새끼제비 배고파 해요.

어머니:그럼 뭘 주겠니?

상 봉:밥을 주지 뭐.

어머니:제비 밥을 먹니? 벌레를 먹지. 아버지가 오면 경을 칠라. 어서 내려와.

상 봉:그럼 엄마 아버지 오시기전 파리 잡아줘. 내가 먹여줄테니깐요.

어머니:얘, 상봉아. 제비는 신선이 보내주신 귀물이야. 신선을 노엽히면 어쩔라구 그래? 그러다 할머니, 아지미 소식도 못들으면 어쩔라구 그래?

상 봉:엄마, 파리 한 마리만 먹여볼테요. 얼른 잡아줘.

해 설:마음이 약한 어머니는 파리 한 마리를 잡아 나에게 줬다. 그런데 팔을 들어볼라니 제비둥지까지는 한뽐 모자랐고 내 손이 너풀거리니 새끼제비들이  죄다 목을 움츠러들었다.

음 악:

효 과:삽작문 열리는 소리.

아버지:에헴.

어머니:상봉아. 어서 내려!

상 봉:엄마!

효 과: 떨어져 엎어지는 소리.

아버지:얘, 상봉아! 너...

상 봉:앗! (아파서 터지는 울음소리)엉엉엉.

어머니: 아요. 상봉아. 이걸 어쩜담?

음 악:

해 설:며칠 안지나 강원도 양구에서 할머니를 대신해 고모아지미가 쓰신 편지가 날아왔다. 아버지가 왕왕 소리를 내여 읽었고 어머니 눈에는 눈물이 글썽하였다.

편 지:(고모의 목소리)... 어머니는 상봉이가 보고싶어서 매일 눈물로 보내고있어요. 어머니는 상봉이 보고파서 오빠네를 금년 가을에는 농사를 잘 지어가지고 빨리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해요. 오빠네가 고향으로 돌아오면 어머니는 땅 하루갈이를 상봉의 이름으로 넘겨주겠다 했어요...

아버지:(울먹이는 소리)어머니!

어머니:고모... 흑흑흑.

상 봉:아지미, 난  아지미 보고싶어.

아버지:후-, 거지가 다 됐는데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간단말이냐?

어머니:상봉아, 고모의 편지를 읽으니 한가지 일이 생각나는구나.

상 봉:그래요?

어머니:엄마.아빠가 홀몸으로 북만으로 들어와 농사를 지을때 고향에 편지를 써보냈다. 고모는 학교로 갔으니 누가 편지를 읽겠니? 동네 어른 한분이 <내가 글을 아니깐 읽어드리지요>하더구나. 편지를 척 들고서 줄줄 내리 읽었지. <아버지, 어머니 그간 귀체 만강하십니까?>  호호, 네 할아버지가 언녕 세상을 뜨셨는데 그게 무슨 소릴가 하고 내가 부시댕이로 언문을 배운 밑천이 있어서 살그머니 어깨너머로 들여다봤더니 글쎄 동네 그 어른이 편지를 거꾸로 들고 거짓말을 엮어대지 않겠니?

아버지:허허허.

상 봉:야, 엄마 그런 거짓말쟁이 세상에 다 있어요?

어머니:상봉아, 그러게 너 어서 부지런히 공부를 해서 편지를 읽을줄도 알고 쓸줄도 알아야 한다. 회답편지를 보낼 때 너도 한 장 써봐라.

상 봉:엄마, 내 편지를 써서 저 제비 다리에 미끄러매면 제비가 할머니께로 가져다줄가?

어머니:애두, 참 너 늘 엉뚱한 소리만 하지.

아버지:허허.

음 악:

해 설:그날 밤으로 아버지는 회답편지를 썼고 나도 어머니 성화에 못이겨 한장을 썼다. 이렇게 연필꽁다리에 침을 발라가며 쓴 회답편지를 할머니가 받지 못하고만것은 불보듯 뻔했다. 바로 그 편지를 띄운지 한달이 되기도전에 사변이 일어났던것이다. 일제가 망하고 왜군이 줄똥을 갈기며 도망을 쳤다. 세상이 뒤죽반죽인데 편지가 제대로 갈리 만무했다. 우리가 받은 할머니와 아지미의 편지도 그것으로 마지막이였다.

음 악:

이상각:(육성2)

      내가 자라서 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된것은 모름지기 아버지의 영향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조선팔도와 만주벌판을 돌아다니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아버지는 이야기도 많았고 전설과 신화와 민간이야기도 많아서 동네사람들이 늘 아버지의 옛말을 들으러 우리 집에 모여들군 했습니다. 아버지는 또 타령과 민요를 잘 부르고 책을 읽는 목청도 좋았습니다. 이것이 내가 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된 하나의 원인으로 될것입니다.

음 악:

해 설:목단강 마도석에서 못살데라고 떠나간 곳은 기막힌 거지동네 대면성촌이였다. 가난한 동네이지만 툰장질 하는 사람은 어찌나 사나운지 <리몽둥이>라고 별호를 가지고있었다.

효 과:닭들이 홰치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농민1:형님, 요새 리몽둥에 대한 말 들었수?

농민2:무슨 말이게.

농민1:형님, 리몽둥이 말이유. 아래 마을에 가서 고운 첩년을 데려왔대유.

농민2:히히, 그놈 재간 있는데. 그럼 본처는 어쨌대?

농민1:리몽둥이 본처 말이유. 그 여자는 조금 얽은 곰보래두 마음만을 얼마나 고왔다구유. 바느질 잘하지, 음식 잘하지, 또 노래는 얼마나 잘 불렀다구유. 그런데 리몽둥이놈 엉뚱하게두 본처를 제 애비 시아버지와 바람 썼다구 하면서 내 쫓았대유.

여 자:호호호, 새빨간 거짓말이예요. 그건 리몽둥이가 본처를 내쫓는 구실이지요. 그 여자 우리가 잘 알지요. 노래 또한 명창입니다. 그 여자 <아리랑노래> 너무 잘 불러  동네에서 모두 <아리랑여자>라 불러요. 요새 여러 동네 돌아 다니면서 노래 불러주고는 밥술 얻어 먹는답니다. 호, 불쌍한 여자지요.

농민1:리몽둥 그놈, 정말 몽둥이로 때려치울 더러운 놈이군유.

농민2:글세, 이 세상은 그렇게 모질고 나쁜놈들 잘 된다니깐.

여자:쉿, 저기, 저기 <아리랑여자> 와요.

음 악:

효 과:<아리랑노래>, 개짖는 소리.

아리랑:(노래)...나를 두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나소/ (기침소리) 이개, 이놈 개! (노래)...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효 과:삽작문 여는 소리.

아버지:허허, 여보 아리랑이 또 왔소.

어머니:호, 매번 우리 집은 건너지 않는구만요.

아버지:불쌍한 <아리랑여자>오. 저 여자 집에서 쫓겨나서 여러 동네를 오늘은 이집, 래일은 저집 돌아다니며 밥 한끼씩 얻어먹군 한다오. 허허, 어떤 집들에서 밥을 거저 주지 않으니 어쩌는지 아오? 바느질도 해주고 김치도 잠궈주고 잔일들로 도와주면서 때를 에때운다오.

상 봉:(발돋움하는 소리)아버지, 나 좀, 나 좀 보자요. <아리랑여자> 보자요.

어머니:애들 봐서 뭘해! 애, 상봉아, 너 저 <아리랑여자>에게 밥 좀 갔다줘라.

상 봉:야, 좋아라..내 밥 갔다줄게요.

효 과:걸상에서 뛰여내리는 소리.

 

효 과:문을 여는 소리. 계속 들리는 <아리랑여자> 노래소리.

상 봉:(헐떡이며) 아지미, <아리랑>아지미!

아리랑:(노래 천천히 끝나면서) 오, 너 상봉이군나.

효 과:돌멩이 씽 날려와 떨어지는 소리.

아이들:(놀리는 소리)아리스리, 아리스리, 돌 하나 받아라!

효 과:또 날려와 떨어지는 돌멩이 소리.

아리랑:어이쿠!

상 봉:아지미, 아지미 안 상했어요?

아리랑:아니다. 하마터면... 거 어떤 애들이...

상 봉:(꽥 소리)너 어느 새끼야!

아이들:(놀리는 소리)상봉 땅봉 쌍봉 땅봉...

상 봉:이 자식 너 막동이구나. 두고 보자! (잠간) 아리랑아지미, 엄마 밥 줍네다. 자, 받아요.

아리랑:오, 상봉아, 고맙구나.

효 과: 밥곽 넘기는 소리.

아리랑:상봉아, 내 너에게 노래 한곡 불러줄가?

상 봉:호호, 아지미, 그냥 가요.

아리랑:응 상봉아, 고맙다. 엄마에게  인사 전해줘.

상 봉:아지미, 천천히요. 명심해 가요.

아리랑:알겠다... (노래소리)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날 넘겨주오...

음 악:

해 설:<아리랑여자>는 겨울에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오르내리다가 발가락 열개가 죄다 얼어서 떨어졌다. 그녀는 저절로 발가락을 주어서 천쪼박에 싸가지고 괴춤에 차고다녔다.

어머니:저 <아리랑여자>의 시아버지가, 바로 그 툰장의 아버지가 그 천쪼박에 싼 발가락 열 개를 빼앗아 갔답니다.

아버지:그 말끝마다 <바가야로, 바가야로>해서 <바가야로>라 불리우는 툰장이 애비말이오?

어머니:예.

상 봉:아버지, 그 령감 몰라요? <빠가야로>, <빠가야로령감요>. 나도 전날에 들었는데요. 그 <빠가야로>령감이 저 동쪽에 있는 박초시로친 집에 놀러갔다가 그 발가락을 잃어버렸대요.

어머니:응?

상 봉:<빠가야로령감>이 박초시로친에 보고 발가락을 내놓으라고 생트집을 썼다나요?

아버지:저런... 허허.

상 봉:아무리 집을 다 뒤번졌어도 <아리랑>아지미의 얼어떨어진 발가락을 나지지 않았대요.

아버지:허허허.

해 설:그후 <아리랑여자>의 얼어떨어진 발가락은 <아리랑여자>가 얼어죽고 툰장의 아버지가 죽은 뒤에야 박초시네 집에서 나타났다. 박초시로친은 겁이 더럭 나서 그 발가락을 몰래 <아리랑여자>의 무덤에 파묻었다고 한다.

음 악:

이상각:(육성3)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불쌍한 그 <아리랑여자>의 원혼이 아직도 북만의 들판에 헤매고있는지, 그 여자가 부른 아리랑노래는 지금도 내 귀전에 울려오고있습니다.

음 악:

효 과:산새들 지저귀는 소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

해 설:이름 모를 아지미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범같은 사나운 삼촌네 집에서 자랐다. 동그스름한 얼굴에 웃을 때면 옴폭 패이는 보조개, 수심에 잠긴듯 서글픈 두눈... 나는 아지미를 무척 따랐다.

상 봉:아지미, 아지미!

아지미:상봉아, 너 나보고 아지미라 부르지 마. 누나라고 불러!

상 봉:아지미, 우리 강원도선 작은 아지미, 큰 아지미라 불러요. 누나가 뭔지 난 몰라요.

아지미:그래? 그럼 상봉아, 너 맘대로 해.

상 봉:아지미, 오늘도 서골쪽에 가서 산나물 캐요?

아지미:응, 서골쪽 나물 많을거야. 빨리 가자.

음 악:

효 과:큰물 흐르는 소리.

상 봉:아지미, 여기 골물 또 크게 터졌나봐요.

아지미:응, 요새 비 많이 내렸으니깐. 우리 저 외나무다리로 건너자꾸나.

상 봉:아지미, 난 무서워!

아지미:상봉아, 너 외나무다리 무섭니?

상 봉:응, 아지미.

아지미:그럼 어쩔가?...상봉아, 너 내게 업혀라.

해 설:아지미는 외나무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나를 둘쳐업었다.

음 악:

효 과:새소리, 물소리.

아지미:상봉아, 너 무서우면 눈을 꼭 감아라.

상 봉:응.

효 과:쏴쏴 흐르는 물소리. 돌 구으는 소리.

해 설:아지미의 등에 업히운 나는 눈을 감았다가 살그머니 떠봤다. 외나무다리밑으로 검푸른 물이 사품치며 쏟아져 나간다. 머리가 아찔했다. 나는 아지미어깨를 붙잡았다가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아지미 가슴을 꽉 움켜잡았다.

효 과:물로 걷는 소리.

상 봉:히히, 아지미, 애기가 있나?

아지미:너 무슨 얼빠진 소리냐?

상 봉:아지미 젖가슴 왜 이렇게 커요?

아지미:아이, 요놈. 나쁜 놈!

상 봉:히히히. 내 코, 내 코...

아지미:호호호, 코 아프니?

상 봉:아야, 아지미 내 코 다 떨어졌어!

아지미:호호호.

상 봉:히히히.

해 설:나는 나물을 캘줄 몰라 들꽃이나 꺾었고 아지미는 부지런히 나물을 캤다. 집으로 돌아올 때 아지미는 나물 절반이나 나에게 갈라주었다. 이튿날 아지미는 쑥떡을 치마폭에 싸가지고 왔다. 친아지미도 친누나도 없는 나는 고아인 그 아지미를 무척 좋아했다.

음 악:

효 과:말 발굽소리, 울부짖는 소리.

아지미:(울부짖는 소리)놔요. 날 놔요. 날 놔줘요!

사나이:이년 가만있지 못해?

아지미:난, 난... 난 안가겠어요.

사나이:너 오늘 제일 좋은 날이야. 너 순사에게 시집 간단말이다.

아지미:싫어요. 난 싫어요. 난 시집 안가겠어요.

효 과:말 호용소리. 사람들 떠드는 소리.

음 악:

효 과:마구 달려가는 소리.

상 봉:아지미, 아지미...!

아지미:상봉아-!

상 봉:아지미-, 아지미 못가요. 아지미...

아지미:상봉아, 나  간다. 나... 나...흑흑흑. 상봉아, 나 죽으러 간다...

상 봉:아지미! ...엄마, 왜 아지미, 우리 아지미 끌어가요?

어머니:상봉아, 아지미 순사한테로 시집을 간다는구나. 후유.

아버지:순사는 무슨 놈의 순사야? 일본군대로 끌려가는거지.

상 봉:아, 안돼요. 아지미 못가요. 아지미-!

아지미:상봉아-!

효 과:말 발굽소리. 울음소리.

음 악:

이상각:(육성4) 

      마지막으로 아무런 힘도 없는 내 애명을 부르고는 바람같이 사라진 이름 모를 아지미, 날 귀여워해주던 아지미가 따스한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짐승처럼 꽁꽁 묶이워 일본놈의 성노예로 끌려갔습니다. 아, 이름 모를 아지미. 이 피눈물 겨운 일을 나는 영영 잊을수 없습니다.

음 악:

해 설:우리 집은 <강원도 보따리>여서 이사를 자주 하다보니 나는 시골소학교를 세 곳이나 다녔다. 해방전에는 우리 나라 동북의 맨 골안 중쏘변경인 부금현 대면성촌소학교를 다녔고 해방후에는 겨우 목숨을 건져가지고 밀산현으로 나와서 동성촌소학교를 다녔다. 그해 가을에 우리 집이 흑태구 영창촌으로 이사를 하는데서 나는 또 전학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어리둥절하게 흘러보낸 소학생활이였다.

음 악:

해 설:어린애들에게는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거룩해보이며 학생들에게는 자기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박식가로 보인다.

효 과:학교 교실 소음.

선생님(녀):쉿, 조용하시오. 오늘도 우리 한가지 문제를 토론해 보는것이 어떻습니까?

일 동:좋습니다.

효 과:박수소리.

선생님:동무들, 오늘 토론할 문제는 <귀신이 있느냐? 없느냐>하는 문제입니다.

효 과:떠드는 소리.

녀학생:귀신이 있습니다. 많습니다.

남학생:귀신이 없습니다. 귀신 있다는건 다 거짓말입니다.

녀학생:귀신이 있습니다. 난 엄마같이 삼촌집 가는 길에 귀신불을 봤습니다.

녀학생2:난 귀신을 못 봤어도 귀신소리는 들었습니다. 겨울에 빈집에 가면 귀신 소리가 났습니다.

효 과:분분한 토론.

음 악:

효 과:걸상에서 일어서는 소리.

상 각:선생님, 제가 말해보겠습니다.

선생님:상각이, 말해봐요.

상 각:선생님, 귀신이 없습니다. 정말 없습니다!

효 과:떠들대는 소리.

선생님:상각이, 귀신 없다고 했죠? 그럼 무슨 근거라도 있어야겠는데요.

상 각:저, 근거는 모르겠지만 좌우간 귀신은 없습니다. 귀신이 있으면 내 손바닥에 장을 지지시오!

효 과:웃음소리.

선생님:호호호, 뭐 상각학생의 그 이쁜 손바닥에 장까지요. 동무들, 오늘 이만 토론하고 다음날 다시 깊이있게 토론해봅시다.

효 과:떠들대는 소리.

음 악:

선생님:상각이, 상각에게 한가지 일 부탁할가요?

상 각:선생님, 부탁하십시오.

선생님:오늘밤에 상두막에 한번 들어갈수 있겠어요?

상 각:상두막에요? 그 죽음 사람을 메고다니는 상두수레를 둔 곳에요?

선생님:호호호. 상각이. 겁나는 모양이구만요.

상 각:아니, 겁나지 않습니다. 선생님, 상두막에 가서 뭘하랍니까?

선생님:큰 일이 아니예요. 상각이 오늘 밤 비비면 파란 불빛이 나는 성냥을 갖고 상두막에 들어가요. 내가 우리 반 애들을 데리고 그리로 갈거니 상각이 그때 성냥을 비벼 불빛을 일구세요. 그러면 상각이 할 일을 끝난거지요.

상 각:알겠어요. 선생님, 선생님은 사실로서 귀신이 없다는걸 증명하려 그러는거죠?

선생님:호호, 상각이, 상각의 손바닥에 장을 지지지 않아도 돼요!

상 각:선생님, 알겠습니다.

음 악:

효 과:풀벌레 우는 소리. 내리는 비소리.

해 설:초봄이다. 저녁에 친비가 부실부실 내렸다. 선생님이 나에게 솜옷을 입혀주었다. 나는 논밭을 꿰질러 동구밖에 있는 상두막으로 갔다.

효 과:문을 당겨 여는 소리.

해 설:나는 어두컴컴한 상두막안을 더듬고 들어갔다. 상두채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고개를 드니 머리우에 흙이 부실부실 떨어졌다. 죽은 사람을 메나르는 상두채라 생각하니 몸이 오싹해났다.

음 악:

효 과:밖에서 아이들 떠들대는 소리.

녀학생:우리 클아배 계십둥?

효 과:상두막문 열리는 소리.

녀학생:클아배 계십둥?

효 과:성냥불 긋는 소리.

녀학생:우? 아앗!

녀학생들:으악! 귀신이다!

효 과:냅다 뛰는 소리.

남학생:너, 상각이구나!

상 각:쉿!

남학생:하하하! 상각이다! 상각이 잡았다!

일 동:웃음소리.

효 과:떠들대는 소리.

상 각:하하하!

선생님:동무들, 어때요? 귀신 있어요. 없어요?

일 동:귀신이 없습니다!

효 과:떠들대는 소리.

음 악:

해 설:1949년 정월, 북방의 맵짠 겨울추위가 살점을 도려내는 아침, 밀산중학교 개학식이 있었다. 그때 내 나이는 13살이였다.

효 과:떠드는 운동장, 호르래기 소리.

한창림:쉬엿, 차렷. 앞으로 나란히!

효 과:학생들 급히 렬을 맞추는 소리.

한창립: 체조를 시작합시다. 제 자리에 걸엇! 하나, 하나, 하나둘 하나.

학생1:(작은 말소리)히히, 저 체육선생님 봐. 이 맵짠 겨울에 홑옷 바람이야.

학생2:허, 발에는 벌건 짚신 신었어.

녀학생:호호, 체육선생님이니깐 안 춥겠지뭐.

해 설:체육교원은 팔소매 짧은 적삼을 입었을뿐이였다. 선생님의 맨머리는 금방 세수를 하고 나오신듯 물기까지 어려있었다. 불깃한 얼굴에 몸매도 시리시리한분이였다.

한창립:하나둘 하나, 둘둘 하나. 셋둘 하나, 넷둘 하나...

친 구:상각아, 저렇게 뚱뚱하신 선생님 춥지 않는가봐.

상 각:(13살)저 선생님은 권투도 하시고 유도도 하신대.

친 구:누가 그러데?

상 각:들었지뭐.

음 악:

효 과:벨소리.

해 설:오후에 신입생환영모임이 있었다. 알고보니 체육교원 한창림교원은 우리 반 담임이고 또 문학교원이였다. 그날 오락회에서 선생님은 하모니카도 부시고 바이올린도 켜시였다.

음 악:

효 과:랑랑한 글 읽는 소리.

해 설:어느 하루 선생님은 나를 사무실로 불렀다.

상 각:선생님, 부르셨습니까?

한창립:상각아, 이리 앉아라.

상 각:예.

한창립:상각아, 너 글 잘 쓰더구나.

상 각:잘 쓰지 못해요. 전 일찍부터 글짓기에 흥취가 있었습니다.

한창립:네가 쓴 작문을 읽어보았다. 문맥이 순통하구 흐름도 짜이였더구나.

상 각:선생님,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한창립:다음 날에 쓴 일기책도 갖고오너라. 내 좀 보자꾸나.

상 각:예, 알겠습니다.

음 악:

해 설:나는 초라한 일기책과 습작품을 한창립선생앞으로 가져다드렸다. 선생님은 자상히 보시고는 어지러운 나의 글곁에다 활자로 박은듯 깨끗하고 고운 글씨로 몇구절 평어를 적어주시였다.

한창립:문학공부를 하려면 책을 많이 봐야 한다. 명작을 많이 읽어야 하고 인간을 잘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글쓰는 연습을 멈추지 말고, 일기도 계속 써야 한다.

상 각:알았습니다. 선생님, 전 앞으로 문학공부를 절대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한창립:좋다. 난 상각이가 약속대로 꾸준히 문학공부를 견지하기 바란다.

상 각:알겠습니다. 선생님, (잠간) 저,,, 한가지 물어도 되는가요?

한창립:허, 뭐길래?

상 각:선생님, 개학 첫날 선생님은 소매 짧은 적삼을 입고 우리에게 체조를 시키셨는데요.

한창립:허허, 그런데는?

상 각:선생님, 선생님은 그날 춥지 않습니까? 우리는 발이 시려서 눈물이 막 나올번했는데요..

한창립:허허, 나라고 왜 춥지 않겠니. 후.

상 각:선생님, 선생님 형편 알고싶습니다.

한창립:허허, 그래? 상각아, 사실 난 월급도 없이 좁쌀배급만 받고 교원사업을 한단다.

상 각:예? 월급도 없이 좁쌀배급만 받고요?

한창립:그러니 살림이 어려울건 뻔하지 않니, 상각아, 난 별수 없었단다. 그날 내가 추워하면 너들 학생들의 사기가 떨어질게 아니니?

상 각:그래요? 선생님... 선생님은 그날 몹시 추웠겠는데...

한창립:허허허.

음 악:

효 과:뭔가 뒤적이는 소리.

상 각:선생님, 한가지 더 물을가요?

한창립:그럼, 오늘은 다 된다.

상 각:선생님, 선생님은 정말 유도를 아십니까?

한창립:알지.

상 각: 선생님은 몇단까지 아십니까?

한창립:(너털웃음)허허허... 상각아 정말 너 알고싶니? (잠간) 자, 상각아, 이걸 봐라.

상 각:아니, 이건 선생님 사진들이 아닙니까? 무슨 사진들이 이렇게 많아요? (펼치는 소리) 와, 굉장하십니다. 선생님, 선생님, 이 사진에서 선생님이 정말 멋져요.

한창립:그래? 이건 나에게 유도를 배워준 선생님하고 격투 한 장면 찍은거다. 허허허, 이건 피아노경연에 참가하여 찍은 사진이다.

상 각: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선생님은 젊었을 때 힘장사였겠습니다.

한창립:허허, 힘장사라기 보다 꽤나 힘꼴이나 썼단다. 상각아, 선생님 제 자랑이라고 듣지 말어라. 동북으로 들어올 때 신의주에서 있은 일이다. 그날 기차대기실에서 청년 여덟이 내가 몸집이 좋고 팔팔해 보이니깐 한번 때려주자고 저들끼리 수군거리더구나. 난 먼저 자리를 피했어. 객지에서 하는 주먹질에는 손해볼수도 있으니깐. 그런데 그자식들이 한사코 앞을 막지 않겠니? <너들, 날 편히 가게 내버려둬!>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자식들이 <어데서 굴러온 놈인야. 매란 소릴 들었어도 맞아 못본놈이구나> 하면서 욱 달려들지 않겠니? 난 별수 없었다. 푸르릉 떨리는 주먹으로 여덟 자식을 하나하나 본때있게  꼬나메쳐서 쭉 쓰러눕혔다. 허허허.

상 각:와! 멋져요.

한창립:허허허. 한동안 지나서야 그자식들이 엉금엉금 일어나서 무릎을 꿇고 형님, 형님하면서 빌지 않겠니?

상 각:야-! (잠간)선생님, 선생님은 어떻게 되여 여기 밀산까지 오시게 되었습니까?

음 악:

해 설:한창립선생님은 워낙 조선 평안도 오산중학교 졸업생이였다. 오산중학교는 현대문학의 개척자인 리광수와 명시인인 김소월이 다닌 유명한 학교였다. 오산중학교에서 선생님은 공부를 잘하여 최우등으로 졸업한후 학교의 추천을 받아 일본류학을 떠나게 되였다. 그러나 일본으로 갈수 없었다. 경제난때문이였다. 결국 한창림선생님은 일본으로 가지 못하고 바다로 나가 고기잡이를 하며 살아가야 했다.

한창립:상각아, 그때 달밤이면 나는 바다로 나가 노를 저으면서 달빛이 어린 바닷물결을 넋없이 바라보았댔다. 나에게 차려진 세상은 왜 이렇게 허무하고 막막하단 말이냐? 나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눈물이 막 쏟아지더구나. 난 너무도 캄캄한 앞날을 헤쳐보려 드디여 고향을 등지고 방랑길에 올랐단다.

상 각:그래서 온것이 밀산이였습니까?

한창립:응, 친구의 소개로 밀산에다 보짐 풀고 중학교교원으로 일하게 되였단다.

상 각:아, 선생님. 선생님은 유명한 오산중학교졸업생이란것만도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선생님에게 꼭 좋은 앞길이 열릴것입니다.

한창립:허허허, 상각아, 고맙다. 내 밀산중학교에 와서 너 같은 좋은 제자를 만났구나.

상 각:선생님!

한창립:허허허.

음 악:

해 설:그후 한창립선생님은 나의 문학습작을 적극 도와나섰다. 나의 습작품을 정성껏 수개해 주었고 어떤 습작품은 직접 평어를 달아 학교벽보란에 붙여주군 했다. 그해 전교학생작문콩클대회에서 내가 쓴 글이 1등상까지 받게 되였다. 한창립선생님은 물론 교장선생님, 교무주임선생님도 대단히 기뻐하면서 나를 불러 적극 고무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상을 받은 작문은 유치한 습작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초라한 글을 두고 한창립은사님께서 어찌하여 그처럼 큰 관심을 돌려주셨는지, 그 마음의 깊이를 평생두고 다 리해할수 없을것 같다.

음 악:

상 각:선생님, 입학통지서입니다.

한창립:오, 입학통지서. 어디 보자.

상 각:좋은 학교가 아닙니다.

한창립:상지사범학교구나.

상 각: 선생님, 선생님의 기대와 어긋납니다. 전 좋은 학교로 가지 못하고 사범학교로 가게 되였습니다.

한창립:사범학교가 너 상각에겐 안성맞춤하다. 문학공부를 하자면 사범으로 가는게 옳단다. 사범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습작도 부지런히 할수 있지 않느냐? 끝이 없이 배우는 직업이 바로 교원사업이란다.

상 각:그렇습니까? 선생님, 그 동안 저는 선생님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한창립:허, 사랑이야 뭘.

상 각:선생님은 저의 문학행로에서 첫 은사님이십니다. 선생님 가르침에 애숭이문학도인 나는 이렇게 커지게 되였습니다. 선생님의 그 깊은 사랑을 전 잊을수 없습니다.

한창립:음, 상각아. 자식 미워하는 부모 없듯이 제자 싫어하는 스승도 없단다. 내가 너를 관심했다면 그것은 너에게 문학의 싹수가 보여서였고 또 교원으로서 직책에 따라서란다. 허허, 무슨 사랑까지 곁들것이 없단다.

상 각:선생님! 전 떠나기 싫어집니다.

한창립:왜?

상 각:선생님, 선생님 떠나서... 살 멋이 ...없어질것 같습니다.

한창립:상각아...

상 각:선생님...

한창립:허허허.

음 악:

해 설:내가 사범학교에 온지 일년이 지나자 한창립선생님께서 상지사범학교로 전근되여오셨다. 나는 또다시 은사님의 품속에 안기게 되였다. 나는 이것이 하느님이 베푼 인연이 아닌가싶었다. 사범학교에서 나는 한창립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교내잡지 <동학>을 꾸렸고 번번히 시랑송대회를 가졌다. 또 농촌순회공연도 하였다. 선생님께서는 밤을 새워가며 우리의 시랑송을 지도해주셨고 잡지편집을 도와주셨다.

음 악:

이상각:(육성5)

      한창립은사님의 깊디깊은 은정은 평생 두고 잊을수 없습니다. 은사님은 불행하게도 그만 병석에 누워계셨습니다. 병석에서 은사님은 나의 초라한 시집을 보시고 그처럼 기뻐하시더니 내가 단동시에서 열린 동북 시인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오자 은사님께서 세상을 뜨셨다는 비보를 받았습니다. 제자에게 크나큰 희망을 기탁하고 평생의 정력을 몰부어오신 은사님의 그 깊은 은정을 새겨볼 때마다 나의 가슴에는 뜨거운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음 악:

 

제2편

<사랑>

 

나오는 사람

상 각: 15살부터 24살 결혼까지.

미 려: 안해 김세영의 예명, 나이 동갑임.

채금이:소꿉시절 여자친구.

남자애:

계집애:

계 숙: 상각이와 한 마을에서 자란 상지사범학교 선배.

교 장:상지사범학교 교장.

권태준:<목단강일보> 편집실 주임.

 

음 악:

효 과:새들이 우짖고 개울물 흐르는 소리.

해 설:나는 어릴적부터 계집애들을 좋아했다. 그만큼 계집애들도 나를 좋아했다. 나는 남자애들과 놀자면 두려움이 앞서곤 했다. 외아들이고 약골인 나는 힘센 애들을 만나면 놀림을 받기가 일수였다.

효 과:강아지 짖는 소리, 닭들이  홰치는 소리.

효 과:와삭와삭 누룽지 먹는 소리.

남자애:야, 임마. 그 누룽지 안 주겜?

상 봉:누룽지, 요만큼밖에 없어.

남자애:이새끼, 나 달람 줘야지?

상 봉:씨, 옛어.

남자애:너 누룽지 매일 나에게 바쳐야 해. 그러지 않으면 때리겠어.

상 봉:(기여드는 소리)응, 그러마...

음 악:

효 과:까르르 웃으며 달려오는 소리.

계집애:(멀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상봉아! 땅봉아!

상 봉:오, 말순아-!

계집애:상봉아, 우리 강변 가 목간도 하고 애기놀음일랑 안 놀겜?

상 봉:놀지뭐.

효 과:떠드는 소리.

채금이:(늙은이 흉내)에헴, 에헴. 상봉아. 왜 인제야 왔노?

상 봉:(때리는 소리)채금아, 널 가만 주지 않겠다!

채금이:애개개. 상봉아, 쌍봉아... 너 그 방울 떼여던져!

상 봉:요놈!

효 과:물 흐르는 소리.

효 과:까르르 웃는 소리. 풍덩풍덩 물어 뛰여드는 소리.

계집애:상봉, 쌍봉, 상봉, 땅봉!

상 봉:요... 요, 말순이...

효 과:물 끼얹는 소리.

효 과:물에 뛰여드는 소리.

음 악:

해 설:이성이 뭔지 모르는 애숭인데 왜 그처럼 계집애들을 좋아했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내가 초중을 졸업하고 사범학교로 갔을 때 시골소녀들은 뿔뿔이 헤여졌다. 이사를 떠나기도 했고 시집을 가기도 했다. 나는 시골소녀들의 이름을 평생 잊지 못하고 그녀들을 노래하는 시를 많이 썼다.

음 악:

시읊기:<영생의 꽃이여>

음 악:

시읊기:진작 너는 시들어버렸는지 모른다/ 지금은 내 맘속에 활짝 피여 웃고있다/ 이슬에 푹 젖은 시골의 푸른 숲속에/ 홀로 피여 나를 불러주던 함박꽃아///

      차마 잊지를 못한다/ 발그레한 꽃잎파리의 싱싱함과/ 싱그럽게 흐뭇한 향기와/ 수줍어 머리를 갸우뚱 숙인 모양과/ 내 발목을 휘여잡던 너의 매력을///

      즐거운 푸른 들 한때를 떠올리면/ 눈앞이 환하게 밝아오누나/ 추억의 베게머리는 눈물에 흠뻑 젖는다///

      진작 너는 시들어버렸는지 모른다/ 지금은 내 맘속에 활짝 피어 웃고있다/ 밤이고 낮이고 줄달음치는 그리움으로/ 아, 나를 괴롭히는 영생의 꽃아.///

음 악:

효 과:웅성거리는 개학식 대회장.

효 과:박수소리.

사회자:잠간 휴식한 다음 대회를 계속합시다. 오늘 우리 상지사범학교에 가수 한 학생이 입학했는데 그 학생 불러 노래 한곡 들을가요? (잠간) 목단강에서 온 김미례학생, 자 나오십시오.

효 과:박수소리.

사회자:예, 보십시오. 이쁜 학생이죠? 자그마한 키에 단발머리,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이쁜 여학생 김미례학생입니다.  김미례학생은 목단강초중을 졸업하였는데 400여명 졸업생중에서 본과 1등, 최우등생으로 졸업한 수재입니다. (잠간) 자, 박수!

효 과:박수소리.

미 례:저는 김미례라 부릅니다. 목단강에서 태여났고 목단강초중을 졸업한 제가 상지사범학교로 오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에게 차례진 연분인가 봅니다. 정말 기쁨니다. 저는 사범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분발노력하여 꼭 모교인 목단강초중의 이름을 빛내겠습니다.

효 과:박수소리.

미 례:(챙챙한 목소리로 노래) 한강수야, 깊고나 옅은 물에 수상선 타고서 에루아 뱃놀이 가잔다...

음 악:

해 설:첫 방학이 되였다. 학교에서는 차비가 없어서 집으로 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교 기숙사에 남아있어도 괜찮다고 하였다. 내가 첫 사람으로 신청했다. 남은 학생들은 모두 15명이였다. 그들 모두는 차비를 마련하지 못하여 집으로 갈수 없는 학생들이였다.

음 악:

해 설:학교에 남은 여학생중에는 내가 산던 목릉 팔면툰에 집이 있는 심계숙이란 선배도 있었다. 미례는 계숙이를 <언니>라 불렀고 나는 언녕부터 알게 된 계숙이를 <누님>이라 불렀다. 인정이 철철 넘치는 계숙이가 있어서 우리들 사이는 인차 가까워졌다.

효 과:떠들대는 소리.

계 숙:미례, 너도 집으로 가지 않았구나.

미 례:계숙언니, 난 안 가기로 했어.

계 숙:너 집 해림이 아니야. 여기 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도?

미 례:언니, 지난 학기 난 아파서 한달 동안 집에 가있었어. 그 동안 밀리운 과목을 방학에 보충해야지.

계 숙:호호, 그래 생각 잘 했구나.

친 구:언니, 미례는 한달 동안 공부 떨어졌어도 기말시험에는 과목마다 만점을 맞았대.

미 례:애두, 별 말 다...

계 숙:호호호, 그런 자랑스러운 일 이 언니 모르고 되겠니?

미 례:언니두.

음 악:

효 과:남자학생들 트럼프 치는 소리.

계 숙:상각아, 너도 집 못갔구나.

상 각:누님, 나도 학교에 남기루 했어.

계 숙:잘 했다. 여기 모인 친구들 모두 가난한 집 자식들이니깐 이런 기회에 서로 친하기도 하고 공부도 더 해야지.

상 각:허허 누님, 우릴 잘 이끌어줘.

계 숙:너 맨날 애기모양 하네. 얘, 미례, 너 상각일 모르지?

미 례:응.

계 숙:상각인?

상 각:나두. 전번 개학날 <한강수야> 멋지게 부른것밖에 몰라.

계 숙:미례. 상각인 밀산에서 나와 한 학교에 다녔댔다. 상각인 작문을 잘 지어 1등상을 탄 학교의 이름 있는 문학가다.

미 례:그래요?

음 악:

효 과:

해 설:어느 날, 계숙 누님과 미례는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고는 깔깔 웃으며 내 옆을 지나갔다.

상 각:누님, 무슨 재미있는 얘긴지. 나도 함께 웃어보자요.

계 숙:호호호호.

미 례:(흉내) 에헴, 에헴, 왜 인제야 왔노?

상 각:미례, 이건 또 뭐야.

계 숙:호호호, 미례야, 서울령감이 오늘은 죽었단다.

미 례:아니, 서울령감이 살아있는데요.

상 각:서울령감이라니요? 무슨 생뚱스런 소리요.

미 례:상각아, 서울령감 보겠니? (흉내를 낸다) 이렇게 뒤짐 지고 허리 구부리고 늙은이 걸음을 하는 서울령감. 호호호.

계 숙:호호호, 상각아. 너 서울령감 보기나했니?

효 과:걸상 넘어뜨리는 소리.

상 각:에익, 누님!

계 숙:호호호.

미 례:상각아. 서울령감, 서울령감. 호호호.

효 과:붙잡으려 달려가는 소리.

상 각:두고 봐요, 내 언제든 누님에게 보복할게요!

해 설:이것은 순전히 내 걸음이 늙은이걸음이라고 골려주는 짓거리였다.

음 악:

효 과:트럼프 치는 소리. 밀가루 빚는 소리.

해 설:설날이 왔다. 집으로 가지 못한 학생들이 모여서 즐겁게 설을 쇠였다. 화투놀이, 트럼프치기, 이야기판에 걸죽한 롱담까지 섞으니 여간만 흥미롭지 않았다. 어려운 학습생활을 하다가 텅텅 빈 학교에 남아있는 우리들에게 한순간이나마 기쁨과 환락이 넘쳐흘렀다.

남학생1:야, 이게 뭐라던가? 먹어본지 오래서 이름까지 잊어버렸다.

남학생2:너 모르겠니. 물만두다.

녀학생:얘, 물만두 아니라던데...

남학생2:너 몰라. 죠즈야. 죠즈!

남학생1:뭐뭐, 죠즈. 죠... 죠즈...

남학생:허허허.

계 숙:야, 죠즈인데는 어째?

녀학생들:와하하...

계 숙:왜 모두 웃어. 죠즈기에 죠즈지 죠즈 아닌걸 죠즈라고 자꾸 죠즈 죠즈하겠니?

일 동:와하하하...

음 악:

효 과:수저 부딪치는 소리.

상 각:(능청떠는 목소리)제씨들, 한가지 물읍시다요.

미 례:상각아. 너 또 무슨 쇼를 벌리려니?

계 숙:미례, 너 모르니. 서울령감 죽지 않았어. 살아서 설 쇠러 여기 왔단다.

여학생:호호호호.

효 과:떠드는 소리. 저가락으로 상 두드리는 소리.

상 각:조용하시오. 제씨들 한가지 맞춰보십시오. 에헴.(잠간) 로케트는 어째서 하늘로 날아오릅니까?

남학생:상각아, 다시 말해라.

상 각:로케트는 어째서 하늘로 날아오릅니까?

남학생:거 왜 몰라. 올리대고 쏘니깐 올라갔지.

상 각:아닙네다.

여학생:내 맞추자. 원자탄을 발사하는것처럼 발사했으니깐 올라갔다.

상 각:역시 틀렸나이다.

남학생들:그럼 뭐야.

여학생:상각이 저두 몰라갔구 저런다.

여학생:호호호. 상각아, 너 웃기는구나.

음 악:

효 과:떠들대는 소리.

상 각:에헴, 제씨들!

효 과:잠간 조용해진다.

상 각:에헴! (잠간)궁둥이에 불이 달렸는데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겠습니까?

일 동:와하하.

남학생:순 엉터리야, 엉터리! 상각아, 너 야료를 부리니?

상 각:허허허. 제씨들이 자기 궁둥이에 불을 달아보시오. 다들 뜨거워서 펄쩍 뛸겁니다. 로케트도 마찬가지외다.

일 동:으하하하.

효 과:떠들대는 소리.

상 각:하나 더 있어요. 수수께끼인데요.

여학생:상각아, 말해봐. 우리 맞추겠다.

미 례:서울령감, 수수께끼 내봅소.

상 각:에헴, 엄마배에서 떨어져서 나오자마자 제 엄마 귀뺌 찰싹 때려주고 휭하니 도망치는 놈이 무슨 놈인가요?

남학생:나쁜놈이다.

여학생:덜된놈이다.

여학생:내 보기엔 불효자다.

상 각:아니외다.

미 례:서울령감,그럼 무슨 놈임둥?

상 각:이 수수께끼는 숙제로 하구요. 제씨들 우리 죠즈라는 죠즈를 먹고 다시 맞춰보자구요.

남학생:에잇, 퉤퉤...

여학생:우린 안 맞춘다. 상각아, 너 그 수수께끼, 놈인지 년인지를 갖고 숙사에 가 품에 꼭 안고 잘 자거라.

일 동:으하하하!

상 각:제군들, 그게 뭐라고 숙사까지 갖고 가겠습니까? 뭐 흔하디 흔한것인데요.

여학생:상각아, 그놈 뭐니?

상 각: 바로 그놈... 바로 (잠간) 이놈입네다.

남학생:뭐야?

상 각:성냥갑.

여학생:성냥갑?

상 각:(천천히 시늉을 한다.)이렇게 성냥갑에서, 성냥가치 하나를 꺼내, 성냥갑 옆구리를, 한 대 철썩, 때려 불을 붙이고, 던지면... 자, 아닙니까?

여럿들:성냥갑! 하하하하.

음 악:

효 과:개울물 흐르는 소리.

해 설:사범학교 2학년 때 밀산중학교에서 나를 가르치던 한창립은사님이 사범학교로 전근되여 오셨다. 은사님은 밀산중학교에서 담임이자 문학교원으로 나를 각별히 사랑해주셨다. 선생님은 사범학교에서 시랑송써클을 조직하고 내가 써클책임을 맡게 되였다.

효 과:박수소리.

집행자:오늘 시랑송회의 두 번째 절목입니다. 미례학생이 서정시 <물빛으로 살고싶다>를 읊겠습니다. 이 시는 2학년 3반의 리상각학생이 지은 시입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효 과:박수소리.

미 례:서정시 <물빛으로 살고싶다>. 리상각.

음 악:

미 례:(시 읊기)열길 물속이 보이는 곳에/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 있다/ 춤추듯 하늘거리며 떠나는 물은/ 흐르면 노래와 같은 맑은 소리///

      길은 거치장스러운 길이여도/ 하냥 홀가분한 기분으로/ 자유로이 에돌고 뛰여넘어가는/ 착하고 어여쁜 너의 몸짓///

      감추는것 하나없이/ 먼길을 달리는 푸른 마음과/ 뒤돌아보지 않는 곧은 성미가/ 상쾌한 바람을 일군다///

      그렇게 가고있는 너처럼/내 마음의 밑바닥을/ 누구나 환히 들여다보도록/ 항상 너의 물빛으로 살고싶다///

효 과:박수소리.

음 악:

상 각:(시 읊기)서정시 <보노라 못잊어 가다 또 한번>

음 악:

상 각:(시 읊기)반갑다 오던 비여 오던 비 끝에/ 황금해살 쏟아져 한결 푸른 산/ 푸른 산에 구으는 진주이슬을/ 즈려밟고 탐사의 길 나는 가노라///

      가는 길, 길섶에 물구슬이 돌돌/ 조약돌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길/ 가노라니 우거진 푸른 숲속에/ 곱게도 피였구나 함박꽃송이///

      꽃속에, 비 이슬에 젖은 꽃잎에/ 수줍게도 발그므레 물든 노을빛.../ 방긋이 입을 열고 웃음 짓더니/ 조국이 주는 꽃을 받으라시네///

      받으라 받으라나 어이 받으랴/ 산발을 주름잡아 달리는 길에/ 서둘러 금은보화 찾아갈 몸이/ 고운 꽃을 꺾기는 송구스러워/// 다가섰다 물러서며 나는 보노라/ 꽃향기에 함빡 취해 나는 보노라/ 꽃속에 담겨 핀 인민의 기쁨을/ 꽃처럼 피여날 우리의 미래를///

      우리의 미래를 안고 핀 꽃이여/ 꽃향기 그윽한 천봉만학을/ 날아 넘어가는 마음 하도 즐거워/ 보노라 못잊어 가다 또 한번///

음 악:

효 과:박수소리.

음 악:

해 설:그 시절 사범이란 거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였다. 학비를 감당할수 없는 학생들은 국가의 보조금으로 공부하였다. 겨울이 오면 정말로 고달팠다. 홑옷을 입고 부들부들 떨어야 했고 신발도 변변치 못해 발을 얼구기가 일쑤였다. 나도 발이 얼어서 봄철이 되면 미칠 지경으로 가려워 책상다리에 벅벅 문지르군 했다. 수업시간이면 여기저기서 발을 책상다리에 문지르는 소리가 요란했다.

효 과:절름절름 걷는 소리.

상 각:미례, 너 다리를 상했니?

미 례:아니다.

상 각:그럼 다리는 왜 저니?

미 례:발이 얼어서...

상 각:뭐, 발이? 어디 보자.

미 례:아개개, 상각아, 다치지 말아요. 피가 나오고있다. 겨울에 얼군 발 아직도 아물지 않는구나.

상 각:가만... 가만 내 보자.

해 설:미례네 집 형편은 구차했다. 미례는 몸에 잘 맞지 않는 솜바지를 저절로 깁거나 실로 뜨는것을 나는 자주 보았다. 미례의 색 바랜 저고리는 여러해를 입었던것이였다.

해 설:가정출신이 빈농인 학생들은 그래도 이유를 대여 곤난을 해결하는 보조금을 받을수 있었지만 가정출신이 나쁜 학생들은 보조금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미례의 가정성분은 지주였다. 가정성분이 나빴기에 미례는 고등중학교 진학꿈을 꺾고 사범으로 왔던것이다.

상 각:미례, 어서 신발 벗어라. 내 터진 발에 이 고약 발라줄게.

미 례:싫다.

상 각:벗어라. 그대로 놔두면 발 영 망가뜨리게 되는거다.

해 설:나는 억지로 미례의 신을 벗기고 고름이 흐르는 발을 말끔히 닦아 약을 발라주었다.

음 악:

상 각:미례, 우리 졸업이 담박이다. 넌 어떻게 하겠니?

미 례:난 사범을 졸업하면 교원사업 하겠다. 교단에 오르면 월금을 받게 되거든. 그럼 돈 고생도 끝날게 아니니?

상 각:건 옳다, 나도 돈 고생 너무 지겹다.

미 례:상각아, 너는 졸업후 어떻게 하겠니?

상 각:나의 꿈은 교원이 아니다. 난 졸업하면 시인이 되겠다.

미 례:너는 시 짓기에 장끼가 있으니깐 시인이 되는것이 옳은 선택같구나.

상 각:미례, 난 가끔 유명한 시인이 되는 꿈을 꾸게 된다. 난 멋진 양복을 입고 개화장 짚고 테 검은 안경을 걸고... 난 이런 나의 모습을 꿈에 여러번 보았다.

미 례:신나는구나. 멋진 시인, 그때면 상각인 으리으리하게 살겠구나.

상 각:물론이지.

해 설:그때 나는 시인이 교원보다 더 가난할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인생은 고해(苦海)란 말이 옳았다. 고진감래(苦盡甘來)란 듣기 좋은 말인것이다.

음 악:

효 과:교정에 울리는 노래 소리.

해 설:졸업이 눈앞에 다가왔다. 나는 어디로 배치를 받을지 모르는 인생이 벼랑끝에서도 생활의 길동무를 찾는 일이 대사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큰 결심을 내리고 미례에게 짧은 글쪽지를 써 보냈다.

음 악:

효 과:쪽지 내용을 울림소리로.

상 각:(쪽지 내용)미례, 사범시절 우리는 두터운 우정을 맺고 참으로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난 미례를 영원히 잊을수 없어. 앞으로 우리 이 우정을 소중히 여기자꾸나.

미례:(쪽지 내용)상각아, 고맙다. 나도 꼭 같은 마음이다. 명확히 네 뜻 말하면 나도 명확한 대답을 주겠다.

상 각:(쪽지 내용)미례, 나는 미례를 사랑한다.

미 례:(쪽지 내용)토요일 밤 저녁 8시, 화학실험실에서 만나자.

음 악:

효 과:벽에 걸린 괘종소리.

해 설:화학실험실은 평소에 우리가 화학실험교수를 받는 곳이였다. 나이 어린 남녀학생들이 몰래 실험실에 들어온건 아무도 몰랐다.

상 각:미례, 편지를 고맙게 읽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맺어진 우정을 나는 항상 즐겁게 간직할거다.

미 례:상각아, 우리는 아직 학생신분이잖니? 그런 문제는 지금 생각할 때가 아니다. 또 그러면 학생수칙에 위반되지 않니? 졸업한 뒤에 생각할 문제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상 각:글쎄 나도 그런걸 모르는건 아니다. 우리 이런 일 비밀에 붙이면 안되니?

미 례:상각아, 달리 생각하지 말아. 내 비밀을 지켜줄게. 사실대로 말해서 우리 학교에 나에게 치근거리며 설쳐대는 학생들이 여럿이다. 누구누구라고 다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난 그들에게 똑같이 대답했다. 아직 어리기에 이런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구요. 난 정말 이런걸 모른다구말이다.

상 각:(떨리는 목소리)그래? 그렇다면 난 미안해. 나도 너무 소홀했구나.

미 례:미안하긴? 내 달리 생각하지 말라 하지 않았어요? 난 우리 둘의 참된 우정을 영원히 간직할거다. 지금의 우리 임무는 졸업시험을 잘 치고 좋은 성적으로 사범을 졸업하는거야. 그리고 청년들의 선진조직인 청년단에 하루 속히 가입해야 힌다. 상각아, 우리 약속하지 않겠니?

상 각:응, 그러자. 난 이 시각부터 모든걸 단념한다.

미 례:호호, 그래라. 그러면 나도 널 감사하게 생각하겠다!

상 각:감사는 뭘. 허허허.

음 악:

효 과:

해 설:학교를 졸업하였다. 상지사범학교 제2기 졸업생들이 흑룡강성 여러 학교에 교원으로 가게 된다. 92명 졸업생중 9명이 학교에 남게 되였는데 그속에는 나도 미례도 있었다.

교 장:오늘 이 자리의 9명 학생들은 졸업생들중에서 품행이 좋고 학습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입니다. 또 동무들중에는 학생회 회장, 부회장도 있고 반의 문오위원, 체육위원도 있습니다. (잠간)우리는 동무들을 한급 높은 중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쁘지요.

효 과:술렁이는 소리.

교 장:중학교에 가서 뭘하냐구요? 아마 동무들은 일이년 중학교 교도처나 청년단 사업을 하면서 중학교교수에 적응한다음 정식교학을 하게 될것입니다.

효 과:와! 좋아하는 소리.

음 악:

효 과:기차 달리는 소리. 차 바곤안 소음.

상 각:미례, 난 벌리중학교로 가게 됐다. 너는?

미 례:난 신안진중학교로 분배 받았다. 학교측에선 며칠 집에 돌아가서 쉬라는 통지 보내왔다.

상 각:잘 됐구나. 그간 푹 쉴수도 있구.

미 례:호호. 나도 며칠은 실컷 자고만 싶다.

효 과:기차 달리는 소리.

음 악:

미 례:저기봐. 저기 마을이 보이잖니? 오성촌이야. 우리 살던 마을이야. 맨 앞집이 보이지. 저게 우리 집이였다.

상 각:그래, 보인다. 초가집으로는 큰편이구나. 짚이영두 멋지게 틀어얹구, 정말 아담해.

미 례:상각아, 저 아담한 집에 나의 슬픈 과거가 숨어있단다.

상 각:미례, 슬프다니?

미 례:저 집에서 우리 집은 지주성분때문에 쫓겨났고 산골마을로 가서 오두막 살림살이를 3년간이나 했단다.

상 각:그랬니?

미 례:성분때문에 내 가슴에는 항상 피고름같은 아픔이 흐르고있었단다. 계속되는 정치운동때마다 받아온 설음과 울분들을 내뱉지 못하고 가슴속으로만 쌓아두노라니 내 성격이 이렇게 내성적일 수밖에... 호-

상 각:미례... 슬퍼하지 말아. 후에 좋아질거야.

미 례:글쎄, 난 왜선지 자꾸 자신감이 적어진다...

상 각:미례!...

음 악:

효 과:덜커덕이는 차소리.

미 례:상각아, 벌리에 가면 인차 편지를 보내줘. 기다릴게.

상 각:응.

효 과:붕, 렬차 고동소리.

음 악:

해 설:반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1955년 내가 열아홉살 나던 해였다. 뜻밖에 두툼한 편지가 날아왔다. 결연의 편지였다.

미 례:(편지 내용)우리 두 사람은 백년가약을 맺을 대상은 아닌것같다. 그 이유로는 몇가지가 있다. 첫째로 상각이도 알다싶이 나는 몸이 허약해서 외아들 집의 맏며느리감이 못된다. 다음, 나는 성분이 지주라는 가문에서 태여났다. 가정출신이 나쁘니 장래 상각의 발전에 영향을 줄것은 뻔하다. 셋째로 우리 둘의 희망이 다르지요. 나는 자연과학 리과가 희망이고 상각이는 문학가나. 시인이 되려고 하고있다. 마감으로 그 동안 상각이를 속혀 왔는데요. 사실 난 36년생이다. 그러니깐 내 나이는 상각이와 동갑이란다.

음 악:

미 례:(편지 내용)우리 둘의 우정은 영원한것이다. 난 그 우정을 꼭 지켜가겠다. 언젠가 상각이 너 결혼하며 꼭 소식해 달라. 난 찾아가지 못하면 마음깊이로 축복하겠다.

음 악:

해 설:나는 머리가 띵했다. 일찍 명랑한 태도를 보이지 않다가 이제 와서야 이처럼 야속한 편지를 보내다니? 나는 편지들은 안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휘영청 달 밝은 밤. 벌리시 복판에 강물이 흐른다. 나는 편지를 안고 다리우에 홀로 섰다. 얼음 풀린 강물이 무섭게 흐른다. 나는 편지들을 한장한장 찢어서 강물에 띄워 보냈다.

상 각:잘 가라. 내 사랑이여!

시읊기:<그대는 달>

음 악:

시읊기:그대는 먼먼 달이외다/ 아득히 우러러 바라만 볼수 있는/ 꿈에도 가까이 다가설수 없는/ 그대는 저 하늘의 달이외다///

      

      그리워도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 불러도 소리쳐도 대답이 없는/ 먼먼 하늘 끝에서만 굽어보는/ 그래서 그대는 예쁜 달입니까///

 

      너무도 차가와요/ 너무도 야속해요/ 외로운 이 밤 바라보느니/ 아, 눈물만 하염없이 흐릅니다///

 

음 악:

해 설:련애시절 미례가 보내온 편지속에서 몇 개 골라 읽어본다.

음 악:

미 례:오늘은 너무너무 기뻐요. 잃었던 친우를 찾은듯 마음 든든해지는군요. 영생의 다정한 벗을 찾게 된 그 마음 무엇으로 표현할수 있겠어요. 내 마음은 유쾌해졌어요. 노래라도 목청껏 부르고싶어요.

      나는 상각씨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굳게 믿어요. 부디 노력을 아끼지 말아요. 그리고 항상 신체를 고려하세요. 상각씨는 좀은 약한편이니깐요. 이것은 그대만을 사랑하는 사람의 숨김없는 부탁입니다.

      나의 부탁을 들어줄수 있겠어요? 때를 기다려 우리들의 사랑을 공개하고 지금은 비밀로 하자요. 나는 결코 그대의 배반자가 안될것이며 영원히 그대의 벗으로 될것입니다.

음 악:

미 례:오늘은 틀림없는 봄이예요. 봄이란 언제나 가장 좋은것들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가져다주고있어요. 이 봄과 함께 우리의 사랑은 들꽃마냥  활짝 필것이며 아름답고 행복한 감정이 한껏 부풀어 오를거예요. 그것은 그대의 아낌없는 참된 사랑이 나의 심장으로 흐르고있기때문이예요. 모든것 다 버리고 우리들의 열정적인 키스가 이어질 때... 아, 난 우리 둘만의 앞날을 꿈꾸고있어요. 오직 행복과 기쁨, 미만한 미래만을 바라는거예요.

음 악:

미 례:날이 갈수록 그대를 사모하는 마음은 싱싱하게 푸르러만 가는군요. 어제 저녁도 참 좋은 밤이였어요. 그저 그대와 함께 수림속을 거닐면서 오손도손 이야기로 밤을 새웠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나는 그저 혼자 거닐면서 중얼중얼 <그대 없는 나는 서러워>라는 노래를 불렀어요. 그대는 너무 얌전해요. 자, 저의 볼에, 저의 입술에 뜨거운 키스를 해주세요. 그리고 그대...날 안아주세요. 이지러지게 안아주세요.

 

음 악:

시읊기:<뜨락에 달빛이 차고>

음 악:

시읊기:뜨락에는 은은한 달빛이 차고/ 내 가슴엔 절절한 그리움이 넘치네///

      봄바람에 살구나무 가지 흔드니/ 귀밑머리 만지던 그대 손길 생각나///

      정다운 목소리 창문에 울리는가/ 내다보니 둥근 달이 빙그레 웃는구나///

      그대 사진 손에 든 채 잠들었더니/ 꿈에는 달을 안고 속삭이였네///

음 악:

이상각:(육성6) 

       *시 <뜨락에 달빛이 차고>의 창작과정.

음 악:

해 설:미례가 이젠 내 안해가 다 된듯 싶었다. 나는 매일 일기를 쓰고  편지를 수없이 보냈다.

음 악:

해 설:미례에게서 편지가 또 왔다. 헌데 오른쪽 아래 귀퉁이가 모두 <ㄱ>자로 베여져 있지 않은가?

상 각:(독백)허허, 왜 편지 귀퉁이를 베였을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인데...(잠간) 음, 아마도 무슨 암호겠지. 무슨 암호일가? ... 에라, 모르겠다. 나도 똑같은 마음이란 뜻으로 편지지 귀퉁이들을 베서 보내자. 허허.

해 설:나는 편지지 귀퉁이마다 <ㄱ>자로 벴다. 베여서 보내놓고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갔다.

음 악:

미 례:상각씨, 왜 회답편지에 귀퉁이를 벴어요?

상 각:미례도 편지지 귀퉁이에 <ㄱ>자로 베지 않았소?

미 례:내가요? 호호호.

상 각:난 무슨 암호인줄 알았지. 꼭 같은 행동을 하면 알아줄거라고 여겼어.

미 례:호호호, 어쩜 그렇게도 째째하단 말이예요?

상 각:째째하다니 왜요?

미 례:편지지가 귀하니깐요. 학생시절에 쓰던 편지지 귀퉁이마다에 학교도장이 찍혀있었는데 보기싫어서 베여 버렸어요.

상 각:허참, 난 또 무작정 미례처럼...

미 례:호호호, 상각씨, 점점 좀스러워 보이네요.

상 각:허허.

해 설:미례앞에서 내 속을 빤히 드러내보인것이 여간 부끄럽지 않았다. 그후 한번은 편지에 쓴 글씨가 볼모양이 없었다. 알고보니 미례는 오른쪽 팔목에 이상이 생겨서 수술을 받고 왼손으로 편지를 쓴것이였다. 그제야 나는 미례가 왼손으로 쓴 글씨가 이렇게도 이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음 악:

시읊기:<그대에게>

음 악:

시읊기:내 여태껏 그대의 모습보다/ 아름다운 그림을 찾아보지 못했노라///

      내 여태껏 그대의 마음보다/ 정다운 애정시는 읽어보지 못했노라///

      내 만약 아름다운 그대 모습 그린다면/ 그대의 정다운 마음씨는 어이하랴///

      내 만약 절절한 사랑의 시 쓴다면/ 샘물마냥 용솟음쳐 붓을 놓지 못하리///

음 악:

교 장:상각이, 동무의 사직서를 봤소.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뭐요?

상 각:교장선생님 전 대학시험을 치려고 맘 먹었습니다. 사내로서 큰 뜻을 이루려면 그래도 대학공부를 해야 합니다.

교 장:허허, 생각은 잘했소. 그러나... (잠간)상각이, 동무는 지금 큰 착오를 범하고있소. 사범을 3년 다녔으니 3년은 교육사업을 하는것으로 복무해야 하오. 알겠소? 그렇지 않으면  배상해야 한다오.

상 각:예? 배상을요?

교 장:허허허. 동무 배상하라니 긴장해 하는구만.

상 각:교장선생님.

교 장:상각이, 래년에 우리 학교에서 동무를 통신생으로 추천할터니 월급을 받으면서 대학공부를 하란 말이요. 얼마나 좋소. 그러니깐 허허, 이 사직서는 안 쓴것으로 치기오.

상 각:안됩니다. 교장선생님, 전 꼭 대학에 가렵니다.

교 장:이 고집쟁이라구야! (잠간) 상각이, 이것 보오. 전날 상각의 미혼처인 미례가 보내온 편지요. 자기는 상각의 사직을 동의하지 않는다고 딱 찍어 말했더구만.

상 각:미례가 어떻게 저를 말릴수 있습니까? 저는 자습을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저를 동여매지 못합니다. 교장선생님, 비준하지 않으면 전 이대로 떠나겠습니다.

교 장:허허, 정 그렇다면 난 굳이 말리지는 않겠소. 그럼 자습을 잘해서 대학에 가오. 만약 못 가게 되면...(잠간)허허허, 다시 날 찾아오우. 내 상각동무만 사업을 배치해 줄테니깐.

상 각:교장선생님, 고맙습니다.

음 악:

해 설:나는 정든 벌리를 떠나 목단강시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 조선문 <목당강일보>사가 섰는데 권태준선생이 편집반공실 주임이였다. 권선생은 밀산조선족중학교 교도주임으로 계실 때 나에게 작문콩클 1등상을 준분이였다.

권선생:허허, 상각이, 대학을 가지 말고 우리 신문사에 오우. 대학을 가봐야 그저 그렇지. 지금 우리 신문사에 문학편집이 공백이요.

상 각:저는 먼저 대학시험을 치고 보겠습니다.

권선생:그럼 대학에 가지 못하게 돼도 큰 근심은 하지 마오. 우리 신문사에서 우선 상각일 고려할테요.

상 각:정말입니까?

권선생:허허허, 정말이구말구. 우린 상각이같은 유능한 젊은이들 앞에는 언제나 푸른등을 켜놓을거요.

상 각:알겠습니다. 선생님, 전 시름 놓고 자습하겠습니다.

음  악:

이상각(육성7)

      세상일이란 이렇게도 달콤할수 있겠습니까? 나는 권태준선생님의 덕분에 마음 놓고 대학입학시험 준비를 할수 있었습니다. 나는 두해만에 시험을 쳐서 연변대학 어문학부에 입학했습니다. 미례와 별반 연애를 해보지 못하고 멀리 갈라져야 했습니다. 그때 내 나이는 21살이였습니다.

 

제3편

<편집생활>

나오는 사람

상 각:25살부터 퇴직하기까지.

미 례:안해 김세영의 예명.

김해진:<연변>잡지 주필.

김창석:<연변>잡지 주임, 50여세.

한수동:<연변>잡지 편집.

애 숙:17살, 화룡현 려관 복무원.

운전수:애숙 외삼촌.

차룡순:농민소설가. 50여세.

농민, 아줌마, 녀류작가, 군대대표...

허해룡:소설가, 출판사 문예부 주임.

부장, 책임자, 병원령도...

현규동:시인. 거의 60세, 진지한 성격.

김용식:<규중비사> 작자. 거의 60세.

문창남:<도라지>주필 40세. 활달한 성격.

정세봉:농민소설가, 40여세, 과묵한 성격.

도문청년, 낯선청년, 룡정청년, 김성휘, 사기군...

 

 

음 악:

이상각:(육성8)

      1961년 여름에 나는 연변대학을 졸업하고 <연변>잡지월간사에 배치받았습니다. 그때 김해진선생님이 <연변>잡지 주필이였습니다. 김해진주필은 나젊은 문예지도자로서 재질과 능력이 있는분이였고 학식도 대단히 높았습니다. 나는 김해진주필을 대면하지 못했지만 그 성함은 익히 들었었습니다. 김해연이란 필명으로 여러편의 소설과 사설, 잡문, 수필을 발표하였으니깐요. 김해진주필은 지도사업에 과단성이 있고 아래사람을 사랑하는분이였지요. 그때 모두들 나보고 훌륭한 지도자를 만났다고 축하를 보냈습니다.

음 악:

김해진:리상각이라 부른다지. 환영하요. 우리 편집부는 동무와 같은 나젊은 일군들이 있어야하오. 일후에 멋지게 일해보시오.

해 설:김주필은 나를 데리고 편집실을 다니면서 인사를 시켰다. 그해 연길에서 여덟개 잡지가 페간되고 <연변>잡지가 나왔는데 <연변청년>잡지에서 김해진주필이 리상준과 함께 오고 <연변문학>잡지에서 김창석, 한수동이 왔고 그밖에 <학습>, <지부생활>사에서도 편집들이 왔다. 문예조에는 김창석선생이 책임지였다.

해 설:김해진주필은 경험도 필력도 없는 나에게 늘 글쓰는 임무를 맡겼다. 이건 나에게 무슨 글재간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필력을 단련시키고 나를 양성하기 위해서였을것이다. 나는 그이의 지도를 받으며 여러 편의 실화, 산문, 통신, 실기 등 문장을 련속 써냈다. 그 어느 문장이나 그이가 손수 심열하고 수개하지 않은것이 없다.

음 악:

음 악:

해 설:김창석선생님은 나의 처녀작을 발표해주신 선배님이시다. 내가 흑룡강성 벌리중학에서 사업하던 1956년에 선생님은 자주 편지를 보내주셨고 그해 <연변문예> 10호에 나의 처녀작을 실어주시였다. 문학에 뜻을 둔 어린 나이에 작품을 발표하니 눈앞이 트이는것만 같았고 구명은인을 만난것만 같았다. 그런 김창석선생님이 책임진 <연변>잡지 문예조에 내가 배치 받았던것이다.

음 악:

김창석:상각이, 주숙은 어떻게 하려오.

상 각:선생님, 저는 간부들 집체숙소에 들려 합니다.

김창석:집체 숙소는 조건이 너무 차하다오. 애당초 우리 집에 와있소.

상 각:예...

김창석:우리 집은 식솔들이 많지만 허물 할 사람은 없소. 내 마누라와 의론해서 상각에게 방 한칸 줄테니 편하게 글을 쓸수 있을게요.

상 각:선생님, 감사합니다.

음 악:

 

효 과:사각사각 글쓰는 소리.

김창석:상각이, 상각이가 조양촌 태동촌에 생활체험에서 쓴 조시 <황금계절>을 읽어봤소. 내 문자수개를 좀 했는데 맘에 들지 모르겠소.

상 각:(잠간)선생님, 이렇게 수개하니깐 시 같군요.

김창석:허허허. 예술이란 씹을 맛이 있어야 하오. 씹을 맛이 있자면 창작에서 깐깐해야 하오. 옛날 가수들은 폭포를 찾아가 목구멍에서 피가 날 때까지 소리쳐서 명가수로 되였소. 우리에겐 이런 정신이 부족하오.

상 각:선생님, 알겠습니다.

해 설:김창석선생님은 이처럼 예술성을 강조하였다. 선생님은 편집에서도 글자를 따졌고 자기의 창작에서도 몹시 글자를 따졌으며 무슨 일을 하든지 그처럼 깐깐하시였다.

음 악:

 

해 설:한번은 룡정현 동성용에 가서 조밭기음을 맬 때였다. 선생님의 일솜씨는 어찌나 굼뜬지 내가 한이랑을 다 매고 돌아섰는데도 밭머리에서 떠나지 못하고있었다.

상 각:(독백)참, 선생님의 일솜씨는 왜 저리 굼떠. 저렇게 김을 매다간 해지도록 한이랑도 다 매지 못할게야.

농 민:아니, 동무, 기자동무.

상 각:예.

농 민:동문 가라지를 세워놓고 조를 뽑아버리지 않았소?

상 각:뭐라구요?

농 민:보오. 여기 밭고랑에 서있는게 다 가라지오.

상 각:예... 예?

김창석:허허허, 상각이 다시 돌아와야겠소. 조는 솎으라고 했지 매라고 하지 않았소. (잠간)허허, 상각인 가라지구 뭐구 듬성듬성 세워놓고 모조리 매버렸구만.

상 각:선생님, 정말입니까?

김창석:허허허. 이런걸 <나그네말죽>을 먹였다고 하오. 다시 천천히 솎구오.

음 악:

해 설:김창석선생님은 모든 일에서 진지했고 파고드는 정신이 있었으며 책임감이 높았다. 모름지기 선생님의 일거일동에서 내가 배운바가 매우 많았다. 김창석선생님은 일찍 50년대초부터 <연변문예> 편집으로 있었고 편집조 조장으로부터 부주필사업까지 하면서 많은 문학인을 양성하였다.

음 악:

 

효 과:달리는 자동차소리.

해 설:문학창작에 싹수가 보이는 새 사람을 발견하고 이끌어주고 부추켜주는것이 편집자로서 미를수 없는 책임이다. 1963년 겨울에 나는 한수동편집과 같이 소설창작에  재능이 있는 나젊은 소설과 차룡순을 찾아 화룡현 숭선향으로 가게 되였다.

효 과:펑펑 쏟아지는 눈. 씽씽 불러치는 눈보라.

상 각:한선생님, 눈 때문에 차가 화룡으로 통하지 못한답니다.

한수동:그럼 어쩌겠소? 허참, 이 눈이 멈출것 같지 않구만.

상 각:화룡에는 눈이 더 크게 내렸답니다. 잠간 우리 함께 저 자동차운전수와 사정해봅시다.

음 악:

 

효 과:려객들이 아우성소리.

운전수:허참, 차가 번져지면 누가 책임지겠소?

상 각:우리가 책임지지요.

한수동:운전수동무, 만약 길이 막히면 우리가 눈을 치겠소.

운전수:책임, 책임 그런 말씀 말아요. 그러다 사고라도 치면  당신들이 정말로 책임지겠소?

해 설:운전수의 그 말에 도리가 있었다. 지금 화룡으로 가는 길은 두만강변을 에돌아가는 탄탄대로지만 그때는 아슬아슬한 대골령 을 넘어가는 벼랑길이여서 해방표자동차가 쩍하면 번져지군 했다.

효 과:쌩쌩 불어치는 바람소리. 려객들 떠드는 소리.

해 설:려객들이 울며불며 사정해서야 운전수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적재함에다 굵은 바 몇뭉치를 울려던졌다.

운전수:갑시다. 죽든 살든 고생은 같이 합시다.

려객들:와!

효 과:부르릉 해방패 자동차 발동소리.

음  악:

효 과:차 눈길로 달리는 소리.

해 설:사흘만에 우리는 해방패자동차 적재함에 앉아 숭선으로 떠났다.

효 과:산길을 톺는 자동차소리.

상 각:한선생님, 왜 모두들 한켠으로 몰려앉습니까?

한수동:차가 오른쪽으로 번져지기 쉽소. 왼쪽에 앉으면 위험하다오.

상 가:예? 허허허.

효 과:높은 령길에서 차가 맴돌이치는 소리. 선자리 회전.

운전수:에익 씨! 모두들 내리시오. 차를 끌어야겠수다.

손 님:자, 내립시다!

여자들:우리도 내려야 하나요.

손 님:여자들 그냥 앉아있소. 이 감때사나운 날씨에 무슨 여자들 이리 많아.

손 님:히히히.

음  악:

 

효 과:바줄로 차를 끄는 소리.

상 각:자, 바퀴 다 동였어요. 자, 시작!

한수동:하나- 둘- 엣싸. 하나, 둘, 엣싸!

효 과:차를 끄는 소리. 다시 걸리는 발동 소리. 떠들대는 소리.

효 과:다시 달리는 차소리.

 

음 악:

해 설:이렇게 차를 끌다가는 타고 타다가는 또 끌군했다. 자동차는 150리 령길을 진종일 허위허위 달렸다. 어두운 밤에야 숭선에 도착했는데 발과 귀가 얼어서 말이 아니였다.

음 악:

해 설:이튿날 군함산 넘어 15리 눈길을 도보로 걸어서 길닦기로동을 하는 차룡순을 만났다. 시민촌에서 농사를 하는 차룡순은 숭선에 와서 길닦이일을 하고있었다. 늘 <산사람>을 쓰기 좋아하는 차룡순은 산사람을, 아니 포수군을 련상시켰다. 키가 크고 눈이 어글어글하고 성질이 괄괄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런 사람이 시골에서 소설을 쓴다니 우리에게는 금싸락같은 존재였다.

차룡순:저는 53년에 가정이 곤난해서 연변고중 1학년에 중퇴하고 화룡현 덕화에서 농사일을 하였습니다. 마을에서 회계, 고급사주임과 같은 직무를 맡았고 입당까지 하였습니다.그러다 1958년 <흰기뽑기>운동에 걸려서 당적도 주임자리도 죄다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하는수없이 석현종이공장으로, 화룡림업국으로 떠돌아다니면서 로동자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1963년부터 숭선산골에 와서 산농사를 하고있는중입니다.

상 각:소설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는가요?

차룡순:마을에서 이런저런 간부사업을 하면서부터 짬짬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수동:차동무, 이를 악물고라도 좋은 글을 써서 보내주오.

차룡순: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해 설:한수동편집은 차룡순의 소설들을 읽어본후 작품수개를 자상히 하여주었다.

음 악:

 

해 설:일을 끝내고 돌아가자니 련며칠 줄창 내린 큰눈이 산길을 메웠다. 우리는 일주일이나 할 일없이 려관에 갇혔다. 그 사이에 우리는 17살 나는 려관복무원 애숙이와 친숙해졌다. 애숙이는 밤이면 <파마점>을 경영했는데 시골 총각애들이 파마머리를 하겠다고 막 몰려들었다.

애 숙:기자선생님, 저 남자청년들이 파마를 하겠다지 않겠어요? 어떻게 하라나요?

한수동:애숙이, 딱 잡아떼오. 꼴사납게 남자가 파마를 하다니?

애 숙:예, 그러겠어요.

효 과:떠드는 소리.

애 숙:모두 돌아가요. 남자들 파마하는 법 없대요.

총 각:왜 남자들 파마 못한다오. 시내 남자들 다 하는데. 새기, 우리도 한번 여자가 되여보기오.

애 숙:안된다는데요. 어서 나가요!

총 각:너 정말 딱딱하게 굴겠니? 조용한데 나가 널 때려주겠다.

애 숙:뭐라나요?

음 악:

 

효 과:문 열리는 소리.

애 숙:(울먹이는 소리) 저, 기자선생님, 남자들 파마 못한다니깐 저 남자들 날 때리겠다고 마구 으름장을 줘요. 어쩔가요?

상 각:허허, 그럼 어쩔가?

한수동:애숙이, 나가 그 총각애들과 큰 소리 탕 해놓소. <너네 날 건드리기만 해봐라. 내게도 사람이 있다.> 이렇게말이요.

효 과:떠드는 소리.

애 숙:기자선생님, 내가 그렇게 떵떵 을러멨더니 남자들이 뿔뿔히 도망쳤어요. 주대 없는 청년들이죠?

한수동:잘했소. 애숙이 용감하구만.

상 각:허허허.

애 숙:호호호. 기자선생님들 날 도와 줬으니깐요. 나도 한번 선생님들도와주겠어요?

한수동:어떻게요?

애 숙:저... (잠간)우리 외삼촌 현량식창고에서 차를 몰아요. 내 이제 삼촌보면 선생님들 연길까지 실어다 드리라고 부탁하겠어요.

상 각:그래 정말?

애 숙:물론이죠뭐.

한수동:허허, 애숙이 그렇게만 해주면 정말 감사해. 우리 어떻게 애숙이 은혜 보답할가? 허허허, 후에 애숙이 연길로 오면 우리 두사람 애숙일 업고 시가지 복판으로 온 하루 다닐거요.

애 숙:호호호.

음 악:

 

효 과:차 부르릉거리는 소리.

애 숙:우리 외삼촌이 왔어요.

상 각:그래?

애 숙:내가 사정하면 문제없이 선생님들이 갈수 있을겁니다.

한수동:그럼 얼마나 좋겠어? 어서 사정해주오.

음 악:

 

효 과:울면서 들어오는 소리.

애 숙:저... 기자선생님, 흑흑흑...

상 각:허허허, 애숙이, 외삼촌이 애숙일 때렸소?

애 숙:외삼촌 날 막 욕했어요. 싱겁게 그런 일에 삐치지 말라구요.

한수동:그랬어. 허허허, 그럼 우리 직접 나가 애숙이 외삼촌보고 사정하겠소.

해 설:우리는 애숙이를 앞세우고 밖으로 나갔다. 어느분이 외삼촌인가 확인했다. 우리는 기자증이란 <왕패>를 내보이였다.

한수동:우린 편집부를 떠난지 보름이나 됩니다. 얼른 돌아가서 원고를 인쇄공장에 보내야 합니다. 사정 좀 봐주십시오.

운전수:허, 이게 무슨 공공뻐스인줄 알아요? 사고가 생기면 누가 책임져요?

애 숙:외삼촌, 너무해요.

운전수:애숙아. 너... 허허허.

한수동:운전수동무, 좀 도와주십시오.

운전수:허참.

효 과:부르릉 발동기 소리.

운전수:두분 동구밖에 나가 기다리시오.

한수동:상각이, 떼질이 사촌보다 낫다질 않소. 빨리 동구밖으로 가기오.

상 각:예, 애숙이, 정말 감사하오.

애 숙:두분 잘가요.

한수동:연길 오면 꼭 들리오.

애 숙:예.

음 악:

 

효 과:차 발동소리.

운전수:빨리 오르시오.

해 설:우리가 제꺽 차에 오르자 차가 달렸다. 려객들이 까맣게 뒤따르며 소리를 질렀다. 차가 로과향을 지날때였다. 맞은켠에서 차가 오더니 우리가 탄 자동차 운전수를 불렀다.

중 년:야, 저 차우에 앉은 사람들이 누구냐?

운전수:형님, 저 사람들은 기자요.

중 년:야, 뒤에 검사찦차가 온다. 백날무사고 활동 너 모르냐? 너 면허증 빼앗기고 밥통 떼우자 이러니?

운전수:형님, 알겠소.

효 과:적재함 두드리는 소리.

운전수:두분 할수 없습니다. 내리시오.

한수동:좀 사정합니다. 여기 내리면 허허벌판인데 우리 어디로 가랍니까?

운전수:내 처지도 봐줘야지 않습니까? 어서 내리시오.

효 과:차에서 내리는 소리. 불어치는 바람소리.

음 악:

한수동:허허, 상각이, 이젠 끝이 아니요?

상 각:아무렴 얼어죽겠습니까? 걸읍시다.

효 과:눈길 밟는 소리.

음 악:

효 과:자동차 멈춰서는 소리.

운전수:기자선생님들, 어서 오르시오.

상 각:아니, 저분이... 애숙이 외삼촌이...

운전수:빨리요. 오르시요.

한수동:이거 미안해서 어찌 타겠습니까?

운전수:두말 말고 어서 오르시오. 애숙이가 방법을 대줘서요, 내 량식마대 몇개 싣고 왔습니다. 거 량식마대를 들어내고 그속에 앉으시오. 검사를 피할수 있습니다.

상 각:애숙이가요? 정말 감사합니다.

운전수:어서요.

해 설:우리는 애숙 외삼촌이 시키는대로 하였다. 량식마대를 들어내고 앉으니 춥지 않았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을가. 감사한 애숙이와 운전수인 애숙이의 외삼촌이였다.

효 과:해방표자동차 씽씽 달리는 소리.

 

음 악:

이상각:(육성9)

      그때는 고생스러웠지만 지금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누구를 위해서였겠습니까? 차룡순, 농민작가 한사람을 위해서 우리는 수백리 눈길을 다녀왔던것입니다. 이런 사연이 있어서인지 나는 차룡순을 만나면 남달리 친절한 느낌이 듭니다. 차룡순은 우리와 만나본 이듬해에 단편소설 <약초캐는 사람들>을 <연변>잡지에 발표하여 입선작상을 받았고 단편소설 <봄날에 있은 이야기>가 <연변일보> 입선작으로, 단편소설 <시대의 행운아>가 <아리랑>문학상과 자치구성립 30돍기념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음 악:

해 설:양금월, 양금원이란 이 이름은 한때 영웅으로 떠받들렸다가 후에 보통백성보다도 못한 사람으로 더럽혀진 이름이다. 그것은 양금월이 가짜영웅으로 한때 전 길림성을 놀래웠기때문이다. 70년대에 연변의 남녀로소는 물론 전 길림성에서 양금월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음 악:

해 설:60년대초부터 나는 화룡현 룡수향으로 뻔질나게 출장을 다녔는데 보통 초대소에 주숙했다. 그때 양금월이 초대소식당에서 일했다지만 나는 그녀를 본 기억이 없다. 이상하게도 나는 양금월이 죽은 뒤 그와 인연을 맺게 되였다.

효 과:새들 우짖는 소리. 도랑물소리. 모내기 현장.

웨 침:자, 넘기자-!

효 과:호각소리. 모내기 일하는 소리. 까르르 웃는 소리.

해 설:그때 우리 잡지사 몇명 편집인군들은 룡수향에서 제일 락후하다는 룡원10대에 가서 모내기를 도와주었다.

한수동:허허, 상각이, 모내기 하난 잘 하는구만.

상 각:다른 일 못해두 모내기만 괜찮습니다.

한수동:착착. 이앙기처럼 빠르네. 상각이 언제부터 모내기 했지?

상 각:소학교때부터 했습니다. 그때 뭐 모내기철이면 학교들마다  방학하고 코흘리개들을 몽땅 논판으로 내몰았으니깐요.

한수동:그럼 상각이는 어려서부터 빈하중농의 재교육을 받았구만.

상 각:예. 재교육이라면 재교육이죠뭐.

한수동:허허허.

효 과:<자, 넘기자!> 호각소리.

음 악:

 

효 과:멀리로부터 우뢰가 드릉드릉 우는 소리.

한수동:이놈이 하늘, 또 병드는게 아니오?

상 각:글쎄요. 정말 하늘이 심술 부리는지 모내기철이면 꼭꼭 비가 오군한답니다.

한수동:큰비를 벼르는것 같소. 저 동쪽켠을 보오. 구름이 새까맣게 덮쳐오는구만.

상 각:예, 금년에도 룡수 10대 모내기가 또 전 향에서 꼴지겠군요.

한수동:허허허.

음 악:

 

효 과:꽈르릉 번개치는 소리. 후두후둑 내리는 비.

농민남:와, 큰비다. 비닐 쓰고 그냥 하자.

농민녀:요놈 하늘 밑창 빠졌나봐요.

효 과:억수로 퍼붓는 비소리.

청 년:(멀리에서 부르는 소리) 저 화수쪽에 큰물이 터졌습니다. 빨리 대피하시오!

농민들:(고함소리)큰물이다. 어서 피해라!

여자들:아유, 내 장화.

효 과:트림하면 덮쳐드는 큰물.

여 자:야, 장사 버려. 너 죽고싶어!

여자들:아요! 아까운 장화...

남 자:여러분, 좀 더 멀리로요...

효 과:물밑에서 돌이 구으는 소리, 호용하는 물소리.

음 악:

 

해 설:물에 들어서던 청년이 흠칫하고 다시 뛰여나왔다. 시체가 길가의 백양나무에 걸렸있었던것이다. 해방군들이 먼저 시체에 접근했다.

효 과:여자들 울음소리.

해방군:여러분, 빨리.

한수동:상각이, 우리 해방군전사들을 거들어 주자구.

상 각:예.

효 과:물에 뛰여드는 소리.

해 설:우리는 해방군들을 협조하여 시체를 끌어냈다. 여자시체였다. 그때 나는 그 여자의 다리를 안았다. 후에 알고보니 그 여자가 양금월이였다. 우리는 시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다시 물속에 뛰여들었다.

효 과:물 사품치는 소리.

해 설:우리가 모내기를 하던 곳에서 좀 떨어진 자그마한 돌각담에서 홍수에 포위된 농민들이 모여 소 한 마리를 붙잡고있었다. 만일의 경우에 소에게 매달릴 잡도리였다.

효 과:물에 뛰여드는 소리.

농 민:저기 또 시체가 떠내려오고 있어!

농 민:응, 또 한사람 죽었구나!

해 설:조금후 군인이 그 시체를 업고 깊은 물에서 첨벙거리며 걸어오고있었다. 그뒤로 남녀사원들이 서로 손을 붙잡고 물속을 걸어나왔다.

한수동:자, 마중가기요.

상 각:예, 내 손 단단이 잡아요.

해 설:물속에 들어섰더니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칼로 뼈를 에이는것 같았다. 나는 손을 내밀고 한 아줌마 손을 잡았다.

아줌마:아, 총각이...

상 각:아줌마, 이 손을 너무 틀어쥐지 말아요!

아줌마:헉,헉... 내 좀...

한수동:상각이, 비켜서오! 큰 나무 내려오고있소.

상 각:예, 아줌마, 자, 빨리요.

아줌마:어헉. 헉...

효 과:첨벙첨벙 물깊은 곬에서 나오는 소리.

음 악:

 

해 설:룡호쪽에서는 양금월동창생들이 왕왕 울고있었지만 화수에서는 양금월이 죽지 않았다고 했다. 다시 확인하고서야 양금월이 잘못된줄을 알았다. 사람들이 양금월의 머리를 아래로 드리우고 물을 게우게 하려고 애를 썼지만 입안에는 모래가 가득차있어 어쩌는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군인들은 밥 한술도 뜨지 못했다.

음 악:

해 설:바로 이 양금월이 길림성의 영웅으로 부상되였다. 홍수가 터지는 날, 일요일인데도 양금월이 동무들은 데리고 모내기를 나간것이 칭찬을 받을만한 행위가 아닐수 없다. 이것이 그를 모범으로부터 영웅으로 만드는 끄나불이 되였다.

음 악:

해 설:나는 양금월영웅사적공작조로 잠시 조동되여갔다. 맨 처음 나에게 맡겨진 임무는 양금월의 일기를 정리하는것이였다. 양금월은 짧디 짧은 인생에 쓴 일기책이 모두 20여권이 되였다. 내가 아직 그의 일기를 다 보기도전에 한어문으로 정리된 양금월의 일기가 <길림일보>에 발표되였다.

녀류작가:여러분들은 아십니까? 양금월은 집체재산인 비닐을 건지다가 희생됐을뿐만 아니라 죽으면서도 모주석마크를 손에 단단히 쥐고있었대요.

상 각:작가동지는 어디서 그런 얘기 들었습니까?

녀류작가:양금월을 구하려던 의사가 이렇게 말했어요. 목격자가 있어요.

상 각:양금월이 희생된 그날 시체곁에 내가 있었댔는데 그때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군대대표:음. 그럼 그 일을 다시 잘 조사해보시오!

해 설:이 일이 채 해명도 되기전에 <길림일보> 한면을 가득채운 그 녀류작가의 보고문학이 발표되였다. 파도우에 빛발치는 모주석마크를 높이 든 그림까지 넣었다. 이렇게 세상에 공개된 영웅사적을 누가 감히 시정할수 있으랴! 나는 입을 다물고말았다.

음 악:

해 설:양금월의 쌍둥이 녀동생이 화수분소점에서 일을 하게 되였고 남동생이 군인이 되였으며 어머니가 모주석저작학습모범이 되여 돌아다니며 연설을 하게 되었다. 양금월 어머니 집에 <영웅의 집>이라는 커다란 패쪽이 걸렸다. 양금월의 두 동생과 어머니가다 공산당원이 되였고 화수분소점이 길림성의 기발로 되였다.

음 악:

해 설:몇해후 개국수령들이 잇달아 세상을 뜨고 만악의 4인무리가 타도되였다. 따라서 억압을 받았던 수천만의 간부와 지식인들이 억울한 사건을 시정받고 명예를 회복하였으며 극좌로선에서 수립된 영웅이니, 표병이니. 모범이니 하는것은 죄다 휩쓸어버리게 되었다.화수로 가는 길가의 네 렬사비를 무너뜨려버렸으며 양금월의 초가집에 걸었던 <영웅의 집>이라는 커다란 패쪽도 떼버렸다. 그 패쪽을 떼는 날 양금월의 어머니는 대상통곡을 했다고 한다.

음 악:

이상각:(육성10)

      근 3년동안 내가 양금월이 다녀간 발자취를 따라 여러 마을을 찾아가서 농민들과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양금월을 그리워했고 눈물겨운 양금월의 사적을 얘기했습니다. 양금월은 매일같이 베쾅을 등에 지고 다니며 무엇이 수요되면 무엇을 갖다주고 돈이 없는 집에는 자기 돈으로 먼저 물품을 주기도 했습니다. 밤중이라도 씨종자를 갖다주기도 했습니다. 양금월이가 입은 속옷은 다닥다닥 기운 누더기나 다름없는 옷이고 그가 다닌 길은 모두 험악한 산길이였습니다. 24살에 죽기전까지 그는 입당하려고 부지런히 사상회보를 썼고 일기도 매일같이 썼습니다. 한낱 농촌의 수수한 여자애가 이처럼 진취심이 있고 분투정신이 있다는것을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양금월을 꺼꾸러뜨리고 보니 그는 아무데도 쓰지 못할 페물로 되였습니다. 세상사란 과연 이런것일가요? 없는 영웅사적을 만들어서 하늘만큼 떠올렸다가 잘못되였다고 하니 땅바닥에 팽개칩니다. 그것도 죽은 사람을말입니다. 죽은 사람을 가지고 산 사람을 속이던 세월은 영영 사라졌습니다.

음 악:

 

음 악:

해 설:1981년, 마흔다섯살 잡아든 해에 나는 <연변문학>월간사 주필로 되였다. 전임 주필이 적극적으로 나를 추천하였고 주당위 선전부의 간부심사를 거쳐 내가 당선된것이다.

해 설:허해룡선생은 연변인민출판사 문예부 주임이고 소설가였다. 그날 우리 편집부에서 조직한 문학작품창작회의가 끝난후, 허해룡선생은 우리와 함께 식사하게 되였다.

허해룡:리주필과 좀 상론할 일이 있소.

상 각:무슨 일입니까?

허해룡:내가 쓴 중편소설 <리성계>를 알지?

상 각:알고있습니다.

허해룡:그 중편소설 <리성계>를 <아리랑>총서에서 출판하기로 하고 인쇄까지 다 됐는데, 누가 상급에 고발해서 그 작품을 <아리랑>에 싣지 못하게 되였소.

상 각:누가 고자질했게요? 그 소설에 무슨 문제가 있답니까?

허해룡:허허, 조선에서는 리성계를 3대 반역자중의 한사람이라고 한다오. 상급에서는 그런 반역자의 전기를 엮은 소설을 어떻게 우리가 싣느냐 했소. 그게 바로 이유지 뭐겠소.

상 각:선생님. 원고가 그대로 있으면 저한테 주십시오. 우리 <연변문학>지에 발표하겠습니다.

허해룡:상각이, 될수 있소?

상 각:왜 안되겠습니까? 인차 보내주십시오.

음 악:

 

해 설:이렇게 되여 허해룡선생이 중편소설 <리성계>를 우리가 채용하고 출판에 교부하였다. 헌데 어떤 사람이 그 일을 또 주당위 선전부에 고발했던것이다.

효 과:전화벨 울리는 소리.

부 장:여보시오. <연변문학>잡지사오? 여기 주당위 선전부요. 허해룡의 중편소설 <리성계>를 당신들 잡지에 실어선 안되요.

상 각:중편소설 <리성계>를 왜 우리가 실어선 안됩니까?

부 장:그래 당신들은 모르오? 그 소설은 문제작으로 판정되였소.

상 각:문제작이 아닙니다. 우린 중편소설 <리성계>를 력사를 반영한 인기작으로 보고있습니다.

부 장:아니, 싣지 말라면 싣지 말아얄게 아니요?

상 각:부장동지, 중편소설 <리성계>는 이미 인쇄까지 다됐습니다. 발표하지 않으면 우리가 받는 경제손실은 너무 큽니다.

부 장:동무, 무슨 고집이요. 당장 전화를 끄오. 우리 만나서 얘기 하기오.

상 각:알겠습니다.

효 과:전화기 놓는 소리.

음 악:

 

해 설:나와 주당위 선전부 부장과의 쟁론은 세시간 진행되였다.

부 장:동무, 높이 서서 멀리 내다 보란말이요. <리성계>같은 소설이 발표되면 자기들의 영웅을 쓴다고 조선측에서 가만히 있겠소? 꼭의견이 있을게요. 그러니 이것은 소설 한편 문제가 아니라 외교정책에까지 접촉되는 큰 문제란말이요.

상 각:부장동지, 나는 동의할수 없습니다. 조선력사에서 리성계를 개혁파로 긍정하고있으며 조선의 태조로 인정하고있습니다. 이것은 학술문제이지 그 무슨 정치문제로 될수 없습니다.

부 장:동무, 지금은 학술이고 정치이고를 가려보는 그런 시국이 아니요. 나 다시 말하겠소. 중편소설 <리성계>같은 글을 신성한 우리 연변 문학지에 실어선 안된오!

상 각:부장동지, 다시 한걸음 비켜서서 생각해보십시오. 사실 이 소설은 민간에 전파된 신화와 전설을 엮은 문학작품입니다. 정말  정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부 장:문학작품이라고? 그럼 왜 이름이 <리성계>라고 그대로 적혀있소?

상 각:제목을요? 그럼 제목을 허구로 고치면 안됩니까?

부 장:그건 다른 문제요...

상 각: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해 설:우리는 중편소설의 제목 <리성계>를 <리성계장군>으로 고쳐서 발표했다. 작품이 나갔는데 누구도 걸고 드는 사람이 없었다. 조선에서도 별다른 동향이 없었다. 노루가 제 방귀에 놀란격이였다.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더 안다는 자세로 쩍하면 남을 고발하고 물어뜯는 사람이 있기에 진실하게 일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음 악:

시읊기:<허수아비>

음 악:

시읊기:한자리만 지키고있어도/ 제가 할 일은 다한다///

       한마디 말이 없어도/ 두려워하는자 있다///

       허름한 옷을 걸치고/ 추위와 배고픔을 모른다///

       밤낮 외롭게 지내지만/ 욕심도 불평도 없다///

       팔 벌린채 먼 산 바라보며/ 세상을 우습게 안다///

음 악:

이상각:(육성11)

       *시 <허수아비>의 창작과정과 시에 담긴 뜻 풀이.

 

음 악:

해 설:연변병원에서 심장수술을 책임진 리의사가 갑자기 심장병으로 세상을 떴다. 의술이 고명하고 의덕이 아름다우며 고생을 무릅쓰고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해준 리의사였다.

효 과:노크소리.

책임자:리상각주필입니까? 연변병원에서 왔습니다.

상 각:그렇습니까? 무슨 일인지요?

책임자:한가지 부탁드릴 일 있어서요. 우리 병원에서 <병원원가>를 만들려는데 그 가사를 리주필에게 써줄수 없습니까?

상 각:허허, 좋은 일인데요. 사실 저는 병원에 대해 전혀 료해가 없으니 어떻게 <병원원가> 가사를 쓰겠습니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책임자:그렇습니까? 

상 각:예, 다른 분에게 부탁드리십시오.

책임자:리주필, 한가지 물을 일이 있는데요.

상 각:뭔데요?

책임자:저, <연변문학>지에 요즘 사망한 심장수술 리의사의 사적을 소개합니까?

상 각:예.

책임자:무슨 이유로요?

상 각:리의사는 의료사업에서 지친 몸으로 밤낮으로 분투하다가 타계했으니 널리 사회에 선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원고는 이미 인쇄공장에 교부하였으니 다음 기에 발표될것입니다.

책임자:리주필, 병원 당조직은 <연변문학>에서 그 사람을 선전하는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아주 락후하고 군중관계가 나쁘며 환자들의 돈을 받은적까지 있습니다. 병원 당조직에서는 리의사를 선전하지 말것을 바랍니다. 나는 당조직을 대표하여 왔습니다.

상 각:우리가 취재한데 의하면 리의사는 대중이 따라배워야 할 본보기입니다. 그리고 글을 발표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편집부에서 최후결정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발표한 글에서 문제가 있으면 주필인 제가 모든 책임을 집니다.

책임자:허, 편집부는 편집부로서 구실이 있군요. 그런 나쁜 사람을 <연변문학>에 싣으면 월간사 인끔도 떨어질게 아닙니까?

상 각:나쁜 사람이라니요. 말씀 너무 가볍습니다. 리의사에 대한 취재는 연변의 원로작가 류원무선생이 담당했습니다. 취재후 류원무선생은 자기가 쓴 글을 병원에 갖고 가서 여러 의무일군들에게 읽어주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감동되여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책임자:눈물을 흘렸다구요? 우리 그런 일 전혀 모릅니다.

상 각:인젠 그만 돌아가십시오. 우리 편집부엔 할일이 많습니다.

음 악:

 

해 설:며칠이 자나갔다. 그 책임자는 또 찾아왔다. 이번에는 병원의 상급인 의학원 당위원회 소개신을 가지고왔다. 당위서기의 친필서명이였다. 돌아간 리의사에 대해 병원측에서 부동한 의견이 있으므로 잡지에 소개하지 말라는 글이였다.

상 각:이 소개신을 편집부에서는 접수할수 없습니다. 작가는 작가로서의 창작자유가 있고 편집부에는 또 편집의 권한이 있습니다.

책임자:허허, 편집부에서 감히 맘대로 할수 있단말입니까?

상 각:그대로 돌아가십시오. 내가 병원측 제일 령도분을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책임자:맘대로 하시오.

음 악:

 

해 설:이 모든 것이 그 책임자의 연극임을 나는 언녕 짐작했다. 도대체 이 사람이 리의사에 대해 어떤 개인적 알륵을 갖고있는것일가?

효 과:전화 다이얄 돌리는 소리.

상 각:안녕하십니까? 소개신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리의사의 사적을 소개하는것은 병원의 위상을 높이고 훌륭한 의무일군들을 따라배우라고 사회에 널리 선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환자들이 병원에 대한 의견이 많습니다. 이런 때 리의사의 사적을 선전하면 병원측에도 유리할것입니다. 작가가 쓴 글을 보면 아주 감동적입니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우리 편집부가 책임지겠습니다. 문장은 이미 인쇄가 다됐으니 고칠수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병원령도:네, 잘 알았습니다. 우리쪽에서 부동한 의견이 있다보니 일이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의 사적을 널리 선전해주시니 참말 감사합니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해 설:일을 이렇게 마무리되였다. 류원무선생의 글이 발표된후 독자들의 반향이 컸다.

음 악:

 

효 과:전화벨 소리.

상 각:여보시오. 안녕하십니까. 뉘신지요?

최삼명:(전화에서 들리는 소리)상각이오? 나 최삼명이요.

상 각:예, 최선생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최삼명:허허, 상각이, 또 하나 신세 져야겠구만.

상 각:신세라니요. 무슨 일 있습니까?

최삼명:어제 연변 간호원협회에서 전화가  왔더구만. 5월 12일은 국제간호원절이니깐 간호절을 즈음하여 노래 한곡 지어달라더군. 허허, 또 이번에도 상각이 가사를 써야겠소.

상 각:예, 선생님 부탁이라면 가사 써 드리죠. 근대  오늘 4월 20일이니깐요. 어느날쯤 완성하면 될가요?

최삼명:음, 가사가 만들어진후 간호원협회에서 심열하고 곡을 붙이고 노래까지 완성하려면 시간 좀 걸릴게요. 상각이, 월말전에 가사 보내주오.

상 각:월말이면 열흘이군요. 허허허, 알겠습니다.

음 악:

해 설:다년간 나는 부탁을 맡거나  청구로 하여 가사 여러 수를 썼댔는데 대부분 작곡가 최삼명선생님이 곡을 달아주었다.

음 악:

효 과:스피카에서 울려나오는 노래소리.

해 설:나의 눈앞에는 많은 백의천사, 의사들과 간호원들이 얼굴이 떠올랐다. 어렸을때 나에게 첫 왁찐주사를 놓아준 간호원의 험상궂은 안낙네같은 얼굴...(잠간) 그후에 무수히 만났고 바람처럼 스쳐지나가 인젠 얼굴마저 흐릿하게 안겨오는 무던히도 싹싹했던 의사분들, 새하얀 옷을 입고 누님같이 상글상글 웃으며 다가오는 이쁜 간호원들... 나는 알았다. 이 한몸 건강의 갈피갈피에, 이 얼굴 웃음의 가닥가닥에 그분들의 고운 마음 그대로 슴배여있다는걸을!

음 악:<고맙소, 간호원동무> 선률이 흐른다.

해 설:나는 필을 들었다. 한가슴 넘쳐오는 시흥에 넘쳐 단숨에 가사 <고맙소, 간호원동무>를 써내려갔다.

음 악:

가사읊기:<고맙소, 간호원동무>

음 악:

가사읊기:

      새하얀 옷자락에 방실 웃는 그 모습/ 약쟁반 고이 들고 그 말씨도 정답소/ 즐거워라 친절한 간호원동무/ 진달래꽃 꺾어왔소 그 마음도 고맙소/ 그 마음도 고맙소///

음 악:

가사읊기:

      살뜰한 병실 찾아 사뿐사뿐 걸어와/ 은침을 잡은 손에 그 정성이 넘치오/ 고마워라 그 손길 간호원동무/ 언제 가면 잊으리요 내 마음도 즐겁소/ 내 마음도 즐겁소///

효 과:<고맙소, 간호원동무> 노래.

음 악:

효 과:사무실 노크 소리.

상 각:에, 들어오십시오.

현규동:시인 리상각주필이십니까?

상 각:그렇습니다. 누구신지 어서 앉으십시오.

현규동:하, 이거 참 반갑습니다. 성함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첨 뵙니다. 전 현규동이라 부릅니다.

상 각:현규동선생님!

음 악:

해 설:나는 현규동선생님의 손을 덥석 잡았다. 초면이지만 구면 같았다. 현규동, 얼마나 귀에 익은 이름인가. 일찍 젊어서부터 시를 썼고 외국간행물에도 훌륭한 시편들을 발표한분이셨다. 그러나 반우파투쟁시기에 정치적으로 억울하게 매장되였던 그가 변변한 일자리 하나 얻지 못하고있다는 소문을 대강 알고있었다.

상 각:선생님 만나게 되여 반갑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요?

현규동:리주필의 힘을 빌려고 왔수다. 아시다싶이 전 반우파투쟁시기에 정치몽둥이에 맞아 하늘을 보지 못하고 살았어요. 지금껏 밥통 하나 제대로 해결 못하고 그저 막벌이로동으로 살아갑니다.

상 각:무슨 일 하십니까?

현규동:벽돌공, 집을 짓는 일을 합니다. (울음 섞인 목소리) 나같은 50이 다된 사람이 막벌이로동을 하자니 다섯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습니다.

상 각:선생님, 지금 한창 정책시달을 하고있습니다. 억울한 사건을 시정할 때이니 선생님 문제도 풀릴겁니다.

현규동:전 생각다 못해서 이처럼 렴치불구하고 찾아왔어요. 리주필께서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저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김용식이란 사람때문에 이 지경이 되였어요.

상 각:예, 김용식선생님요? 우파감투를 쓰고 수십년동안 비인간적인 생활을 하고있는 그분 김용식선생님때문이란 말입니까?

현규동:예, 들어보시오. 제가 쓴 시 <량심>을 김용식이 독초라는 평론을 써서 발표했어요. 그래서 농촌에서 나를 반당우파분자로 보고 심심하면 끌어내다 투쟁했습니다.

상 각:농촌에선 우파를 붙잡는 운동이 없지 않았습니까?

현규동:예, 그래서 나는 모자를 쓰지 않은, 우파 아닌 우파로 되여 투쟁을 받았습니다. 문화대혁명에는 개처럼 끌려다녔지요. 난 그 김용식이를 한평생 잊을수 없습니다.

상 각:그건 모두 착오적인 정치운동이 조성한겁니다. 어느 개인에게 원을 품어선 안됩니다. 김용식선생님은 아마 현선생님보다 더욱 비참한 생활을 하고있을겁니다. 그는 진짜 우파모자를 쓰고 강제로동개조를 했으니깐요.

현규동:리주필선생, 하여간 제가 이 억울한 사건을 시정받고 직장을 얻게끔 힘써주시우다.

상 각:선생님, 내 곁방이 바로 정책락실판공실입니다 리령암주임이 책임자로 계시니 같이 가서 여쭈어봅시다.

음 악:

 

해 설:나는 현규동선생님과 같이 곁방으로 갔다. 리주임은 웬 로인(김용식)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김용식:(이빨새로 말이 새는 몸소리)리...리...리주임...리주임, 저를 돌봐주시고 앞길을 틔워주시면 백골난망이겠어유.

해 설:로인의 가련한 말씀은 참말 듣기 어려웠다. 치아가 빠져서 두볼이 훌쭉하게 들어갔고 눈확이 푹 꺼져들어갔으며 머리에 쓴 회색캡은 천이 삭아서 구멍이 펑하니 뚫려있었다.

김용식:(흐느끼는 목소리) 전 와룡에서 여기로 오는 차비 1원 50전도 없어서 꿔가지고 왔어유.

상 각:리주임, 저 로인은 누구십니까?

리주임:저분이... 바로 김용식아바입니다.

효 과:급히 일어서는 소리

상 각:예? (잠간)김용식선생님!

김용식:아니, 저...

상 각:선생님, 저를 모르겠습니까?

김용식:저...

상 각:제가 리상각입니다.

김용식:흑룡강성에서 온...시인 리상각이유?

상 각:예, 그렇습니다.

김용식:상각이...흑흑...

상 각:(눈물섞인 목소리) 선생님, 선생님...

음 악:

 

해 설:김용식선생님은 워낙 흑룡강성에 계실 때 가사를 쓰시였고 민간이야기도 쓰시였다. 교편을 잡고계시다가 연길로 와서 편집으로 계셨다. 선생님은 가정식구가 한자리에 모이기도전에 덜컥 우파모자를 쓰고 나앉았다. 김용식선생님의 글재주는 손가락 하나 펴볼새도없이 매장되고야 말았다. 선생님은 정치칼도마에 올랐는데도 자기 립장을 보이느라고 어쩌다 짧은 글 한편을 썼는데, 바로 불쌍한 현규동선생님의 단시 한편을 건드린것이였다.

음 악:

해 설:<원쑤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격>이라고 할가. 두분을 서로 인사 나누게 할 형편이 못되였다. 정말 난처했다.

김용식:지금 여기 리홍규, 임효원선생들도 다 잘 있어유?

상 각:예. 그분들도 억울한 사건을 시정 받고 지금은 령도사업을 하고계십니다.

김용식:그럼 저의 문제도 해결될가유? 상각선생이 힘써주세유.

상 각:선생님, 우선 작품을 써서 저에게 주십시오. 이를테면 <4인방>을 호되게 치는 시나 수필을 말입니다.

김용식:아직 문제해결을 받지 못한 나같은 사람이 글을 써서 누가 내줘유?

상 각:우리 <연변문예>에 발표합시다. 인차 글을 써주십시오. 글을 발표하는 한편 억울한 사건을 시정받도록 하십시오.

김용식:예, 그럼 써보겠어유. 오래동안 필을 놓아서 어떻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리홍규, 임효원선생이 보구싶구요. 만날 수 있겠어유?

상 각:예, 됩니다. 제가 모셔다 드리죠.

해 설:나는 현규동을 리주임께 소개해드리고 김용식선생님을 리홍규,임효원선생님앞으로 모셔갔다. 김용식선생님은 집으로 돌아가서 일주일만에 판소리 <접힌 날개 다시 펴서 천공만리 날아보자>를 나에게 보내왔다. <연변문예>지 1978년 12월호에 발표되였다. 그후 김용식선생님은 인차 연변문학예술연구소로 출근하게 되였고 신세를 고쳤다. 김용식선생님은 어느결에 장편소설 <규중비사>를 써서 우리 잡지에 련재하였다. 장편소설 <규중비사>가 련재되자 <연변문예> 발행부수가 껑충 뛰여올랐다.

음 악:

해 설:<과부설음은 과부가 안다>는 말이 있다. 문화대혁명시기에 누구보다 무서운 고초를 겪었던 김철시인이 정책시달을 받은지 얼마 안되는 형편이였지만 현규동을 무척 동정하였다. 그는 화룡현 인사국, 문화국을 여러번 뛰여다니며 현규동의 직장을 해결하려고 애썼다. 나는 나대로 화룡현 문화관과 련략을 취했다.

음 악:

해 설:현규동의 억울한 사건이 시정을 받고 직장문제를 해결하고 간부대오에 들어서게 된데는 화룡현 각급 지도일군들의 관심과 노력이 컸다. 현규동은 끝내 화룡현 문화관 전직문학창작지도원으로 사업배치를 받았다.

음 악:

효 과:책자 번지는 소리.

문창남:(편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형님, 래일은 청명날이요. 집집마다 이날이면 산소 찾아 돌아간분들에게 흙 한삽이라도 떠올리고 추모의 절을 올리련만 나는 어디로 가야 한단말이요. 산소도 없이 돌아간 아버지를 그리며 나는 울었소. 아, 형님, 10년 감옥살이, 나는 <특무>모자를 쓰고 감옥에 갇히였소. 나는 파쑈적폭행을 당했고 아버지는 매맞아 불구로 되여 한을 품은채 세상을 떴소.

      형님, 우리 집은 쑥밭이 되였소. 나는 청춘을 잃었고 불타는 사랑을 잃었고 인생의 황금계절을 잃었소. 병든 세월은 진실을 믿고 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피못이 고이게 하였소. 모든 사람들을 얼빠진 바보로 만들었고 참회할수 없는 죄를 짓게도 하였소. 그러나 나만은 대바른 시대의 반항아였소. 나의 몸 세포마다에 겨레의 얼이 서리고 있었소. 나는 그대로 불덩어리였소. 나는 많은것을 잃었지만 불굴의 의지와 신념으로 꿋꿋이 일어섰소. 원한의 재무지를 박차고 일어섰소.

      아, 형님, 상각형님, 나는 다시 살아났소.

음 악:

해 설:그날 감옥에서 나온지 얼마 안되는 나젊은 시인 문창남이 생면부지한 나를 찾아왔다. 자기를 소개하고나서 억울한 사건을 시정받으려고 당중앙과 주당위에 신소서를 보냈다고 했다.

상 각:연변대학 학생이 감옥 갔다던 소문이 있더니, 바로 문창남이구만. 지금 한창 억울한 사건을 시정하는 때이니 정법부문에 바싹 들이대오. 거의 10년동안의 경제문제도  철저히 해결받아야 하오.

문창남:주필선생님, 돈을 제게 소용없어요. 명예만 회복되면 저는 만세를 부르겠습니다.

상 각:아니요. 응당 받아야 할 돈도 꼭 받아야 하오. 창남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부터 지금까지 월급을 죄다 계산해서 상급에 신소해야 하오.

문창남:그게 되겠습니까?

상 각:왜 안되오. 난 될수 있다고 보오.

문창남:그럼 노력해 보겠습니다. 주필선생님, 저 이번 걸음에 제가 요새 쓴 시 몇수와 수필 두편을 갖고왔는데요. 봐주겠습니까?

상 각:봐주지. 창남이 그 바쁜 여가에 글을 써왔다니요. 허허. 보기오,

음 악:

 

효 과:책자 번지는 소리.

상 각:허허, 창남인 정말 문창남답게 격정이 펄펄 끓는 시를 썼구만. 이 수필도 참 좋소. 여기 두고가오. 우리 <연변문예>에 싣기오.

문창남:그래요? 통쾌합니다. 리상각주필님, 내 이제부터 주필님을 형님이라 불러 되겠어요?

상 각:허허허. 되구말구요. 나도 문창남같은 패기있는 젊은 시인들과 친하고싶소.

문창남:형님!

상 각:아우...

음 악:

 

해 설:드디여 문창남에게는 인생의 새봄이 깃들었다. 명예를 회복한 문창남시인은 길림시 <도라지>잡지사 편집으로 일하다가 부주필을 력임하기까지 되었다.

상 각:(전화로)창남이요?

문창남:(전화로)예, 상각형님이군요. 무슨 일 있어요?

상 각:아우, 한가지 일 있는데 아우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오.

문창남:무슨 일이요?

상 각:요새 골목소식 하나가 있소. 산재지구에서 <장백산>잡지만 남기도 <도라지>잡지와 <북두성>잡지를 없애버린다는 소식말이요.

문창남:형님, 정말이요. 그 골목소식 어데서 흘러나온거라오?

상 각:성위선전부에서 새여 나온것 같소. 이왕의 경험을 보면 골목소식이면 대체로 진짜 소식으로 되여버리더군. 아우, 인차 손을 써서 미연에 방지하오. 잘못하다간 <도라지>잡지가 요절당할 수도 있소.

문창남:형님, 알겠소. 형님도 연변쪽에서 많이 움직여주오. <도라지>가 살아나면 내 형님에게 3차, 4차  인사할게요.

상 각:그러오. 허허허.

음 악:

 

해 설:발등에 불이 달렸다. <도라지>는 과연 칼도마우에 놓여있었다. 문창남은 사처로 뛰여다녔다. 여러 부문의 유력한 도움을 받아 끝내 <도라지>를 살려냈다.

효 과: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

문창남:하하하, 상각형님, <도라지>가 살아났소. 이 문창남이 살아났단말이요.

상 각:허허허. 그래 축하한다. 우리 <도라지>주필동지.

문창남:형님, 자 한잔 들기오.

효 과:잔 부딪치는 소리.

문창남:아니 사모님은 또 주방 나갔소. (부름소리)사모님, 사모님!

미 례:(멀리에서)호호호, 내 나가요.

문창남:사모님, 어서요. 내 정중히 한잔 올리리다.

미 례:봐요. 도련님이 <도라지> 살려내여서 내 축하로 우리 집 특식음식인 닭찜을 해왔어요.

문창남:와, 사모님, 이게 닭찜인가요?

미 례:그래요. 어때요?

문창남: 후. (부는 소리) 옹배기찹쌀밥. 여기 얹혀진 닭. 와, 군침 사르르 돌아요.

미 례:호호호. 문창남도련님, 많이 드세요.

상 각:아우, 많이 먹소. 미례 며칠전부터 아우 먹여보겠다고 별러서 만든 우리 집 특식이요.

문창남:자, 사모님. 우리 한잔 다같이 비웁시다.

효 과:술 마시는 소리, 웃음 소리.

음 악:

 

효 과:스피카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

상 각:창남아우, 오늘 저녁 기분 좋은데 우리 춤추러 갈가?

문창남:허허, 물론이죠. 사모님,  준비해요.

미 례:도련님, 난 못가요. 오늘 저녁에 우리 잡지사에 일 좀 있어요.

문창남:아니, 사모님 또 녀성잡지사 주필이라고 세도 부리는게 아닌가요?

미 례:호호호, 정말 일있어요. 두분 춤 잘추고 즐기다 오세요.

상 각:아우, 미례 일있다니깐, 양보하면 안되나. 허허허.

문창남:그럼 별수 없죠. 그럼 오늘 저녁엔 연길의 이쁜 아가씨와 춤춰야겠군요.

미 례:그렇죠뭐. 도련님 좀 좋아요? 호호호.

문창남:허허, 신나는데요. 그럼 어쩔가요, 접때 친해둔 그 아가씨 불러와야겠는데요.

미 례:호호호.

상 각:허허허.

문창남:형님, 내 밖에 먼저 나가 전화칠게요.

효 과:문 열리는 소리, 밖에서 전화하는 소리.

음 악:

 

효 과:문 두드리는 소리.

문창남:형님, 뭘하오. 아직도 안 나오시우?

상 각:아우, 좀만 기다려.

문창남:허참.

해 설:그때 미례는 출장가는 남편을 바래듯 나에게 날이 서고 반듯한 양복차림을 시켰고 옷매무시와 넥타이도 조용히 바로잡아 주고있었다.

상 각:미례, 내가 뭐 장가라도 가는거요?

미 례:호호, 도련님이 이쁜 여자분 불러온다 했잖아요. 당신도 멋지게 단장해야 하죠. 당신 멋지면 체면도 서고 기분도 좋지 않아요.

상 각:허허, 됐소. 정말 이 맵시대로 갔다가 이쁜 아가씨들 날 총각이라고 딱 잡고 놓지 않으면 어쩌지?

미 례:호호호, 그러라죠뭐. 오늘 저녁 완전 개방인데요뭐. 자, 새로 사온 향수에요. 이리와요.

상 각:미례, 아니, 내 오늘 저녁에 향수까지...

미 례:그냥 가만 있어요.

효 과:향수 분무하는 소리.

효 과:달리는 차소리. 택시안.

문창남:형님, 오늘 사모님 정말 형님더러 바람 한번 피우라 이렇게 극성을 부리지 않소?

상 각:글쎄...

문창남:형님, 사모님에게는 정말 우리 조선족여인들의 훌륭한 모든것들이 다 숨쉬고있는듯하오.

상 각:허허허. 그렇소? 동생 말 들으니깐 요새 내가 지은 시 한수 떠오른구만.

문창남:그렇소. 제목은 뭐요?

상 각:<한복>이요.

음 악:

 

시읊기:<한복>

음 악:

시읊기:당신의 살결처럼 부드럽습니다/ 당신의 체취처럼 향긋합니다/ 당신의 모습처럼 어여쁩니다/ 당신 몸에 어울리는 당신의 한복/ 언제나 당신을 떠날 수 없습니다///

 

      조용히 서 있으면 노을입니다/ 사뿐이 걸어가면 물결입니다/ 말쑥한 그 모습 천사입니다/ 마음으로 만져보는 당신의 한복/ 이 몸도 당신을 떠날 수 없습니다///

 

음 악:

해 설:문창남은 불철주야로 글을 썼다. 중편과 대장편이 련속 쏟아져나왔다. 그는 청춘시절에 잃었던 모든 것을 되찾으려고 남보다 몇갑절 일을 더했다. 창남이는 원래 오래 살아야 했다.

문창남:(편지)형님, 아직 몸이 고달파 글에 불이 잘 달리지 않습니다. 혈육과 벗들의 절절한 념원속에 나의 병환은 나날이 쾌친해지고있습니다.

음 악:

해 설:문창남은 떠나갔다. 생을 사랑하는 이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도  떠나갔다. 붓을 놓지 못한채, 52살 한창 나이에 떠나갔다. 아, 원통하다. 창남아우야, 네가 정말 떠나갔단말이냐?

음 악:

이상각:(육성12)

      나는 지금도 창남이가 문득 찾아올것 같습니다. 창남이는 살아서 시우들과 웃음보를 터뜨리며 격정에 찬 시를 읊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빼앗긴 세월을 찾아와야 할 창남이는 한창 글재간이 빛발치는 때 애석학 갔습니다. 문창남을 훌쩍 떠나보낸 우리 시단의 아픔을 안고 나는 소리쳐 부릅니다. 돌아오너라. 창남아우야, 너는 살아야 한다.

음 악:

 

음 악:

]해 설:나는 개인적으로 정세봉과 변반 거래가 없다. 하지만 정세봉의 많은 소설이 <천지>에  발표되였고 발표된 작품이 거개가 우수작으로  되여 광범한 독자들의 강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음 악:

해 설:정세봉은 투도진광흥중학교를 졸업한후 1984년까지 줄곧 룡호촌에서 25년간 농사일을 하였다. 그는 농촌에서 대대장, 당지부서직을 맡아했으며 민영교원사업도 했었다. 정세봉은 1976년 처녀작 <불로송>을 발표한 뒤 련속 30여편의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단편소설 <하고싶던 말>은 1980년 <연변문예>문학상을 받았고 길림성문학상과 중국소수민족문학상을 받았다.

효 과:

상 각:(전화 소리)룡호촌 촌민위원회 사무실입니까? 예, 저는 <천지>잡지사 리상각입니다. 거기 정세봉동무를 찾는데요. 될수 있습니까?

정세봉:정세봉입니다. 리주필님,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 있으십니까?

상 각:정세봉이요? 난 리상각이요. 세봉이, 좋은 소식이 있소.

정세봉:무슨 좋은 소식입니까?

상 각:세봉이, 세봉은 우리 <천지>잡지에 많은 좋은 소설들을 발표하지 않았소. 그래서 우리는 동무의 그 노력에 답하면서 동무에게한차례 창작려행의 기회를 주기로 했소.

정세봉:창작려행이라니요?

상 각:세봉이,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넓은 세상을 나가보지 못하고야 어떻게 좋은 글을 쓸수 있겠소. 한번 멀리 나가서 시야를 틔여보란말이요.  세봉에게는 좋은 창작제재를 건질수 있는 좋은 기회로 될거요.

정세봉:리주필님, 정말입니까? 혹 롱담이 아니십니까?

상 각:허허허. 이번에 동무들은 북경, 상해, 광주, 항주, 대련, 심양 등지를 돌게 될거요. 또 떠난김에 한번 비행기도 타보구.

정세봉:예?...

상 각:이번 창작려행에 세봉동무와 함께 우리 잡지사 장지민, 홍천룡, 조성희 이렇게 네사람이 떠나게 되요. 왕복으로 대략 20여일이 걸릴거니, 준비 잘하도록 하오

음 악:

 

음 악:

정세봉:나는 난생처음 국토의 광활함과 아름다운 명승고적 그리고 다분히 이색적인 들끓는 삶의 현장들을 보게 되였고 처음으로 배와 비행기를 타보았습니다. 돌아온후 나는 인차 만여메터 고공에서 날고있는 려객기안에서 갑자기 떠올랐던 착상에 근거하여 단편소설 <별들>을 써내였고 <바다길, 하늘길에서>라는 기행문을 썼습니다.

음 악:

해 설:1985년 주당위 김성화서기는 정세봉의 창작환경을 개선해주려고 화룡현에 내려가서 전민소유제 로동자지표를 가져다가 정세봉의 <농민모자>를 벗겨주었고 화룡현문련 전직창작원으로 배치해놓았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아직까지 현급문련에다 소설을 쓰는 직업작가를 두는 제도가 없었다는 그점이였다.

음 악:

해 설:정세봉의 처지는 난처하게 되었다. 현에서는 책임지려 하지 않았으며 우에서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가정호구를 상품량호구로 바꾸다보니 생산대에 토지를 내여놓게 되여 안해의 직업까지 떨어졌다. 1988년 11월에 정세봉은 무작정 연길로 이사해왔다.

효 과:벽시계 초침 가는 소리.

상 각:세봉이, 그래 요즘은 어떻게 보내오?

정세봉:허, 그저요.

상 각:세봉이, 안해는 그래 일터 찾았소.

정세봉:아니요.

상 각:그럼 활동 좀 해야지. 연길에 와서 웬간한 수입 없으면 살지 못하오.

정세봉:예...

해 설:그때 정세봉은 오산하였다. 자기 처지를 보고 문단에서 못본척하지 않겠지 하는 믿음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아름다운 환상이였다. 정세봉은 자기의 목적을 위하여 끈질기게 활동을 해보았지만 아무런 진척도 없었고 어느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5년이런 세월이 흘렀다. 정세봉은 쓸쓸한 소외감과 고독속에서 간신히 정신의 붕괴를 버티고있었다.

음 악:

 

해 설:1993년 9월하순이 어느날이였다.

상 각:세봉이, 오래간만이구만. 앉소.

정세봉:예.

상 각:세봉이 그 동안 어떻게 보냈소.

정세봉:그저요.

상 각:세봉이, 오늘 무슨 볼일이라도 있소.

정세봉:아니요.

효 과:담배연기 뿜는 소리.

상 각:저, 세봉이, 요즘 나온 잡지오. 읽어보오.

정세봉:예.

효 과:시계 달리는 소리, 담배연기 뿜는 소리.

음 악:

 

효 과:시계 댕댕 5시를 알리는 소리.

상 각:저, 세봉이...

정세봉:예.

상 각:내 많이 생각해보았는데...

정세봉:예...

상 각:세봉이는 사실 글을 쓸감이지 편집감은 아니요. 그러나 어쩌겠소. 난 세봉이를 이렇게 옆에서 보구만있기 딱하오.

정세봉:리주필님...

상 각:음...  세봉이, 우리가 받겠소.

정세봉:예. 뭘요?

상 각:우리 <천지>월간사에서 정세봉을 편집으로 받겠소.

정세봉:예?...

음 악:

 

해 설:1994년 1월 3일 농민작가 정세봉은 연변작가협회 기관지인 <천지>월간사 편집으로 출근하게 되였다.

정세봉:리상각주필께서 나의 편집부 근무를 정식 선포하시고 여러 편집선생들이 반가운 얼굴들로 환대해주는 따뜻한 분위기속에 휩싸여서야 나는 비로소 순문학잡지사의 정예하고 만만치 않은 편집팀의 한 성원이 되였음을 실감할수 있었습니다.

음 악:

정세봉:나는 함부로 누구를 존경한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기때문입니다 나는 리상각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선생님은 내 평생에 진정으로 마음속에 모셔진 몇몇 문학선배님들가운데의 한분이십니다. 리상각선생님한테서 받은 사랑과 믿음을 나는 평생 잊지 않을것입니다.

음 악:

 

시읊기:<실개울>

음 악:

시읊기:실개울 물소리가 실개울을 떠나서/ 노상 내 귀전을 맴돈다///

 

      고향 떠나 수천리를 왔어도/ 실개울 물소리는 내 귀전에/ 이제는 수십년 세월이 흘러갔어도/ 실개울 물소리는 내 귀전에///

 

      노래처럼 울리는 정겨운 소리/ 조용히 눈 감고 듣노라면/ 두고 온 고향이 아물아물/ 가슴 한복판을 파고든다///

 

      다시는 고향을 찾지 말라고/ 세월은 갈길에 빗장을 질렀어도/ 나를 따라온 물소리만은/ 고향에 돌아가자 소곤대는 귀속말///

 

      오가는 길손에겐 무심한 실개울이나/ 내 몸엔 피와 살로 이어진 피줄/ 귀전에 맴돌던 물소리가/ 나의 온몸을 소용돌이친다///

 

      웃다가 떠들다가 속삭이다가/ 밤이면 밤마다 베개머리에서/ 흐느끼는 실개울 물소리/ 여울쳐 흐르나니 눈물이여라///

      

      실개울 물소리가 실개울을 떠나서/ 노상 내 귀전을 맴돈다///

 

음 악:

효 과:전화벨 소리.

상 각:여보시오. 안녕하십니까?

도문청년:(전화에서의 소리)리상각주필입니까? 주필님에게는 따님이 있습니까?

상 각:예, 있어요.

도문청년:따님 방송국에 다니지요?

상 각:아니, 우리 애는 북경에서 사업합니다.

도문청년:따님이 몇분입니까?

상 각:하나뿐입니다.

도문청년:그래요? 아, 일이 잘못됐구나.

상 각:여보시오. 무슨 일입니까?

도문청년:잠간 우리가 주필님을 찾아가서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효 과:전화 놓는 소리.

음 악:

 

효 과:급한 발자국 소리, 열리는 출입문.

상 각:방금 전화한 분들이요?

도문청년:예, 친구 같이 왔습니다.

상 각:대체 무슨 일이요?

도문청년:주필님, 저는 도문에서 살고있습니다. 일의 자초지종은 대략 이렇습니다.

음 악:

 

해 설:도문으로 가는 렬차에 도문청년과 낯모를 청년이 마주앉게 되었는데 낯모를 청년은 시집 <사랑의 꽃바구니>를 읽고있었다. 도문청년은 문학에 흥취가 있는지라 그 낯모를 청년과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였다.

낯선청년;난 리상각의 사위요. 약혼녀는 연변방송국에서 편집으로 사업하오. 난 리상각주필네 집에 가서 훌륭한 대접을 받았소. 시인의 집이 대단히 으리으리하더구만. 방도 여럿이고 떠나올 때 리상각주필이 이 시집을 나에게 주었소.

도문청년:그렇소.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요?

낯선청년:난 도문으로 꿔준 돈 받으러 가오. 난 지금 크게 장사를 벌렸소. 문학도 하고 장사도 해야지.

도문청년:도문에 가면 어디에 주숙하겠소?

낯선청년:동풍려관에 들가 하오. 뭐, 나야 오라는데가 많지만.

도문청년:그럴거 있소? 우리 집에 가지요.

낯선청년:그럼 그럴가?

해 설:도문청년은 낯모를 청년을 집으로 데리고갔다.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도문청년의 어머니가 천장사를 해서 살림이 괜찮은줄 알고 그 청년이 돈을 꾸자고 했다.

낯선청년:난 돈 1천5백원이 급히 수요되요. 일주일후에 갚겠소. 좀 어디서 꿀수 없을가?

도문청년:다른데 가서 꿀것 있소? 우리 집에 돈이 있소. 어머니에게 사정하면 될거요. 근심마오.

해 설:이렇게 돈 천오백원이 낯모를 청년의 손에 제꺽 넘어갔다. 그 청년은 일주일후에 돈을 돌려주마하고 어디론가 볼 일이 있다면서 훌쩍 떠가버렸다.

 

음 악:

상 각:허허, 동무들은 사기군에서 단단히 속히웠구만. 기차에서 불어대는 말을 곧이 듣고 어떻게 많은 돈을 준단말이요? 그래 그 청년의 용모와 의복특점은 기억하고있소?

도문청년:예, 지금이라도 보면 알수 있습니다.

상 각:그 사람은 문학을 하는자가 아니고 알짜 사기군일거요. 만약 그 사람을 찾기만 하면 나에게 알려주오. 나도 혼빵 내주겠소.

도문청년: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음 악:

 

해 설:비슷한 일이 김성휘시인의 시집 <들국화>를 갖고도 일어났다. 도문에서 열린 희곡창작회의에는 룡정에서 온 나어린 청년이 있었다. 그는 창작회의기간에 연길시교의 한 처녀와 친숙해졌다.

룡정청년:난 작가란 말이요. 시집 <들국화>는 내가 쓴거요. 김성휘는 나의 필명이요.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도 내가 썼소. 김송죽도 나의 필명이요. 나는 필명이 여러개요.

처 녀:와, 그래요? 정말 대단하네요.

해 설:룡정청년은 처녀를 식은죽 먹기로 손안에 넣었다. 처녀의 부모들도 대단한 작가를 사위로 삼게 되였다고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

룡정청년:난 작가인데 동무를 비서로 되여야겠소. 난 생활체험도 해야 하고 글을 쓸 서재도 있어야겠소.

처 녀:그런가요? 우리 집 널찍해요. 한칸을 내줄테니깐 거기서 글을 써요. 생활체험도 맘대로 하세요. 필요하면 돈도 대줄게요.

해 설:이 소문이 김성휘시인과 우리 편집들의 귀에 들어왔다. 김성휘가 그 처녀네 집을 찾아갔다.

김성휘:동무, 내가 바로 김성휘요.

처 녀:예? 정말인가요?

김성휘:동무, 동무는 꾀임에 들었소. 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의 작가는 가목사에 있소.

처 녀:아요. 세상에 어쩌면 이럴수도 있나요.

음 악:

 

해 설:화룡현 투도향에는 가짜 시인 박화가 나타나서 잡지와 신문에 시만 발표되면 자기가 쓴 시라고 불어댔다. 그 나발쟁이는 불어대기만 한것이 아니였다. 자기 돈을 꺼내가지고 식당에 가서 친구들에게 술상을 차려주기까지 했다.

친 구:무슨 좋은 일이게 한상 차렸어?

사기군:허허, 원고료가 나왔단말이야.

친 구:와, 대단하다. 또 시를 발표한거로구나.

사기군:그렇다구, 요즘 <연변문예>에 실은 단시묶음은 내 쓴거라구. 그래서 오늘 한턱 내는거야! 하하하.

음 악:

효 과:경쾌한 음악.

해 설:세월은 덧없이 흘렀다. 1996년은 내가 태여난지 60돐이 되는 해이다. 그해 9월의 어느날, <연변문학>월간사 부주필 김호근씨가  찾아와 나의 탄신 60돐 맞이 기념행사가 간단히 준비되였다는것이였다.

효 과:노래 <꽃상점아가씨>의 흐름속에서.

해 설:회의실에는 연변작가협회 책임자 몇분과 <연변문학>월간사 편집인원 전체가 모여있었다.

효 과:박수소리.

김호근:시인 리상각선생님은 1936년 조선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서 출생하였습니다. 그후 가족을 따라 중국 동북 목단강지구로 이주하여 왔다가 흑룡강성 부금현 대면성소학교를 다녔습니다. 1946년 국민당 토비들이 밀산에서 감행한 <5.26사변>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리상각선생님은 밀산중학교 졸업한후 흑룡강성 상지사범학교를 다니셨습니다. 1960년 연변대학 어문학부를 졸업한 리상각선생님은 1961년 8월에 <연변>잡지사에 입사하여 장장 36년간 편집생활을 해오시였습니다.

효 과:박수소리.

김호근:리상각선생님의 60세가 되는 오늘까지 전근 한번 없었습니다. 사업터 한번 바꾸지 않고 숙명처럼 오늘 이때까지 바로 여기 연길에서, 바로 이 자리 연변작가협회 기관지인 <연변문학>월간사에서 청춘을 바쳤고 정열을 바쳤으며 한몸에 담겨져 있는 모든 빛과 열을 있는 그대로 아낌없이, 송두리째 다 바쳤습니다.

효 과:박수소리.

해 설:김호근부주필은 내가 <연변문학>월간사로 입사한 후 36년간에 거둔 사업성과와 창작성취들을 일일이 밝혀주면서 너무나도 과분한 치하의 말씀을 하였다.

김호근:참으로 시인 리상각선생님의 일생은 보람있는 일생이요, 자랑스런 일생이요, 성공의 일생이라 할수 있습니다. 오늘 60세 정령퇴직을 앞두고 시인 리상각선생님은 선후로 연변조선족자치주 정부 <진달래>공훈상, 전국소수민족문학연구회 원예상, 전국소수민족문학연구회 문학성과 1등상, 해외시조세계대상 등 묵직한 상들을 받으셨습니다.

효 과:노래 <두루미>의 흐름속에서.

효 과:박수소리, 노래소리.

 

효 과:노래 <두루미> 흐름.

이상각:(육성13) 

김호근:(울림소리)시인 리상각선생님의 흰 두루미와 같은 시적정서, 샘물같이 깨끗한 미학주장, 소탈한 인품, 그리고 허물없는 그 유모아적 말씨들은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있을것입니다.

효 과:노래 <두루미> 흐름속에서 전편이 끝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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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2 채택룡 / 김만석... 랑송동시도 창작해야/ 김만석... 2016-11-14 0 2912
1831 박영옥 / 김선파 2016-11-14 0 2879
1830 김득만 / 김만석 2016-11-14 0 3115
1829 詩란 고독한 사람의 고독한 작업속에 생산되는 미적량심 2016-11-14 0 3173
1828 시 한수로 평생 명인대가로 인정되는 사람 없다?...있다?!... 2016-11-12 0 3251
1827 김영건 / 고 한춘 2016-11-12 0 3128
1826 심련수 / 한춘 2016-11-12 0 3343
1825 적어도 진정으로 문학을 사랑한다면,ㅡ 2016-11-12 0 2865
1824 "동시엄마" - 한석윤 2016-11-12 0 2831
1823 최룡관 / 최삼룡 2016-11-12 0 3452
1822 김동진 / 최삼룡 2016-11-12 0 3604
1821 詩人은 뽕잎 먹고 비단실 토하는 누에와 같다... 2016-11-12 0 3288
1820 [자료] - 중국 조선족 문학 30년을 알아보다... 2016-11-12 0 3481
1819 조선족 문학작품을 중문번역 전파하는 한족번역가 - 진설홍 2016-11-12 0 3693
1818 베이징 "등대지기" 녀류시인 - 전춘매 2016-11-12 0 3326
1817 화장터 굴뚝연기, 그리고 그 연장선의 값하려는 문사-정호원 2016-11-11 0 3242
1816 고 최문섭 / 전성호 2016-11-11 0 3428
1815 녕안의 파수꾼 시인 - 최화길 2016-11-11 0 3462
1814 한국 최초의 모더니스트 시인 - 정지용 2016-11-11 0 3147
1813 "등불을 밝혀" 시대의 어둠을 몰아내려는 지성인 2016-11-11 0 3385
1812 詩人은 태작을 줄이고 수작을 많이 만들기 위해 정진해야... 2016-11-11 0 3388
1811 늘 "어처구니"를 만드는 시인 - 한영남 2016-11-11 0 3825
1810 늘 "서탑"을 쌓고 쌓는 시인 - 김창영 2016-11-11 0 3185
1809 장르적인 경계를 깨는 문사 - 조광명 2016-11-11 0 3246
1808 김철 / 장춘식 2016-11-11 0 3580
1807 "조양천"과 김조규 2016-11-11 0 3060
1806 "국어 교과서 편찬"과 김조규시인 2016-11-11 0 3217
1805 "만주"와 유치환 2016-11-11 0 3151
1804 {자료} - "두루미 시인" - 리상각 2016-11-11 0 3453
1803 중국 조선족 문단 "문화독립군"들 2016-11-11 0 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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