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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예(大爷)’라는 호칭에 습관되지 못한 나
2017년 09월 02일 19시 24분  조회:961  추천:0  작성자: 김병활

     ‘따예(大爷)’라는 호칭에 습관되지 못한 나

        김병활
 
 나는 올 상반기 중경 정기검진에서 고지혈증이 있으니 약을 복용하는게 좋겠다는 조언을 받았다. 그래서 연길에 돌아온 후 한달간 약을 복용하고 다시 병원에 피검사 하러 갔다. 피검사하는 한족 간호사가 마스크를 착용한채 나를 보고 갑자기 중국어로 “大(?)叫什么名字?”라고 묻는다.  그때 나는 공복이고 전날 저녁부터 물 한모금 마시지 않은 탓으로 정신집중이 잘 안돼 간호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방금 ‘따?’뭐라고 했지? 여기가 병원이니까 아마 어느 의사한테서 진료 받았느냐고  “大夫叫什么名字?”라고 묻는줄 알고 모모 의사한테서 진료 받았다고 했다. 그녀는 이상하다고  다시 좀더 높고 똑똑한 목소리로“大爷(할아버지)叫什么名字?”라고 묻는다. 그제야 나는 내가 이젠 ‘따예’가 다 된줄 깨달았고,  방금 간호사가  나를 ‘따예’라고 호칭하고  나의 이름을 묻는다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둘은 웬영문인지를 알아차리고 서로 마주보며 웃고 말았다. 나오면서 곰곰이 방금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니 내가 연길에 돌아온후 병원의 진료 절차와 습관을 잘 몰랐고 더욱이 ‘大爷’라는 나에 대한 호칭에 아직 익숙하지 못해 이런 실수를 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래 맞아, ‘다예(大爷)‘가 바로 나고, 내가 바로 ‘다예’인 것이다. 나는 마치  오늘에야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새삼스레 인식한 느낌이였다. 
 사실 나는 퇴직후 10여년 동안 줄곧 중경에 있으면서 어느 누구도 나를 ‘다예’라고 불렀던 기억이 없다. 그때 나는 연변대학에 있을때처럼 늘 양복차림을 하고 수업했고 흰 머리가 드러나면 늘 염색하곤 하였다. 그 덕분인지 아주 젊어보여 ‘90后(주링허우)’ 학생들과의 거리가 좁혀졌고 세대차이라는 개념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지내왔다. 퇴근 후에 캐주얼(평복)차림으로 마트에 가도 직원들은 중경 습관대로 모든 고객들을 ‘老师(라오스)’라고 부르기에 나는 직업관계상 늘 습관적으로 나를 부르는줄로 알았다. 내가 버스나 지하철을  탈때면 누구하나 나에게 자리 를 권하는 법이 없다. 이에 나는 여기 젊은이들의 풍습이 왜 이꼴이냐고 불쾌하게 생각하기보다 내가 아직은  젊어 보이니까  그렇겠거니 하고 기분좋게 목적지까지 한시간 정도 선채로 가곤했다.
 
 

그런데 연길에 온후 상황이 달라졌다. 나는 언제나 캐주얼을 입고 외출했고 머리도 염색하지 않아 희끗희끗한 머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인들이 이런 모습을 여겨보고 왜 갑자기 늙어 보이느냐고 이상해하면 나는 농조로 이게 바로 “庐山真面目(루산 진면모)라는 거지요”라고 모택동주석의 시구를 인용해 대꾸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라는 우리말로 된 호칭은 외손녀에게서 자주 들어 그런대로 익숙한데 마트와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그냥 중경 습관대로 나를  ‘老师(라오스)’라고 부르겠거니 하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병원 간호사가 마스크를 착용한채  ‘다예’라고 하자 나는 어망결에 빗들은 것이다.
 신분계층을 따지기 좋아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남들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인식하고 또 어떤 호칭을 사용하는가에 대해 굉장히 신경쓰는 것 같다. 나도 물론 다를바 없다. 중경에서 모두 나를 젊게 보고 ‘교수님, 라오스(老师)’라고 부르니까 나도 이런 호칭에 만족하고 기분좋게 살아왔다. 그래서 70살이 다 된 올 봄에도 전교 교직원 배구경기에 참가해 젊은 교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주요 멤버로 활약하면서 응원대와 관객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곳의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오자 나는 그저. 백발이 다된 ‘다예’‘할아버지, 아바이’가 된 것이다.
 사실 내가 아무리 싫어한다해도 나는 어김없이 70살이 되었고, 할아버지, 아바이, ‘따예’ 라는 호칭을 달갑게 받아들일 나이가 된 것이다. 이 즈음에 저도 모르게  공자님께서 하신 “70살이 되니 마음에서 하려고 하는 바를 그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七十而从心所欲,不逾矩)。”는 가르침이 떠오른다. 여기서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不逾矩)”는 말 중의  '법도(矩)'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나는 대체로 자신의 심경에 따라 ‘자연법칙’, ‘자연의 순리’ 등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오늘날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해도 해와 달이 뜨고지고 춘하추동이 순번대로 돌아가는 것은 그누구도 막을수 없다. 그리고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해도 인간의 수명은 제한되어 있고 생명은 종식되기 마련이다. 천하를  호령하던 진시황이 장생불로를 꿈꾸면서 신하 서복(徐福)더러 3천 동남동녀를 이끌고 불사약 –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엄명을 내렸어도 그 꿈은 물거품처럼 맥없이 깨지고 49세밖에 안되는 일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한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라는 노래는 단지 하나의 기원과 희망사항을 드러냈을 뿐이고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라는 노래는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는 차분한 심경을 표현했다고 할수 있다. 공자님 같은 성인들이야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겠지만 나와 같은 평민,백성들이 그런 경지에 도달하려면 실로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쉽사리 세속의 유행에 휘말려들어가 분명히 늙어가고 있음에도 그것을 애써 감추려고 과학상식도 무시하고 이런저런 불로장생 방책을 애써 추구하게 된다. 이는  어쩌면 허황한 꿈과 허영심만 가지고 ‘법도(矩)’ - 자연의 순리를 무시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생명은 나의 것이고 건강도 나의 것이다. 그 어떤 단체거나 술친구들의 유혹과 속박에 넘어가 시시로 벌어지는 술판에서 ‘위하여’를 웨치면서 과음한다든지, 고희년(古稀年)에 젊은 시절의 위대한 꿈을 실현한답시고 불철주야 부질없는 분투를 하는 행위는 자살행위와 다를바 없다. 오늘 나는 70살 고개를 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자신이 이미 “따예(할아버지)로 되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연의 법칙을 존중하면서 전혀 불가능한 ‘불로장생’과 같은 꿈따위는 주저없이 버려야할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백발과 주름살, 그리고 거무칙칙한 피부를 감추느라 신경쓸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의 늙은이다운 모습 - “루산 진면모 (庐山真面目)를 서슴없이 드러내고 남들이 “다예(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지고 또 그것을 달갑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17.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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