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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가 내리던 그날 * 구산산
2012년 05월 02일 15시 35분  조회:1967  추천:0  작성자: 동녘해
 폭풍우가 내리던 그날
 
구산산
 
 
너무 갑작스레 사정없이 퍼부었다. 정말이지 눈 깜박할 새에 세상이 물천지가 되여버렸다.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은 비를 피하려고 정신없이 헤덤벼쳤고 차들도 나는듯이 길을 조여갔다. 잠간이라도 속도를 늦추면 모두 물에 잠겨버릴가 두려워하는것 같았다. 가로등만이 대살같은 비줄기속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있을뿐이였다. 뿌우연 빛을 뿌려주는 가로등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껌뻑거리는 불처럼 청승스럽게 느껴졌다.
시침은 밤 8시를 약간 넘기고있었다. 금방 저녁식사를 마치고 음식점을 나가려는 손님들은 대부분 비때문에 음식점문어구에 발이 묶여있었다. 이럴 때면 택시는 사람들에게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운수가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애타게 손을 흔들어도 도무지 택시를 잡을수 없었다. 물론 자가용승용차를 몰고 왔다면 택시를 세우는것과 같은 촌스러운 역을 맡지 않고 내키는대로 몰아갈수도 있을것이였다. 자가용승용차가 아니라 우산마저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은 별수 없이 음식점문어구에서 비가 끊기를 기다려야 했다. 일부 사람들은 식구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구원을 청하기도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음식점문어구에 서서 괜히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했다. 하늘을 향해 아무리 주먹질을 해도 해가 될것이 없으니 해볼만한 분풀이였던것이다.
허림봉은 쏟아지는 비줄기를 보면서도 웬 일인지 기분이 잡치지 않았다. 아니, 기분이 잡친다기보다 어딘가 모르게 상쾌한 기분이 스물스물 머리속을 치고들었다. 그런 기분은 식사를 하는 내내 그의 머리속에서 배회했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줄기도 허림봉의 그 기분을 씻어내지 못하고있었다.
그의 옆에는 저녁에 금방 얼굴을 익힌 전청청이 서있었다. 그리고 청청이를 림봉에게 소개해준 방선생네 부부도 함께 있었다.
저녁에 식사를 했던 그 음식점은 림봉이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하기에 비속을 그대로 뚫고 달려서 집으로 간다 해도 내의가 젖을 념려까지는 없었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식당이기에 림봉이는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 오지 않았던것이다. 하지만 방선생네 부부와 청청이네 집은 그 음식점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있어서 차를 타지 않고는 비속을 헤쳐가기 어려울것이였다. 저녁식사를 초대한 림봉이는 방선생네 부부와 청청이를 그대로 두고 혼자 비속으로 사라질수도  없었다. 하기에 림봉이는 사정없이 내리는 비를 근심스럽게 바라보면서 청청의 옆을 지키고 섰던것이다.
도무지 택시를 잡을수 없자 방선생의 부인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구원을 청했다. 얼핏 들으니 딸에게 전화를 거는것 같았다.
―그래, 차를 몰고 와 나와 아버지를 마중해라. 비가 너무 억수로 내려서 근본 택시를 잡을수 없다니까… 뭐라구? 참…무슨 일이 그렇게 급한데… 어쩌다가 한번 손을 빌자니… 우리는 나올 때 창문도 닫지 않았거든. 그래, 비줄기가 집안으로 뿌리워 들어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빨리 오너라. 이곳에 도착하면 전화해라. 우리는 북문대교의 “즐거운 만남”이라는 음식점에 있다.
방선생의 부인은 통화를 끝낸후 방선생을 보고 두덜거렸다.
―참, 맹랑한 계집애 같으니라구. 아무리 빨라도 반시간전에는 도착할수 없다 하네요. 어디서 제 좋은 노릇을 하고있는지, 나 참 원…
안해의 원망 섞인 푸념을 들으며 방선생이 입을 열었다.
―그놈이 반시간이라고 했다니 우리는 한시간쯤 기다릴 각오를 해야겠소.
그 말에 방선생 부인은 더 실망하여 긴 한숨을 내쉬였다.
허림봉은 그러는 방선생네 부부를 어떻게 위로해드렸으면 좋을지 몰라 난처해졌다. 그는 방선생네 가정정황에 대하여 아는것이 하나도 없었던것이다. 림봉이는 어느 한차례의 연회에서 우연하게 방선생을 알게 되였다. 방선생은 림봉이가 컴퓨터회사의 경리라는 소개를 듣고 인츰 림봉이에게 잘 보이려는듯이 다가들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컴퓨터라면 맹인이나 다름이 없어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두려움부터 앞선다면서 후에 일이 있으면 림봉이를 찾겠다고 말했다. 림봉이는 얼마든지 찾으라고 사람 좋게 대답하면서도 모든 컴퓨터회사에서 컴퓨터수리를 하는줄 아는 모양이라고 어이없게 생각했다. 사실 림봉이네 컴퓨터회사는 컴퓨터수리를 하는것이 아니라 주로 집단용호들의 근거리통신망건설을 했던것이다. 하지만 림봉이는 방선생의 청을 구태여 거절하지 않았다. 림봉이는 출판사 편집이라는 방선생에 대해 어딘가 존경심까지 들었던것이다. 게다가 성근하게 도움을 청하는 그 모습에 동정심도 생겼다.
그후의 어느날, 방선생은 과연 전화로 도움을 청했다. 들어보니 매우 간단한 일 같았지만 방선생은 마치 큰 적수를 만난듯이 과장해서 말했다. 림봉은 한 직원을 방선생네 집으로 보내여 컴퓨터를 수리하게 했다. 물론 비용 같은것은 받지 않았다. 그후에도 그 같은 일이 두번 더 있었지만 림봉이는 번마다 상징적으로 약간한 부품값만 받았을뿐이였다. 그로 하여 방선생은 림봉이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였고 또 그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였다. 그런 교제를 하면서 방선생은 림봉이가 독신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마음이 후더운 방선생은 자청하여 옛 친구의 딸을 림봉이에게 소개하였다.
비에 갇혀 무작정 문어구에 서있자니 어딘가 분위기가 어색한것 같았다. 문어구에서 손님을 마중하는 아가씨도 그들에게 몇번이나 3층에 올라가 차물이나 마시면서 편히 기다리라고 했다.  3층에는 에어콘까지 있다는것이였다.
림봉이는 그것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전청청을 힐끔 넘겨다보았다. 청청이도 문어구에 그렇게 서있는것이 어색했던지 인차 입을 열었다.
―그래요, 여기에 무작정 서있지 말고 올라가 차나 마시자요. 차는 제가 살게요.
―아니, 내가… 내가 사야죠.
림봉이가 다투어 말했다.
방선생네 부부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다가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밖에서는 여전히 대살같은 비줄기가 쭈룩쭈룩 쏟아지고있었다. 방선생네 부부는 구태여 사양하지 않고 림봉이네를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는 “청아차원(清雅茶苑)”이라는 간판을 건 아담한 방이 있었다. 안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서 차를 홀짝이고있었다. 어쩌면 모두들 비때문에 그곳에 발을 묶인 사람들인것 같았다.
청청이는 복무원에게 단칸방이 있는가고 물었다. 복무원은 그들을 자그마한 방으로 안내하였다. 방중앙에는 마작상이 놓여져있었는데 그곳으로부터 기분을 잡치게 하는 이상한 냄새가흘러나왔다.
―우리는 마작을 놀려는게 아니니까 상을 치워주오. 차만 마시면 된다니까.
림봉이 말했다.
―에어콘도 틀어줘요.
청청이도 동을 달았다.
―알겠어요. 제가 가서 리모컨을 가져올게요.
복무원이 살짝 웃었다.
사라지는 복무원의 뒤통수에서 눈길을 돌리는 순간 림봉의 눈길이 방선생의 얼굴에 가 멎었다. 그때 방선생은 웬 일인지 이마살을 잔뜩 찌프리고있었다. 림봉이는 방선생이 아마 이런 곳으로 자주 다니지 않아 습관이 안된 모양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냄새가 안 좋네요. 그럼 우리 큰 칸에 나가 앉을가요?
―그렇지, 그래. 그래도 큰 칸이 공기도 좋다니까.
방선생이 맞장구를 쳤다.
―좋아요, 큰 칸이 시원하죠.
청청이도 따라 일어섰다.
네 사람은 이리저리 살피다가 창문과 가까운 자리를 찾았다. 청청이는 자연스럽게 창턱아래쪽으로 가서 앉았다. 방선생의 부인도 맞은켠 창문아래에 앉게 되였다. 상은 기차바곤에서 볼수 있는 차탁 같은 모양이였다. 림봉이는 인츰 청청이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청청이와 가끔 어깨를 부딪칠수도 있었다. 그들의 맞은켠에 앉은 방선생네 부부도 몸과 몸이 닿을듯 붙어앉게 되였다.
비록 청청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지만 림봉이는 웬지 식사할 때처럼 청청이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는것이 더 좋다고 생각되였다. 마주해야 청청이의 눈길을 보면서 대화할수 있다고 생각했던것이다.
―어떤 차를 올릴가요? 철관음, 보이, 아미모봉, 그리고 죽엽청도 있어요.
복무원이 다가와서 물었다.
―국화가 있나요?
청청이가 물었다.
―있어요.
복무원이 당연하다는듯 가볍게 대답했다.
―좋아요, 전 국화를 마시겠어요.
―선생님, 무슨 차를 마실가요? 그리고 사모님은요?
청청이의 주문에 이어 림봉이 방선생네 부부를 건너다보면서 물었다.
―뭐, 얼마나 앉아있겠다구, 자네가 알아서 청하게.
방선생이 대답했다.
―그럼 국화차 한 주전자를 가져다주시오. 잔은 네개를 가져오구요. 그리고 락화생이나 해바라기 같은것을 좀 가져오구요.
복무원은 인츰 자리를 떠났다. 사실 국화차는 차집에서 제일 값이 싸다고 할수 있었다. 그것도 네 사람이 차 한주전자를 청했으니 그렇게 부담이 갈것도 없었다.
청청은 머리를 돌려 여전히 기승스레 쏟아지는 비줄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비소리만 들릴뿐 창문에서 흘러내리는 비물로 하여 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청청이가 근심스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참, 어쩌면 좋아요. 오늘 우리 래래가 무서울거예요.
―래래? 래래라니? 그게 누군데.
방선생 부인이 모르겠다는듯 청청이를 바라보았다.
―우리 집 애완견 말이죠. 내 귀염둥이. 그 앤 비를 젤루 무서워해요. 특히 큰비가 내릴 때면 더하죠. 그 애는 아마도 지금 침대밑에 들어가있을거예요. 그밑에서도 부들부들 떨걸요. 내가 만약 집에 있다면 집안의 모든 전등을 다 켜서 그 애 담을 키워줄것인데…
청청의 목소리에는 근심이 가득 실려있었다.
―아니, 개가 그렇게 담이 작아요?
방선생 부인이 흥미있다는듯 한마디 했다.
―그래요. 아마도 그 애는 전생에 물에 빠져죽은 강아지였을거예요.
청청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기까지 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우리 함께 가요. 이제 예예를 보고 아가씨를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방선생 부인이 청청이를 보면서 시름을 놓으라는듯 말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괜찮다니까요. 그 애를 보고 오늘밤에 좀 단련하라고 하죠 뭐. 하기야 그렇게 담이 작아서야 쓰겠어요? 그 애도 좀 좌절을 당해봐야죠.
청청의 말에 림봉이는 시무룩이 웃었다.
림봉이는 청청이가 그렇게 자질구레한 생활적인 이야기를 하는것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집값이요, 물가요, 교통두절이요 등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들은 들을수록 머리만 아프다고 여겼던것이다.
림봉이는 청청의 말끝을 물고 자기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말하고싶었다. 특히 비 내리는 날에 집에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깊은 잠을 자고싶다고말이다. 하지만 청청이 그 말을 듣고 자기를 아무 고상한 흥취도 없는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할것 같아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그러면서 비오는 날 자기는 청청이처럼 무드 있는 녀인들과 차를 마시며 한담하는것을 제일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말해야 할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림봉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선생네 부부가 맞은켠에 앉아있기에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하기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선생네 부부는 어딘가 조급했던지 수시로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더 세차게 내리는 비는 조금도 늦추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우르릉 쾅- 하는 우뢰소리까지 반주로 곁들이고있었다.
―어쩌면 좋아요. 참, 비물이 꼭 베란다에 들어왔을거예요. 돌아가자마자 반나절은 수습해야 할거예요.
방선생 부인이 불안해서 못살겠다는듯이 손바닥을 비비며 푸념을 하다가 인츰 목표를 방선생에게로 돌렸다.
―보세요. 나올 때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창문을 닫자고말이죠. 그런데두 당신은 창문을 열어 통풍을 시켜야 한다고 했죠.
―아침 일기예보에서는 폭우가 내린다고 말하지 않았소..
방선생이 입속으로 우물거렸다.
―그래요, 일기예보란 왕왕 행차뒤 나발이죠. 래일이나 돼야 폭우가 온다고 할거예요.
청청은 세상일이란 원래 그렇게 감을 잡을수 없다는듯 얼굴에 가는 웃음을 띠우며 동을 달았다.
림봉이는 방선생네 부부가 진짜 베란다에 물이 들어갔을가봐 근심할수도 있고 아니면 그 시간에 밖으로 나오는데 습관이 되지 않아 불안하게 느껴져 그럴수도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했다. 하기에 될수록 방선생네 부부가 흥미를 느끼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여 얼마간 불안을 해소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림봉이는 방선생네 부부를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있었다. 그들은 림봉이가 여러 모로 만족해하는 청청이를 소개시켜준분들이였다. 하지만 림봉이는 청청이가 자기를 만족하는지 알수 없었다. 아마 후에 방선생에게 부탁해서 알아봐야 될것 같았다. 림봉이는 원래 집으로 돌아간후 자기가 직접 청청이에게 메시지를 보내여 주동적으로 다음 약속을 잡아볼가도 생각했다. 그런데 하늘이 그의 심사를 알았던지 이처럼 폭우를 선물하여 그들이 다시 마주앉게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3년전에 리혼한후 림봉이는 십여명의 녀인을 만나보았다. 그속에는 누군가 정식으로 소개하여 만난 녀인도 있었고 우연하게 만난 녀인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첫눈에 마음 드는 녀인은 없었다. 열에 아홉은 첫눈에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머지 한 녀인은 근본 림봉이를 눈에 차하지 않았었다. 그중 어떤 녀인은 보자마자 반감이 생기면서 소개시켜준 사람마저 원망하고싶었다. 림봉이가 만난 한 녀인은 마치 어느 유흥업소에서 금방 달려온 아가씨처럼 단장하였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도 그러했다. 사실 림봉이는 한 사람의 외모보다 그 자태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녀인들은 만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로임은 얼마이며 집은 몇평방인가고 꼬치꼬치 캐여물었다. 지어 한달에 딸애에게 생활비를 얼마씩 지불하며 결혼후 자기에게 경제권을 맡기겠는가고 은근히 묻기도 했다. 그런 녀인들을 대할 때마다 림봉은 요강뚜껑으로 물을 떠먹은듯한 기분이 들어서 괜히 분하고 약이 올랐었다.
한동안 림봉이는 녀인들을 만나보지 않으려고 다짐했다. 하기야 마음만 먹는다면 홀아비도 유부남대우를 얼마든지 받을수 있는 세월이였다. 돈 쓰는것만 아까와하지 않으면 무슨 일인들 할수 없단말인가?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림봉이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싶은 욕망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림봉이는 늘 나이가 더 들어 기력이 모자랄 때 누군가가 옆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사실 저녁에 집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림봉이는 큰 희망을 품지 않았다. 방선생은 청청이가 림봉이보다 한살 어릴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미 35살이 되는것이다. 전에 림봉이는30살 아래의 “애숭이”들속에서 상대를 고르리라 마음 먹었었다. 때문에 35살인 청청이가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방선생이 하도 열정적으로 주선하니 면목을 세워주는 셈치고 자리에 나왔다. 하지만 청청이를 보는 순간 림봉이는 그녀에게 끌려들었다. 사실 림봉이도 적지 않은 미녀들을 만나보았지만 청청이한테는 미녀들의 그런 매력만이 아닌 그 어떤 끌림이 있었다. 그래서 림봉이는 녀인은 직접 만나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청이는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는 미녀는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호감이 가는 그런 스타일이였다. 특히 말할 때  목소리가 인상적이였다. 몸매도 보기 좋았는데 딱히 점수를 매기면 80점은 얼마든지 줄수 있었다. 나이가 좀 많았지만 실제 보기에는 5살은 어려보였다. 청청이는 여직 결혼을 한적이 없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위생감독국에 배치 받았는데 지금껏 그 자리를 지키고있었다. 림봉이는 그쯤이면 자기에게 과분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방선생의 말은 조건이 너무 좋기에 여직껏 이 사람 저 사람 저울질을 했다는것이였다. 청청이는 방선생의 그 평가가 싫지는 않았다.
 ―너무 늦었어요. 이제 해결하지 않으면 정말 누구도 꺾지 않는 꽃으로 시들어버릴거예요. 그럴수야 없지요. 늙은 꽃이라도 꽃이니까요.
청청이의 말에 림봉이는 그녀가 유머감각까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청청이가 다른 녀인들이 그처럼 중시하는 재산문제에 대하여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것에 더 큰 호감을 느꼈다. 되려 청청이쪽에서 자기는 집도 있고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로임이 있어서 능히 자립할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날마다 시집을 가라고 닥달하지 않으면 독신주의를 주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30살전까지 나는 누구의 소개로 남자를 만나는것을 용속하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할아버지께서는 언젠가 저에게 “자식이라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순종할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적이 있어요. 순종이요? 그래요. 순종하라면 해야죠.
그 말을 들으며 림봉이는 청청이가 가정교육도 반듯하게 받았다고 생각했다.
―청청의 할아버지는 우리 출판사의 로사장이라오. 문화인이지. 그리구 청청이 아버지는 문화국 국장이구 엄마는 의사이지. 청청이는 그들의 무남독녀라우. 어릴 때부터 장중보옥으로 자랐지.
그 말을 들으며 림봉이는 누군가의 “장중보옥으로 자란 애들에게는 나쁜 습관이 있지만 나쁜 심보는 없다.”던 말이 떠올랐다.
―음력설후에만 해도 전 남자 몇을 만났댔어요. 하지만 어느 한 사람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마음에 안드는 정도가 아니라 참으로 가소롭다고 생각되였죠. 한 사람은 정말 웃겼어요. 글쎄 혼인광고에다가 이렇게 쓴거 있죠. “잘 생기고 체격이 좋으며 나쁜 기호가 없다. 차도 없고 집도 없지만 잠재력만은 무궁무진하다.” 나는 그 남자가 매우 유모아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나보았죠. 세상에, 그는 말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에다가 모양마저 그가 말하는것처럼 그렇게 좋은게 아니였어요. 그 남자는 자기의 창업계획에 대하여 잔뜩 불어댔어요. 그것으로 자기의 잠재력을 과시하려는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는 지금 세상은 잠재력만 가지고 살수 없다는것을 모르는것 같았어요. 집값이며 물가는 날마다 사람들의 한계에 도전을 걸고있지 않아요?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했을 때 물가는 또 기록을 깨뜨릴것이니까요.
림봉은 청청의 그 관점에 박수를 보냈다. 똑 부러지는 그러한 관점을 누구든지 접수할수 있을것이라고 믿었다. 림봉이는 또 자기가 비록 리혼한적은 있지만 그래도 청청이와 대상이 될수 있다고 자부했다. 첫째로 자기의 외모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렇게 혀를 내두를만큼 잘 생긴것은 아니지만 오관이 단정하고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인상을 주는 그런 스타일이였다. 그리고 크지는 않지만 자기에게 속하는 회사가 있고 차가 있고 집이 있고 적다고 할수 없는 저축도 있었다. 리혼후 딸애는 전처가 부양하기로 했기에 구태여 부담될것도 없었다. 그러한 정황들은 방선생이 이미 말해주었을것이니 청청이도 어쩌면 자기에게 어느 정도 만족하리라고 림봉이는 김치국부터 마셨다. 아니라면 청청이가 자기에게 말할 때의 눈빛이나 어조가 어찌 그렇게 빛나고 상냥스러울수 있을가? 지어는 어딘가 응석을 부리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림봉이는 청청이의 모든 행동은 꼭 마음에 있는 사람앞에서만 보여줄수 있는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했다.
복무원이 국화차를 올렸다. 림봉이는 천천히 차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슴슴한것이 아무 맛도 없었다. 림봉이는 자기 주장대로 철관음을 주문할걸 잘못했다고 후회했다.
담배를 피우고싶었지만 림봉이는 애써 참으면서 해바라기를 깠다. 청청이도 어색한 분위기를 메우려고 그러는지 말을 많이 했다.
―저요 비에 과민이 있는것 같아요. 선생님은요?
청청이가 림봉이쪽에 머리를 돌리며 물었다.
―비에 과민이라니요? 어떻게 하시는 말씀이죠?
림봉이 모르겠다는듯 청청이를 보면서 물었다.
―저는 비물을 보기만 하면 우울증이 생긴다니까요. 비만 내리면 저도 몰래 고독감이 스물스물 기여들어 비참하게 느껴지지요. 모든 녀인들이 다 저 같을가요?
청청이가 입가에 가는 웃음을 띠우면서 말했다.
―그럴수야… 절대 그럴수 없을겁니다.
림봉이가 인츰 그루를 박았다. 그러면서 림봉이는 문뜩 전처를 떠올렸다. 전처는 견강한것이 아니라 억세다고 표현해야 할것이였다.
―저 어릴 때는 이렇지 않았어요. 되려 비오는 날에 밖에 나가 놀기를 좋아했어요. 비물에 온몸이 흠뻑 젖어 들어와도 엄마는 책망 한마디 안했어요. 애들이 비를 맞으면 키가 빨리 큰다고 엄마는 말씀했거든요.
청청이가 동화이야기를 하듯이 차분하게 말했다.
―남자애들은 다르죠. 나는 비오는 날이면 늘 못된 장난을 하기 좋아했어요. 우산을 들고 교실에 들어가서는 녀자애들 곁으로 가서 “휘익―” 하고 우산을 돌리는거죠. 그러면 녀자애들에게 비물이 튕겼고 그 애들은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죠. 그 소리를 들으면 왜 그렇게 기분이 좋던지…
림봉이도 동화를 쓰는듯 낮은 목소리로 엮어댔다.
―그래요, 그 시절에는 학급마다 그런 악동들이 몇명씩 꼭 있었죠.
―아마 이런것을 두고 세대공감이라고 하겠죠? 아니, 세대적인 회억이라고 하는것이 더 멋질것 같아요.
―그래요, 어릴 때 그처럼 즐겁게 비속에서 뛰놀았기에 커서는 비가 싫은것 같아요. 폭우가 쏟아지고 비바람이 불어치며 하늘이 검으락푸르락하면서 나무잎이 부르르 떨 때면 나는 웬지 까닭없이 울고싶어요. 비물이 줄줄 흐르는 저 창문유리처럼 한바탕 울고싶다니깐요.
―하하하…
림봉이는 청청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바탕 소리내여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만약 청청이와 단둘이 있다면 꼭 “다음에 비가 올 때면 내가 당신에게 전화를 해줄게요. 나는 당신이 우는것을 볼수 없으니깐요.”라고 말하리라 다짐했다. 지금 그런 말을 할수 없는것이 너무 안타까왔다. 남녀사이의 서정적인 이야기를 어찌 다른 사람들앞에서 할수 있단말인가?
―나는 비 내리는 날을 대단히 좋아하거든요. 비 오는 날에 잠을 자면 깊이 잠들수 있으니까요. 그렇죠? 방선생님.
림봉이는 일부러 목소리를 한 옥타브 높이면서 방선생을 건너다보았다.
―방선생이요? 저이는 자고만 싶으면 해가 중천에 떠오르든지 폭우가 쏟아지든지 관계치 않아요. 눕기만 하면 곯아떨어지거든요. 한밤중에 큰 비가 내려 내가 일어나서 창문을 닫아도 저이는 알지 못한다니깐요. 그러다가도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비를 본것처럼 나에게 “여보 어제밤에 큰 비가 왔었다니까.” 하고 이야기한다니깐요.
방선생이 대답하기전에 방선생 부인이 먼저 말허리를 당겨다가 흥미진지하게 꼬아나갔다.
―허허허… 그렇다니까. 나는 잠만 들면 누가 들어가도 모른다니까.
방선생이 수집게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래요? 저는 문화인들은 모두 신경쇠약증이 있는가고 생각했어요. 저의 엄마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해요.
청청이가 방선생의 말을 받았다.
―사람의 성격은 직업으로 판단할수 없어요. 나같은 장사군이 되려 신경이 예민할수 있다니깐요.
―아닐걸요. 선생님은 아마 눕기만 하면 드르릉- 하는 수준일걸요.
―어떻게 하시는 말씀이죠?
―느낌이죠. 난 첫눈에 선생님이 편한 사람이라는것을 알아봤어요.
―칭찬으로 들어야겠네요.
림봉이는 걸걸한 목소리로 청청이의 말을 받았다가 짐짓 엄숙한 기색을 띠우며 말했다.
―비도 그래요. 점점 파괴력이 강해지는것 같아요. 여름이면 온통 비때문에 재해를 입었다는 소식들이죠. 어제는 비행기가 제 시간에 날지 못하고 오늘은 다리가 끊어지고 또 홍수에 가옥이 무너지고 수도관이 터져 물공급이 끊겼다는 등등 얘기죠. 어쩌면 래일 신문에 또 나쁜 소식이 실릴지도 모른다니깐요.
―그래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우리 어릴 때의 비는 그렇게 큰 파괴력이 없은것 같은데요.
청청이가 림봉이의 말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것은 아마 지금 시대가 정보에 눈을 뜬 까닭일거요. 전에는 정보가 발달하지 못해서 내 집앞에 물이 져야 홍수인줄 알았다니까.
방선생이 “어험―” 하고 건가래를 떼면서 점잖게 한마디 했다.
―그런것도 같네요. 전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하늘에서 큰 비가 내리는것은 인간세상이 너무 어지러운 까닭이라구요. 그래서 큰 비를 내려 더러운 곳들을 씻어주려는것이라구요.
청청이 신비한 웃음을 입가에 띠우며 한마디 했다.
―참 좋은 말일세. 중문전업 졸업생이 다르다니까.
방선생이 싱글벙글 웃으며 청청이를 칭찬했다.
―그러니 방선생님께서 저한테서 먹물냄새를 맡으셨다는 얘기겠네요.
―허허허…
방선생은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림봉이는 녀인은 30살에도 “먹물냄새”를 풍기기 쉽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녀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현실적이여서 “돈냄새”만 풍긴다는 말이 있었다.
그때 방선생의 부인은 허리를 수긋한채 가려운 곳을 긁고있었다.
―사모님, 모기에게 물리셨나요?
청청이가 물었다.
―그런것 같아요. 모기란 놈은 나를 그저 놔두지 않는구만. 정말 성가시죠.
청청이는 인츰 옆에 있는 작은 가방안에서 모기향을 꺼내 부인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이것을 뿌리세요. 효과가 괜찮을거예요
방선생 부인은 모기향을 받아다 가려운 곳에 몇번 뿌리고는 청청이한테 넘겨주었다.
―사모님, 쓰세요. 저에겐 또 있어요.
청청이는 가방안에서 작은 병을 꺼내보였다.
그것은 비타민 B2이였다.
―사모님, 이걸 잡수세요. 저한테로 다니는 한 손님이 알려주던데요, 이 약을 먹으면 땀에 일종 냄새가 묻어나와 모기들이 달려들지 못한대요.
―청청이, 자네는 정말 세심하기두 하네. 이런 약까지 지니고 다니다니.
방선생 부인이 청청이를 치하했다.
―여름에 꼭 필요한 약은 지니고 다녀야죠. 하지만 저절로 돈 주고 산것은 하나도 없어요. 손님들이 알아서 가져다주거든요.
 그 말을 들으면서 림봉이는 정부기관에 출근하는 그녀에게 무슨 “손님”이 그렇게 많을가고 생각을 굴려보았다. 옆에 “여름에 필요한 약”까지 가져다주는 “손님”을 두고있다면 장사를 하는 자기와 별반 다를게 없지 않은가? 림봉이는 만약 청청이와 한집에서 산다면 소소한 약 같은것은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방선생네 부부는 초조한 기색으로 연신 밖을 내다보았다. 비는 많이 누그러들었지만 딸애는 시종 나타나지 않았다. 약속했던 반시간이 지난지 오랬다. 그새 방선생의 부인은 몇번이나 딸에에게 전화하려 했지만 번마다 방선생이 막아나섰다. 딸애가 차를 몰고 오겠는데 밤길에 비속에서 위험하다는것이였다. 림봉이도 방선생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였다.
사실 림봉이도 조급했다. 방선생의 딸이 빨리 도착하여 그들을 모셔갔으면 했다. 방선생네 부부가 돌아가야 청청이와 단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하지만 방선생네 부부의 말은 딸애에게 아무런 권위성도 없는것 같았다. 아쉬웠다.
―기다리기 힘드시면 제가 집에 가서 차를 가져올가요?
림봉이가 시탐조로 물었다.
―아니, 그럴것까지야. 자네가 집에 간 사이에 우리 예예가 도착할걸세.
방선생이 홰홰 손을 내저었다.
―이럴 때면 저도 차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에 한 손님이 저에게 차를 빌려 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면허증이 없기에 거절했죠.
그 말에 림봉이는 “차도 빌려 줄수 있단말인가?”고 생각하면서 또 깜짝 놀랐다. 아마 청청이가 하는 일이 대단할거라고 추측했다.
―이러고있을거면 차라리 우리 마작을 놀아요. 노느라면 시간이 빨리 갈거예요.
청청이가 새로운 제의를 했다.
―그 생각을 못했네. 우리 넷이면 딱 좋겠구만.
방선생 부인이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림봉이는 방선생이 그 제의를 반대하기를 바랐다.
―생각이 있나?  림봉이.
방선생이 림봉이를 건너다보았다. 그 바람에 림봉이는 난처했다. 생각이 없다고 하면 청청이가 기분이 잡칠거고 놀자고 하면 방선생이 난처할것이였다.
―저요?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요.
림봉이는 겨우 그렇게 발뺌을 했다.
―그럼 우리 카드놀이를 해요. “지주를 때려잡는 놀이”, 그게 재밌잖아요. 사모님도 좋아하시죠?
청청이가 말했다.
―그럼 세분이 노십시오. 전 잘 모르는데요.
청청이가 말하는 그 놀이는 셋이서 하는 놀이라 림봉이가 양보하려 했다.
―아니지. 그래도 림봉이 자네가 놀게.
방선생이 림봉에게 사양했다.
복무원이 카드를 가져다주었다. 청청이와 림봉이와 방선생 부인이 카드놀이를 시작했다. 방선생 부인의 얼굴에 어려있던 초조한 기색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방선생 부인처럼 점잖아보이는 부인들도 카드놀이를 하면 그렇게 흥분할수 있다는게  림봉이는 너무 놀라웠다.
카드놀이를 하면서도 림봉이의 눈길은 청청이의 손에 쏠렸다. 희고 가느다란 청청이의 손은 20살을 갓 넘은 소녀의 손 같았다. 애써 손을 보양한것 같았다. 손목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비취손목걸이가 걸려있었다. 똑똑히 알수 없지만 그 손목걸이가 꼭 비싼것이라고 림봉이는 추측했다. 할아버지는 오랜 문화인이고 아버지는 국장이라더니 과연 그녀의 생활수준이 보통이 아닌것 같았다.
카드놀이에 흥이 오르자 청청이는 근본 비에 과민이 있는 녀인 같지 않았다. 청청이의 입에서는 수시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지어는 옆집아줌마에게서 들을수 있는 그런 걸찍한 말까지도 툭툭 튀여나왔다. 방선생 부인도 다름이 아니였다. 그 모양으로 보아 청청이와 방선생 부인은 늘 카드놀이를 하는것 같았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방선생 부인의 핸드폰이였다. 방선생 부인은 카드놀이에 정신이 팔려 보지도 않고 방선생을 받으라고 했다.
―그래, 도착했니? 참 빨리 왔네. 나는 래일쯤 돼야 올줄 알았지. 그래, 맞아. 우리 3층 차집에 있다. 인츰 내려갈게.
방선생은 이미 딸이 도착했는데 문앞에 차를 대기 어려워 빨리 내려오란다고 전했다.
―급하긴요. 이 판이야 끝내야죠.
방선생 부인이 말했다.
―애가 급해하더란말이요.
방선생이 말했다.
―우린 온밤 기다렸는데요. 그 애가 한 십분 기다리는게 뭘 급하다고 그래요.
그 말에 림봉이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무 패나 마구 던졌다, 빨리 놀이를 끝내야 했다. 청청이도 손을 맞춰주었기에 방선생 부인이 이기는것으로 마지막판이 인츰 끝났다.
―자네들이 합작해서 나를 이기게 했지?
방선생 부인도 그 눈치를 챘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방선생 부인이 일어나서 가방을 주어들었을 때 갑자기 두 젊은 녀인이 3층으로 올라왔다.
―뭣들 하는거예요? 차를 대기 어렵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두 여기서 카드놀이를 해요? 너무하시네.
한 녀자애가 뾰로통해서 쏘아붙였다. 목소리는 탁한것 같았지만 어조에는 습관적인 응석이 묻어있었다.
―예예가 왔구나.
청청이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언니.
녀자애가 인사했다.
―너 어찌된 일이냐?
방선생이 이마살을 찌프리며 말했다.
―왜 그러세요? 여기까지 온것만 해도 괜찮은줄 아세요. 에어콘까지 있는 방안에서 카드놀이를 하느라 바깥날씨가 어떤지 모르시죠? 거리가 물바다로 됐어요. 발동이 끊긴 차도 많아요.
녀자애가 눈을 흘겼다.
―내 말은 그게 아니구.
방선생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잠간후 방선생이 녀자애를 가리키며 인사를 시켰다.
―얘가 나의 딸 예예라네. 예예야, 이분이 전에 우리 컴퓨터를 수리해주시던 허경리시다.
말을 마친 방선생은 옆에 서있는 녀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예예야, 이분은?
―네. 얘는 우리 회사의 소운이예요. 얘하구 함께 오길 백번 잘했죠. 얘 운전기술이 나보다 나아요. 내가 몰고 왔더라면 아직 도착도 못했을거예요.
예예는 자기 옆에 서있는 녀자애의 어깨에 오른손을 올려놓으며 종알거렸다. 머리칼이 길지 않은 그녀는 예예보다 키가 좀더 컸는데 어디에선가 본적이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림봉이는 손을 내밀어 예예에게 인사를 건넸다. 예예와 악수하는 순간 림봉이는 방선생이 무슨 일로 딸을 책망했는가를 알수 있었다. 요염하게 화장을 한 얼굴이며 무릎우를 껑충 올라간 미니스커트는 실로 방선생까지 얼굴이 뜨거워날 지경이였다. 하지만 림봉이를 놀라게 한것은 예예의 맵시만이 아니였다. 사실 림봉이도 그처럼 분장하고 차려입은 녀자애들을 수없이 보았다. 진정 림봉이를 놀라게 한것은 예예옆에 서있는 소운이였다. 림봉이는 분명 그녀를 만난적이 있었다. 아니, 그저 만난것만이 아니였다. 세상에. 어쩌면 그녀도 림봉이를 알아볼수 있을것 같았다. 림봉이의 얼굴이 삽시에 일그러졌다. 가슴마저 갑갑해났다. 방안의 조명이 어두웠을 망정이지 곁에 있는 사람들이 림봉의 얼굴표정이 급변하는것을 보아냈을것이였다.
―반갑습니다, 허선생.
그녀가 림봉이의 손을 가볍게 잡으면서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띠웠다.
―이 비가 인츰 끊을것 같지 않구려. 급하면 우리 차에 앉아갈가? 자네들.
방선생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참, 주책머리하구는. 괜한 걱정을 하잖아요? 우리 빨리 떠나요. 10시가 넘었어요. 집에 가서 비물을 퍼내야 할지도 몰라요.
방선생 부인이 방선생을 끌면서 말했다. 방선생네 일행 네 사람이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드디여 청청이와 림봉이만 남게 되였다.
림봉이는 청청이를 향해 벙긋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방금전까지 넘쳐흐르던 그런 기쁨이 묻어있지 않았다. 예예와 함께 왔던 소운이라는 그 녀자애가 갈팡질팡 림봉이의 머리속을 헤집고있었다. 림봉이는 생각할수록 이상스러웠다. 방선생은 전에 딸이 친구가 꾸리는 도서회사에서 기획을 담당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딸이 나이트클럽으로 가서 기획한단말인가?
림봉이는 그녀가 확실히 자기를 알아보았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악수할 때 그녀는 분명 “반갑습니다, 허선생.” 하고 말했다. 그날 림봉이는 술에 취한김에 그녀에게 명함장을 주었다.
그녀가 혹시 예예에게 그날 밤 일을 말한것이 아닐가? 예예에게 말한다면 예예가 또 청청이에게 말할것이 아닐가? 참, 세상이 좁다. 어쩌면 이 넓은 세상에서 그녀와 이런 방식으로 만날수 있단말인가?
림봉이는 자기의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저 일부러 청청이의 잔에 차를 부었다. 그런데 차주전자가 비여있었다. 림봉이는 손을 흔들어 복무원을 불렀다.
쭈룩쭈룩 쏟아지던 대살같던 비줄기가 어느새 보슬보슬 가랑비로 변했다. 하지만 완전히 뚝 끊지 않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림봉이는 방선생네 부부가 돌아간후 청청이와 단둘이서 재미나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림봉이는 그럴만한 흥이 사라져버렸다. 마치 도적질을 하다가 당장에서 잡힌듯한 거북함이 머리속에서 맴돌이쳤다.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라니까.)
림봉이는 애써 자신을 위안하고싶었다.
(리혼한지 3년이나 지나지 않았는가? 어느 남자가 3년 동안 녀인을 범접하지 않을수 있는가? 게다가 나는 아직 기력이 왕성한 정상적인 남자가 아닌가? 그런 정상적인 남자가 녀인을 잊고 “정조”를 지킨다면 그게 되려 이상한것이 아닌가? 청청이도 남자들과 래왕이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는가?)
아무리 자신을 위안하려 해도 림봉이는 갑갑해나는 마음을 달랠수 없었다.
―저요, 방금 참 재미나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의 조건이 이렇게 우월한데 방선생님은 왜 자기 딸을 선생에게 소개하지 않았을가요?
청청이가 까르르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말도 안되죠, 그건. 방선생의 딸은 아주 젊은데요… 전 당금 40고개를 치달아오르지 않아요?
림봉이가 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그런데 저는 웬지 예예가 오자마자 선생님의 기색이 변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천만에, 그럴수가요. 전 그 애에 대해 아무 느낌도 없습니다. 그 앤 아직 어린애거든요.
―호호호… 그 애, 그 애 하고 부르는게 아주 친절해보이네요.
청청이는 근본 림봉이가 근심하는 일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것 같았다. 청청이는 림봉이가 예예에게 마음을 뺏길가봐 신경을 도사렸다. 신경을 쓰는걸 보아 청청이가 자기에게 진짜 마음이 있다고 림봉이는 생각했다.
―친절하다니요. 허허허… 나의 눈에 예예는 분명 애라니까요. 그리구…
―그리구 또 뭐예요?
청청이가 급히 물었다.
이때 “띵동―” 하는 소리가 들렸다. 림봉이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림봉이는 인츰 핸드폰에 눈길을 모았다. 모를 번호였다. 림봉이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시름 놓으세요. 전 선생을 몰라요. 당신도 저를 모르죠?”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했는데 그녀는 확실히 림봉이를 알아보았다. 그렇게 메시지까지 보냈다는것은 그녀가 아직 림봉이의 명함장을 가지고있다는것을 말해주었다. 사실 서로 잊어버렸다면 그게 더 이상하였다. 그날 밤, 림봉이는 명배우처럼 생겼다는 느낌을 주는 그녀와 함께 밤을 새웠다.
―예예, 그 애 말입니다. 어리기두 하구 나의 리상형도 아니거든요.
림봉이는 핸드폰을 닫으면서 청청에게 말했다.
―참, 있잖아요. 방금 예예가 왔을 때 전 깜짝 놀랐어요. 그 애, 왜 그런 옷차림으로 나타났을가요? 화장은 왜 그렇게 요염하게 했구요. 길에서 보았다면 알아보지 못했을거예요.
청청이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예예와 아주 익숙한 사인가 봅니다.
―아니요. 나하구두 그 앤 나이 차이가 많잖아요. 전에 두어번 만났었는데… 그 애가 어쩌면… 이상하게 변한것 같아요.
림봉이는 화제를 바꾸고싶었지만 딱히 무슨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림봉이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들킨다는것이 참말 기분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다. 따져보면 림봉이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들킨것도 아니였다. 스스로 자기에게 들켰다고 해야할것이였다.
 그 순간, 림봉이는 더 이상 열심히 좋은 녀인을 만나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싶은 남자가 아니였다. 어느새 그는 되는대로 기분을 맞추어가며 눈앞의 생활을 즐기고싶은 또 다른 림봉으로 변했다. 청청이는 확실히 좋은 녀인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청청이와 함께 한다며 꼭 무슨 사고라도 칠것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에 우리보다 몇살 어린 애들 하고 달라요. 알게 모르게 세대차이라는게 존재하잖아요.
청청이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림봉이도 얼굴에 별 다른 기색을 띠지 않고 머리를 끄덕이고는 후루룩 차물을 마셨다. 한모금한모금… 어쩌면 접때 아무 맛도 없다고 느껴지던 국화차가 어느새 제맛이 도는것 같았다. 국화차가 열을 내리워준다던 말이 생각났다. 림봉이는 자기가 진짜 열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자들은 모두 나이 어린 녀자애들을 좋아하는가요?
청청이가 차를 마시다 말고 엉뚱한 물음을 던졌다.
―천만에요. 사람 나름이겠죠.
림봉이가 급히 머리를 저었다.
(그래, 남자들은 모두 나이 어린 녀자애들을 좋아할것이다. 어느 남자가 나이 많은 녀인을 좋아할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린 애들이 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할것은 당연한 일이지…)
림봉이가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청청이 문뜩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한껏 가라앉아있었다. 무엇때문일가? 림봉이가 생각을 굴리고있는데 청청이가 또 높은 소리로 웨쳤다.
―결산하세요.
복무원이 계산서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내가 계산할게요. 내가 한다니까요.
림봉이가 급히 나섰다.
―내가 말했잖아요. 내가 결산한다고.
청청이가 결산서를 확 나꿔챘다. 림봉이는 청청이가 확실히 기분이 상해있다고 짐작하고 잠자코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요? 180원? 무슨 차가 이리도 비싸요?
청청이가 소리쳤다.
―차 한 주전자에 80원이거든요. 고뿌 하나를 더하면 10원을 더 받아요. 그리고 해바라기랑, 락화생이랑 모두 해서 70원이구요. 그러니 180원이 맞잖아요. 손님들이 령수증을 요구하지 않으면 음료를 한병씩 드릴수 있어요.
―왜 령수증을 안받아요? 인츰 령수증을 가져오세요. 그리고 경리를 보고 눅게 하라 하세요.
―그럴수가 없어요.
복무원이 딱 잘라 말했다.
―그럴수가 없다니요? 그럼 당장 경리를 불러와요.
청청이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경리가 지금 자리에 안계셔요.
복무원도 주눅이 들지 않고 말했다.
―경리가 없다구? 좋아, 그럼 매니저라도 있겠지? 그를 보고 경리에게 전하라구 해. 나는 위생감독국에서 나왔거든. 래일 당장 이 음식점에 대한 위생검역이 있을거야. 어디 이렇게 어지러운 음식점이 있어? 모기며 파리가 윙윙거리구…
청청이의 푸르뎅뎅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림봉이는 깜짝 놀랐다. 청청이의 어조와 얼굴표정 지어 말하는 내용까지 순식간에 그렇게 변하는것이 너무 상상밖이였다. 청청이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되였다. 그 순간 청청이는 더 이상 비가 오면 우울증을 앓는 “먹물냄새”가 풍기는 녀인이 아니였다.
복무원은 슬금슬금 청청이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리를 피하더니  인츰 책임자인듯한 남자를 모셔왔다.
―미안합니다, 참으로 미안하게 됐네요. 이 애는 금방 와서 세상물정을 몰라요. 미안합니다.
그 남자는 림봉이를 향해 허리를 갑싹거리면서 소인을 개여올렸다. 림봉이는 말없이 청청이를 향해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러자 남자는 인츰 청청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모시려 해도 모실수 없는분들인데 이런 결례를 범하다니요. 오늘은 제가 청한것으로 합시다. 그렇게 하는겁니다. 그리구 갈 때 마른 음식들을 가져가십시오.
―사람을 뭘로 보는거예요. 전 종래로 남의 물건을 공짜로 안가져요.
청청이가 더욱 얼굴을 붉히며 소리질렀다.
―너 아직도 뭘 하고있는거냐? 빨리 가서 결산하지 않고… VIP가격에서 5할을 하란말이다. 령수증은 문화용품으로 떼드리구.
복무원은 달리다싶이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여전히 허리를 굽석거리며 담배를 꺼내 림봉이에게 권했다. 순간 림봉이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얼마나 난처한지 몰랐다.
―참, 오늘 무슨 비가 이렇게 오는지. 차잎을 보관하는 창고에 비가 샜지 뭡니까? 그래서 그만 그 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미안하게 됐습니다. 너그럽게 생각해주십시오, 네, 너그럽게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시름 놓으십시오.
림봉이는 그 남자가 애처로와서 제쪽에서 되려 미안해했다. 하지만 한번 굳어진 청청이의 얼굴은 여전히 펴질줄을 몰랐다. 청청이는 복무원이 가져다주는 령수증과 나머지 돈을 가방에 넣고는 몸을 홱 돌렸다. 림봉이도 청청이를 따라내려갈수 밖에 없었다. 림봉이는 허둥지둥 청청이의 뒤를 따르는 자기가 어쩌면 청청이의 앞잡이라도 된것 같았다. 하지만 웬 일인지  갑갑하던 가슴만은 뻥- 뚫리는듯싶었다.
거리는 온통 물천지였다. 비는 이제 내리지 않았다. 림봉이는 택시를 잡은후 청청이더러 먼저 오르라고 했다.
―제가 댁까지 모셔다드릴가요?
―괜찮아요.
청청이가 칼로 자르듯이 한마디 했다.
청청이를 태운 택시가 물이 가득한 거리를 달리고있었다. 림봉이는 멀어져가는 택시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큰 짐을 부리워놓은듯이 홀가분했다.
가로등은 여전히 빛을 뿌리고있었다. 림봉이는 혼자서 집을 바라고 걸음을 옮겼다. 길옆에는 폭우에 꺾어진 나무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그리고 광고판이며 자전거며 하는것들도 어지럽게 넘어져있었다. 림봉이는 문뜩 청청이의 말을 떠올렸다.
―하늘에서 큰 비가 내리는것은 인간세상이 너무 어지러운 까닭일거예요. 그래서 큰 비를 내려 더러운것들을 씻어주려는것이겠지요.
하지만 하느님은 모를것이라고 림봉이는 생각했다.
그랬다.
세상은 그렇게도 물의 세례를 받아 당하지 못하고 적라라하게 자기의 본 모습을 드러냈다.
 
구산산: 녀. 1958년 항주에서 출생. 1983년 사천사범대학  중문계를 졸업. 주요작품집으로는 소설집 《구산산소설선집》, 장편소설《천당에서 당신을 기다릴게요》가 있음. 이외 산문집과 보고문학집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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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고요한 자작나무숲*거르러치무거 헤허 2013-12-03 2 1799
11 스키장의 썰매견*거르러치무거 헤허 2013-11-29 1 2259
10 나에게 리유를 달라 * 리치방 2013-11-18 0 2008
9 그 세월의 그 꽃신* 효소 2013-08-11 0 2077
8 호불귀(胡不归) * 적안 2013-07-03 0 1765
7 황금엽* 종리화 2013-05-02 0 1808
6 백구그네대 * 막언 2013-03-15 3 3066
5 고소공포증 * 왕옥각 2012-12-19 0 2057
4 폭풍우가 내리던 그날 * 구산산 2012-05-02 0 1967
3 들고양이호수 * 진응송 2012-04-24 0 1933
2 13층 1509 * 류대 2012-04-24 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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