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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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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운의 음영》(13)
2013년 11월 18일 14시 13분  조회:1184  추천:0  작성자: 김남득
  13
   저녁에 경수가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니 태평골에서 아버지가 오셨다. 연길로 장도 볼겸 애들이 보고싶어 일부러 왔다는 것이였다. 경수는 소학교 5학년에 다니는 아들 세주한테 네가 하교하여 집에있을때에 할아버지가 오셨냐고 물었다. 괜히 먼길을 다녀오신 아버지가 집에 문이잠겨 밖에서 기다리는 욕을 보셨을가봐서였는데 마침 세주가 집에있을때 오셨다니 다행이였다. 안해 영희도 정주간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걸로보아 금방 퇴근한듯했다. 그녀는 시목제품공장에 다녔는데 제품 도장공으로 단독작업이였기에 심한 자페증을 앓고 있었지만 일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세주는 엄마가 워낙 말하기 싫어함을 아는지라 그래도 일찍 셈이들어 정주간에 놓인 질빵이 그대로 매달린 자루를 가리키며 할아버지가 무겁게 채소를 지고 오셨다며 아버지한테 할아버지의 노고를 알리느라 호들갑을 떨었다. 경수는 인차 자루를 헤치고 채소들을 꺼내며 아버지를 탓했다. 빈몸으로 오셔도 차타고 먼길에 힘들었을텐데 이렇게 무겁도록 짐을 만들어갖고 오셨다는 데서였다.

짐에는 풋고추 마늘 가지 오이 감자 파까지 가지각색으로 올망졸망 들어있었다. 경수는 옷을 갈아입고 저녁준비를 하려고 서두르는 안해곁에 다가가 나직히 아버님한테 인사를 잘 올렸는가를 물었다. 영희는 남편의 너무나 당연한 이런말을 굳이 묻는데대해 기분나쁘게 생각할줄도 모르고 남편의 이런 당부를 너무 많이 들어온탓에 길들어져 순순히 “예.”하고  대답했다. 경수는 안해의 신경질환으로 인한 타인에대한 랭담성으로 하여 의례 인사를 차리고 감정표달을 적절하게 해야할 자리에도 그렇게 못하는 안해때문에 늘 불안하고 민망하고 체면이 구겨졌다. 하여 안해한테 늘 입버릇같이 누가 오면 어떻게 호칭하고 어떻게 대해야함을 누누이 말하지만 말할때뿐 별반 소득은 있는것 같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몰라서가 아닌 병적인 증세이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였다. 며느리의 이런 증상에대해선 경수의 부모님들도 눈치로선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겠지만 부모자식간에 이런말을 터놓고 해본적은 없었다. 하여 서로 그저 모르는척 할뿐이였다. 경수가 안해의 실상에 대해 처음 알았을때 아버지한테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한것은 아버지도 경수못지않게 춘화의 일로 마음을 끓인데다 그뒤 번번히 혼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삼십을 넘겨서야 며느리라고 맞은 아버지한테 또다시 쓸데없는 마음고생을 사서 드릴가봐 차마 그런말을 알려드리지 못했다. 단 그저 자기혼자 속에넣고 겉으론 아무 탈없는척하고 지내다보니 아예 알릴념을 포기하고 만 것이였다 경수가 안해 영희와의 혼인과정은 이러했다.

혼기를 넘긴 경수가 어디서 혼처가 생기려나 학수고대하던중 누군가 영희를 소개해왔는데 겉보기에 얌전하고 인물체격도 좋았으며 처가편으로될 집안형편이나 내력도 좋았다. 하여 그로선 워낙 밥이고 죽이고 가릴계재가 못되던차라 그나마 사람을 제대로 만났다싶어 제쪽에서 떼쓰듯이 달라붙어 혼약을 이끌어냈다. 이어 결혼식도 콩밭에 간수를 치려는듯 설쳐대며 벼락같이 날짜를 잡아 치렀다. 첫날저녁 한자리에 들때 신부 영희는 웬지 경수의 눈치만 힐끔거리며 훔쳐보고 어딘가 겁에질린듯 전혀 기를펴지 못했다. 경수는 첫날색시여서 그럴려니하고 별로 개의치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길이나 거동이 처녀의 수줍음과 쑥쓰러워하는 그런것이 아닌 훔치다 들킨사람이나 죄지은 사람의 표정과 거동같은 그런것으로 그저 눈치만 흘깃거렸다. 하여 첫날밤의 쾌락과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격정에 사로잡혀 아무낌세도 눈치못차릴 경수마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수밖에 없었다.

경수는 그런대로 아마 특수한 환경과 처지에 띄우니 그럴수밖에 없으리라는 제좋은 생각만을 앞세우고 자기가 먼저 옷을벗고는 따라서 신부의 옷도 한겹씩 벗겨내고 자리에 눕혔다. 이어 그가 거친숨을 몰아쉬며 그녀위에 덮쳐들어  흥분에 떨며 요동치고난 뒤였다. 팽팽하게 조였던 밧줄이 풀린듯 온몸의 탕개가 느슨해지자 그는 영희의 몸에서 떨어져 내리며 감각으로서의 느낌을 혼자서 음미했다. 듣던바로는 남자가 삽입할때 첫날색시면 삽입과정이 팽팽한 느낌이들고 더러는 처녀막이 뚫리며 혈흔도 생긴다던 소리와는 달리 자기의 감각으로는 어딘가 좀 느슨한 느낌이 들었다. 하여 일부러 작난삼아 “어째 당신 처녀가 아니구만.”하고 제법 아는듯이 한숨처럼 긴숨을 뽑아내며 외웠다. 그러자 영희는 대답도 없이 돌아누우며 새우처럼 몸을 옹송그리고 잠자코 있었는데 미동도 없었다. 경수는 자기가 한말이 아무리 작난에 말이라도 그녀가 첫날색시로 자기만 결백하다면 “처녀가 아니구만.” 하는말은 심한 모욕적인 말이기에  아무말로라도 대꾸하거나 불만의 표시라도 할터인데 묵묵부답으로 있기에 저으기 회의가 들었다. 하여 일부러 몇번이나 꺼져내리는듯한 한숨만 내뿜었다. 마치 자기는 이미 감각으로도 알고있는척하고 속히워 너무 어이없는듯이 말이였다. 그러느라면 그녀가 어떤반응을 보일가 싶으며 그녀의 동정만 예의 살폈다. 그런데 이윽히 지나도록 그녀는 여전히 그모양새였는데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운듯하고 차차  어깨가 가늘게 들먹여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경수는 대뜸 의혹이 증폭되여 반은 짐작이 가는터라 소리없이 몸을 일으켜 돌아누운 영희를 눈여겨 보았다. 확실히 그녀가 울고 있었다. 그 울음은 억울함에 대한 반항의 울음이 아니였다

.  하여 그는 짙은의혹을 감추지않고 코웃음치며 《흠. 영희 왜 우는거여?》하고 비양조로 묻고는 여전히 대답을 못하고있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진일보 확인하려는듯 고의로 “당신 누구와 살았던 녀자구만.”하고 넘겨짚어 말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대들거나 아무런 반박도 없었다. 그는 그제야 사실을 밝히지않고는 전혀 견딜수 없었다. 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다시 주어입으며 그녀한테도 옷을 입으라고 했다. 그녀도 마지못해 따라일어나 옷을 입으면서도 별소리를 못했다. 옷을 다 입은후 영희는 구석쪽에 찾아가 옹크리고앉아 머리를 숙이고 여전히 얼굴을 두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경수는 영희곁에 다가가 앉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얹고 부드럽게 말했다.
  “영희. 괜찮소 있은사실 그대로 다 말하오. 일이야 어떻든 아무리 큰일이라두 상관없고 다만 속이면 안되오.

속이면 문제는 달라지고 따라서 믿음이 없으면 천하없는 별사람이라도 함께 못사는거 아니겠소? 그러니 툭 털어놓고 다 말해주오. 들어보기요. 어떻소?”
   영희는 눈물을 훔치며 머리를 끄덕여 보이고는  말하려다가 목이 잠기는지 두번이나 목을 끼룩거린뒤에야 겨우 새여나오는 소리로 “전 나쁜놈… 나쁜놈한테 강간당했어요. 신세를 망친… 부끄러운 녀자거든요.”하고 입을 열었다. 경수는 그녀의 우려를 가셔주려고 일부러 “그게 뭐 대단한 일이요. 강간이란 자의도 아닌 타인의 협박에 의한건데 뭐가 부끄럽소. 영희 본인이 자원한것일세 남부끄러울수도 있겠지만 안그러우? 그러니 일절 다른부담 갖지말고 시원하게 처음부터 쭈—욱 말하오. 내가 다 들어주고 다 알아줄수도 있으니깐 렴려말고 천천히 말해보우.”하고는 느긋하게 천천히 들을채비를 하였다.

그녀가 처음부터 말하기 시작했는데 사연은 이러했다. 그녀는  문화대혁명중  얼렁뚱땅 초중을 졸업하고는 열일곱살 나이에 그때 집체호란 이름으로는 체일 첫패로 학교에서 남녀 열명이 묶이여 왕청현 어느산골에 내려갔다. 그런데 금방 농촌에 내려가니 있을집이 없어 그들은 림시로 마을 사원들집에 한사람씩 나늬여 배치되였는데 그녀는 정치대장네 집에 들게되여 다른애들이 여간 부러워하지 않았다. 정치대장한테 잘보이면 정치각오가 높다는소리를 들을수 있을것이고 그렇게되면 인차 추천받아 시내로 들어올수 있게된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녀는 집에서 맏딸로 자라났고 성격이 내성적이여서 말없이 일을 잘하여 생산대 집체일과 들어있는 정치대장네 집일도 직심으로 잘 거들어주었다. 그런탓이였는지 그때 정치대장한테는 그녀보다 네살위인 아들이 있어 은근히 그녀를 눈독들이고 있었고 그 아들도 렴치없이 치근거리려는 눈치였다. 하지만 마음이 어진 그녀는 대방이 잘못볼가봐 쌀쌀히 대하지도 못하고 억지로 웃는낯으로 대해야만 하는것이 너무도 고역스러워 한번은 부녀대장한테 직설로 그렇다는 말은 못하고 다른핑계를 대고 집을 바꿔들려고 하였다. 부녀대장은 다른집에 들만한집도 없거니와 집체호 새집을 짓고 나가기전에 집을 옮기면 그집에서 잘못 생각할수도 있으니 그런대로 참으라는 것이였다. 하여 그녀는 별수없이 눌러있었는데 그집에서는 의도적으로 그녀를 백방으로 잘대해주느라 애썼고 그녀는 받아안기 버거웠고 그집아들은 갈쑤록 더 치근거려 그녀로선 마음의 갈등을 감내하기 힘들었다.

후에 집체호 새집을지어 그녀가 인차 나갈줄 알게된 그집아들은 어느 조욯한때에 집에 그녀 혼자만이 있는틈을 노리고 기여들어 처음엔 약혼하자고 하다가 안되니 마구 끌어안으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악을쓰며 반항하고 소리치겠다고 해서야 겨우 놈의 손에서 빠져나올수 있었다. 그녀는 그런 굴욕을 당하고도 어디에 고소하거나 하소연할데도 없었다. 그뒤 그녀는 새로지은 집체호집으로  나왔는데 정치대장 아들은 계속 집체호로 들락거리며 그녀를 엿보았고 또 누가 소문을 퍼뜨렸는지는 몰라도 이미 그와 그녀는 한집에 있을때부터 살기까지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녀는 이런 소문앞에서 완강히 부인하느라 했지만 연약한 그녀의 힘과 능력만으론 너무나 역부족이였다. 하여 그녀는 농촌 집체호생활이 고역보다 더 힘들었고 정신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웠다. 그무렵 함께 집체호로 왔던 몇몇애들은 줄줄이 추천받아 떠났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힘들게 일을 잘하고도 정치대장의 얄팍한 술수로 몇년간 내내 추천못받고 파뭏여 있을수밖에 없었다. 그때 사회적으로 지식청년들과 당정기관 간부들이 최고지시에 의해 윤류로 대량 농촌에 내려오는통에 그들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각 인민공사마다 《5.7간부 지식청년관리사무실》이 세워졌다. 따라서 여기에서 지식청년들과 간부들이 농촌에 내려오고 도시에 추천되는 일을 맡아 관리하였다. 영희는 생산대의 추천을 받아 시내로 들어간다는 것은 정치대장의 손아귀를 벗어나기전엔 꿈도 꾸지말아야함을 알고 생각다못해 직접 《5.7사무실》을 찾아다녔다.

마침 사무실에 강주임도 그녀의 리력서와 자아소개를 듣더니 공감하고 동정한다며 생산대를 거치지않아도 자기가 해결해 주겠으니 자주 찾아오라고 했다. 그녀는 너무도 감사하여 꾸뻑 절이라도 하고싶게 감격했다. 그후 그녀는 강주임이 부르는대로 여러번 그를 찾아다녔는데 그녀가 생각컨대 별로 요긴한일은 없고 서류에 몇자씩 적어넣고는 기다려야 한다며 시간을 끌고는 점심때가 되면 함께 점심먹으려 다녔다. 그녀는 자기의 미래에 관계되는 중대사안에 몇푼돈 아끼랴싶어 극구 자기가 돈을내여 대접하고 오후엔 함께 영화구경도 하곤했는데 그럴때면 그가 지분거리기도 하여 그녀는 완곡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이런일을 이미 떠나간 동료들과도 고충을 털어놓았더니 그녀들도 어설프게 웃으며 운명이 그자들손에 쥐였으니 어쩔수 있냐는 반응이였다. 그후 어느날인가 공사에서 부른다기에 그녀는 일이 락착되는것 아닌가 하는 제좋은 생각으로 찾아갔다. 강주임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내일 현에서 명액 분배회의가 있는데 먼저 수속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지원자 등록부에 등록하라고 했다. 영희는 오매에도 고대하던 일이 락착되여간다고 생각하니 그 기쁨은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웠고 강주임한테 무엇으로 감사를 표해야할지 어쩔바를 몰라했다.

점심때가 되여 그들은 식당으로 갔다. 영희가 강주임에게 술을 권하자 그는 내가 너를위해 다른사람들의 눈치고 의견이고 압살하고 얼마나 신경쓰는줄 아느냐며 네가 그걸 얼마라도 알면 너도 술을 마셔야 한다며 그녀한테 한사코 술을 먹였다. 이어 그녀는 강주임에 의해 어떤 외딴집에 끌려갔는데 강가란놈이 자리를펴고 그녀의 옷을 벗기려 들때에야 그녀는 비로서 소스라치며 제정신이 들어 자기옷섶을 틀어쥐고 애걸하다싶이 사정했다. 하지만 술까지 먹은데다 억대우같은 사내놈의 힘을 당할수없어 필사적으로 막아내느라 했으나 드디여는 힘에부쳐 짐승같은 놈한테 유린당할수 밖에 없었다. 그땐 그녀로선 한녀인의 정조란 목숨같이 소중한것으로 일단 결혼전 다른 한 남자에게 정조를 잃는다는건 인생의 가치를 잃는것이고 세상의 비난과 버림을 받는것으로 여겼다. 하여 이제 다시 다른남자와 결혼한다해도 그한테 죄짓는일로 평생 씼을수없는 죄인으로 살아야된다고 여겼다. 하여  그녀는 울음을 삼키며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인생을 비관하여 가야하 강변을 배회하며 몇번이나 죽음을 시도했는지 몰랐다. 그래도 정작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엔 집식구들이 그립고 또 생이란 모질어 되돌아질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강가란놈을 고발하고 싶었으나 그보다도 자기의 이름이 더럽혀지는것이 섬뜩하도록 더 무서워 숫제 그럴엄두를 내지도 못했다. 며칠후 그녀는 이미 그놈한테 당한이상 모집이 어떻게 됐나싶어 강가놈을 찾아갔는데 그놈은 히들거리며 “암만해도 안되겠지? 인젠 내말을 곰상곰상 들어줄거야?”하고 떠보는 것이였다. 영희는 이자식이 자기를 망쳐놓고도 아직도 모집을 미끼로 자기를 노리고있음에 더는 걸려들수 없다고 여기고 분노의 화염을 내뿜었다.

“망나니같은 자식. 네가 이미 내몸을 망쳐놓고도 아직도 모자라? 두고보자. 이제라도 모집안해주면 난 아무때라도 기어코 네놈을 고발할테다. 난 이제 집에가서 앉아 기다릴테니 알아서 해. 어디 두고보자.”
그녀는 이렇게 으름장을 놓은뒤 그놈의 올가미에 다시 걸려들지 않으려고 사무실에서 뛰쳐나왔다. 이어 집체호에 돌아간뒤 이제나 저제나하고 강가놈의 소식을 기다렸으나 한강에 돌 던진격이였다. 생산대에선 이미 영희가 시내로 돌아간다는 소식이 파다히 퍼진뒤라 영희는 시내로 들어도 못가는 자기를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보는듯하고 마음속에 말못할 깊은상처가 있다보니 남들끼리 무슨말을 해도 자기를놓고 비웃는것같은 생각만 들었다. 따라서 남들과 웃기도 싫고 말하기도 싫어지게되니 자연 사람들과 멀어짐을 느끼며 더구나 남들의 의심을 받는듯한 정신적 중압에 시달렸다. 하여 실면증과 두통이 생겨 드디여는 일할수도 없어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고 식량은 도시호구가 아니다보니 시내배급을 받을수가 없어 아버지가 가을이면 그녀가 있던 생산대에 찾아가 일하지않고 먹는다는 비난이라도 받는듯하여 사정하듯 돈내고 식량을 사왔다. 그녀는 자신이 그런 봉변을 당하고도 부모님들한테 진상을 말하지못했다. 그들이 알면 그들마음에 재만 들어찰것이고 마음에 깊은상처로 한숨과 눈물로 세월을 보낼것이였다. 또 그들이 강가놈을 고발하겠다고 찾아다니지 않을리 없을텐데 그러느라면 더구나 소문이 떠들썩하여 결국 딸자식을 망쳤다는 소문때문에 부모님들마저 머리를 쳐들기도 어려울것이고 자기는 그런오욕으로 시집도 못갈것이라고 생각되였기 때문이였다.

하여 그저 머리가 아파 일할수없어 돌아왔노라고만 했다. 그리고 썩 후에야 안 일이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드디여는 강가놈의 만행이 드러났는데 그놈의 마수에 걸려들어 짓밟힌 녀자애들만 열몇이라고했다. 그런데 공안기관에서 영희를 부르지않은걸로 미루어보면 영희와같이 소문을 두려워 말하지 못하고 드러나지않은 피해자는 또 몇이나 될지 모를일이였다. 경수는 영희가 흑흑 흐느끼며 말하는 피눈물겨운 사연을 들으며 너무도 비분하여 몇번이나 두주먹을 불끈쥐고 이를갈았다. 또 그녀의 말 중간에 그녀가 강가놈을 이길것같지 못하고 자기만 손가락질 당하는것이 두려워 말못했다고 할때 너무도 억이막혀 “아니 왜 그렇게도 나약하오?”하고 소리칠번하다가 다른식구들이 깨여 신혼밤에 신방에서 이게 무슨소리냐고 놀랄가봐 또 누가 엿듣지 않나하여 귀를 강구어보기까지 하고는 다시 소리를 낮춰 말했다.

“아니. 그정도로 당하고도 그런놈을 가만놔들수 있단말이요? 정말 이해안되오. 그런 승냥이를 가만놔두면 또 다른사람을 해친다는것도 생각해야지. 그러니 남을 생각해서라도 그자리에서 고발해야지. 어참 사람두 원 세상에 어디 그런법있소. 난 그놈이 지금이라도  걸리지 않았다면 내손으로 요정내고 말겠소.”

경수는 이렇게 혼자서 화풀이하듯 씩씩거리고는 영희를 지긋이 치떠보며 이미 지난일은 지난일이고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에 갈등이 생겼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나서야 그녀가 활기를 띠지못하고 겁기로 눈길을 흘깃거리고 말하기 싫어한것이 단 내성적인 성격과 처녀의 수줍음이 아닌 혹시 어떤 우울증이나 자페증같은 병증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게 깔렸다. 하여 확실히 알고는 싶었으나 그녀한테 물었대야 그녀가 실속대로 대답할리 없음을알고 제나름대로 그저 그러리라 짐작할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미 떠들썩하게 양가집과 친척들을 동원하여 결혼식을 올렸는데 이제 오늘내일로 파탄내고 그만둔다는것은 너무나 본데없는 경거망동으로 모든사람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것같아 그런대로 며칠 묵새겨 살다가 조용히 혼사를 파할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리고는 파경을 맞은후에 나타날 파장을 따져보았다. 자기도 누구를 흠잡고 어쩌고할 계재가 못되였다. 숱한녀자들과 맞선봤다는게 결국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나이 삼십을 넘겼는데 이제 또 누구를 고르고 어쩌고할 염치도 없거니와 이미 결혼식까지 올리고 살다가 또 파경까지 맞는다면 누가 자기를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해주랴 싶었다. 이젠 처녀는 고사하고 애딸린 과부도 자기를 쓴외보듯할게 번한 노릇이였다. 그러니 이미 다 된 밥상을 물리고 다시 챙긴다는것도 난사스럽고 더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그녀는 처녀가 아니라는 서운함과 께름직함도 들며 그럼 자기는 총각으로 한평생 처녀맛을 못보는것이 되니 처녀라는 느낌은 어떤것일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했다. 하지만 그는 인차 머리를 내젓고는 그것도  단 한차례의 어떤 느낌일뿐 그것이 결코 혼인생활에는 아무런 련관이 없다고  여져졌다. 처녀란 어떤녀자도 한번에 깨지는 것으로 그 한번의 감각이란 필경 한차례의 느낌일뿐 그것이 인간의 삶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만큼 그와는 달리 혼인은 바로 인간의 삶자체이고 인생인만큼 그사람 자체를 포옹할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일뿐이였다. 다시말하면 그녀 자체를 사랑할수 있느냐는것이 중요할 뿐이라고 생각되며 따져보았다. 영희는 인물체격도 그러안고싶게 탐탁하고 또 워낙 성품이 어질고 일잘하고 남을 잘알아주는 내성적인 외유내강의 얌전한 녀자가 아니였을가? 그리고 혹시 그녀가 받은 피해로봐서 그녀를 잘알아주고 따뜻이 대해주고 끌어 안아주기만 한다면 그게 바로 그녀의 병에대한 대증치료로 나아질수도 있지않을가? 하는생각이 들기도했다. 한편 가령 영희를 내보낸다면 그녀의 처지를 생각해보지 않을수도 없었다. 이제 그녀를 차버린다면 그러잖아도 몸을 버린것으로 자포자기하여 병적인 증상까지 겹친 그녀한테는 우물에 빠진이에게 바줄대신 돌을 던지는격으로 그녀를 죽음에로 몰아넣는것밖에 없다고 여겨졌다.

그녀는 워낙 선량하고 일잘하고 활발하고 꿈많은 꽃같은처녀가 아니였던가? 하지만 지금 그녀가 당하고있는 모든 불운은 시대의 비극이 그녀에게 들씌운 죄과가 아닐수 없었다. 할진대 경수는 자신도 그시대의 몸서리치는 피해를 받은사람의 한사람으로 자신의 지난아픔을 생각해서라도 아직도 지난음영의 가위에눌려 기를 못펴고 신음하는 그녀를 구해주고 무마해주고 함께 잘살수 있도록 이끌어줘야지 않을가하는 의무감이 들기도했다. 그는 드디여 마음을 굳히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제부터 영희를 더 아끼고 보듬어주며 잘살아가리라 속으로 다졌다. 그는 말을 마치고 여전히 머리를 숙인채 오돌오돌 떨며 생사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듯한 영희가 가엽게 여겨졌다. 하여 와락 그녀를 끄당겨 안고는 자기의 볼을 그녀볼에 가져다 부비며 위안조로 말했다.

“영희 근심마. 모든게 영희문제 아니잖아. 들어보니 난 다 리해가 되는거야. 영흰 좋은사람이였어. 앞으로 내가 잘 아끼고 사랑해줄게. 우리 즐겁게 재밋게 잘살자구 어때?”

그녀는 대답대신 두팔을 벌리고 경수한테 매달리듯 그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소리없이 눈물을 쏟았다. 경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이어 자기부터 다시 옷을 벗으며 그녀도 옷을 벗으라 하고는 전등을 껐다. 영희는 몸이 약해지면 피해망상증과 자페증이 더 심해졌는데 타인을 믿지못하고 겁기로하여 가끔씩 놀라고 또 놀란다하면 눈에 흰자위가 늘어나며 심하면 온몸을 떨기까지했다. 아마 그것은 병근원이 침해로하여 생긴탓이고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녀의 심령에서 지울수없는 악마인듯했다. 그녀는 또 늘 자기가 허물있고 부족하다고 여기는터에 자기와 살아주는 남편에대한 고마움이 도를 넘는듯했다. 하여 그것이 때론 남편이 자기를 버리지않을가 하는 우려심으로 작용하는듯 어떤땐 실없이 무슨상념에 잠겼다가도 경수한테 아무녀자하고든 친하더라도 자기를 버리지만 말아달라고 울면서 사정하기도 하였다. 그럴때면 경수는 그러한 병태적인 안해에대해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안해의 증세가 심해질가봐 별수없이 일부러 안해를 끌어안고 친근을 보이느라 어루쓸며 《영희 근심마. 당신을 버릴거면 당신을 알게된 이튿날 언녕 쫓아보냈을거야. 난 절대 그런놈 아니니 근심말어. 난 영희와 꼭 백살까지 살거야. 자 우리 손가락 걸자.》하고 그녀가 안심하도록 안나오는 열정을 부리며 엉너리를 치기도했다. 아니고 그녀의 증상이 심해지면 자기는 고생을 사서 하는것이 되기때문이였다. 물론 경수도 때론 활력에 넘쳐 자기의 재능을 한껏 과시하는 녀인들을 볼때면 자기인생의 비애가 느껴질때도 있어 리혼해버리고 싶은생각이 없은것도 아니였다. 그럴때마다 또 한편으론 자기 한사람만 믿고 의지하고 살아가는 안해가 불쌍하고 측은하게 느껴져 다시 방종한 자신을 뉘우치며 안해와의 인정을 일부러 되새기곤했다. 안해는 백에 백가지로 그에게 순종하기만 했다.

하여 그는 그것도 안해의 남편에대한 일편단심이란 좋은면으로만 리해하려 들었다. 처가 부모님들은 경수네가 생활이 어려운것도  자기 딸자식 때문인듯 늘 도와주고 섬겨주지못해 애쓰고 마음 못놓고 불안해하며 눈치보고 마음고생 하는듯했다. 경수는 그러한 처가부모들을 생각하면 자식이란 그렇게도 애물인가 싶으며 그들에게까지 마음의 고통을 얹어주고 싶지않아 그들과 한결 더 정을 나누고싶었고 처가 손아래 동기들에게도 그들이 믿고 좋다고 하는데 그들의 고운마음에 실망을 안겨줄수 없어 더 친근하게 대해주지 않을수 없었다. 영희는 결혼후 경수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나 해산후 애들을 키우며 신체가 허약해져서였는지 또다시 병증에 시달리고 반응이 둔감해지며 가끔씩 무엇에 홀린듯 멍해져 있기가 일쑤였다.

그러한 그녀였기에 경수는 자기집안 실정을 잘모르는 손님들이나 동료친구들까지도 제집에 오는걸 꺼려했다. 손님들이란 누구든 남의 집으로 갈땐 자기를 반기고 좋아하며 환영하는 집이라야 가고싶은건 인지상정인만큼 안주인의 기색이 흐렸거나 말하기 싫어하면 집안분위기가 가라앉아 괜히 잘못 들어선것같이 당장 뛰쳐나오고싶은 충동마저 일것이 아닌가? 그러니 안해의 웃음기없는 겨우 몇마디에 그치는 인사말만 듣고는 온 손님을 싫어서나 미워서인가 곡해하기 십상이였고 그렇다고 안해가 어떻다고 해석하며 량해를 구하기도 체면이 깎이고 거북한 일이기 때문이였다.  경수의 딸 세나는 유치원에 다니는데 부근에 유치원이 없다는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경수의 생활이 어렵다고 부담을 덜어주려고 처가에서 데려다 전담으로 키워주고 있었다. 하여 경수는 이제 또 자전거를 타고 처가에 가서 세나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들을 보고싶어 일부러 오셨다는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드려야 했기때문이였다. 그는 먼저 저녁거리부터 골목시장에 나가 사와야했다. 집에는 안해와 물으나마나 밥과 시래기밖에 없을테니 말이였다. 그가 정신없이 뛰여다니며 장도보고 세나까지 데려오고나니 저녁상이 늦어졌다. 아버지는 손녀까지 데려온것을 보고 너무 즐거워 한손으로 손녀의 손을잡고 한손으로는 련속 애의 잔등을 쓸어주며 반가워하셨다. 식구들이 밥상에 둘러앉은뒤 경수는 안해더러 아버지한테 술을 부어 올리라고했다. 그녀가 아버지가 오셨음에도 열정적으로 예의를 갖춰 인사를 올리지않았음이 번연하여 혹시라도 아버지가 속으론 다문 얼마라도 서운하게 여길가봐 기분을 띄여올리려는 데서였다. 령감은 하필 그럴것까지 뭐가 있느냐면서도 즐겁게 술잔을 받고나서 진정겨운 어투로 경수에게 당부하듯 말헀다.

“우리며느린 말수가 적어 그렇지 마음은 어지고 항상 변함없는 진심이야. 자네 잘 관심해주게나.”

경수는 그 말뜻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는 몰라도 며느리를 탓하지않고 나무리지 않는다는 그점만으로도 감사하여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해 드렸다. 령감은 자기로하여 아들이 실련까지 당한줄 잘알기에 늘 마음에 죄로 그아픔을 아들못지않게 함께 겪고있었다. 그리고 그뒤 아들의 혼처로하여 함께 속을 끓이며 아들이 장가를 잘들어야 지나간 아픔을 잊게되고 그러면 자기도 마음의 죄책에서 벗어날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의 뜻대로 되여주지 않는것도 세상사로 필경엔 아들의 혼사가 여의치못함을 눈치채게 되였고 또 아들의 생각처럼 이제 쓴죽이 밥이 되랴는데서 아들의 마음이 아파할가봐 전혀 색다른 눈치를 보일수 없었다. 저녁을 먹은뒤 세주가 반급에서 또 돈 10원씩 거둔다고 했다. 경수는 세주가 돈달라는 소리에 안해한테 눈짓했다. 영희는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없다고 두손을 벌려보였다. 경수는 혹시 아버지가 알고 마음을 쓸가봐 소리없이 먼저 공회 호조금쪽에서 십원을 꺼내 슬며시 세주손에 쥐여주었다. 원래 집이란 옳바르게 되자면 살림을 맡아보는 주부가 돈을 틀어쥐고 세간을 살펴야했는데 이집은 가정총리가 없는셈이였다. 영희는 남편인 경수한테 한마디 아니란 말을못했다.

그것은 경수가 큰소리를 쳐서라기보다 그녀 스스로 남편에대한 신뢰를 넘어 남편이 한마디만 가라는 말만해도 그녀는 더 살수없이 죽는길로 가야만 할만큼 생각하고 있었기에 경수는 여직껏 안해한테서 돈 내놓으라는 소리란 들어못봤다. 그저 경수가 알아서 얼마를 내놓으면 그것과 제 수중에 돈을 합하여 바닥날때까지 쓰면 그뿐으로 바가지를 긁는일이란 없어 경수로선 편하긴 하였지만 그만큼 집살림은 더 궁할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남자들이란 씀씀이가 헤퍼 아무리 집살림에 신경을 기울이느라 해도 있을때면 쓰게 마련이여서 돌아오는 월급을 기다리기전에 바닥이 드러나 이렇게 종종 호조금을 끌어당겨 쓰는때가 많았다. 이튿날 아침  아버지는 출근족과 함께 떠나려고했다. 며칠 묵으라고 하니 이렇게 봤으면됐지 집에 할일도 많은데 여기서 대낮에 빈집을 지키고 있을턱이 무어냐며 부득부득 떠나시는 것이였다. 경수는 아버지를 배웅한뒤 세나를 자전거에 태워 유치원까지 실어다주고는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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