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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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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운의 음영》(7)
2013년 10월 30일 14시 03분  조회:1010  추천:0  작성자: 김남득
  7
직장에서 기계들을 수리하다보면 수리공들이 쓰는 드라이버나 스패너 펜치같은 도구가 잃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도구가 없으면 출고해야 일을 할텐데 규정엔 도구를 일차적으로 출고하는외 작업중 마모되여 더이상 쓸수없거나 파손된 도구는 창고에 반납되여야 새것으로 바꿀수 있다고했다. 다시말하면 잃어버린 도구는 출고못한다는 것이였다. 그런데 일하다보면 도구를 기계옆 선반대에 놓아두고 앞뒤로 에돌며 엇갈아 도구를 바꿔쓰는사이 다른기대에서 빌려가고 가져안오거나 혹은 누가 자전거 수리에 빌려간다든지 아니면 훔쳐가 분실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때면 일하는 사람을 배상시키기도 딱한노릇이여서 경수는 창고에 가서 누누히 설명하고 구걸하다싶이 해야되였다. 아침에 오백그람 사출기에 유압계통이 고장나 수리공들한테 맡겼더니 스패너와 드라이버가 없어도 잃어버렸다는 말은 못하고 여기저기 뛰여다니며 빌어다 쓰는 형편이였다. 일은 딸리는데 이렇게 되고야 무슨 작업능률을 내랴싶어 다시 도구점검을 했더니 드라이버 4개 스패너 3개 펜치 3개는 기본으로 있어야 했다.

경수는 순희한테 가서 규정에 없는 도구출고를 할려니 사돈한테서 돈 빌리는 일보다 더 머리가 긁혔다. 전임 창고보관원은 나이도 많고 허물이 없어 웬간한건 규정을 무시하고라도 오히려 제쪽에서 그럼 일하지 말라는 건가요? 하고 엄포를 놓으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지만 순희는 달랐다. 지난번 두만강식당에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뒤부터 자기에 대한 그녀의 적대감은 해소된듯 했으나 태도만은 들쭉날쭉 석연치 않았다. 얼굴엔 언제나 서늘한 웃음기를 띄우고 말할때에는 늘 야유와 빈정거리는 어투가 기름때같이 묻어났다. 그것도 매양 한버릇만은 아니고 기분에따라 날씨변덕 같았다. 하여 경수로선 그녀에 대한 거리를 조절하기 힘들었다. 그녀한테 가까이 다가서기엔 낯두껍고 뻔뻔스럽고 염치없는놈의  짓거리 같았고 멀리할려니 너무 관계가 소원해지는건 무엇을 잃는듯한 허전함을 달랠수 없었다. 그런부담으로 해서인지 그는 그녀앞에선 어지럼 증세를 타는 사람처럼 어쩐지 행동거지가 부자연스럽고 말마저 어눌해지며 순탄치 못했다. 경수가 창고에 들어서니 조립직장에 누군가 록음기 부속품 소재를 출고하고 있었다. 그는 엉거주춤 하다가 잘못들어선 집처럼 허겁뜨게 나와버렸다. 다른사람이 있을때에 그녀가 무얼 출고하려느냐고 물으면 드러내놓고 말하기도 거북해서였다. 괜히 어렵싸리 주려던 물건도 옆에 눈치때문에 안줄수도 있기에 말을 내놓았다가 본전도 못찾고 뒤통수가 부옃게 되돌아 나올수밖에 없으니 말이였다. 이렇게 밖에서 섬섬거리며 한참이나 기다려서야 조립직장에 출고가 끝난듯 사람이 나오고 있었다. 그가 창고에 다시 들어서자 사무상앞에 마주앉아 장부를 뒤적이던 순희가 그나마 알은체를 하면서도 빈정대듯 말했다.



“흠. 박직장장님 아까는 잘못찾은 집처럼 도망가듯 휘까닥 나가시더니.” 
그녀는 경수와 서로 지난이야기를 나눈뒤부턴  속에 앙금도 어느정도 풀렸고 또 지나간일을 두고 마냥 그를 외면하기는 싫었다. 오히려 그와 멀어지기보다 늘 가까이에 두고 그한테 자신의 가치를 인정시키고 싶었고 그의 감복을 자아내여 두고두고  그가 죽을때까지 그로하여금 순희라는 한녀인을 배신한데 대한 끝없는 후회를 금할수 없게끔 만들고만 싶었다. 아마 그런 배심으로하여 그녀가 통신대학 학과 일정에 더구나 박차를 가하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이렇듯 자존심과 승벽심이 강한 녀인이였다. 그녀는 그나마 처음엔 《경수씨》라고 홀대하던 호칭을 남들앞에서도 그렇게 부르면 오히려 남들이 의심살가봐 싫은대로 공장내의 직함으로 대우하다보니 단둘이 있을때에도 안팎이 다르게 부를수없어 존대할수밖에 없었다. 경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어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아까는 사람들이 있으니깐 그저 나갔지뭐 흐흐—. ”

이어 그는 제가 웃는것도 어설프게 느껴졌던지 이어 장황하게 말을 늘여놓았다.

“뭐 일해먹재두 공구가 있어야 일해먹지. 자식들 그렇게 당조짐해두 자꾸 잃어버리구선 일할때면 또 없어서 남의 걸 빌려다니구 남들도 쓴다면 그걸 또 기다리느라 일은 언제하겠소. 그리구 또 잃어버린 사람을 물어내라기두 딱하구… 여러가지 공구를 기계옆 선반대에 올려놓구 기계를 에돌며 일할땐 옆에사람이 죽어두 모르거든. 그리구 도구를 엇바꿔 쓰자면 또 벌써 어느 까마귀 물어갔는지 알수있어야지. 그래 그걸찾느라 돌아다니면 일은 언제 해먹겠소. 정말 같잖은걸 갖구 신경질날때 많거든. 제도에는 글쎄 못쓰게된걸 갖구와야 바꿔 준다지만 까마귀들 물어간건 존근도 없는데 무얼갖구 오겠소? 일은 해야 될테구 참 …”

경수는 필요이상으로 해석하느라 입안에 침마저 말라드는 느낌이였다. 그는 한편 말하면서 얼핏 그녀의 기색을 살폈다. 혹시 리해와 동정의 웃음마리라도 띄우겠나 싶어서였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담담히 지켜보며 듣고는 한마디 물었다.

“무슨 도구게요?”
그는 미리 적어넣은 출고단을 송구스레 그녀앞에 내밀었다. 그녀가 받아읽으며 말했다.

“드라이버 4개. 스패너 3개. 펜치 3개.… 그렇다고 이렇게 잃는족족 내줄수야 없잖아요. 이렇게 버릇하면 누구나 책임 안지잖아요. 그럼 공구관리를 어떻게하죠? 구멍난 항아리에 물붓긴데 무슨 특단의 조치라두 있어야할거 아닌가요?”

경수는 다른사람이였더면 고성이라도 질렀을것이다. 내라고 잃어버리는걸 두둔하고 싶어서겠는가? 일하다보면 어쩔수 없는노릇 아닌가? 누군 뭐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싶지 않아서인가? 그렇다고 기계수리에 정신없는 사람들보고 무슨공구든 끈을꿰여 목에 걸고 일하라고 하란말인가…? 하지만 그는 그녀와 맞설수 없었다. 속으론 울화가 치밀었어도 겉으론 끽소리도 못내고 전혀 생각에도 없던 소리를 해댔다.
“글쎄 특단의 조치라는게 어떻게 했으면 좋을는지?… 그럼 이렇게할가? 이번에는 내가 직장장이니 내돈으로 배상하고 다음부턴 아무리 딱하더라도 잃어버린 놈이 물어내라구 할판이지.… 그럼 저— 돈을 재무과에 낼가? 아니면 여기?  어디메 낼가?…”
경수는 내친바에 그까짓 돈 몇푼으로 남아의 호기를 잃으랴는 생각에 진짜로 배상하려고 맘먹었다. 이는 물론 그녀한테 보여주기위한 객기가 발동된데서임은 뻔했다. 그녀는 랭소를 지으며 빈정거렸다.

“흠. 크게 잘사는군요. 그러나 여긴 공구를 팔아먹는 곳이 아니니깐 수금 못해요. 돈을 어디에 내는것도 몰라 묻는건가요?”

경수는 짜장 부아가 치밀었다. 그래도 참아야만 했으니 어쩔수없이 눈길을 떨군채 혼자 불만에 차 항변하듯 “허참. 잘살아서 그러겠소. 일은 해먹어야 살겠구 또 그렇게 일하자니 공구는 없구. 그러니 죽어두 사야할밖엔….”하고 뇌까리고는 재무과로 가려고 휘딱 돌아서며 혼자말로 “에구 이놈의 일해먹는 놈은 어디가나 박대만 받아야하니 그저 죽어야할 팔자군.”하고 한탄하듯 억울함을 내뿜고는 자리를 떳다. 순희는 그러한 경수를 떠박아보며 속으론 웃음이 치밀었으나 가까스로 참으며 새침떼고 앉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그가 나가서 얼마쯤 걸어갔을땐 더는 지켜볼수만은 없어 앉은 의자에서 놀라깬듯 발딱 일어서서 밖으로 나와 경수의 등뒤에 대고 불렀다.
“아니 여봐요  박직장장니—임. 잠간만요. 여기 와주세요. ”
         경수가 순희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속으론 웃으면서도 돌아서서는 일부러 정색하며 돈을치르고 인차 오겠다고 하자 그녀가 “아니 아니. 여기 먼저 와봐요.” 하고 급한듯 손을 안으로 끌며 불러들였다. 경수는 못이기는척하고 스적스적 되돌아져 들어온뒤 “또 무슨일에?”하고  시침떼고 볼부은듯 얼굴을 구긴채 시탐조로 물었다.

“아니 공구 분실로해서 이전에두 이렇게 배상한적 있었어요?”                        그녀가 의아쩍은 눈매로 경수를 박아보며 물었다.
“마? 내가 있을땐 못들었는데 모르지. 제도집행이 엄하지 않았으니깐. 그러나 이왕에야 어쨌건 법은 법대로해서 낭패될거야 없잖겠소?”

그는 아주 대범한척 과장했다. 그녀는 냉소를 머금고 또 빈정거렸다.
“호호— 박직장장님은 어찌보면 고지식한듯도 하구 또 어찌보면 생색내는듯도 하구 참 재미있는걸요.”

           경수는 작은 음모를 꾸미다 들킨사람처럼 무참한 나머지 노한척 하며 앙탈이라도 쓰듯이 완강히 발뺌했다.

         “글쎄 어떻게 생각해도 좋소. 하지만 그까짓일로 생색낼 위인은 아닐걸요. 차라리 제돈내고 사서 쓰는게 남의 군소리도 안듣고 맘 편하다구 그러는게지 다른건 없소.”

그는 이렇게 내뱉고는 이번엔 정말이다. 하고 다시 마음을 굳힌듯 돌따져 나가려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의 등뒤에 대고 골려주듯 깔깔 웃으며 비아냥 거렸다.
“호호— 진짜 화났군요. 맘대로해요. 그렇게 배상한다 해서 누가 대공무사 하다구 봐줄사람은 없을걸요. 오히려 작업중에 서로 빌려도 못쓰고 공구만 챙기느라면 작업에 지장있는건 어쩌구요. 무엇이든 지나치면 그에따른 부작용도 짚어봐야 하잖아요? 문제는 좀 더 관리를 잘하자는거죠. 여기와요 꺼내줄테니. 돈치르는건 저의 범위가 아니니깐 배짱대로 하세요. 이제보니 진짜 옹색한 양반이군요. ”

경수는 옹색하다는말에 또한번 섬찍했다. 혹떼려 갔다가 혹을 덧붗여 온다더니 대공무사 하다는 빈정거림과 옹색하다는 덤터기마저 쓰게 되였으니 말이였다. 하여 어쩔수없이 되돌아서며 그녀가 들으라는듯 혼자 푸념질했다.

“허참. 물건은 주지않고 힐난만 해대니 배상하라는 줄로만 알았지 뭐 어쩐단말이요. 이러자니 주지않고 저러자니 고지식하고 옹색하다고까지 하지 도대체 어떻게해야 잘보일는지.”

          그는 일부러 수다를 떠는걸로 옹색한이 아님을 표방하려 애썼다. 그녀는 출고단에 적힌 수자대로 선반에놓인 공구를 세여 그한테 내밀며 눈을 찔 갈겼다.

“흠. 잘난 양반이 저한테 잘보여선 뭘해요. 됐어요. 잘 건사하라고 수리공들한테 당부나 잘해줘요. 저도 시에미 잔소리처럼 나가게 되는게 다른건 없어요. 열쇠뭉치를 쥔손이니 책임 본능에서 하는 소린줄이나 알아주면 돼요.》

“알았소 순희씨. 잘 건사해야지 명심할게.”
그는 그녀한테 넘겨짚을줄 모르는 순진무구함을 보여주려고 어눌한 웃음을 띄우며 정색하여 받아들였다. 그녀는 돌아져 나가는 경수의 뒤모습을 지켜보며 혼자서 쿡하고 웃었다. 따라서 이미 머리속에 각인되였던 잘난척하고 덜되고 경망스럽고 속으론 호박씨만 깐다고 여겼던 그런 얄팍한 위인은 결코 아니였고 오히려 너무 진실하고 솔직하고 겸손하면서도 어떤의지가 배여있는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게다가 그가 자기를 대함에 있어서는 누구앞에서보담 기를 펴지못하는듯 소심했고 겸연쩍어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마음속에 켜로 깔려있던 앙심이 저도모르게 차차 녹아버리고 오히려 까닭없는 련민같은것이 우러나며 만나고싶고 말하고싶다는 느낌이 잘라버린 그루터기에서 딴은 돋지 말아야할 어떤 움이트고 있음을 어쩔수 없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자신을 꾸짖어도 보았다. 이 바보같은년아. 한번 걷어채인 주제에 배짱도 없이 그가 좋아만 보이는거여? 설사 그가 아무리 백가지 좋아 보이더라도 자기를 차버렸던 놈이면 그건 해가 거꾸로 솟는다해도 영원한 배신자인데 다시 그런 얄팍한 놈을 잘봐주고 싶어? 그건 제 얼굴가죽을 제가 벗기는것처럼 제 존엄을 제가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정작 눈앞에 그를 보게되면 마음은 걷잡을수없이 빗나가기만 했다. 하여 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그녀는 경수를 대할때마다 겉으론 늘 짐짓 새침떼기로 냉소를 짓기도하고 비양거리는 것으로 자신의 존엄을 세우고저 폼을 잡으려고 애썻지만 그것도 그리 여의치는 않아 어떤땐 저도모르게 본심이 드러난듯싶어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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