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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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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의 반란
2015년 07월 03일 09시 17분  조회:454  추천:0  작성자: 송심
모진 치통때문에 며칠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밤낮으로 심술을 부리는 요놈의 이발때문에 이 주인님의 고생이 막심하다. 김치 한쪼가리를 씹으려고 해도 숨이 넘어갈듯 이뿌리가 아파나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진통때문에 온밤을 자반뒤집기로 고통스럽게 보낸다.

쬐고만 이발 하나의 반란때문에 온 하루 얻어먹지도 못하고 잠도 빼앗긴 가련한 이 몸은 푹 익은 파김치가 되여 종일 시래기처럼 후줄근해있고 팅팅 부은 누르끄레한 얼굴은 푹 찐 누런 옥수수빵 같다.  /입안에 숨어 보이지도 않는 보잘것없이 작은 어금이가 이렇게 나를 괴롭힐줄은 미처 생각 못했다. 바쁘다는 구실로 소홀히 대했더니 얄미운 이 녀석이 라태한 주인한테 참혹한 보복을 시도했나보다.

어릴 때 아버지가 태실로 이를 뽑아주는것이 무척 싫었던 나는 젖이가 통채로 흔들릴 때까지 내색을 내지 않았었다. 젖이는 간만에 차례지는 찰떡에 고물처럼 묻혀나오기도 했고 질긴 김치뿌리에 갈거리처럼 걸려 빠지기도 하였다. 그 시절에는 치솔질도 게을렀거니와 치솔질하는 방법도 틀려서 치아관리에 퍽 등한하였다. 나중에 자라난 간이는 보기 싫게 들쑥날쑥 하였고 게다가 몇개는 반란끝에 내 입안을 영영 탈출하는 통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기이를 하는수밖에 없었다.

실은 실생활에서는 가장 단단하여 어떤 마력으로도 상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을것 같은 강한 이발은 그 속성이 너무 여리고 예리하다. 솜처럼 나른한 혀는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 빼도 빠지지 않지만 견고한 이발은 조금만 게으름을 부려도 성깔을 부린다. 음식을 먹으면 꼭 치솔질해야 하고 피곤하거나 힘들어도 치아는 반란을 일으킨다. 나처럼 게으름을 부리는 라태한 인간들은 이렇게 랭혹한 보복을 당하기가 일쑤이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하여 임플란트도 할수 있다지만 한대에 몇천원씩 하는 고가의 비용때문에 우리 같은 출근족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게다가 이발 한대를 새로 하자면 도본 찍고 이발을 맞추고 몇번을 빼고 갈아야 하니 그 고생이 참 막심하다.

이발의 겉은 깨끗하고 깔끔하나 그 내면은 너무 게걸스럽다. 맛있는 음식물이라면 차거나 뜨겁거나 딱딱하거나 나른하거나 가리지 않는다. 음식물들과의 사투로 벌어진 이의 틈새는 점점 벌어지고 그 사이에 음식물들을 끼워 넣고 그속에서 점점 삭아가고 썩어간다. 허지만 혀는 주인님이 넘 게걸스럽게 먹으면 제 몸에 하얀 설태를 곱게 씌워주면서 주인님에게 건강에 류의하라고 부드럽게 타이르기도 한다.

이발의 겉은 강의하고 단단한것 같으나 그 성정은 너무 나약하다. 굽힐줄도 꺾일줄도 모르기에 이발은 통채로 뿌리가 상하고 썩고 흔들린다. 허지만 피할줄도 알고 굽힐줄도 아는 혀는 뜨거우면 홀랑 입밖으로 내밀기도 하고 살짝 입천장에 가져다붙이기도 한다. 그 쬐고만 몸집을 자유자제로 비틀면서 위기를 모면한다.

게다가 이발은 비겁하다. 아프면 반항하고 나중에는 주인님의 입속에서 영원한 탈출까지 해버리는 고약한 심성까지 가졌다. 하지만 혀는 우리가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서 빼려고 해도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절대 입속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이발은 우리의 몸속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라고 한다. 하기에 이발은 견고함과 튼튼함의 상징이라고도 한다. 허지만 이렇게 영악하고 강의한 기질을 가진 이발을 저세상에 갈 때까지 스물여덟개 남김없이 그대로 가지고 가는 인간은 극히 드물다.

어린애의 젖이가 간이로 바뀌여서 새로 날 때에는 축복해야 할 일이지만 더는 바뀌여 새로 나지 않는 영구치가 상하여 빼야 할 때에는 정말 가슴아픈 일이다. 아직 채 늙지 않은 우리 나이에는 이렇게 사기이, 혹은 임플란트라도 다시 박아 그런대로 음식물을 씹고 삼킬수 있지만 엄마같은 고령의 늙은이에게는 그야말로 고통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년로한 어머니의 이가 뭉텅뭉텅 빠지기 시작했다. 내색을 내지 않던 어머니가 나중에는 참기 힘들었던지 치과로 다니기 시작하였다. 헌데 시간을 늦춰 성한 이가 없어 사기이도 박기 힘들다는것이다. 할수없이 틀이를 해넣었다. 맛있는 음식도 제대로 잡숫지 못하고 억지로 몇술 뜨는 그 모습이 참 가긍하였다.

집안에 홀로 계실 때에는 틀니를 빼놓고있는데 치아가 다 빠진 그 모습이 퍽 초라하다. 하기에 혹여 집안에 손님이 오면 부리나케 틀이부터 박는다. 호물때기로친이라는 평판이 딱 질색이란다.

인간의 이도 악어처럼 든든하였으면 얼마나 좋을가싶은 소망을 가져본다. 악어의 이는 죽을 때까지 빠지고 자란다고 한다. 악어는 십년내에 이만여개의 이를 바꾼다고 한다. 악어의 이는 강철처럼 단단하고 칼끝처럼 예리하고 톱날처럼 들쑥날쑥하다고도 한다. 하기에 그 어떤 든든한 물체라도 악어앞에서는 뼈도 못 추린다. 닭 한마리를 뼈 한쪼각도 안 남기고 눈 깜짝할새에 삼켜버리는것을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적이 있었다.

악어의 이발처럼 쉴새없이 빠지고 자랐으면 우리 인간들도 평생을 건강한 치아로 행복할수 있을텐데…

비록 내 게으름때문에 자초된 이앓이지만 착한 혀와 비교해보노라니 이발의 반란이 야속하기만 하였다. 퉁퉁 부어오른 볼을 두손으로 감싸안고 나는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이제부터라도 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겉보기엔 부드럽고 나약해보이지만 강한 기질을 가진 혀를 본받으련다. 비록 단단해보이나 자그만한 유혹에도 견뎌내지 못하고 쩍하면 게으름을 부리면서 야금야금 제 생명을 부식시키는 나약한 이발은 절대 닮지 않으리라고…

연변일보 20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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