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22세 청년 계관시인 어맨다 고먼이 낭송한 축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은 시가 왜 예술의 최정점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시는 전달하려는 이야기가 너무 좋아 완벽한 문장일 필요도 없다”는 말처럼 그는 겨우 3937자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훔쳤다. “빛은 언제나 거기 있다/ 우리에게 빛을 바라볼 용기만 있다면/ 우리에게 빛이 될 용기만 있다면.”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하는 어맨다 고먼./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하는 어맨다 고먼./로이터 연합뉴스

고먼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송한 여섯 번째 시인이다. 이 전통은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가지 않은 길’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를 모시면서 시작됐다. 그 후 클린턴 대통령은 마야 앤절루(1993)와 밀러 윌리엄스(1997)를,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알렉산더(2009)와 리처드 블랑코(2013)를 초대했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시를 낭송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프로스트가 케네디 대통령을 위해 따로 축시를 준비했다가 당일 아침 눈이 너무 부셔 읽지 못하고 자신의 시 중 하나를 암송한 일화는 유명하다. 바이든 대통령 영부인 질 바이든의 요청을 받은 고먼도 탈고의 진통을 겪다가 지난 6일 의회 폭동을 지켜본 뒤 밤을 새워 쏟아냈다고 한다. “우리는 나라를 산산조각 내려는 힘을 지켜보았다/ …/ 그리고 그 노력은 거의 성공할 뻔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때로 멈출 수는 있어도/ 결코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는다.”

시인 칼 샌드버그는 일찍이 “시는 그림자도 춤추게 하는 메아리”라 했다. “우리의 따뜻한 마음과 힘을 합하면/ 그리고 그 힘과 공정함을 합하면/ 사랑이 우리의 유산이 된다.” 고먼의 시는 우리 모두의 그림자를 갈등과 분열의 늪에서 건져내 화합과 희망의 언덕으로 밀어 올려주었다. 20세기가 기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과 함께 시작했듯이, 21세기의 막은 2021년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