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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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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타는 녀자
2012년 09월 22일 07시 40분  조회:1023  추천:2  작성자: 송심
                                                                                            추위를 타는 녀자

포근한 이부자리에 절어진 따스한몸을 추슬리기가 너무너무 싫다, 그냥 이대로 편히 누워서 밀렸던 잠도 실컷 자고 달콤한 꿈도 맘껏 꾸고 명상에 잠겨 이쁜 생각만 한보따리 챙기면서 온 하루 즐기고싶다. 하지만 안된다. 집밖에 쫓겨나 가냘픈 몸을 축 떨어뜨리고 사정없이 불어치는 눈보라속에서 달달 떨어대는 강아지처럼 나는 추위속에서 전전긍긍해야 했다. 삭신이 오스스 떨리는 한산한 겨울대기속을 맞받아 온몸을 질둔한 솜옷속에 잔뜩 옹송그리고 출근길에 올라야만 했기에 이를 악물고 울며 겨자먹기로 일어나야만 했다.

다람쥐 채바퀴 돌리듯 정해진 궤적에 따라 따분한 일상들을 보내노라면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에 시달려진다. 태엽을 준 인형처럼 부지런히 움직이며 사업터에 몸믈 잠그고있노라면 상사의 눈치를 살펴야지, 동료들의 비위에 맞춰야지, 게다가 해도해도 끝이 없는 실무는 랑만으로 넘치던 청춘시절의 뜨겁던 정열을 차분히 랭각시켜 가슴시린 차거움으로 흐르게 만들어버렸다. 메마르고 공허한 각질속에 갖혀있는것같아 온몸이 지긋지긋해난다. 뭉게뭉게 외롭게 떠다니는 저 하늘의 검은 구름장에 눌리운듯 갑갑하고 곤혹스러워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한다. 번거롭게 반복되는 일상에 머리가 빠개지는듯 아파나고 몸이 해나른해나며 오리오리 신경말초가 촉수를 뻗치면서 곤두세워져 밀물처럼 짜증만 물려온다. 피부가 토돌감자처럼 거칠어지고 속에서 커다란 불덩이가 이글거리는것 같아서 조갈이 든 황소 뜨물을 들이켜듯이 생수를 퍼마셔대도 간에 기별도 안간다.
시름없이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봐도 부럽다.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예는 새들을 봐도 부럽다. 배꽃처럼 온 몸을 배배꼬며 한들한들 내리는 눈을 봐도 부럽다.

모든것을 기피하고 누구의 배동도 방해도 없는 여유로운 혼자만의 호젓한 공간속에서 자유롭게 헤염치는 물고기마냥 마음껏 노닐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편한 등산화를 신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애솔나무숲속에 퍼더버리고 무한정 누워서 티없이 흘르가는 벽계수의 속삭임이며 지저귀는 산새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대자연의 혜택을 맛볼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흰눈이 덮이는 이 겨울이면 아찔하게 높이 솟은 산언덕에 올라 무릎까지 오는 목구두를 신고 썰매를 타고 쏜살같이 내리꽂히며 희열과 광란으로 터지는 괴성으로 온 몸의 세로를 열광으로 흥분시키면 얼마나 좋으랴!

단위에서 선배들 몇분이 로임을 일전도 곯지 않으면서 퇴직휴양한단다. 부러워서 눈이 다 새빨개질 지경이다. 한 과실에 있는 그 속에 든 선배하고 우스개를 썼다.
—우리 둘이 자리를 바꾸지 않을래요? 제가 휴양하고 선배님이 저 대신 출근하세요.
그러자 상사가 옆에서 퇴박을 준다.
—그럼 아예 나이까지 다 바꿔버릴게지.
(나이가 안 차는것이 뭐 내 맘대로인가.나도 그 나이가 돼서 이런 대우를 받았으면 원이 없으련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감히 내밷지도 못하고 나 혼자서 구시렁거렸다.

헌데 나같으면 좋아서 미쳐날뛰련만 이 선배님들의 얼굴 기색이 말이 아니다. 꼭 마치 누가 돈을 꾸고 주지 않은것처럼 온 하루 볼이 부어있다. 몇십년동안 몸을 담그었던 일터를 하루아침새에 때려치우려니 쉰밥신세가 된 자신들의 처지가 이름할수 없는 고독과 허무함, 소외감과 괴리감으로 온 몸의 열기가 싸늘하게 다 식어진단다. 필경은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희망을 품고 애끓는 청춘시절의 불같은 정열을 깡그리 연소시켰던 어제날이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황혼의 문어귀에 이르러 자리를 내줘야 할 쓸쓸한 오늘날로 탈바꿈해버렸으니 그들의 흐려있는 정서에도 어느덧 리해가 간다.

헌데 우연한 기회에 외국에 갔다 떼부자가 되여 귀국한 친구들속에 끼여들어 나의 감수를 이야기했더니 웬걸 속이 편안하니 배부른 흥타령을 한다고 몰아부친다. 여유작작한 돈으로 자유롭게 쓰면서 세상부럼없이 호강하면서도 무슨 욕심이 그리도 많은가고 불만에 찬 눈을 동그랗게 치뜨고 내가 반문하였더니 사랑하는 부모처자와 생리별하고 낯설고 외로운 이국땅에 고생하러 찾아가는것이 거의 다가 직장이 그닥잖아서 할수 없이 이 길을 선택하는것이지 누가 그런 생고생을 하고싶어서 그러는가고 한다. 나는 발끈했다. 암튼 그렇게 고심참담하게 노력한 끝에 오늘과 같은 이런 휘황한 삶이 있지 않느냐고, 하기에 가장 부러운것이 당신네처럼 아무런 시름도 없이 부귀와 영화를 누리는 삶이라고 목소리까지 한 옥타브 높이면서 열에 차서 피력하였더니 옆에 묵묵히 서있던 한 친구가 쓴웃을을 지으면서 하는 말이 호주머니에 돈은 얼마만큼 있어도 매일 하는 일 없이 허송세월하는것이 정말 쥐 소금 녹이듯이 자기의 생명을 줄이는 것과 같다고 한숨을 몰아쉰다.

문득 나는 뇌리를 치는 생각에 금방까지 느껴지던 추위가 가뭇없이 사라진다. 속담에 이산에 올라가면 저 산이 높아보인다고 현실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창생이 어찌 그렇게 흔하랴!  세상엔 절대적인 완미라곤 없는것이다. 불완전이 존재할 때만이 완미가 존재할수 있는 존재법칙에 따리 이 세상은 밝음이 어둠을 동반하며 아픔이 끼여든 아름다움이 있어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이 더 완숙해지고 미끈해지는것이다. 종이 한장밖에 서면 별유천지인데 그 안에 갇히면 눈뜬 소경이란 말이 있듯이 그냥 만족할수 없는 현실이란 이 갑속에 갇혀 내가 사시장철 추위에만 떨고 있지 않는가싶다.

내가 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 차분한 마음으로 내 자리를 반들어가며 내 자리를 넓히고 내 삶의 반경을 넓혀간다면 무화된열정도 다시 샘솟아오를것이고 가슴속에서 요동치던 생에 대한 심한 실의 도 생활에 대한 끝없는 아름다운 욕망으로 탈바꿈되여 살아가는 내 인생의 발걸음에 힘있는 에너지를 충전해줄수 있을것이다. 그 힘찬 발걸음에 기승을 부리던 추위도 고개를 떨구고 맥없이 물러가버릴것이다.

나는 다시는 추위를 타는 녀자가 아닐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어느덧 훈훈한 열기가 내 몸에 살며시 스며든다.
                                                길림신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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