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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산문집-엄마의 별

고 향 집
2010년 03월 11일 07시 32분  조회:2085  추천:0  작성자: 동녘해

고 향 집



룡문이라고 부르는 나의 고향마을에서 동이네 집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해도 “학교 뒤 오막살이집”이라고 하면 누구나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만치 우리집은 마을치고도 손꼽힐 정도로 초라했다. 나는 바로 그 집에서 태여났고 그 집에서 동년을 보냈다. 그 시절 나는 그 집이 조금도 싫지 않았다. 아니, 싫었다기보다도 나름대로 정답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한것은 바로 그 집에서 수많은 동년의 꿈이 싹트고있었기 때문이였다.
그 시절, 봄이면 봄마다 청제비들이 날아들어 집안 대들보밑에도 처마밑에도 둥지를 틀군 했다. 집식구들이 일하러 나간후이면 나는 알락고양이 미미와 동무하면서 집을 지켰다. 그해 청제비는 빨리도 새끼를 깠다. 어미제비가 어디론가 나갔다가 들어오면 입에는 벌레가 물려있었다. 어미제비가 들어오면 새끼제비들은 날개를 파닥이며 “짹짹짹”소리쳤는데 마치도 “절 줘요, 절 줘요...”하고 애원하는듯싶었다. 어느날 나는 엄마께 제비엄마는 어데가서 벌레를 잡아오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가 대답하시기를 제비엄마는 새끼를 먹여살리기 위해 날아다니는 벌레를 잡아온다는것이였다. 나는 놀랐다.
“날아다니는 벌레를 어떻게 잡소? 제비엄마는 손도 없는데 어떻게 잡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제비엄마가 벌레를 잡는 장면을 그려보았다. 굉장히 고생스러울거라고 생각되였다. 그후부터 어미제비가 나간후이면 나는 제비엄마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먹던 누룽지를 제비둥지에 올리뿌렸다. 새끼제비들은 그것을 알고 받아먹으려고 짹짹거렸다. 그때마다 미미는 뚫어지라 제비둥지를 쳐다보군 했다.
“너도 제비새끼가 불쌍해서 그러니?”
내가 미미를 톡 치며 물으면 미미는 “야옹-”하고 맵짠 소리를 냈다. 나는 미미도 꼭 새끼제비를 불쌍히 여길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너무나도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 갑작스레 퍼붓는 큰비에 지붕이 새면서 제비둥지가 떨어져 내렸던것이다. 금방 털이나기 시작한 새끼제비 여섯마리가 날개를 파득이며 짹짹 소리내여 울어댔다. 그때라고 미미가 씽-하니 뛰여가 새끼제비들에게 덮쳤다. 미미는 눈깜빡할 사이에 새끼제비를 세미리나 입에 물었다. 나는 너무도 급하여 소리치며 뛰여가 미미를 나꾸어챘다. 두마리는 이미 죽어있었고 한마리는 다리가 상해있었다. 나는 미미를 죽어라고 때려주었다. 엄마제비는 구슬프게 울면서 처마밑에서 뱅뱅 날아쳤다. 그것을 보며 나는 마음이 더없이 괴로왔다. 나는 헝겊오리를 가져다가 새끼제비의 다리를 동여주었다. 그후 나머지 새끼제비들과 같이 채발밑에 숨겨둔후 좁쌀 한줌을 뿌려주었다. 새끼제비들은 그것을 먹지 않고 울기만 했다. 자기들을 보호하지 못한 엄마제비를 하소연하고 저들에게 재앙을 덮씌운 하늘을 공소하며 저들의 형제를 해친 미미를 저주하는듯싶었다. 제비새끼들은 그날 저녁부터 한마리두마리 죽어갔다. 마지막 한마리까지 눈을 감아버리자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다.
“동이야? 서럽니?”
엄마가 나에게 조용히 물으셨다.
나는 눈물을 훔치며 머리를 끄덕였다.
“참, 불쌍한것들이구나. 동이야, 사람도 마찬가지란다. 저절로 자기를 보호할 힘이 없으면 저렇게 되는거란다. 이제 학교에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큰 사람이 되거라! ” 엄마는 죽은 새끼제비들을 주어들고 밖으로 나가셨다. 나는 창문에 붙어서서 걸어가는 엄마의 뒤모습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엄마는 새끼제비들을 두엄무지에 던져버렸다. 하지만 엄마가 하시던 이야기는 여전히 귀전에 쟁쟁하게 울리는듯싶었다.
“공부를 잘 해서 큰 사람이 되자!”
큰 사람이란 어떤것이고 또 어떻게 해야 될수 있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큰 사람”이 되고싶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쁜사람”임을 알았을 때 나는 너무도 큰 타격을 받게되였다.
그것은 그해 겨울이였다. 나는 헛간에 걸어놓은 마늘을 훔쳐먹으려고 엄마 몰래 헛간에 들어간적이 있었다. 나는 벽구석에 세워놓은 큼직한 널판자를 마늘타래아래에 있는 오지독우에 올려놓은후 그것을 딛고서서 통마늘을 뜯다가 그만 넘어지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소리에 헛간으로 달려들어온 엄마는 얼굴을 흐리우며 와락 널판자를 주어들어 보다가 별안간 그 널판자를 바닥에 메쳐버렸다. 엄마는 벽구석에 세워놓은 도끼를 찾아서 그 널판자를 패기 시작했다. 널판자는 삽시에 두 동각이 나고 네 동각이 났다. 엄마는 여러 동각이난 널판자들을 주어서 부엌에 가져다 던져버렸다.
(저 널판자가 무엇이기에 엄마가 저렇게도 격분해서 도끼로 패버리는것일가?)
나는 못내 알고싶었다.
나는 작은 누나에게 물어서야 그것이 바로 나쁜사람들이 목에 걸고 다니는 “개패”라는것을 알게되였다. 나는 가슴이 덜컹해났다. 우리집에도 나쁜사람이 있단말인가? 누나는 나에게 아버지가 “나쁜사람”이라고 알려주었다. “현행반혁명분자”라는것이였다. 그때 나는 “현행반혁명분자”가 얼마나 나쁜것인지를 모르고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밉고 저주롭게 생각되였다. 나는 그날 온종일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방구석에 들어누워있었다. 그때로부터 나는 말수가 적어졌다. 친구들과도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다. 작은누나친구들이 놀러와서 나를 보고 “뚱보최가”라고 놀려대면 예전처럼 “난 뚱보최가가 아니구 충주최감니다.”라고해서 귀여움을 받은것이아니라 까아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작은누나친구들을 흘겨보았다. 분명 작은누나의 친구들은 나의 두 볼이 통통하고 부리부리한 쌍가풀눈이 반짝이는게 귀여워 “뚱보최가”라고 놀리는것이겠지만 그 시절 나의 생각에는 아버지가 나쁜놈질할 때 빈하중농들의 음식을 많이 빼앗아먹었기에 “뚱보최가”라고 하는가부다고 생각하고있었다. 그것이 재미있다고 작은누나친구들은 나를 볼쩍마다 놀려주군했다. 나는 그러는 작은누나친구들이 정말 미웠다.
그해의 첫눈은 산과들을 소복단장으로 만들었다. 나는 때묻지아니한 첫눈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눈이 자리를 잡기시작 하자 나는 마당에 나가 신나게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했다. 주먹만한 눈이 구을고 굴러 오지독처럼 되였다. 나는 그것을 세워 눈사람몸뚱이를 만들었다. 거기에 머리도 만드어 붙이고 팔도 만들어 달았다. 그리고 숯으로 눈과 코와 입을 만들어 놓으니 제법 사람같았다. 나는 생각했다.
(눈사람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할가? 그래, 왕성이라고 하자!)
그 시절 내가 제일 숭배하는 사람은 영화 “영웅의 아들딸”에서 수뢰로 적들을 까부시는 주인공 왕성이였다. 나는 나의 그 눈사람이 왕성처럼 나쁜놈들을 때려 없앴으면 하고 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밖으로 나간 나는 눈사람앞에 못박힌듯 굳어졌다. “왕성”의 목에는 종이로 만든 “개패”걸려있었다. 나는 분했다. 그 눈사람이 저주롭게 생각되였다. 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눈사람을 밀어뜨렸다. 눈사람은 산산히 흩어져버렸다. 나는 추운줄도 모르고 눈무지우에 풀썩 주저앉았다. 소리없는 눈물이 하얀 눈우에 뚝뚝 떨어져내렸다...
나는 아버지가 정말 미웠다. 하여 자주 이런 생각을 굴려보았다.
(현행반혁명분자가 얼마나 나쁜사람이면 나까지 이렇게 놀림을 받는것일가?)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호~”하고 긴 한숨을 내쉬며 나를 불렀다.
“동이야, 저 아버지를 좀 봐라.”
“아버지를? 쉬는구만. 뭘 보라구그러오?”
“아버지가 저렇게 발을 떨어대는것을 보란 말이다. 청승맞게도... 저렇게 떨어대니 우리 살림이 구차할수밖에...” 엄마의 말씀을 듣자 새삼스레 구차한 우리집 살림이 생각났다. 그때 우리집에는 이불이 두채밖에 없었다. 그것도 누덕누덕 기워서 본 바탕이 잘 알리지 않는것이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중의 한채를 혼자서 덮으셨고 나머지 식구들은 엄마와 함께 발이나 겨우 가리우는 형편이였다. 손바닥만한 이불을 서로 끄당겨 발을 가리울 때면 나는 언제나 아버지의 이불을 넘보군 했다. 아버지는 이불속에 두 다리를 쫙 펴고 누워 구들고래를 훑었는데 이불길이가 짧아서 빼빼 여원 발 두개가 겉으로 내놓이군 했다. 아버지는 바로 그중의 왼쪽발을 떨었던것이다. 하지만 전에는 그저 떤다는 생각뿐이였지 아버지가 그 발을 떨기에 우리집 생활이 구차하다고 생각해보지는 못했었다.
“엄마, 아버지가 발을 떨어서 우리 못 사나?”
“뭐 딱히 그렇기야 하겠느냐만...”
“그런데 엄마는 뭐...”
“너의 외할아버지 생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더구나.” 엄마는 이렇게 말꼭지를 떼더니 아래 말을 이으셨다.
“먼 옛날에 두 친구가 있었단다. 그중 한 친구가 잠잘 때 왼발을 떨었는데 그것도 매우 심했단다. 발을 잘 떠는 그 친구는 서발장대를 휘둘러도 거칠것 없이 가난했단다. 친구의 잘 떠는 발이 들어오는 복을 차버린다고 생각한 그의 친구는 친구가 단잠에 든후 도끼로 친구의 왼쪽 엄지발가락을 찍어버렸단다. 그후 도망갔다가 한 십년후에 와보니 친구는 팔간기와집을 지어놓고 살더란다.”
엄마의 이야기는 그처럼 신비하게 들려왔다.
(떠는 발을 찍어버리면 정말 옛말처럼 기와집을 짓고 잘 살수 있을가? 아버지의 떠는 발을 찍어버리면 우리집도 잘 살게 될가?)
나는 이렇게 엄마의 품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굴리다가 꿈나라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밥상에서는 여전히 싯누런 옥수수떡이 기다리고있었다. 아버지의 주먹만한 옥수수떡이 잘 떠는 아버지의 왼쪽발처럼 미웠다.
그날 밤, 집식구들은 모두 회의에 가고 나와 아버지만 집에 남게 되었다. 아버지는 정치문제 때문에 중요한 회의에는 참가할수 없었던것이다. 나는 아버지 먼저 잠든체 했다. 그러자 아버지도 인차 코를 골아댔다. 나는 낮에 준비해두었던 도끼를 찾아들었다. 아버지곁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아버지는 여전히 그 얄미운 발을 무시로 떨고있었다. 떨고있는 왼쪽발에는 헌 내복오래기가 감겨져있었다. 낮에 산으로 나무하러 갔다가 잘못 디뎌서 신바닥을 뚫고 들어온 싸리나무그루에 박혀 발을 크게 상했던것이다. 저녁을 잡수시면서도 아버지는 상처가 아파 무시로 이마살을 찌푸리셨다.
(그래, 아무리 발을 떨어도 아버지가 계시기에 우리식구들이 따뜻한 구들에서 잘수 있는게 아닌가? 잘 살겠다고 아버지의 발가락을 찍어내면 누가 나무를 해서 불을 때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자 낮에 나무하러갔다가 상하신 아버지의 왼쪽발이 못내 가슴아프게 안겨왔다. 나는 도끼를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조용히 온돌에 올라와 아버지옆에 누웠다...
아버지는 그후에도 여전히 왼쪽발을 떠셨다. 엄마도 여전히 그 발을 보며 푸념을 하셨다.
“청승맞게두...저 발 떠는걸 좀 보렴.”
아버지께서는 60세를 일기로 돌아가실 때까지 줄곧 발을 떠셨고 우리 집은 그때까지도 여전히 구차한 살림에서 헤여나오지못했었다.
새삼스럽게도 회억의 창고에서 어린시절의 파아란 이야기들을 펼쳐들고 보니 오늘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쩜 돌이키기도 가슴아픈 동년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들이 밑거름이 되여 오늘의 나를 연출해낸것은 아닐가?
동년의 파아란 꿈이 싹트던 고향집이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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