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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나무의 생존 의미
2018년 10월 17일 13시 03분  조회:749  추천:0  작성자: 김병활
 고목나무의 생존 의미
 -- 중양절 유감                        

 김병활
 
 올 가을 어느날 나는 아파트 정원에서 산책하다가 무심코 근 20년 전에 심은 버드나무 두 그루를 바라보게 되었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심은 버드나무 두 그루는 수년 동안 쌍둥이처럼 똑 같은 모습으로 사이좋게 잘 자라다가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서쪽켠에 심은 나무는 가지와 나뭇잎이 울창하게 자라나 삼복철에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옛  마을의 보기좋은 느티나무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동쪽켠에 심은 다른 한그루는 요 몇해 사이에 무슨 병에 걸렸는지 앙상한 줄기만 드러내고 외롭게 서있다. 하나는 20~30대 젊은이와 같은데   다른 하나는 운명하기 직전의 늙은이를 방불케 한다.
 

 
 “그런데 아파트정원 관리자(정원사)는 왜 이처럼 보기 흉한 나무를 베어버리지 않고 그냥 놔두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곁에 다가가 살펴보니 큰 줄기에서 올봄에 새로 자라난 나무가지 몇대가 싱싱한 물기를 머금고 있는 파란잎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싹 말라버린 큰 줄기에는 담쟁이덩굴이 나무를 에워싸고 위를 향해 줄기차게 자라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정원 관리자가 이 나무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이유를 나름대로 짐작할수 있었다.
 
 

  같은 날에 심은 버드나무 두그루가 쌍둥이처럼 사이좋게 지내다가 그중 한 그루가 불행히 중병에 걸려 거의 죽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그 병든 나무는 자신의 생존 의미를 알아차리고 수명을 다 할때까지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 나무가 앙상한 골격만 남았지만 만약 이 나무를 베어 버린다면 보기좋게 잘 자란 무성한 잎을 자랑하며 히말라야 등산객들처럼 나무 줄기를 에돌아 위로 위로 톺아오르는 담쟁이 덩굴은 자신의 등반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하며 살아갈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 죽어가는 고목나무의 두꺼운 껍질을 무서운 힘으로 뜷고나와  싱싱하게 자라난 어린 나가지들도 대자연이 그들에게 부여한 소중한 생명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명망높은 예술광장에 세워진 멋진 조각품처럼 꿋꿋이 서있는 이 고목나무의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생명을 다 할때까지 자신의 생존 의미를 완수하려고 애쓰는 그런  사명감과 의지력에 감동되었고 또한 대자연의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 이름 모를 정원 관리자에게도 마음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요즘  “100세 시대”라는 말이 널리 유행되고 있다. 그래서 만약 100세까지 살지 못하면 제 노릇을 다 하지 못한듯이 서운한 느낌을 가지고 될것이고 따라서 나이 들어 여기저기 아픈데가 많아지면 남들처럼 100세를 살기 어려울 자신에 대해 주눅이 들어 열등감을 가지게 될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무리 단명(短命)이라 하더라도 정원의 고목나무처럼 죽는 날까지 자신이 해야할 소명을 다하고 죽는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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