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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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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장편《비운의 음영》

장편소설 《비운의 음영》(1)
2013년 10월 15일 15시 47분  조회:1179  추천:0  작성자: 김남득
1

경수는 새로온 창고보관원과 몇차례의 신경전을 벌이고는 그녀에대한 고까운 생각을 넘어 삭일수없는 앙심마저 들었다.

    설비인입으로 외지출장을 갔다가 십여일만에 돌아온 그는 직장에서 오천그람 사출기의 부속품 출고로 창고에 갈일이 생겼다. 그런데 직장내의 누군가 3호창고 보관원이 바뀌였다며 괜히 미녀보관원이 온탓에 우리 박직장장이 늘 창고에 가서 붙어있으면 직장일은 어떻게한다? 하고 놀려먹는 것이였다. 경수는 도대체 어떻게 희한하게 생긴 여자기에 벌써부터 미녀로 사람들 물망에 올랐나싶어 “그럼 가서 한판 붙어본다.”하고 넉살좋게 웃으며 창고로 갔다. 마침 창고문은 크게 열려져 있었다. 문어귀에서 깊은 안쪽을 들여다보니 잘보이진 않았으나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새로온 보관원이 물건을 정리한다 싶었다. 경수는 이왕같으면 규정이고 뭐고 마음대로 안으로 짓쳐들어 갔겠으나 갓바뀐 보관원앞에서 그것도 미녀라는데 섣불리 첫인상부터 경망스레 함부로 들어갈순 없어 일부러 자취를 내느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여보세요— 사출기 부속품 주세요.”
    “예— 잠간만요. 곧 나갈게요—.”
안에서 피아노 건반이 울리는듯한 그소리는 은은하면서도 감미롭고 부드러웠다. 잠간뒤 세멘트 바닥을 울리는  발자국소리가 또박또박 가락맞게 울려나왔다.

   그녀가 나온다싶어 경수는 지긋이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그녀는 한손에 장부책인가를 쥐고 나왔는데 한눈에도 그녀의 걸음걸이부터가 세련되고 기품있다 싶었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늘찬 몸매에 해말쑥한 얼굴로 듣던바와같이 저도모르게 치사스레 훔쳐보고싶은 미모였다. 전연 낯선면목은 아니였다. 아침저녁 출퇴근때마다 이천여명을 빨아들이고 토해내는 인파속에서도 간혹가다 눈에 띄게되는 닭무리에 봉이같은 여인들은 어차피 남의 곁눈에 잘 걸려들기 마련이고 그럴때면 다시 눈여겨 보게되여 자연 낯익게 보이는 그런 면목이였는데 여자답고 곱게 생겼다 싶었던 사람이였다. 따라서 저런여자를 안고사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가 하며 아마 지위도 있고 잘생긴 놈이리라 하는 뜬금없는 시샘까지 든적은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많다보니 그녀가 어느직장인것도 몰랐고 또 자기와는 인연도 닿지않는 그림속 양귀비같은 존재였기에 굳이 알려고 서둘만한 생각도 해본적 없었다. 그런데 직장에서 쓰는 원자재와 기계부속품을 관리하는 3호 창고 보관원으로 그런여인이 배치되여 왔으니 아무리 임자있는 여인일지라도 혈기왕성한 사내의 눈으로는 덮어놓고 좋았다. 가까이 쳐다보며 말도 주고받고 싱그러운 냄새만 맡아도 기분좋은 황홀한일이 아닐수 없었다. 경수는 그런 허욕에서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제멋에 아부하듯 벌어지게 웃으며 물었다.

“오— 보관원이 바뀌였다더니 제가 새로온 보관원이요?”
그녀가 자기보다  훨씬 손아래로 보이기에 일부러 “제가”라는 친절한 하대말을 썻다. 그는 그녀가 함씬 웃으며 손을 내밀고 신분을 묻고 박직장장님 앞으로 많이 도와달라든지, 부탁드린다든지 하는 예의를 차릴줄 알았다. 그런데 전연 뜻밖이였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처음 눈이 마주쳤을땐 웃을듯하더니 졸지에 사람을 빗본듯 두눈을 할깃하고는 내리깔았다. 그 눈길은 섬뜩하도록 매서웠고 시선은 강하게 발로  걷어차는 거부감이였다. 이어 덜익은 감처럼 떫게 사무적인투로 물었다.

“예. 전데요 뭘 출고하시려구요?”

그녀의 경직된 얼굴에선 겨울바람이 몰아치는듯 했다. 경수는 제멋에 좋아 새둥지에 손을 넣으려고 흘깃거리다가 목을 빳빳이 쳐들고 노려보는 뱀의 눈이나 마주친듯 등허리에 소름마저 쭉 뻗히는 느낌이였다. 무참끝에 노여움이라고 생각같아선 어디서 이따위년 덜돼먹은년 하고 줄욕을 퍼붓고 따지고 싶었지만 처음보는 년하고 그것도 범상치않은 미모의 녀인하고 단 태도문제로 섣불리 첫마디부터 걸고들어 싸운다는건 구실도 충실치 못하거니와 쓸데없는 물의를 일으켜 오히려 남들에게 우습게 보일듯싶었다. 하여 그저 재무지에 코를 박아 한입가득 재를 문듯 비명도 지를수없이 고약하여 대답도않고 출고단을 그녀가 서있는 책상우에 휘—익 내던졌다. 그리고는 너절로 보고 내놓으라는듯 턱을 쳐들고 천정만 올려다 보는것으로 일단은 그녀의 고약한 태도에 대한 앙갚음으로 아려나는 제마음을 달랠수밖에 없었다. 이때 그녀역시 다른 해석이나 군말도 없이 너하고는 말하기도 싫다는듯 그대로 서탁에 던져진 출고단을 주어들고 보며 적혀진대로 사출기 부품들을 내놓고는 냉전태세로 장부책을 펴놓고 제할일에만 열중했다. 경수는 밸김에 너 왜 생면부지인 나하고 이따위식이냐고 참았던 화염을 분출하며 걸고들려다가 그만 참았다. 어쩐지 걸고들 구실이 충실치못한듯 했기때문이였다. 하여 그저 너따위년이 그러면 나도 너를 박대하고 보복할테다. 하는 앙심만 굳히고는 출고된 물건을 들고 나오며 일부러 그녀가 알라는듯 땅에다 마른침을 퉤. 하고 내뱉고 휭하니 나와버렸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어딘가 얻어맞고도 찍소리 하나 못낸듯한 울적한 기분이 들기만했다. 그일이 있은뒤부터 그는 물품출고로 하여 창고에 갔더라도 무턱대고 걸고들어 싸울수는 없고 하여  그저 임전의 태세로 출고단을 그녀 책상위에 휙 뿌려던지고는 그녀가 물건을 내놓을때까지 등을 돌리고 서있었다. 그리고는 출고된 물건을 갖고 나올때에는 시에미 역증에 개배때기 걷어찬다고 작은 출입문을 일부러 발로 꽝. 하고 걷어차고 나와버렸다. 군자의 보복은 십년도 늦지않으니 아무때든 어디 두고보자는 식이였다.

월초였다. 직장 종업원들의 로동보호 용품인 장갑. 비누. 마스크 등속들을 창고에 가서 받아와야 했다. 경수는 직장용 전동차를 몰고 창고로 갔다. 그때까지 보관원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모두들 이름대신 3호 보관원 아니면 김보관이라 불렀지만 경수는 그녀를 알게된 첫날부터 엇서게 되다보니 아예 그녀에 대한 호칭대신 “이걸 줘요.”하는것으로 대신하고는 그저 출고단만 내밀거나 아니면 그녀의 책상우에 던져놓는 것으로 일관했다. 그녀는 전동차가 들어서는걸 보고 얼핏 경수를 일별하고는 장부책만 뒤적였다. 경수는 버릇대로 차에서 내려 출고단을 그녀앞에 던져 버리고는 팔짱낀채 바깥만 멀거니 내다보았다. 그들은 짜장 이방인이였다. 조금뒤 그녀가 출고단을 주어들고 보더니 퉁명스레 물었다.

“몇명이게요?”
그는 알면서 묻는다싶어 눈을 치떳다. 이어 “눈깔이 없어 못보냐?”는 식의 짜증으로 톤을 높였다.
“거기 씌였잖아.”
그녀가 매섭게 그를 할깃 쳐다보았다. 워낙 크고 검은 안정의 일렁이는 그 눈빛은 무섭도록 날카로워 경수는 일순 오싹하는 전률을 느꼈다.

“이런 글자는 쓴사람이나 알겠는지 저는 도통 모르겠는데요.… 다시 똑바로 써요.”

        비꼬는투로 말하는 그녀의 마지막 어조는 단호한 명령식이였다. 경수는 대결에 임한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이번엔 또 공연한 트집까지 잡으려는군. 어디보자 이제 턱없이 티잡는날엔 네년을 공장안팎이 들썽하도록 개망신 줄테다. 하는 기고만장한 태세로 드잡이라도 할듯 그녀앞에 한발 휘딱 나서며 따졌다.  

  “아니 분명 167명이라 썻잖아. 왜 아침부터 걸고들며 기분나쁘게 이래는거여?”
그녀는 코웃음치며 야유조로 빈정거렸다.
           “흠. 너무 악쓰지 말아요. 기가 상해요 누가 누굴 걸고들어요。 이걸 누가 167로 봐요. 갖고나가 큰길막고 물어봐요。 이걸 6자로 봐야하는가. 아니면 4자로 봐야 하는가를. 그러고도 누구한테 큰소린가요? ”

           경수는 뺐기라도 할듯 와락 출고단을 나꿔채며 들여다 보았다. 직장에서 나올때 어떻게 그녀를 골나게 할지에만 골몰하며 글씨조차 원수가 되듯이 휘갈겨 쓰다보니 여섯육자를 끝획을 떼지않고 쫘—악 내리그어 넉 사로 보였다. 그는 마치 흉흉하게 덮쳐들려던 야수가 살을맞고 쓰러지듯 금시 얼굴이 일그러지며 풀이죽고 말았다. 그녀한테 책잡혔으니 할말은 없고 잠자코 있을려니 목에 가시라도 박힌듯 신음소리마저 낼수없었다. 하여 그저 날콩먹은 소처럼 거치른 숨만 톱으며 필을들어 4자로 된 글자에 가위를 치고는 그뒤에 6자를 써넣은뒤 필을 던졌다. 그럼에도 제무안에 취해 덮어놓고 싸울순 없고하여 오히려 아무일도 없은듯 태연함을 꾸미려고 일부러 기린처럼 목을 길게 빼들고 머리를 쳐들어 천정을 올려다보며 씁쓸함을 과장했다. 하지만 출고된 물건을 싣고나오는 그의 마음은 또한번 물에빠진 수탉같이 참담한 기분이되여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짜증내고 화내고싶어. 마치 울고싶은 애들처럼 울수만 있었으면 더 속시원할듯 했다.

직장에 돌아온 그는 속에든 울화를 삭일수없어 직장내 동료들한테 그녀의 있는일 없는일을 과장되게 흠잡아 빛좋은 개살구. 비단보에 개똥싼년 하며 막된욕까지 퍼부었다. 이쯤하면 너희들도 인젠 알아서 그녀를 함께 미워하고 훼방주라는 사주였다. 그런데 고약하게도 다른땐 고양이를 개라고 해도 한결같이 이놈의 개새끼 하고 옳든 그르든 따라주던 놈들이 오히려 말을 엉뚱하게 몰아갔다.
“직장장님. 장미꽃 꺾으려다 괜히 가시에 찔린것 아닌가요?”

“야생마도 재갈을 물릴라니 그까짓 가시를 두려워 장미를 못따셔요? 좋은일 보시려면 어차피 대가를 치러야잖아요 찔려도 무찌르고 나가는 근성이 있어야죠 히히—”
        “어이 경수. 자네 너무 성급하게 군거 아니여? 서투른 도둑이 첫날밤에 잡힌다구 이런일은 서툴면 안되는거야. 팔년항전 할셈치구 맥 버리지말구 지구전을 벌이라구. 우린 옆에서 망도 봐주고 거들어 줄테니 힘써봐.”

경수는“됐다 됐어. 남은 진국으로 말하는데 너희들은 그따위 취미밖에 없는 놈들이군.”하고 역증을 내고는 이놈들과 말하다간 제꼴이 더 추해질듯싶어 더는 그녀를 입에 올리기 싫었다. 그래도 자식들은 저들끼리 입방아를 찧었는데 들을라니 김순희라 부르는 그녀는 반도체직장 통계원으로 있다가 기획생산부 소속 창고보관원으로 전직되여 왔는데 공장 경영부장 안재규의 안해라는 것이였다. 경수는 속으로 그놈에 그년이라 싶었다. 재규는 겉모양은 희멀쑥하게 생겼지만 사람이 생기기와는 딴판으로 얼마나 얕게 노는지 사람들은 모두 뒤에서 그를 두고 발바리라고들 했다. 경수는 이공장에 전근된지 오래지않아 그렇게 별명이 붙여진 내막은 확실히는 잘 모르나 모두들 하는말이 그가 공장장한테 아부하고 아첨하는것이 너무 역겨워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였다. 그래도 이놈의 세상은 그것이 덕을 봐선지 공장장은 그를 한껏 신임하여 온 공장의 원자재 구입과 제품판매를 총괄하는 경영부장 요직에 그를 두어 그는 어마어마한 실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경수는 재규에 대해 그저 그렇게 들어서 알고 있을뿐 함께 일하지 않다보니 그와의 개인적인 알륵은 없었고 겉으론 제법 가까운척 예의치레도 박하지않은 셈이였다. 하다면 안재규의 여편네로서 사업하는 남편의 낯을 봐서라도 어찌 함부로 남의 외간사내를 감히 불손하게 대할수 있느냐는데서 그녀의 행실이 더구나 고약하게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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