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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산문집-엄마의 별

시내물도 졸졸 세월도 졸졸
2010년 03월 11일 07시 34분  조회:2039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시내물도 졸졸
세월도 졸졸


어느날, 나는 엄마에게서 된욕을 먹었다.
아래집에 놀러갔다가 놀이감권총 한자루를 주어왔기 때문이다. 나는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권총을 되돌려주고야 말았다. 하지만 나를 나무라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집에 들어가고싶지 않았다. 나는 뒤집 상옥누나를 찾아갔다. 나의 눈이 불깃불깃해진것을 본 상옥누나가 이렇게 물었다.
“동이야, 왜 울었지?”
“엄마가 욕 했씀다.”
“엄마가? 호호호...헌데 너의 엄마가 어째서 널 욕했는지 아니?”
“아래집 나무권총을 가져왔다고 욕했지 뭐.”
“아니란다. 넌 너의 엄마가 주어 온 애가 돼서 욕한거란다.”
“거짓말.”
나는 미덥지 않아 상옥누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상옥누나는 제법 정색해서 말했다.
“너의 엄마는 너를 다리밑에서 주어왔단다.”
“정말?”
“정말이구말구!”
“저...저, 마을 뒤 돌다리밑에서?”
나는 깜짝 놀라 다잡아 물었다.
“그래, 바로 그 다리밑이지.”
상옥누나의 긍정적인 대답에 나는 머리를 푹 숙였다. 순간 지나간 일들이 새록새록 눈앞에 떠올랐다. 어느 한번 엄마는 가마니 팔러 합작사에 다녀오셨다. 헌데 돌아오는 길에 누나의 양말과 형님의 모자만 사오고 나에겐 아무것도 사오지 않았었다. 나는 대번에 입이 뾰로통해났다. 그러자 엄마는 “넌 아직 어리니까 아무거나 입어도 된다”고 하셨다. 이튿날 나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말았다. 헌데 인제와서 생각해보니 원래는 나를 주어온 애라고 따돌린것이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분했다. 나를 주어왔다는 그 돌다리도 다시 한번 보고싶어졌다. 나는 쏜살같이 다리목으로 뛰여갔다. 다리밑으로 시내물이 졸졸 노래하며 흘러가고있었다. 나는 내물에 두 발을 잠그고 앉아 손으로 턱을 괴였다.
(내가 저기에 누워있었을가? 아니면 요기에 기대여 앉았댔을가? 엄마는 어떻게 나를 발견했을가? 호...)
그때 개울에 반쯤 몸을 담그고 맥 없이 풀숲에 의지해있는 새끼개구리 한마리가 보여왔다. 어쩐지 그 개구리가 무척이나 외롭고 갸냘프게 느껴졌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오며 새삼스럽게도 마음이 쓰려났다. (이 새끼개구리도 혹시...)
나는 새끼개구리를 두 손에 받쳐들고 오만가지 생각을 굴려보다가 소르르 잠들어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가...
잠결에 “동이야-”하는 부름소리를 듣고 나는 와뜰 놀라 깨여났다. 나는 어느새 엄마의 품에 안겨있었다. 나는 엄마의 품에서 몸을 빼며 주위를 살폈다. 엄마의 옆에는 빨래함지가 놓여져있었다.
“동이야, 여기서 웬 일이니?”
엄마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는듯싶었다. 나는 엄마를 쳐다 보지도 않고 쏘아부쳤다.
“엄마, 어째 나를 속였소?”
“내가 뭘 속였다고 그러니?” 엄마는 웬 일이냐는듯 다잡아 물으셨다. 나는 제법 정색해서 말했다.
“뒤집 상옥누나가 다 말해주었소. 엄만 날 이 다리밑에서 주어왔지?”
“뭐? 다리밑에서 널 주어왔다구?”
엄마는 갑자기 개울가가 떠나갈듯 소리내여 웃으시는것이였다. 나는 약이 올랐다.
“웃긴 왜 웃소?”
그제야 엄마는 손등으로 찔끔찔끔 눈굽을 닦으며 맑은 웃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자냥스럽게 이야기하셨다.
“동이야, 그건 다 거짓말이란다. 엄마는 너를 이 돌다리밑에서 주어온게 아니란다.”
나는 멍해졌다. 상옥누나는 분명히 이 돌다리밑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올리미는 호기심을 누를길이 없었다. 나는 엄마의 옷자락에 매달려 정색해서 물었다.
“엄마, 이 다리밑이 아니면 어느 다리밑이요?”
“음, 그건...”
엄마는 한참이나 무엇을 생각하는듯싶더니 아래 말을 이으셨다.
“이 내물이 아득히 먼곳으로 흘러간후이면 너도 자연히 알게 된단다.”
“뭐? 이 내물이 아득히 먼곳으로 흘러간 후이면 저절로 알게 된다구? 엄마, 그게 언젠데…”
나는 아득한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고있었다.
(시내물이 아득히 먼곳으로 흘러간 후라고? 그때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여있을가?)
시내물은 그 순간에도 졸졸졸 노래하며 어디론가 정처없이 흘러가고있었다. 나는 맑디맑은 시내물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사색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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