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심장마비로 향년 60세에 세상을 떠난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는 생전 약물과 스캔들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죽어서도 마찬가지다. 축구팀(11명)을 넘어서는 16명의 자식·형제가 마라도나가 남긴 유산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더니 이번엔 친자 확인 소송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시신 보존 명령까지 받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마라도나의 모습./연합뉴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마라도나의 모습./연합뉴스

영국 BBC는 지난 17일 “아르헨티나 법원이 친자 확인을 위해 마라도나 시신을 화장하지 말고 보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마갈리 길(25)이란 여성이 법원에 친자 확인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마라도나는 첫 부인과 두 딸을 두고 있다. 사생활이 복잡했던 마라도나는 이혼 후 6명 이상의 자식을 낳았다. 이번에 소송을 낸 여성은 기존에 알려진 마라도나의 자녀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이다.

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머니는 2년 전 마라도라가 내 아버지라고 얘기했었다”며 “내겐 마라도나가 생물학적 아버지인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마라도나 시신은 현재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개인 묘지에 안장돼 있다. 법원은 이미 마라도나에 대한 법의학적 조사가 끝날 때까지 화장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마라도나 시신에 대한 화장 금지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마라도나 변호사가 이미 마라도나의 DNA 샘플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법원이 마라도나 시신에 대한 보존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마라도나의 자식과 형제들은 마라도나가 남긴 유산을 놓고도 다투고 있다. 더선에 따르면 마라도나의 재산은 총 3700만파운드(약 5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뿐 아니라 스위스⋅두바이 등에 보유한 부동산과 고급 외제차, 코카콜라 등과의 광고 계약 수입 등을 합친 것이다. 마라도나도 자신이 죽은 후 유산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예상했는지 작년에 유튜브를 통해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모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법에 따르면 누구든 재산의 5분의 1만 기부할 수 있으며 최소한 3분의 2는 배우자나 자식에게 상속해야 한다. 더선은 “형제들까지 합쳐 최소 16명이 상속 분쟁에 뛰어들었다. 마라도나의 유산 싸움은 월드컵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