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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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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장편《비운의 음영》

장편소설 《비운의 음영》(8)
2013년 11월 04일 14시 05분  조회:1142  추천:0  작성자: 김남득
 8                      
 아침 출근때였다. 경수가 자전거를 타고 공원다리에 금방 올라서니 앞에서 당위서기 이선덕이 자전거를 힘들게 타고갔다. 낡은자전거는 기름을 치지않은 탓인지 끼—익 끼—익 소리를 내는것이 마치 사람을 잘못 만났다고 비명을 질러대는듯 했다. 경수는 점심시간에라도 고쳐드려야겠다 생각하며 속도를 내여 따라잡고는 “안녕하세요? 이서기님.”하고 갑자기 큰소리로 절반은 허풍스레 인사를 올렸다. 선덕이가 얼핏 머리를돌려 그를 보더니 “응. 경순가? 간밤에 좋은꿈 꿨어?”하고 빙긋이 웃으며 농담으로 물었다.

“예. 그럼요 좋은꿈 꿨지요. 되게 좋은꿈을요.”

        경수는 제법 맞장구치며 너스레를 떨었다. 선덕이는 벙긋이 웃으며 음—. 하고 코소리로 화답하고는 이어 “그래 무슨꿈?”하고 일부러 물었다. 경수는 놀려 먹으려는듯 해롱거렸다.
      “무슨꿈이긴요. 오입하는꿈 꿨지요. 얼마나 좋던지 히히…”

선덕이는 경수가 무슨 대답을 이렇게 하는가 싶었던지  혼자 짐짓 천연한듯 웃고있는 경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성내는척 했다.
       “에끼 젊은사람이 어르신하고 버르장머리 없이.”
       “허참 리서기님두 세상에서 제일 좋은꿈이 오입질 하는것 아니고 또 뭐가 있어요?”

           “엑 사람두 오입이란 글자그대로 잘못 들어갔단 말인데 좋은 제집으로 들어가야지 하필 길을 몰라 잘못 들어가는가? 풍기문란이야.”
경수는 바짝 그의 곁에 다가붙어 자전거를 타며 은근히 따졌다.

“아니 그럼 리서기님은 여직 제집만 들어가고 잘못 들어간적은 한번두 없어유?”
“아니 이사람봐. 아비뻘 되는사람의 잠자리까지 밝히려드네. 세상이 망태기군. 하지만 진짜야 난 여직껏 제집밖에 몰라. 그게 얼마나 맘대로 편하구 좋다구 그래 히히….”

         그가 결국 경수말에 감겨들면서 소탈하게 웃었다. 경수는 농이였지만 그의 말이 진짜라고 믿었다. 물론 그가 육십이 래일 모레지만 이전에 혈기왕성한 때라도 선덕이옆에 양귀비같은 녀인이 누웠더라도 제 마누라라고 이름을 찍지 않았으면 감히 범점도 못할 위인이였기 때문이였다. 경수는 선덕이가 자기의 아버지뻘에 근사하여 금방 들먹인 음담패설에 호로놈 버릇이라는 미안한 생각은  들었으나 별반 개의치 않았다. 그만큼 그가 막되게 버릇을 굳힌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그가 스스로 자기 인금을 격하시킨탓도 있었다. 지금은 벼슬자리를 놓고 얼마나 귀천을 따지는 세월인가? 할진대 그가 급별이 낮은가? 그들 공장은 급으로 따지면 명실공히 현.퇀급으로 공장장이나 당위서기 직이면 일반로동자들로선 쉽게 범접할수 없는 위치였고 또 이때만은 기업에선 공장장 책임제로 공장장이 앞자리고  당위서기는 권력서렬로 아쉽지만 그래도 두번째였다.  물론 지금은 실리를 따지는 세월이니 그까짓 허명무실한 급별은 거들떠도 안본다지만 그렇더라도 자기의 위력을 어떻게 과시하느냐는 사람들 나름이 아닌가? 지금은 자기 잇속을 차릴줄 몰라도 바보취급을 받았다. 사람들은 선덕이를 《괭이자루》라고 불렀다. 경수는 누가 애초에 그렇게 불렀는지 작명점을 열어도 되겠다싶게 신통하다고 여겼다. 쓰다가 아무렇게나 처박아도 불만이 없고 다시 또 필요할때 찾으면 군소리없이 나타나 제몸이 휘도록 일해준다. 이렇게 고지식하게 꺾어질때까지 사명을 다하는게 괭이자루가 아닌가? 경수는 자전거를 타며 선덕이와 버릇없이 음담을 하다가 지나친듯하여 화제를 돌려 관심조로 물었다.

“아니 이서기님. 사무실에서 승합차를 함께 타도록 배치 했다던데 왜 고집부리고 자전거 출근하는 건가요?”

 선덕이는 아픈곳을 찔린듯 하면서도 짐짓 태연한척 했다. 기실 그역시 수천이의 위상만 자꾸 부각되는데 대해서는 결코 달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런티는 추호도 낼수 없었다. 일단 수천이가 그런눈치를 알아챈다면 자기는 자리보존도 어려울 것이고 또 남들에게 권력다툼으로까지 비쳐지면 명성도 납작해져 자기의 만절까지 훼손되여 지난날의 공적은 묵살되기 때문이였다. 그러니 자기도 다른사람들과같이 수천이한테 순종하면서도 또 자기가 크게 얻지못할바엔 상급에나 대중들에게라도 영원히 변색되지 않는 로혁명자의 본색 같은것이라도 보여주고만 싶어졌다. 하여 그는 지도부 성원들이 함께 타게 되여있는 승합차도 마다하고 제힘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것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경수앞에서 제속을 드러낼순 없고하여 그래도 듣기좋게 에둘렀다.

“아니 뭐 지도자라고 차타고 다니는게 행센가? 집이멀고 사업수요면 몰라도 집을 코앞에 두고 차타는 법이라고 일부러 타겠는가?”                                 
 “집이 어디 코앞이게요. 백화점뒤에서 공장까지면 자전거로 이십분은 잘 걸릴텐데요.”

           “늦게타면 그정도야. 그리고 난 자전거 타는게 신체단련도 되니깐 타는게지 이게 실사구시잖아.”

           “아니 그래도 이서기님은 신분이 있잖아요. 보세요 공장장은 온 연길시에 몇대밖에 없다는 에쿠스 호화승용차를 타고 다니는데 당위서기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이서기님을 뭘로 보겠어요. 무슨 큰 죄나 짓고 저렇게 값없나 안하겠어요? 왜 하필 스스로 인금을 깎아내리려 들어요? 얼마나 촌스러워요 참.”

경수는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되여서였다. 그가 선덕이에게 동정심이 쏠리는것은 당이라는 권력상징의 대표인물이라는 점을 떠나서 공장내에서 두번째 인자이면서도 수천이라는 이런 일인자에 대한 우상화로하여 의례 내야할 제목소리를 못내는 것으로 약자에 대한 안쓰러움에서랄지 또는 그가 누구보다 공로가 많으면서도 틀을 차리지않고 제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데서인듯했다.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지금은 머리큰 윗어른들부터 권력을 휘둘러 제안속을 챙기는 혼탁한 세월이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련민까지 느낄 정도가 됐으니 말이였다. 선덕이는 경수의 말이 진정겨웁게 들리며 서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그는 제몸을 내번지고 싸워온 지난일들이 헛된 느낌마저 들었지만 왜서 이렇게 될수밖에 없는지에대한 생각은 할수 없었기에 그저 자기들이 걸어온 지난날을 알아주지 못하는 현실이 매정하기만했다. 따라서 선덕이는 경수의 말이 비아냥같기도 하고 또 꼬집기라도 하는것 같으면서도 진심어린 소리여서 그저 신음하듯 비음을 뽑으며 말했다.

“흐—음. 뭐 인금이 깎이운다? 정말 모르겠는걸. 글쎄 공장장이야 우리의 간판이니깐 사업수요로 봐서도 어쩔수 없겠지만 난 지금 사람들이 너무 제욕심만 부리는건 딱 질색이야. 우린 이전에 정말 내거라는걸 모르고 살았어. 그런데 지금은 누구든 먼저 내것부터 챙기려드니 이게 무슨판인가? 그래서 난 나부터라도 변하지 않으려는것 뿐이야.”

 경수는 그러한 선덕이에대해 리해도 되였다. 그는 무엇이든 위에서 하라는대로  자기희생적으로 싸웠으니까 그럴수밖에 없잖은가? 그는 일찍 열여덟살에 참군하여 해방전쟁때 나라의 최남단 해남도 전역에까지 참가하였고 퇴역한 뒤엔 시로부터 전기개페기공장 당지부서기겸 공장장으로 파견되여왔다. 그는 공장에서도 사리란 전혀 모르고 그저 위에서 하라는대로만 앞장에서 직심으로 일해왔다. 개혁개방후 공장은 전자공장으로 탈바꿈되였고 시에서는 수천이를 공장장으로 선덕이를 당위서기로 임명하고 지도부를 구성토록 했다. 이렇게 쌍두마차식이면 자리다툼식의 높고낮음을 떠나 공장의 흥망성쇠에 각자 응분의 책임이 있는만큼 서로 균형잡힌 감독견제로 통일이 이뤄져야지 독선은 상대에대한 무시라고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경수는 웬지 선덕이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갔고 다른사람들 앞에서는 일부러라도 그를 춰올리고 싶어졌고 존경을 나타내고 싶어만지는 것이였다. 물론 그럼에도 선덕이에대해 단 한가지 유감이 있다면 그가 자기위치에서의 제소리를 못내는것은 남의탓도 있겠지만 그의 탓도 있다고 여겨졌기에 경수는 선덕이앞에서 일부러라도 이런점을 들어 꼬집고싶었던 것이였다. 

경수와 선덕이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공장문어귀에 거의 이르렀을 때였다.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뒤로부터 나타나더니 낮은경적을 울렸다. 차문유리가 반사광이여서 차안에 있는사람은 보이지 않았으나 밖에서 당위서기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모른척할수 없다고 여기고 울려주는 예의임을 알수있었다. 경수는 차안에 사람이 보이지도 않는 형편에 자기와는 상관없다고 여기고 그저 덤덤하게 앞만 바라보며 자전거를 돌렸으나 선덕이는 그래도 손을 저으며 묵언으로 화답했다. 공장에 들어선뒤 자전거를 보관실에 세울때 경수가 선덕이의 자전거바퀴를 돌려보며 무슨소리가 이렇게 삑삑 나는가고 살폈다. 바퀴축이고 치륜이고 제동장치고간에 종내 기름을 먹어보지 못한듯 손이 가지않은채로였다. 경수는 열쇠를 달라고하며 점심시간에 수리해드리겠다고 하자 선덕이가 미안한듯 자기가 하겠노라 고집을 부렸다. 경수는 직장에 도구가 구전하니 자기가 하는쪽이 편하고 빠르고 좋으니 아무런 부담도 갖지말라며 막무가내로 그의 자전거열쇠를 나꿔챘다.

오후일이 시작되였다. 삼복염천이라더니 밖은 불볕이 내리쬐여 열기가 훅훅 느껴지며 숨쉬기조차 갑갑하였다. 그에비해 고대광실 직장안은 소음은 잦아도 서늘하여 일하기 편했다. 경수는 무시로 출입구쪽에서 밖을 내다보며 허찬이 오기만 기다렸다. 오후에 휴대용 록음기외곽 형틀을 올려야겠는데 함께 일하던 허찬이가 소리없이 증발해 버렸다. 자식은 일도 잘하고 제도준수도 좋아 어디 한발 나가도 여쭈고 나가던놈이 오후 한식경이나 지났는데도 자취가 없었다. 혹시 창고에? 하다가 그가 창고심부름은 좋아해도 턱없이 창고에 오래도록 눌러붙어있을 위인은 못되고 또 순희가 그런 무뢰한들을 용납할사람은 더더욱 아니라는 생각에 머리를 저었다. 시내에 나갔을리도 없고 또 설령 나갔다해도 꼭 전화로 얘기가 있을테니 말이였다. 경수는 마실나간 안해가 때지나도 돌아오지않아 기다리는 남편처럼 눈이 헐게 바깥만 내다보다가 주먹을 불끈 쥐였다. 자식 이제 나타나기만 해봐라 하고 당장 요정내고 내쫓을듯이 벼르며 다른 부서에 배치된 인원을 떼여오려고 어느작업을 중지시킬 것인가를 저울질했다. 그때에야 허찬이가 땀벌창이되여 헐레벌떡 뛰여왔다. 작업복차림에 팔을 걷어올린품이 일하던 손맵씨라 경수는 열이 치밀어 고성을 질렀다.

“아니 어디가 무슨짓한거야. 너맘대야? 너맘대로 하겠으면 나가. 난 관계 안할테니.”                          
 찬이는 꼼짝않고 머리를 숙인채 죄인처럼 서있다가 《잘못했습니다. 공장장님이 들어오는 바람에…》하고 한마디 입으로 중얼거리고는 경수눈치만 힐끔힐끔 살폈다. 경수는 쥐를 노려보는 살모사 눈처럼 한참이나 그를 노려보다가 듣고도 모를소리에 약이올라 따졌다.

           “뭐야? 공장장이 오는바람에 어쨌다는거야.”
           그는 경수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자전거가 펑크나서…》하고 말을떼며 두세마디씩 말하고는 경수 눈치를 흘끔 살피고는 또 이어 말하고 하는데 경수는 들으며 혼자서 사례가 들린것처럼 킥킥대고 웃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다 듣고는 누구를 욕해야할지 억이막혀 한참이나 말을 못했다.

그가 한말은 대강 이러했다. 아침에 출근할때 길에서 자전거가 펑크나 지각할가봐 자전거를 밀면서 내처 뛰여왔다. 오전내 일하고 점심시간에 틈을 타 자전거를 땜하려고 겨울 한철만 불을 지피는 비워둔 보일러실에서 바퀴땜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손을대니 바퀴 베아링이 빠져 그것까지 얻어 고쳐놓고 하느라니 오후 작업시간이 오분나마 지연되였다. 그가 금방 바퀴를 맞춰넣는데 재수가 옴붙었는지 공교롭게도 공장장이 동력설비과 공정사들과 함께 보일러 확장공사 때문에 보일러실로 오고있었다. 그때 찬이는 작업시간에 사적인 일을 한 죄로 그대로 나갈수도 없고하여 그들이 보일러실을 둘러보고 인차 나갈줄로 믿고 급급히 안에서 잠시 몸을 숨길데를 찾느라 헤맸다. 하다보니 그자리에서 얼핏 보이는데가 청소용 공구칸이 보이길래 급히 문을 열었다. 안은 일평방메터도 안되였는데 대비자루와 삽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다른데를 찾을겨를도 없는터라 막무가내로 엎어놓은 자전거를 죽은개 끌듯 끌고 공구칸에 몸을 부착시켰다. 그런데 문을 닫으려니 자전거 길이가 안되여 앞바퀴를 쳐들어 가슴에 안은채로 겨우 비집고 들어 문을 당기니 자전거 핸들이 가슴을 압박했다. 그래도 어쩔수없는 노릇이였다. 사람들은 이미 보일러실에 들어서고 있었으니 말이였다. 그런데 설계도면을 들고 들어온 사람들이 인차 나가주지 않았다. 아예 보일러실 휴계실에 들어않아 무언가 쟁론하고 있었다. 찬이는 그들이 주고받는 말들이 무슨말인가보다는 일각이라도 지체없이  빨리 나가주었으면 하는 조급함이 덫에치인 야생동물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 어금이에서 신음소리마저 새여나갈번했다. 숨이 칵칵 막히는데다가 약간이라도 움직이는날엔 문이 삐죽거려 대번에 안에 사람들의 주의를 일으킬가봐였다. 휴계실에 있던이들은 일부러 늑장부리기라도 하듯 반시간 족히 찧고 불고하다가 나갔는데 마지막 나가는놈은 어떤놈인지 저혼자뿐 볼사람이 없다고 여겼던지 개명치 못하게 공구창고 문에대고 오랫동안 참았던 오줌인양 질펀하게 내쏘고 나갔다. 그바람에 문틈으로 날려들어오는 오줌 줄기에 찬이의 바지가랭이까지 다 적셨다. 찬이는 숨막히는 성냥갑같은 속에서 그렇게 오래 뻗히고나니 온 일신이 물자루가 되고 숨이막혀 문을 열자마자 초주검이되여 하마트면 오줌바닥에 혼도해 쓰러질번했다. 게다가 맨팔바람에 자전거와 벽돌벽사이에 팔이끼인채 살까지 긁혀 피가 림리한것이 보기마저 선뜩하도록 흉했다.…

경수가 너무도 어이없어 킥킥거리며 자꾸 웃어대자 찬이는 어느정도 마음이 놓였든지 엇비슷이 돌아서서 제팔굽을 굽혀 들여다보았다. 경수는 얼핏 흘겨보고는 다시 쳐다보기 안쓰러워 빨리 위생실에 가서 처치하라고 일렀다. 그러면서 마음은 쓰고 달고 신것이 한데 어울려 감잡을수없이 뒤맛이 씁쓸했다.     아침 출근뒤 기획생산부 장부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오전 9시부터 공장장이 점검단을 이끌고 가까운 사출직장부터 내려가 생산라인을 시찰한다는 것이였다. 그러니 직장장이 관할내 각 부서의 상황보고를 미리 막힘없이 준비하고 공장장이 직장에 들어서면 제때에 차질없이 달려와 맞이하라는 것이였다. 경수는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별반 준비할것도 없고하여 이천그람 사출기의 대야형들을 맞춰넣는 작업장에서 수리공들을 거들어 일했다. 이렇게 그가 한창 형틀을 올리고 스패너로 너트를 조이며 얼핏 볼라니 멀리 떨어진 직장입구로부터 점검단일행이 들어서고 있었다. 이때 경수는 의례 손에쥔 스패너를 다른사람에게 넘겨주고는 뛰여나가 일행을 맞이해야 하였지만 하던일을 끝낼수밖에 없었다는 구실로 공장장의 이런 말타고 꽃구경식의 점검에대해 어느정도라도 불만을 드러내고 싶었다. 말로는 무어라 딱찍어 말할순없고 행동으로라도 어느정도는 좀 보여주고 싶은데서 미리부터 나서서 맞아들이느라 부산떨것까지는 없다는 데서였다. 물론 그역시 공장장이 현장을 살피려는 용의는 리해되였고 또 필요하다고도 여겼지만 이렇게 십여명 사람들이 쓸데없이 떡고물처럼 묻어다닐것까지 있는가? 상급지도자나 외지귀객도 아닌 제집식구들끼리 두세사람들이 모름지기 다닌다고해서 현장을 살피지못할 리유라도 있는건가? 이렇게 권위적이고 위세를 부리며 폼잡지 않으면 언제 우리로동자들이 말을 듣지않았는가? 또 까놓고말해 이런식으로 실제상황을 어떻게 제대로 파악할수 있을가 하는 반감까지 생겼기 때문이였다. 하여 그는 채우던 너트를 다 조인뒤에야 비로소  점검단이 들어선걸 알게된듯 기대에서 펄쩍 뛰여내려 장갑을 벗어쥐고 일행을 향하여 뛰여오는척 했다. 수천이는 사람들과 함께 직장에 들어섰음에도 경수가 보이지않자 대뜸 얹잖은 느낌을 떨칠수 없었다. 다른 직장들엔 자기가 수행인원들과 함께 내려간다고 통지만 되면 벌써 직장장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일행이 들어서기 바쁘게 문어귀에서부터 마중하고는 앞서기로 인도하고 공장장인 자기주위를 맴돌며 저들직장의 성적을 부풀리고 잘보이느라 애쓰는 표정들이였는데 이자식은 전혀 그런멋이란 없기때문이였다. 물론 수천이도 경수가 일하고 있은것도 알지만 단 일때문이 아닌 사람이 워낙 생겨먹기로 그렇게 삐딱하게 생겨먹어 그런줄을 알고있기 때문이였다.

하여 그는 다른사람들 앞에서 체면이 구겨지는듯 했으나 그런대로 가까운곳의 오천그람 사출기에서 조형되여 나오는 텔레비 케이스 조형조작을 지켜보는척 하며 별다른 내티를 보이지않았다. 이윽고 경수가 숨이찬듯 뛰여와 수천이앞에 다가서며 쑥쓰럽게 손을 내밀고 맞아주었다. 수천이는 그래도 자기의 불만을 내색은 해야겠다싶어 일부러 생산부 장부장을 돌아보며《장부장. 사출직장엔 통지가 하달된거요?》하고 물었다. 경수는 공장장이 미리  열정적으로 자기를 맞이하지않은 불만임을 알았지만 왜 또 꼭 그렇게 해야만 되는지에 대해서도 얼마간이라도 드러내고도 싶었다. 하지만 여러사람앞이라 공장장의 체면도 고려되여 그런대로 잘못되였음을 시인하는척 하면서도 일부러 도를넘게 빌고드는 것으로 어느정도는 제속을 내비치고싶어 장부장을 앞질러 대답했다.

“예. 더없이 죄송합니다. 통지는 언녕 받았지만 일하다보니 그만 잘못됐군요.  사죄합니다.”
수천이는 경수의 속내도 어느정도 짐작되였고 하는 대답도 언잖게는 들렸으나 그렇다고 크게 문제삼을수도 없고하여 그래도 얼마간은 알게 해야겠다싶어 헤식게 웃고는 달래듯 그의 잔등을 도닥여주며  말했다.

“아니 뭐 죄까지 졌다고 사죄라는건가. 하지만 중시 안한건 번하잖아. 그게 잘못된거야. 자 그럼 돌아보자구.”

 경수는 무조건 순종한다는 뜻으로 머리를 떡방아 찧듯 크게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는 수천이를 안내하여 직장을 한바퀴 돌면서 생산상황에 대한 기본설명을 가하였다. 이어 수천이가 여기저기를 두루 살피는사이에 뒤에서 끌려다니듯 따라다니는 당위서기 이선덕이를 보고 그와 눈길이 마주치자 알은체하고 웃어주며 그의 아래우를 눈빗질했다. 선덕이는 오랜 간부이긴하나 나이 많은데다가 공장장의 뒷받침 작용이라는 역할분담에 의해 사람들에게서 차츰 위치가 희미해졌고 따라서 수천이의 권위로하여 그의 작용이 더구나 왜소해져 보기에도 어딘가 후줄근해 보였다. 그런데다가 경수가 여겨보니 선덕이의 운동화 한쪽 신끈이 풀려 신뒤축에까지 질질 끌리는 것이였다. 때는 직장장의 회보가 끝나고 사람들은 그저 쓸려다니며 여기저기에 눈길을 줄때였다. 하여 경수는 워낙 선덕이와 우스개를 잘하는 사이였기에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엎드려 제손으로 풀려진 그의 신끈을 바로 매여주며 익살을 부렸다.

   “어유— 우리 이서기님은 사업만 생각하시다나니 신끈 풀리는것도 모르시네요.”
 그때 일행중에 끼인 안재규는 경수의 말을 듣자마자 물고 놓치고 싶지않았다.  그가 공장에선 제일 권력자인 수천이앞에서 감히 당위서기를 치살리지 않는가? 이는 한편 들으면 같은라이벌인 공장장을 무색하게 하는 말로도 들릴수 있는만큼 이말의 참뜻을 발가놓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역시 력래로 당과 행정업무 지도자간에 서로 은근히 자기를 내세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으므로하여 불협화음이 생기는것을 잘아는터라 일부러 경수의 말에 불을 달아 수천이로 하여금 경수에 대한 불만을 야기시키고 싶었던것이다. 하여 그는 경수의 말끝을 넌지시 물고는 농담처럼 웃으며 비양거렸다.

“흐흐—. 하여간 경순 이서기님에 한해서만은 자별해. 그런데 너무 치살리잖아?  신끈 건사 못한것두 사업만 생각해서면 바지앞 건사못한건 왜서지?”

  재규는 이렇게 말해놓고는 얼핏 수천이를 힐긋 쳐다보았다. 수천이는 그저 씁쓸히 턱을 쳐들고 못들은척 하였다. 한편 선덕이는 재규가 자기를 펌훼하고 있음을 알고 속으론 불쾌하게 여겼으나 바로 아침에 금방 작업복을 갈아입고난뒤 여러사람들 앞에서 바지앞 지퍼를 올리지 않은것이 재규의 눈에띄여 그한테 익살조로 놀림받은일이 있은터라 성내지도 못하고 그저 “너도 내나이 먹어봐.”하고 사람좋게 웃고 말았다. 경수는 그런대로 웃어 넘기려다가 그가 하는말이 웃기려고 하는말이 아닌 가시돋힌 말같이 들리고 또 평소에도 실권이 없는 선덕이를 성쌓고 남은돌같이 쓰게 안본다는데서 어느정도 인격무시같이 들려 그저 넘길수 없었다. 하여 그역시 일부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웃으며 뼈있게 받았다.

    “히히—. 치살리다니? 그래 이서기님처럼 사리없는분 또 어디있게? 그리구 어쩌다 바지앞 건사 못한것까지 꿰들면 안부장 너무 하잖우?”

     함께 따르던 사람들은 재규와 경수 두사람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나름대로 그저 덩달아 웃어주기만했다. 재규는 선덕이만 사리없으면 그래 다른사람들은 리기적이란 말인가? 우리 공장장님은 불철주야로 공장을위해 뛰여다니시는데 이것도 그럼 사리에서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농담에 너무 큰 비중을두고 모순을 확대시키는듯 하여 그럴수까진 없었다. 따라서 그는 수천이의 눈치를 얼핏 살피고는 그래도 히들거리며 “히히—. 거야 자네가 어이없이 갖다붙이니 한말이지.” 하고는 더 말하기 싫다는듯 “됐어 됐어 말에 너무 뜻을두면 못써.”하고 경수를 힐책하듯 나무렸다. 경수는 대뜸 발딱해졌다. 그래 남의 우스개말도 뜻을 두었다고 말하면 도대체 무슨뜻이고 그럼 네말은 무슨뜻이였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또 한편으론 너무 재규와 맞대응으로 분위기를 화약내나게 몰고 가는듯하여 억지로 참았다. 그러자니  어쩔수없이 그저 코웃음치며 턱을 쳐들수밖에 없었다. 한편 수천이는 워낙 매사에 민감한편이라 속으론 두사람의 같잖은 언쟁인듯 했지만 서로 어떤 속뜻을 싸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경수에대해 참으로 뜨거운 감자같이 놓기도싫고 쥐기도 말째였다. 전에 사출직장은 애물단지였다. 직장이 일의 특성상 또 력사적으로 내려오며 무어진 조합이여서 마구 뜯을일도 못되여 다른직장에 비해 민족습관 세대간 격차로 각가지 모순들이 끊이질 않았다. 또 그것이 곧바로 생산에 반영되여 차질을 주었는데 삼십여대의 크고 작은 사출기가 어느것이든 하루건너 고장이 생기고 그걸 수리하고 어쩌고하면 늘 생산이 처져 다른직장의 제품생산에도 영향이 미치군했다. 뿐만아니라 고장나는 설비부품에 드는 비용만해도 애보다 배꼽이 클 지경이였다. 이로하여 거의 해마다 직장장을 갈아대도 별 효력이 없었다. 생각다못해 수천이는 지도부의 누군가 경수란사람을 시켜보라며 느린소 뜬다고 보기엔 어수룩해 보여도 아는 사람들은 보기와는 딴사람이라고 한다는 것이였다. 하여 수천이도 시험삼아 써보느라 재작년부터 경수한테 직장을 맡겼는데 직장의 변화에 수천이마저 혀를 내두르며 그의 능력과 수완에 감복하지 않을수 없었다.

경수가 수하직원들을 거느리고 직장을 다스리는 데는 남다른점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그의 인간성이였다. 인간성이란 그저 말로 되는것이 아닌 남들에 대한 마음가짐인이상 우선 한사발의 물이 고르듯이 아무 은원없이 남에대해 애정을 갖는다는것은 사람마다 저저이 되는일은 결코 아니였다. 경수가 바라는 세상은 진실하고 어진사람들이 대접받고 잘되고 권세로 남을 압제하려 들거나 또 앞에선 좋은말만 하고 뒤로는 제배만 채우는 허위적이고 기만적인 인간들과 행태들은 설자리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였다. 하다보니 그는 직장내 직원들에 대해 누구에 대해서나 다른 선견없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들의 어려운일엔 직장장인 자기로선 발벗고 도와 나서야할 응분의 책임이 있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들 모두가 남의 손아래서 자기의 신근한 로동으로 일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란 데서였다. 물론 그들에게도 이러저러한 결함과 오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거친 세속에서 살기위한 처세로 굳어진 성격 혹은 대응술일지는 모르지만 이런것은 어쨋든 허위로 남을 속여 제배를 채우는 비렬함과는 성질이 다른것으로 그저 먼지때같은 것이여서 닦으면 된다고 여겨졌기에 크게 미워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니 그들이 살아가며 세파에 부태껴 어려워할때 그들 모두의 아픔을 제아픔처첨 여겨줘야 그들이 진심으로 자기를 따를수 있다는게 그의 신조였다. 이것이 아마 골머리 아픈 직장을 뒤바꿔놓은 그의 비결이였을지도 모른다. 수천이는 이제야 신통한 놈을 골랐느라며 그의 열의를 더한층 불러 일으키려고 온 공장내에서 그를 치켜세웠다. 따라서 그는 일부러 경수를 몇번이나 불러 앞으로 크게 써주려는 의향을 내비쳤다.

그런데 어딘가 서운한것은 상전이 자기를 중용할뜻을 보이면 감지덕지 할줄도 알아야 할텐데 이놈은 그런멋이란 전혀 찾아볼수 없고 어떤땐 오히려 비뚜렁소리까지 해대는 것이였다. 수천이는 그럴땐 괘씸하여 칵 걷어차 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전반 리익을 고려하면 그럴수만은 없었다. 자기가 공장의 일가지장인데 그래도 능력있는놈을 쓰고싶은게 제욕심이니 어쩔수 없었다. 하여 경수에대해 미운줄 알면서도 쓸수밖에 없는것이 또한 그의 마음이였다. 이번 현지점검만 해도 그저 봐넘길 일만은 아닌듯했다. 자기가 친히 직장에 내려오는줄 번연히 알면서도 일을 탈잡고 모른척한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도 일가지장인 자기앞에서 선덕이를 치켜세우며 그처럼 사리없는 사람이 또 어디있느냐는 말은 공장장인 자기를 념두에두고 한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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