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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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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장편《비운의 음영》

장편소설 《비운의 음영》(6)
2013년 10월 29일 15시 08분  조회:996  추천:0  작성자: 김남득
     6
아침 출근때부터 공장구내는 야단법석이였다. 공장입구로부텨 사무실과 생산직장에 이르기까지 비질하는사람 창문유리를 닦는사람 물건들을 옮기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경수는 얼추 짐작이 들었다. 필시 출장나갔던 공장장 최수천이가 돌아올때가 되였겠다 싶었다. 워낙 대청소란 주말에 하는것이 관례였지만 공장장이 출장갔다 돌아온다는 소리만 나면 그때는 주말에 상관없이 아무때고 자다가 깬듯이 공장안팎이 발칵 뒤집히게 면모를 일신시키는것이 행태였다. 아니나 다를가 그가 자전거를 밀며 경위실앞을 지나는데 관리부 부장인 가평이가 대비자루를 들고 그를 향해 마주오며 “어이 박직장장. 직장안팎이 너저분한데없이 말끔이 대청소를 잘하라구. 오전에 다니면서 검사하겠어.”하고 귀뜀하는 것이였다. 경수는 짐짓 딴청을 부리며 엇먹였다.

“아니 오늘이 무슨날인데 아침부터 대청손가?”
가평이는 경수곁에 다가와 한쪽손을 들어 그의 어께에 올려놓으며 “공장장님이 엊저녁에 오셨대. 그러니 꺠끗한 환경으로 맞아야 기분도 좋아져서 쓸데없이 욕도 안먹고 모두 좋잖아. 안그래?”하고 달래듯 친근을 표했다.

경수는 악의없이 코방귀를 뀌며 “흠. 또 그 잰내비 놀음질들인가.”하고 비양대자 가평이는 “할수없지 뭐.”하고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청소독촉으로 다른직장으로 향했다. 경수도 말은 그렇게했으나 자기도 직장에 들어선뒤엔 수하인원들을 휘동하여 직장안팎을 정리하고 닦고 쓸고 하지않을수 없었다. 일단 공장장의 눈에 거슬린다는것은 있을수 없는일로 공장에 설자리도 잃게될 일이였다. 경수는 직장안팎을 돌며 자재나 비품의 적치가 온당한지 어지러운곳은 없는지를 두루 살피며 공장대문께로부터 사무실과 생산직장들의 통로쪽 좌우를  내다보았다. 모두들 해야할 하루일들을 잘하기위한 준비보다 그새 방치했던 분담구역 청소에 열중했다. 그래그런지 공장내 분위기부터 어딘가 긴장한 느낌마저 들었다. 경수는 혼자 어설프게 웃었다. 왜 이럴가? 이것이 정상적인 행태일가? 물론 공장장님이 출장갔다  노고에 지쳐 돌아오시면 깨끗한 환경에서 좋은기분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라는 점에서만은 공감되지만 그보다도 안팎이 다른 이중성에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공장장이 있을땐 사업에 태만하단 말을 들을가봐 밖에서서 마음놓고 얘기도 못하고 일에 바쁜척 뛰여다니느라 하다가도 공장장이 일단 출장갔다고만 하면 대뜸 조였던 바줄에 탕개가 풀린듯 마음대로 소리지르고 쫒고 뛰여다니고 사무직원들은 마음놓고 청가맡고 시내돌이로 제볼장을 보는것이 상례였다.

그러다가도 일단 공장장이 오셨다고만 하면 마치 전시준비에 임한태세로 아닌보살들이다. 왜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이 초래되는가? 누구의 탓이랄가? 경수는 머리를 내둘렀다. 공장은 근 40년역사를 가졌기에 꽤나 오래다고 할수는 있었으나 개혁개방전 까지만해도 이백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작은 집체소유제 기업에 불과했다.. 공장의 전신은 해방초엔 성이 박가란사람이 경영하던 작은 수공업 작방에 불과한 전기개페기 생산공장이였는데 50년대 중반 개인공상업에대한 사회주의적 개조를 거치면서 개인소유권을 몰수하여 집체소유제로 만들었다. 그뒤 공장은 이십여년간에 걸쳐 계획경제에 얽매여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다가 80년대초입. 개혁개방을 맞으며 정부에서는 전자공업이 전무한 상태를 개변하고자 시 공업판공실에서 사업하던 공과대출신인 최수천이를 필두로 한국에 전자공업 고찰단을 파견했다. 이는 최수천에게 있어서 인생역전의 기회였기에 그역시 상급의 간곡한 기대를 저버리지않고 몇몇 공정기술일군들과 함께 외국의 선진기술을 참조하여 피타는 심혈을 몰부어 자체로 《천지》표 쌍카세트록음기 시험제작에 성공했다. 이어 시에서는 산하 전기개페기공장을 전향시켜 전자공장으로 명명하고 최수천이를 공장장으로 리선덕이를 당위서기로 공장지도부를 구성하고 설비를 인입하여 본격적으로 록음기 제품생산에  투입하였다. 이땐 개혁개방을 실시한지 얼마안되는때여서 계획경제의 음영이 가시지않아 시장수요에따라 제품을 만들어야한다는 기업발전의 원리가 침투못된탓에 전국적으로도 이런제품이 선두주자로 시장에 진출되였다. 하여 대번에 인기 명표제품으로 각광받았고 전국적인 도매업소들의 주문이 비발치듯 쏟아졌다.

하여 공장안팎은 물건을 사려는 도매상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은 공장장과 경영부장의 뒤꽁무니를 명주바지에 도꼬마리 붗어다니듯 했다. 더군다나 이땐  만들어낸 제품이 질이야 좋고 나쁘건 물건이 없어 사지못하는 세월이였으니 그럴수밖에 없었다. 몇십년간 계급투쟁과 대외봉쇄로 하여 사람들의 물질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기갈이 든때이니 이같은 물건을 산다는 것만해도 사치한생활이 아닐수 없었다. 이렇게 목마른 사람이 물찾듯 제품을 기다리는 형편이니 공장도 뻥튀기처럼 확장되여 몇백명에 불과하던 공장이 일약 이천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지구 중점기업으로 발돋음했다. 따라서 물이 불으면 배가 올리뜨기 마련이듯 공장장    최수천이에게도 갖가지 영예가 안겨졌다. “전국 최우수기업가”,“전국5.1로동모범”,“우수공산당원”,“개혁개방 선두주자”,… 하여간 이런 영예들로 수천이는 온몸을 도배질하였다. 하지만 슬픈일은 인간들이란 남들에게 떠받들릴 때일수록 자제력을 잃지말아야 하는것이 미덕일테지만 또 세상 어떤 지도자들도 일단 만사람들에게 떠받들리기만 하면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고 제잘난척하고 근본을 잃게되는것이 판본으로 되듯 수천이도 이면에선 그러한 인생궤도를 벗어못나는듯 했다. 그는 때론 심성이 꼬일땐 자기 지도완력을 과시하고픈 오기가 발동될때도 있는듯했다. 한번은 반도체 집적회로를 생산하는 제5직장에서 일이끝나자 퇴근시간 십분전에 급한일이 있는 몇사람들이 지레 작업복을 벗고 출근길 옷을 갈아입은것이 공교롭게도 수천이의 갈고리눈에 걸렸다. 그가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댓바람에 직장장을 불렀다. 이어 곧바로 퇴근할 80여명 로동자들을 몽땅 불러세우고 직장장더러 공장 규약제도 10장 55조 3만자에 달하는 내용을 한점도 빼지말고 학습시키도록 지시했다.

직장내 종업원들중엔 절반이상이 젊은녀공들로 탁아소에 애기를 맡긴사람 유치원에 애들을 보낸사람 그외에도 그시간대에 퇴근하여 일을 보려고 약속이 있었던 사람 하여간 나름대로 긴박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면서도 공장장이 쏘파를 갖다놓고 딱 버티고 앉아있는 마당에 누구도 감히 찍소리 한마디 못내고 서서 들어야만했다. 그때 어떤사람들은 너무도 등이 달아 앓음소리가 나갈지경이면서도 입하나 뻥긋 못했단다. 이렇게 장 두시간동안 일벌백계로 취조를 당했는데 후에 떠도는말에 의하면 미상불 그때 누군가 너무도 안타깝고 속집이 달아 바지에 오줌까지 쌋다는 일화가 돌기도했다. 그러면서도 옷을 갈아입지않은 애매한 사람들까지도 찍소리 한마디 못내고 한동둥이에 얻어맞아야 했으니 아무리 상식에 어긋남으로 반발하고 싶어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 환경이니 어쩔순 없었다. 이렇게 로동자들로서는 암만 억울해도 지도자와 맞서서 바른말을 한다는것은 만부당한 일로  처분몫은 공장장님의 것이니 더이상 죽여주지 않으면 다행인 셈이였다. 따라서 그렇게 무서운 공장장이 있길래 이 큰공장을 잘다스려 이만큼 발전시켜 나갈수 있다며 매맞고도 감격해하는 식이였다.

오후에 공장장이 소집한 업무회의가 있었다. 각 부처별로 업무진행 정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하달받다 보니 시간이 지루하여 담배쉼으로 잠간 휴회하고 모두들 회의실밖의 정원에 나왔다. 4월의 해볕은 털자리같이 도타워 오히려 집안이 썰렁한 느낌이였다. 사무실앞은 허리께로 오는 느릅나무 울타리를 둘러친 화단이였는데 안에는 지난주 일요일에 사무실 직원들이 관리부장의 들볶임에 쉬지도 못하고 내몰려 팔도령에 올라가 진달래를 뿌리채 떠옮겨다 간간이 무더기로 심어놓은것이 눈에 띄였다. 공장장 최수천은 화단 울타리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무심히 화단안에 눈길을 주었다. 거기엔 무슨 묘목같은것이 듬성듬성 심어져 있기에 그가 호기심이 동한듯 옆에서 금방 담배불을 자기에게 올려붙인 안재규한테 물었다.

    “안부장. 저건 무슨묘목인가?”
    재규도 수천이와 함께 출장나가 나무심을때 없은터라 즉시 몇사람건너 서있는 가평이를 불렀다.

    “여— 가부장. 여기와.”
     가평이는 재규가 오라면 무슨일인가부터 따져야겠지만 그옆에 수천이가 있기에 두말없이 고양이처럼 날래게 뛰여왔다.  재규가 뒤미처 물었다.
    “저 심어놓은 나무 무슨묘목인거야?”
    가평이는 벌어지게 웃으며 재규가 나무 식별하는 최저의 식견도 없다고 높은소리로 야유하듯  떠들었다.
“야— 거 퍼뜩봐두 진달래 나무란거 모르겠어? 무슨 묘목같은소리야.”

그는 이어 수천이를 힐긋 쳐다보고는 진지한 어조로 재규와 말했다.
   “허— 공장장님의 덕분으로 공장이 오늘 이렇게 발전하여 상급지도자들과 손님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잖아. 그러니 공장정원 화단도 멋지게 꾸려야지. 그래서  지난주 일요일에 사무직원들을 동원해서 팔도령에 가서 나무를 뿌리채 파옮겨 왔거든. 그때문에 쉬지도 못했다고 뒤에서 얼마나 욕사발을 얻어 먹었는지 아는가? 금년엔 이 정원화단도 일대 개혁해서 멋지게 꾸려놔야지. 요런 작은일이라두 잘해놔야 공장장님께서 안심할것 아닌가?”

    경수는 이공장에 전근되여온지 3년 좌우밖에 안되는터라 사람들의 내심세계에 대해 아직 익숙치않아 공장장의 눈치를 힐끔 살폈다. 이런말은 당자가 듣기에도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가 싶어서였다. 최수천은 말없이 묵묵히 듣다가 심드렁한 빛으로 말했다.
   “글쎄 진달래꽃은 피였을때만은 보기좋던데 얼마못가는게 흠이잖아. 이런 정원화단엔 그래도 여름내 피는 백일홍이나 봉선화 그외에두 나일락 코스모스같은 그런게 더 보기좋잖아?”

    재규가 수천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가평이를 째려보며 그가 금방 진달래나무도 모른다고 웃던말에 앙갚음이라도 하듯 나무렸다.

    “아니 가부장. 어디서 정원화단에 진달래 심는거 봤소? 이런화단엔 여름내 가을까지 내내 꽃피는 그런 화초라야 꽃도 보고 냄새도 맡자는거 아닌가? 최공장장님이 알려준 그런 꽃나무들을 머리에 떠올려만 봐. 그저 생각만해두 막 향기가 풍기는것 같잖아? ”
    재규는 이어 수천이를 쳐다보며 놀라듯 감탄했다.

   “아니— 그런데 공장장님은 어떻게 그런 관상용 꽃나무들에까지 정통하신거죠? 정말 경영분야든 기술분야든 환경분야든 어느면에서건 다 통달하고 있으니 진짜 천재시거든요. 정말 탄복할수밖엔 없어요.”

한옆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듣기만하던 경수는 놀란눈길로 재규를 다시 여겨볼수밖에 없었다. 키는 크고 생김새는 허여멀쑥해도 속은 온통 위선과 허위로만 가득찬 인간이라는 생각이 짙게 깔렸다. 저렇게 어찌 속에 싶지않는 말을 꾸며대며 아양떨수 있을가? 저런사람의 속알머리는 어떻게 생겨먹어 저다지도 줏대없이 권력에 아첨하고 아부하는 속이빈 인간일가 하는생각에 다가가 침이라도 낯짝에 칵 뱉고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경수로선 세상에 제일 보기 역겨운것이 힘센사람에게 발라맞추고 들어붙는 행태였다. 따라서 그러한 재규를보니 가련한 인간이라는 생각과 함께 순희까지도 저런남편과 살면서도 무슨놈의 자랑질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재규는 또 가평이를 보며 수천이가 할말을 대신하여 비난했다.

“여봐 가부장 자네 관리부장이면 다른사람보담 이런 환경관리에야 더 높은소견 갖춰야잖아.”

경수는 가평이가 대뜸 재규한테 반발하리라 여겼다. 그가 남들을 휴일도 편안히 못보내게 들볶아 차까지 동원하여 백여리 길을 헤매며 가서 힘들게 파온나무를 그저 간단한 생각으론 하지 않았을것 아닌가? 게다가 재규가 관리부장의 소질까지 들먹이며 야유하는데 옆에서 듣기까지 민망할 정도이니 말이였다. 그런데 생각밖이였다. 가평이는 오히려 꿈꾸다 깬듯 자못 참회하는 빛으로 깨달은척 하는 것이였다.

“아참. 진짜 그렇네요. 공장장님이 일깨워 주시니까 이해가 되는군요. 정원화단은 한여름 내내 꽃피여야 한다는걸 생각해야 하는건데 한때 한철밖에 생각못했으니 이런 등신이라구야 에참…”
 이어 그는 수천이 앞에서 선서나 하듯 다졌다.

“예. 알겠습니다 공장장님. 여름내 가을까지 피는꽃으로 꼭 화단을 잘 장식해 드리겠습니다.”

경수는 너무도 어이없고 씁쓸하여 슬픈생각마저 들었다. 숱한사람들을 동원하여 진달래를 떠다 옮긴다고 했을땐 어차피 입이 많았으니 좋다 궂다 된다 안된다 잡소리들도 많았을텐데 그때엔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하여 움직이고 이제와선 공장장의 심드렁한 말 한마디에 자다가 깬듯 저런 허겁뜬 소리를 해대는가 하는 한심한 생각에 입안마저 소태를 씹은느낌이였다. 그는 우리의 지도자들이 쉽게 변질되는 원인이 바로 저런자들 때문이 아닐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뒤 이틀후엔가 경수는 회계과에 일이 있어 사무실에 들렸다가 나올때 호기심에 끌려 일부러 화단 울타리안을 눈여겨보았다. 아니나 다를가 진달래는 옮겨져 어디론가 없어졌다. 그는 하던일마저 잊은듯 공장구내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보았다. 이렇게 한참만에야 겨우 찾아 보았는데 몇번씩이나 상가집 개처럼 쫒겨다닌 진달래 나무는 공장구내 서북쪽 보일러 건물 담장안을 끼고 길게 듬성 듬성 찬밥신세로 심겨져 있었다. 그는 그때에야 자기라도 몇마디 했을걸 하고 후회했다. 화단안에 듬성 듬성 무더기로 심겨진 그 사이 사이로 얼마든지 백일홍이나 라일락 코스모스같은걸 심을수 있잖는가? 그랬더면 더 일찍 봄부터 꽃을 즐길수 있었을걸. 하는데서 말이였다. 하지만 자기는 이공장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기에 섣불리 아무말에나 끼여들수 없다는 관망적인 태도로하여 기인된 탓도 없진 않았다. 

《천지》표 쌍카세트 녹음기는 주야 3교대로 조립되여 나와도 창고에 입고될 사이없이 포장반에서 직접 도매상들에 의해 실려나가군 했다. 그런데다 지난달 록음기에 들어갈 주요 수입 반도체 소재가 열흘나마 늦게 도착하여 생산에 차질을 빚다보니 속집이 달아오른 도매상들이 입에 물집이 생겼다는 소리까지 돌았다. 이렇게 도매상들은 물건을 얻지못해 공장장과 경영부장의 뒤꽁무니를  이사할때 강아지같이 따라다녔다. 경수가 직장에서 생산한 폴리염화비닐 록음기 케이스를 조립직장에 넘겨주고 돌아 나오는데 희한한 연극을 목격하였다. 포장반 로동자들이 귀주성에서 온 도매상의 차에 제품을 상차하던중 귀주 《모태주》 두박스가 운전석에 놓여있는것을 보았다. 모태주가 국내외적으로 명품술이라는건 삼척동자도 들어서 아는터라 그술이 제품을 먼저 받기위한 코밑진상용임을 지레짐작한 그들은 물건임자와 한박스 주지않으면 물건을 다른차에 싣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다급해진 도매상은 어쩔수없이 두손을 싹싹 비벼대며 한박스 내주었다. 그런데 이윽하여 경영부장 안재규가 왔다가 술 한박스 잃어진걸 알고 포장반 노동자들과 옥신각신하는 판이였다.

“… 빨리 내놔. 나한테 들어온거면 언녕 너들도 맛보라고 하겠다. 내가 어디 그럴사람이냐? 이건 공장장이 어디에 보낼 선물용이란 말이야. 그러니 빨리 내놔. 공장장이 아는날이면 큰일난다 큰일나 알어?”

 포장반치들은 재규가 말끝마다 공장장을 앞세우는것은 그래야 자기들이 겁먹고 순순히 말을 들으리라는 수작이지 실지는 이렇게 들어오는 물건은 그가 뒤로 빼돌려 제안속을 챙기려는 것으로 넘겨짚었다. 아니면 매일 수천대씩 생산되여 나오는 제품들이 나가며 이를 얻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도매상들이 들이미는 회뢰가 얼마나 되기에 공장장으로선 이까짓 술 한상자를 갖고 크게 신경쓰랴는 생각과 또 공장장이 설령 알았더라도 옛날부터 먹은죄는 없고 개도 먹을때는 때리지 않는다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먹을것이 눈에띄여 일 뒤끝에 술 몇병 마셨다고 법을 휘두르랴는 것은 누구나 가질수 있는 생각이였다. 한편 재규 너도 그덕으로 크게 한몫을 보는줄 아는데 우리가 어쩌다 눈에띄여 한번 입맛이나 보자는것도 그렇게 야박스레 노느냐는 데서였다. 이때는 개혁 개방이 실시된지는 여러해 되였지만 계획경제의 여운으로 생산이 수요에 따라야 한다는 시장원리에 둔감하고 또 생산능력의 한계로 시장에 사람들한테 절실한 생활 문화용품들은 여전히 궁핍하였다. 하여 이런물건들이 시중에 나왔다고만 하면 값은 둘째치고 사기만 하면 다행인셈이여서 그땐 시도때도 없이 《강구매》돌풍이 불어쳤다. 더구나 장기간 사람들이 압제당하여 고갈되였던 문화생활 욕구에대한 해갈을 위해 시장에서의 음향 영상제품들에 대한 수요는 더 말할것도 없이 절박하였다

. 그러기에 그땐 극소수로 외국나들이를 갈수있었던 사람들도 거개가 입국하여 집으로 돌아올때엔 다른건 제쳐놓고라도 사람당 한건씩밖에 인허 안되는 텔레비와 록음기를 메고 들어왔다. 그런때에 수천이가 록음기 텔레비 제품을 내놓았으니 물건은 공장에서 나올땐 정한 가격이였지만 시장에만 나오면 부르는게 값이여서 이런 제품에 대한 판매권을 틀어쥔 공장장과 그의 위탁을 받은 경영부 부장의 인금은 자연히 치솟았고 그들한테 어떤 남모를 이득이 차례진다는건 내놓고 말못해 그렇지 속으론 너남없이 부부가 아닌 남녀가 한 호텔에서 자고 나왔다면 그들이 아무리 청백하느라 해도 무슨짓하고 나왔으리라는걸 짐작하듯 넘겨짚을수 있는일이였다. 그럼에도 이걸 직접 만들어내는 로동자들로선 자기들은 정해진 로임만 받고 일만 하고 사영기업이 아닌 국영기업에서 몇사람들만 배를 채우는 행태에 마음이 달가울수만은 없었다. 하여 이른바 법과 제도와 권력자에게 걸리지 않는한 눈에 띄였을때 좀 맛보자는것도 실제 큰 무리는 아니였다. 하여 포장반치들은 서로 히죽대며 모르쇠를 댔다. 그러자 재규가 악에받혀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너들 정말 이럴래기야? 누가 함부로 공장에 들어오는 물건에 손대는거야. 이렇게 들어와도 모두 업무거래로 쓰인다는걸 몰라? 그런데 이렇게 가로채면 업무거랜 어떻게 하라는거야. 이건 분명 절도나 강도행각이야 알았어?”

포장반치들은 그래도 서로 쳐다만 볼뿐 별 반응이 없었다. 아마 그들도 술 몇병을 갖고 네가 정녕 이정도로 나온다면 그럼 갈데까지 가보자는 배짱인듯했다. 경수는 평소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얌전하게 말 잘듣던 그들이 이런 돌출행동을 할때엔 그들도 할말은 하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한참이나 줄다리기를 하던끝에 재규는 자기가 아무리 을러메도 포장반치들이 꿈쩍도 안하자 어쩔수없이 일을 크게 벌일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향해 을러멨다.

“그럼 좋다 어디보자. 너들이 이기나 누가 이기나 두고보자. 난 그래두 너들을 생각해서 사정하니깐 너들은 외려 우습게 놀려먹는구나. 그럼보자 이일로 너희들 장려금 반년치 잘리우고 처벌까지 받으면 그때가서 후회하는건 걷어채인뒤에 고양이 불알 앓기야 알아들었지?”

재규가 퍼르딩딩하여 결심이나 궂힌듯 휙 돌아서서 사무실쪽으로 가고있었다. 경수는 멀찌감치 서서 한참이나 지켜보다가 짜장 일이 커지면 약자인 로동자들이 상하리라는건 불보듯 뻔했다. 하여 그저 수수방관 할수만은 없어 자기앞을 꿰질러 지나가는 재규를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일이 상서롭지 못하게 꼬일듯싶어  재규를 부르고는 이어 뒤쫓아갔다. 재규는 화난 뒤끝이라 곱지않은 시선으로 무슨일이냐는듯 떡 버티고 서서 기다렸다. 경수는 재규의 체면을 돌보아 그를 끌고 사람들이 보이지않는 곳으로 가서 그가 알아들을수 있도록 일껏 설득조로 부드럽게 말하느라 애썻다.

“어이 안부장. 나도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일을 너무 극단적으로 몰아갈건 없잖아? 소문도 껄끄럽구 보기두 안좋잖아. 필경 그술이 코밑진상으로 들어온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 그러니 떠들어봐야 더큰 의혹이나 자아내고 말이야. 그런만큼 되도록 앞뒤가 좋도록 처리하는게 좋잖은가. 더구나 마시는 술을 갖고 다 같은입에 내놓으라거니 맛보자거니 얼마나 볼썽사나운가 안그래?”

재규는 잠간서서 경수를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역시 이일을 결코 떠들고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저 코흘리개들한테 값비싼 술을 가로채일수 없다는데서 물건을 되찾으려 하다보니 일이 극단적으로 나가는통에 물러설수 없는 처지여서 하는 노릇이였다. 재규는 경수가 중재자로 나서는품이 얄밉긴 했으나 그래도 로동자들과 함께일하는 직장장이니만치 그의 수하인원들은 아니더라도 그가 나서서 도리를 설명하면 놈들이 게워낼수도 있으리라 여겨져 들으려 했는데 그가 하는 말투 자체가 심상치않았다. 하지만 그런대로 참고 도대체 무슨 묘안이냐는듯 코웃음치며 물었다.

”흥. 그래 자넨 그럼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다는거야? 나보고 보안과에 알리지말고 어쩌자는건가?”
“아니 그보다도 글쎄 내생각엔 그들도 사람인이상 막상 눈에 띄여보고서 마시려는건데 뭐 우리공장에서 그까짓 술 몇병이 없어서 교제를 못할처진가? 그러니 차라리 안부장이 선심쓰는척 하구 너희들두 일하며 고생했는데 마셔보라구 몇병쯤 선사하면 안되는거요? 그러면 너좋고 나좋고 안부장은 인심도 사고 얼마나 좋게. 안그런가?”

재규가 들어보니 결국 그들한테 술을 주라는 권유였다. 그럴거면 숫제 처음에 몇병 주겠다고 나섰어야 인심을 사도 살일이지만 그땐 주기 아까운 생각에 아예 그럴생각조차 없었는데 이제 경수가 말한뒤에 준다는건 제인심은 잃고 말한사람 경수의 인심만 사는것 아닌가? 또 어찌보면 아주 공정한체 하면서도 남의 지핀불에 게 구이하려는 경수의 얄팍한 술수까지 엿보여져 그가 괘씸해났다. 그런데다 자기를 거들어 하는말이 아닌 아랫놈들 편에 서서 자기를 훈시하려 든다는것으로 덜돼먹은 자식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흠.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이 이제 일개직장에 직장장노릇 하면서 좀 잘한다고 하니 콧대가 잔뜩 높아져 안하무인격으로 제법 해결사 틀거지로 함부로 공장의 원로급이자 공장 경영명맥을 틀어쥔 자기한테 감놔라 배놔라 한다는 데서였다. 하여 경수를 째려보며 마치 그가 공모해서 감추기나 한듯이 노기를 띠고 말했다.

“아니 경수. 자네 뭐라구? 이제 다시 그자식들한테 되주라구? 자네 날 뭘로보고 그따위로 나서는거야. 도대체 자네가 뭔가? 왜 중뿔나게 이따위로 나서서 삐치는거야? 정히 삐치려거든 막되게 노는 젊은애들이나 훈계해서 길들이는게 도리지. 오히려 누구편에 서서 누굴 훈계하려는 셈인가? 자네 보자보자하니 공장장님이  잘한다고 춰올리니 인젠 눈이 뒤꼭뒤에 올라갔구만. 그러지말구 이제라두 공장리익을 생각하면 애들한테 가서 그러문 안되니 내놓아야 한다구 이르란말이야. 안그러면 큰일난다고 말이야. 어떤가?”

경수는 노기가 욱 치밀어 올랐다. 그래도 용케 참아냈다. 모두들 뒤에선 재규를 공장장의 발바리라며 죽일놈이라고 욕했고 경수도 차차 지내보니 사람이 틀려먹은 느낌이였다. 그리고 이번일은 더구나 민심에 반하는일로 공장부의 위상에도 흠이 가겠지만 앞에나선 재규의 위인됨엔 더구나 손가락질 당할듯싶어 그래도 그를  위해서라는 면도 있었기에 기실은 좋은뜻으로 나온건데 이건 오히려 떡주려다 뺨 맞는다더니 남의 호의를 악의로 받아들인다는 데서의 노함이였다. 그런데 다시생각하면 그가 순희남편이라는데서 그와 불화를 빚다간 그가 안해한테 있는말 없는말 보탠다면 순희가 대뜸 자기를 념두에두고 제남편과 반목하는 것으로 오해라도 살가봐 그래도 웃는낯으로 좋도록 말할수밖에 없었다.

“어이 안부장. 내말이 뭐가 틀렸게 그렇게 잘못생각는거우? 난 사실 안부장 처지를 생각하구 하는말인데두 그러네. 글쎄 난 전적으로 호의에서 한 말인만큼 그래서두 잘 안들리면 당신 맘대로니깐 별수없지 뭐 흐흠.”

경수는 이렇게 인내심을 갖고 말하고는 어이없어 코웃음쳤다. 재규는 그래도 그를 리용하려고 구슬렸다.

“여봐 경수. 자네 그렇게 진심이라면 저치들한테 가서 내말처럼 으름장놓구 후과를 따져보라구 말하란말이야. 나두 생각대루라면 애들과 옥신각신 할것까진 없잖아. 내 이 위치에서 한번 말해서 안들으면 그만이지. 그저 보안과 애들을 출동시켜 사출해내구 처벌이나 안기면 그뿐아닌가? 하지만 난 그래두 양심이란게 있어서 일하는 애들이 먹지두 못하면서 공연히 맞는게 불쌍한것 같아 하는 소리거든 알만하지?”

경수는 고양이 쥐생각하듯 하는 그의 본심은 들여다 보였으나 그저 적당히 선웃음만 치며 말했다.

“흐흐—. 나더러 그들한테 가서 으름장 놓으라구? 궁리는 꿀떡같구만. 난 오히려 그들을 부추기고 싶단말이요. 그들두 사람이구 그술을 갖다 마실사람들두 사람이겠지. 너무 공장을 위한다는 간판만 내걸구 아랫사람들이라구 그렇게 박대하면 못쓰는거요. 안그러우?”
 재규는 악에받쳐 따지고 들었다.

“아니 여봐 경수. 뭐라구? 걔들을 부추기고 싶다구? 또 뭐 내가 아랫사람이라구 어쨋다는거야? 그래 공장으로 들어오는 물건을 누구나 마음대로 가로채 가질래기를 하면 이공장이 어떻게 되는거야. 자네 보니깐 앞에서는 잘하는척 하구 뒤에서는 불량기풍을 선동하구 있구만. 뭐 또 코밑진상으루 들어온거면 어쨋게? 그건 공장 업무거래로 쓰면 안되구 보는사람들끼리 서로 가로채서 나눠먹구 가지구 그래야 된다는거여? 정말 하기두 잘하구 알기두 잘안다. 자네 이공장이 어떻게해서 돌아가는지 알기나하구 아무소리나 탕탕 해대는거여? 알긴 쥐뿔같이 아는구먼. 흠 그러구두 뭐 선진사업자? 자네 누굴 함부로 훈계하려 드는거여? 나원 쓰거워서.  빨리가서 제할일이나 해 쳇.”

재규는 가소롭다는듯 이렇게 내뱉고는 더 말하기도 싫다는듯 몸을 홱돌려 보안과 사무실쪽으로 팔을 휘저으며 걸어갔다. 재규가 이렇게 경수를 미워하는데는 주요하게 두가지 원인이 있었다. 하나는 경수가 지난해부터 공장장 수천이의 안중에 들어 급부상하고 있다는데서 였는데 이는 자기가 앞으로 공장의 주역으로 나가는데 있어서 경수가 자기와의 제일큰 라이벌이자 걸림돌로 적수면서도 자기가 아무리 애쓴다해도 그한테 밀리지않을가 하는  위기감에서였다. 그리고 다음으론 지난날의 안해와 경수와의 관계를 알게되면서부터 더구나 경수가 모름지기 눈에든 가시같이 여겨졌다. 재규가 그들 두사람의 지난관계를 알게된것은 순희가 저절로 남편한테 하고싶어져 나온말은 아니였다. 그녀는 재규와 재혼한뒤 지난날 어느남자와 얼핏 약혼했다 걷어채인 일에대해 자랑거리도 못되는일을 굳이 털어놔야할 의무를 느끼지 않았기에 그럴생각도 해본적 없었고 또 공장에서 경수임을 알게된뒤에도 이미 까맣게 지난일을 남편한테까지 들춰내보여 후에라도 자기에게든 남에게든 쓸데없는 오해와 알륵의 소지를 만들어놓아 긁어서 부스럼 낼일까지 있으랴는데서 그저 혼자만이 알고있으면 될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경수와 대화를 나누던날 저녁 말이 길어지다보니 밤도 깊었고 술도 몇잔 마셨던터라 늦어서야 집에 돌아오니 예니땐 늘 자기의 업무특성을 빙자하고 밤늦어 들어오던 남편이 이날따라 그녀보다 일찍 돌아와 자지않고 그녀를 기다렸다. 이어 술내까지 풍기며 들어서는 안해를 보고 무슨일로 이렇게 술까지 마시고 늦게야 돌아왔냐고 꼬치꼬치 캐고들었다. 그녀는 처음엔 그저 뭉때려 넘기려고 이래저래 둘러댔으나 갑자기  주어대려니 사개가 맞지않아 역어빠진 남편이 그저 넘어가지않고 더구나 끈질기게 캐기에 쓸데없는 의혹만 자아냈다. 하여 순희도 계속 뻗히려다가 다시생각하고 자기가 무슨 남부끄러운 잘못이라도 저질렀다고 이렇게 부부간에 불신을 가중시킬것까지 있을가 하는생각과 또 남편도 이일을 알고 앞으로 어느면에서든 더 분발하여 경수같은 작자한테 밀리지말고 더 잘되는것으로 힘써줄것을 당부할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이왕지사를  있는그대로 털어놓을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런 불신스런 인간을 우연히 한공장에서 다시 만나게되여 그에대한 의분으로 끓어넘쳤음도 말했다. 그런데 그가 너무도 빌고들며 그때에 자기가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던 연유를 밝히겠으니 꼭 들어만 달라고 사정하는통에 자기도 한편으론 그때 상황을 더러 알고싶은 생각도 있었기에 못이기는척하고 들어보느라 따라갔음을 말했다

. 재규는 한편 들으며 재미있다는듯 웃어주고 캐기도 하며 안해가 있는그대로 실말을 해주기만을 바랐다. 따라서 그는 안해가 지금은 내사람인만큼 너의 지난일은 나와 상관없는척 하면서도 속으론 어떤 남모를 일종의 우려를 떨칠수 없었다. 경수란자식이 왜서 자기가 버렸던 녀인을 막상 다시 만났으면 한번 사과나 사죄로 끝날일을 굳이 손이야 발이야 빌고들며 그때의 자기가 진의 아닌 병태였음을 알아달라는가? 그렇다면 진의는 여전히 사랑한다는 뜻을 보이려는것 아닌가? 하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리고 또 안해도 지금은 남편앞에서 진심이든 가식이든 옛날의 치욕을 삭일수 없는듯 경수를 불공대천의 원수같이 욕해대지만  앞으로 놈팽이의 수작질에 따라 한번 일었던 불이라 꺼졌다해도 얼마든지 재생의 불찌로 화할수도 있으리라는데서의 근심이였다. 하여 재규로선 그저 지난 옛일로 들어넘길수만은 없었다. 재규는 순희를 얻기위해 모든대가를 아끼지않은 셈이였다.. 그는 워낙 조강지처와 불화를 빚으며 여자문제에서 복잡한 사람이였다. 그는 자기가 혼령기에 그런 본처를 만날수밖에 없은것은 전적으로 아버지세대로부터 너무 가난에 시달려온 탓이라고 여겼다. 그의 부모들은 법없이도 살사람들이였다. 량친 모두가 어지고 순하다못해 남에게 한대 공 얻어맞아도 피할줄만 알았지 맞대응 할줄은 모르는 사람들로 정직하다못해 길에서 남모르게 주은돈도 임자가 없으면 공가에라도 바쳐야 하는것으로 알았고 상급의 지시라면 죽을데라도 들어가라면 울면서라도 들어가야 하는줄로 여기는 위인들이였다. 그런사람들이였으니 어떻게 남들만치라도 살아가겠는가? 재규는 3년재해기간 초중을 다니던중 아버지를 아사로 잃고 학교를 그만두고 가두에 어중이 떠중이들과 휩쓸려다니며 그나마 생계를 이어가게 되였다.

그런데 이렇게 악습에 물들다보니 드디여는 교도소 신세를 지게되였다. 후에 출소한뒤 가두의 관심으로 전기개페기공장에 취직하였고 혼령기에 들어서 결혼해야 했는데 전과가 있다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그닥 호의적이 못되였다. 하지만 그래도 장가는 들어야겠기에 마음없는 사람이라도 택할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였다. 이렇게 그때까지 어렵게 살아온 재규는 어떻게 현상태에서 탈피하여 남못지않은 삶을 살수있을가 하는생각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부모들로부터 자기에 이르기까지 살아온 내력을 더듬으며 나름대로 세상살이에 대한 자기의 처신을 어떻게해야 할지를 생각해냈다. 이세상은 착하고 어지기만 하고 시키는대로만 하며 살면 못살고 손해만 본다는것과 무슨 방법으로든 권력자에게만 잘붙으면 잘되고 잘살수 있다는 이른바 자기의 처세리치를 더듬어냈다. 그때는 바로 시에서 최수천이가 파견되여와 새제품개발로 공장이 대거 확장되는 때였는데 그는 수천이의 위력을 보아냈고 그한테 달라붙어야 먹을알이 있고 모든일이 잘될수 있음을 알고 자기의 모든 노력을 아끼지않았다. 그런데 그것도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았다. 우선 내남없이 근근득식으로 살아가는 궁색한 살림에 자기는 하루세끼에 한끼를 줄인다는 각오로 남을 섬기려니 그러다가 헛수고로 준것만치 얻지도 못하고 손해만 볼것같았고 또 다른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도 꺼림직했다.

그런데 지내볼수록 그래도  힘센사람에게 제대로 들어붙기만 하면 밑지는법이 없고 또 여타사람들도 서로 권세자에게 들어붙어야 득보는 리치를 알아서인지 서로 달라붙지못해 애쓰는 풍조여서 그까짓 일시 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이란 결국 그들의 시샘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도 되였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니 지금은 민심이란 거들떠도 안보는듯 했다. 실로 백사람들에게 잘못보여도 한사람에게만 잘보이면 만사대길인 세상이였다. 재규는 이렇게   제나름의 리치대로 실행에 옮겼더니 실로 공든탑은 무너지지 않았다. 재규는 차차 잘되고 부티가 나게되자 형편이 어려울때 만난 안해에대한 혐오증이 갈수록 커지며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억울한사람 같았다. 하여 그는 셈평이 좋아지자 집에서는 안해를 기시하고 밖으로는  겉돌며 고운녀자들을 밝히는데 이골텃다. 그러던중 누군가에게서 어느골목 복장점에 젊은녀자가 미인이란 소리와 그녀가 세살난 딸을키우며 홀몸이라는 소리를 접했다. 하여 그는 두말없이 일부러 옷감을 끊어들고 찾아갔는데 실로 소문과 같이 절색이라고 여겨져 갖은수단과 열성을 다했다. 따라서 그는 희망이 보이는듯하자 한편으론 본처와의 리혼을 다그쳤는데 안해가 아들을 내놓지 않겠다길래 차라리 좋다하고 부양비를 내는 조건으로 밀어넘기고  한편 순희와의 재혼이 성사되면 이붓딸을 거둬줘야 하는줄 알면서도 불구하고 그보다도 더큰 희생을 내는것도 달갑게 여기며 순희에대한 공세에 있는힘 다했다. 그랬더니 실로 지성이 감천이라고 드디여 성공한셈이였다

. 따라서 순희와 결혼한뒤 그녀의 복장업이 그닥잖자 재규는 순희가 가까이 있어야 마음놓일듯싶어 공장장 수천이한테 청들어 그녀를 반도체직장에 배치했다. 이렇게 재규가 순희를 얻는데 사력을 다했는데 생뚱맞은 경수란 자식이 불쑥 튀여나와 옛날 순희와 약혼까지 했다가 그만둔 사이라니 지난일은 어쨋건 앞일을 마음놓긴 미타하기 그지없었다. 하여 재규는 경수를 그저 지켜볼수만은 없이 반드시 꺾어버려야할 인간으로 벼르는 참이였는데 경수가 또 모태주일로 해서 이렇게 중뿔나게 끼여드는 것이였다. 하긴 재규도 이번 모태주일을 크게 떠들형편은 못되는 것으로 경수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술도 음식의 하나로서 먹는걸갖고 떠들어봐야 득될건 없이 아무리 사업교제를 명분으로 내세운다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것 같아  얼굴이 간지러운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쨋든 술만은 그들더러 내놓게 하지 않을수 없었다. 모태주 한병에 얼마짜린가? 이때의 시세로 한병에  2백원도 넘어되여 일반사람 월급의 두배되게 맞먹는데 그런술을 열병씩이나 시시한 놈들한테 가로채이고도 찾지못하면 죽쓰어 개바라지 하는거나 다를배없는 노릇이였다. 이런 놈들한테선 줘봐야 그저 좋다는 말이나 들을뿐 다른 큰 대접도 못받고 도리여 버릇이나 잘못 궂힐수도 있다는 데서였다.

그럼에도 경수가 나서서 자기편을 들어 자식들에게 닦달질은 아니하고 도리여 자식들 편에서서 자기한테 훈시하려드니 그로선 경수가 얄망궂고 괘씸하여 그자리에서 더 타박주지 못한것이 오히려 속에서 내려가질 않았다. 재규는 그길로 보안과를 찾아가 그들을 시켜 공장에 들어온 물건을 빼돌려 공가물을 횡령한죄로 다스리도록 하여 술은 어쨋든 되찾아오고야 말았다. 이어 그는 공장장 최수천이한테 술 두박스를 그대로 몽땅 고스란히 고해 바칠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술을 소리없이 되찾게되면 주는사람 받는사람외엔 누가 알사람도 없었기에 절반은 빼돌려도 무방한 일이였지만 보안과까지 동원한이상 일이 커지게되여  말하지 않을수 없었다. 재규는 수천이한테 경수가 어떻게 젊은애들을 부추겨 코밑진상으로 들어온 술인만큼 일하는사람들이 눈에띄여 마시자는건데 무엇이 크게 잘못됐느냐며 오히려 잘한일로 선동하고 또 자기와 시비를 걸고들기에 싸우다보니 일이커져 어쩔수없이 보안과를 출동시킬수 밖에 없었음을 말했다. 수천이는 듣고나서 이마살을 잔뜩 찌프렸다. 이어 하찮은걸 갖고 인심을 오도해서 쓸데없이 물의를 일으켰다고 재규를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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