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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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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운의 음영》(9)
2013년 11월 06일 12시 56분  조회:958  추천:0  작성자: 김남득
 9
공장장 최수천은 한달여간 한국 K전자그룹을 고찰방문하고 돌아와 각 직장 부처 사업보고회를 소집했다. 회의가 시작될림박인데 선덕이가 무슨일에 늦었는지 그때에야 회의장에 들어서며 빈자리를 찾느라 머리를 숙이고 여기저기를 훓었다. 그래도 재규가 제옆에 빈자리가 있어 무슨 선심이나 쓰듯 선덕이를 불러앉혔다. 이렇게 자기가 불러들이고 앉히고서도 갑자기 코를 싸쥐고는 여러사람들이 들을수 있을만큼 새된소리로 호들갑을 떨었다.

“아유— 이서기님. 어디서 똥 묻혔잖았어요? 이게 뭐게요. 어데서 이런걸 묻히고 다니세요? 아이구 냄새 지독해라. 빨리 나가셔 닦으셔야지요. ”

       선덕이는 재규의 호들갑에 창피하여 어색한 웃음을 띄우고 제옷 앞뒤를 훑어보며 팔꿈치를 쳐들어보더니 어눌하게 변명했다.
           “아니 이사람봐. 똥은 아니라구. 금방 직공식당 하수구가 막혀서 사람들하구 그걸 뚫다보니 썩은오물이 묻었는가봐. 아마 그러니 그냄새겠지뭐 허참—.”

           선덕이는 계면쩍은듯 비실비실 밖으로 되나갔다. 그가 보이지않자 재규는 앞에앉은 가평이를 보며 선덕이의 뒤에대고 냉소를 퍼부었다.                                “아니. 늙은이가 저러면 누가 뭐 더잘한다구 하는가? 원참. 그사람들 다 자기앞에 할일인데 늙은이가  삐칠일이 뭐가 돼서 주책없이 저러는가 안그래?”

“아이구 그러게 말일세. 차라리 젊은이들에게 자리나 내주고 집에가서 편히 쉬기나 할것이지.”
가평이의 맞장구치는 말이였다. 재규와 가평이는 찧고 빻고하고도 성차지않은듯 재규가 또 보탰다.
“흠. 집에 앉아있으문 누가 돈 더주나. 나오면 수당이라도 더 붙잖아.”

        경수는 그들의 험담에 수천이의 눈치를 힐끔 살폈다. 최수천은 못들은척하고 천정만 쳐다보았다. 아무러기로 어찌 이럴수까지 있을가 하는 살벌한 느낌마저 들었다. 같은 당정 지도자들로서 뒤에서 이렇게 한 로간부를 물어메치지 못해 발광하는  알량한 놈팽이들을 단죄는 못할망정 왜 한마디 꾸짖지도 않을가? 이런것을 방임하는 그자체는 사주하는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이윽하여 선덕이가 허리를 구부정하고 들어섰는데 작업복 팔굼치에 소매가 젖은걸로보아 물로 닦은듯했다. 그러한 선덕이를 보는 경수는 마치 허허 벌판에 외로이 서있는 가지없는 쇠잔한 고목을 보는듯한 느낌이였다. 회의 참가자들이 다 모이자 회의가 시작되였는데 먼저 공장장이 한국 K그룹에대한 고찰방문 소감부터 피력했다. 경영주의 건드릴수없는 막강한 권위의식과 로동자들의 일터책임감. 자세들에대해 많은얘기들을 했는데 로동자들의 합법적 권익에대한 언급은 없었다. 경수는 속으로 공장장도 제 입맛에따라 말한다싶었다. 그가 알기로는 자본주의 제도에서도 경영주의 막강한 권력만큼 그에맞서 살아갈수 있는 로동자들의 권익보장을 위해나선 독립된 노조의 힘도 간과할수 없었다. 하여 경영주도 로동자들을 허투로 대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이어 공장장은 그들에 비하여 우리공장의 비약적인 발전을 언급하며 그들은 몇십년간에 걸쳐 발전했지만 우리는 불과 몇년내에 이렇게 발전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그들을 능가할것이라는 호기에찬 말도 덧붙였다. 회의참가자들 모두가 고무된듯 분발된 정서였다. 각 부문별 회보가 시작되자 재규가 짐짓 흥분을 억제하지 못한듯 선참으로 포문을 열었다.

“에— 제가 먼저 감상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금방 공장장님의 타기업 고찰연설을 경청하고나니 우리의 미래가 그림처럼 눈앞에 보이는듯 합니다. 우리가 이처럼 비약에 비약을 거듭할수 있은것은 전적으로 최공장장님의 탁월한 경영수완과 비범한 지도능력으로 하여 이루어진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보세요. 공장장님이 돌아오시니 온 공장이 대번에 활기를 띠지않았습니까? 솔직한 얘기지만 벌써 공장이 질서정연해지고 공기마저 확 바뀐것같죠. 공장장님이 계실때와 안계실때가 판연 다른 분위기잖아요. 이게 바로 공장장님의 보이지않는 엄엄하신 지도완력입니다. 그런데 미흡한 점이라면 우리는 이런 비범하신 지도자님을 모시고도 우리 아래사람들의 의식은 그에 따르지 못한다는 겁니다. 남들 자본주의 기업에서두 아래사람들의 직업에대한 책임의식. 하나의 오점도 허용안되는 착실한 일본새.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따라배워야 할바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책임의식이란 전혀 느낄줄 모르잖아요. 그저 유치원생 어린이 수준밖에 안되거든요. 공장장님이 안계신다 하면 벌써 규률부터 산만하고 사업도 태만하단 말이거든요. 우리공장이 그래 최공장장님이 혼자 동분서주해야 하는 공장입니까? 여러분. 우리 좀더 공장장님의 간절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 큰힘을 보탭시다. 그럼 아래에 저희부문 자재공급 상황부터 보고해 드리겠습니다.… ”

재규가 이어 준비한 자료내용을 찾느라 허둥댔다. 경수는 어안이 벙벙하여 리선덕이와 다섯분의 부공장장들을 두루 눈여겨 보았다. 모두들 덤덤히 턱을 어루쓸는사람.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들이였다. 경수는 그들의 생각이 자책감에서일가 아니면 불만일가를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어느것도 분간키 어려웠다. 그는 또 공장장의 눈치를 살폈다. 예니사람들의 감촉대로라면 듣는이가 난감하여 저자식이 무슨 의도에서 저렿게 말할가 싶으며 대뜸 “안부장 거 무슨뜻이야?” 하고 따지거나 아니면 제지라도 할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수천이는 인젠 그런말에 습관되였는지 오히려 실웃음을 머금은듯 입을 꾹다문 그의 턱은 강인해보였고 눈길은 부드러운듯 하면서도 무엇을 감지하려는듯한 예리한 빛이였다. 경수는 재규를 생각해 보았다. 그래도 공장장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안고 공장의 중견다운 일군이라고 여겼던 형상에 덧칠이 가해져 얼룩이 지며 저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돼먹어 저정도일가 하는 혐오감이 맨살에 털벌레가 기여가는 느낌이였다. 오늘 이자리가 그래 누구에 대한 칭송회 자린가? 공식석상에서 하는말은 모두 목적과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것 아닌가? 할진대 탁월하오. 비범하오. 엄엄하다는 듣기좋은 말들을 다 써가며 씻어올리는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한편 경수는 그러잖아도 나날이 조장되여 가고있는 공장장의 독선적인 지도행태에 심한우려를 느꼈는데 이런 몰렴치한 인간들에 의해 더구나 부채질을 당하는듯싶어 물우에 떠가는 함선이 이제 앞으로 나가는 항로에서 심하게 요동칠듯한 그런 위기감마저 들었다. 그는 처음 공장에 전근되여 왔을땐 사실 공장장에 대해 못내 숭경했다.

개혁개방의 바람을 타고 남보다 개척정신이 앞섰기에 선진기술을 도입하여 남들한테 없는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선참 내놓을수 있다는것만 해도 보통사람으로는 해낼수없는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하여 그에게 차례진 각가지 영예도 응분의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차츰 지내보니 그게 아니였다. 남들에게 떠받들리다 보니 과대망상증에 걸렸는지 지켜볼라치면 무엇이든 자아과신으로 너무나 독선적이고 권위적이고 안하무인 격이라는데서 반감만 생겼다.  인간은 그 어떤 누구를 막론하고 절대권력을 누리게되면 필연코 과대망상으로하여 타인을 침해하게 되는것 또한 력사의 피의 교훈이 아닌가? 또 그로해서 적지않은 얄팍한 인간들은 그에 달라붙어  득을 보고 더 잘되려고 아첨과 아부를 일삼으며 씻어올리기에 광분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아직까지도 권력에 대해 그렇게도 과대포장하고 미신과 미화를 일삼는 것으로 바른말이 설수없게 만들어 그피해를 가중시키는지 모를일이였다. 경수는 이런 상관 관계로하여 수천이의 독선적인 지도행태에 대해서만은 곱게 보여지지 않았고 그에 아첨하고 아부하는 자들에 대해선 더구나 얄밉게 보이기만 했다. 물론 재규의 이와같이 아첨과 아부로 점철된 말들이 어제 오늘에만 나온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이런것이 방치되니 실로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 웅뎅이를 흐리운다고 다른사람들까지 닮아가는 꼴이였다. 그러니 매양 이런꼴을 그저 묵인하고 두고만 보다간 공장에 바른말이란 설수없고 야비한 아부와 간교함만 란무하게되여 공장의 근기까지도 흔들릴듯했다

. 하여 그는 나중엔 어떻든 이번엔 그저 듣고 넘길수만은 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재규가 수천이를 치살린말을 직설적으로 비난할순 없었다. 그렇게되면 수천이가 대번에 너는 나를 받드는말을 싫어하는 놈으로 알고 넌 워낙부터 나를 내놓고 반대할 놈이라고 점찍으면 자기는  결국 재규를 꺾으려다 자기가 도리여 그의 술수에 걸려들어 어느 시궁창에 처박히고 말테니 말이였다. 그러니 어떻게하든 우회적으로 또 수천이도 크게 반감살수없게 하면서도 어느정도는 측면으로라도 알아듣고 은연중에 다시 자기를 되돌아볼수 있는 계기도 되게 할수는 없을가를 생각했다. 한편 그는 또 공석에서 누구의 말을 탈잡고 힐난한다는건  보통일이 아님도 알았기에 그렇게되면 재규와의 관계는 돌이킬수 없는 악화의 길로 치닫게 될것이였다. 그렇다면 이는 이제 겨우 완화된듯한 순희와의 관계에서 그녀로하여금 자기를 념두에두고 남편과 걸고든걸로 여길건 번연하여 네가 나한테 어떻게 사죄해도 모자랄판에 인젠 또 내남편까지 욕보인다고 여기고 더구나 분노로 펄펄 뛰리라 생각되기도 했다. 하여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에 모대기다나니 다른사람들의 발언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렇게 몇사람들이 사업회보 발언이 끝난뒤에야 그는 드디여 결단을 내렸다. 나중에 후과가 어떻게 꼬이든 당장 참고 넘어간다는 것은 입은 옷속에 송충이같은 벌레가 기여든걸 방치해 두는것보다 더 불안하였다. 그는 작은일에선 양보할수 있어도 이런 원칙적인 시비에서도 양보한다는건 마치 길손을 생각하여 방까진 내줄순 있어도 마누라까지 범하게 할수는 없는것으로 생각되기까지 했다. 하여 그는 작심하고 여러사람들이 말한뒤에 입을 열어 먼저 생산임무 수행정황과 설비보수 문제를 언급하고 야간 근무자들에 대한 수당을 십퍼센트 올려주어야 주간근로자들과의 형평성을 유지할수 있다는점을 제기하였다. 이어 그는 재규가 한말을 까박주려고 일부러 자기들이 힘들게 일한 상황을 피력했다.

“…. 사실 우린 공장장님이 출장나가신 이번달에 더 땀흘리며 일했거든요. 기획생산부에서 이외의 주문량이라며 5만대 분량의 미형록음기 외곽을 갑자기 한달내로 찍어내라지요. 그래서 고장난 200그람 사출기를 급히 수리하여 생산에 투입하느라 야간작업까지 하다보니 주야로 분전하며 똥줄을 갈겼어요. 이점에 대해서는 생산부 장부장께서 증언해 줘야겠어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장부장을 건너다 보았다. 그가 헤벙글 웃으며 “좀있다 말하려던 참인데.”하고 머리를 끄덕여 주었다. 이어 경수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아까 경영부에 안부장님께서 공장장님이 안계신다하면 규률부터 산만해지고 일에도 태만해진다고 사실을 왜곡하여 우리 일한사람들을 매도하니 참으로 듣기 섭섭하기 그지없습니다.”      
      
그가 이렇게 도화선에 불을 당기자 모두들 3차 세계대전이나 발발한듯 두눈이 정수리에 올리붙어 경수와 재규를 번갈아 지켜보았다. 재규는 얼굴이 돼지간처럼 익어번지며 검불에 불이 달린듯한 눈으로 경수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경수는 재규가 한말이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그가 이를 수천이에대한 미화로 올리붙이기에 자기는 이를 역설적으로 비난하려고 이어 말했다.     
       
“그리고 안부장님께선 또 공장장님이 돌아오시니 온 공장이 대번에 활기를 띠고 질서정연하고 공기마저 확 바뀐것같다 했죠. 그럼 잠시라도 안계시면 온 공장이 생기없고 침체되고 난장판같이 된다는 얘기같군요. 그리고 여타의 우린 책임 의식도 전혀 느낄줄 모르는 유치원생 어린이 수준밖에 안된다고 질책했는데요. 그럼 가령 실로 우리공장이 이렇다면 이는 기실 최공장장님의 지도능력에 대한 더없는 비하와 모욕으로밖엔 안돼요. 어쩜 온 공장을 말짱 눈치보기들로 만들어놨어요. 우리 모두를 앞에서는 설설 기고 뒤에서는 딴판인 그런 인간들로 만들었나 말이죠. 그래 공장장님이 일시 자리를 비우면 우리 공장장님이 아니였던가요? 왜 안계실땐 이렇게 공백으로밖에 못만드는가 말이죠. 그래 공장장님은 세도밖엔 부릴줄 모르는 지도잔가요? 그럼에도 이를 공장장님의 엄엄하신 지도완력으로 발라붙이는데요. 이는 기실 공장장님의 지도능력에대한 찬미가 아닌 여지없는 평가절하밖엔 안된다고 봐요. 따라서 이는 다른 지도부 성원들에대한 모독으로도 들리니 참으로 듣기 민망했습니다. 저는 이를 결코 안부장님의 일시적인 실언으로만 볼수없고 또 제가 그저 들어넘기려다 어쨋든 짚고 넘어가야 할일로 생각되였어요. 그래서 여러면을 재삼 고려한끝에 말하는데요. 안부장님 다시 신중하게 반추해 주셨으면 합니다.”

경수는 원래 계속해서 재규가 주인 의식의 결여를 탓한데 대해서도 까박주려 했다. 우리가 주인의식이 없는것이 문제가 아니고 주인 의식을 주지않는것이 문제라고 말하려다 이는 정면으로 이른바 《공장장 책임제》라는 일인 권력체제를 비난하여 최수천을 겨낭하는 것으로 되기에 어쩔수없이 하고싶은 말을 억눌러 삼키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어느누가 주인 의식을 갖고 싶지않겠는가? 하지만 언제 우리들을 그런 위치에 세워주고 대접해봤는가? 의식이란 존재의 반영이라면서 그런위치에 대접을 못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위치의 의식을 가질수 있겠는가? 경수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몇몇 부공장장들이 중구난방으로 재규를 힐책했다.

“말이라는건 마구 말하는거 아니요. 우리도 같은 책임자들인데 아무러길루 최공장장님의 눈치에따라 안팎이 다르게 놀겠소? 그런소릴 듣구나니 속이 막 뒤집혔지만 여러면을 고려해서 겨우 참았소.”

“뭐 책임성이 유치원생 어린애 수준이라? 그래 우리는 책임질줄도 모르는 얼간들인가?”
“말은 박직장장이 꺼냈지만 오늘 이말이 안나왔더면 우린 집에가 밥맛까지 잃어 술만 퍼마셨을걸세….”

       재규는 자기의 표정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당황했다. 사처에서 길건너는 쥐를보고 때려잡으라고 소리치듯이 달려드니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이렇게 머리가 혼란해지자 얼굴근육마저 경색을 일으켜 푸들거렸다. 숱한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경수가 자신의 한말을 표본처럼 칼끝에 꿰여들어 도마에 올려놓고 갈피마다 번져가며 뼈를 추려내고 근을 뽑아내고 림리하게 썰어놓고 철저히 회감으로 만들어놓아 자기는 이미 속이 죄다 뽑힌 망석중이 같았다. 그렇다고 다시 제말의 정당성을 내세우려니 또다시 사람들의 말밥에 올라 두번 다시 류혈이 낭자하게 얻어맞을 생각을 할려니 소름이 끼칠지경이였고 말할수록 오히려 경수한테 료리감을 섬겨주는격이 될듯했다. 그러면 자기는 더구나 추하게 벗기운 알몸뚱이로 드러날것임은 번했다. 그렇다고 잠자코 있을려니 사람들의 예리한 시선은 날아오는 화살을 맞기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다. 이럴때의 방법이란 이미 경수한테 처참히 당한이상 무리하게 달려들수록 자신의 무지와 비속함이 더 드러날듯싶어 그와의 맞대결은 피하고 이럴때일수록 오히려 기죽지말고 신사풍도로 나서서 두리뭉실하게 어거지를 쓰는것으로 빨리 난국을 피해 나가는것이 상책이라고 판단되였다. 그야말로 재규다운 로련함과 뻔뻔스러움이였다. 그는 목을 기린처럼 빼여들고 냉소를 머금고 좌중을 휘— 둘러보며 비위좋게 맞받아쳤다.

“여러분. 아니뭐 제말이 그렇게도 심각하게 들렸는가요? 그래 이 몇년새에 우리공장의 획기적인 발전이 어떻게 나올수 있었어요? 저는 이것이 우리 최공장님의 탁월한 경영수완과 비범한 능력이 아니고선 절대 불가능한 일임을 말하려는 거였어요. 그리고 또 이제 앞으로 새로운 도약을 잘 맞이하려면 우리한테 슴배인 무책임한 근성들을 뽑아버리자는 취지였는데 임의대로 파고드니 말한사람이 죄되는군요. 너무 고깝게만 생각지들 마시고 좋은면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힘이 될줄로 믿습니다. 안그러세요?”

경수는 원래 칼날이 맞부딛일 섬뜩한 한판의 맞대결로 예상했는데 재규가 오리발을 내밀며 제법 미꾸라지같이 매끄럽게 빠지는통에 론쟁은 그만 거품처럼 꺼지며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경수는 오히려 재규다운 유들유들함에 짜장 자기가 속좁은 편견으로 걸고들었나 싶게까지 여겨질 정도였다. 한편 수천이는 두사람의 말을 여겨들으며 누구를 탓하기도 어려웠다. 우선 재규가 한말에 대해서는 어설프지만 기실 듣기는 좋았다. 또 그의 말이 자기를 깎아내린 말이 아닌 떠받든 말임에도 틀림없었다. 그저 너무 치받드느라 실로 경수 말마따나 아무데나 발라붙인셈인데 그렇다고 그걸 나무릴순 없었다. 자기에겐 아직도 그런말이 수요되고 그것이 권력의 위력을 나타내기 때문이였다. 그렇다면 또 경수말은 어떤가? 그것도 들어보면 그럴듯 하기도했다. 자식이 어떤 심성에서 말했는지는 속으론 번했다. 워낙 삐딱하게 생긴놈이라 재규가 자기를 떠받든말이 듣기싫고 거부감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또 그가 도리를 따져 하는말을 들어보면 한곳도 꼬리잡힐말은 없고 또 들어보매 그럴듯하여 마치 자기를 위하여 말한듯 싶기도했다. 하지만 어쨋든 자식의 마음은 좋은뜻에서는 결코 아니였다. 하여 그는 양쪽 모두를 질책할수밖에 없어 마침내 소리높여 호령하듯 입을 열었다.

“됐어 됐어. 무슨놈의 시비들이야. 같잖은 누구 말꼬리잡고 쓸데없이 말이야. 여기가 그래 사업회보 자리란걸 몰라? 그리구 안부장도 그렇지 아무리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일지라도 남한테 자루잡히진 말아야할거 아냐? 됐어. 이제부턴 쓸데없는 말공부 시비는 걷어치우고 계속해서 회의 의제로만 발언들 하라구.”

모두들 찍소리 못내고 잠잠했다. 이어 누군가 자기부문에 사업회보를 시작했다. 재규는 수천이가 누구를 미워해서 한말인줄도 알았기에 풀이 죽기는커녕 대번에 생기에 끓어 가까이 앉은이들에게 미국제 《낙타》표 담배를 뽑아 한대씩 뿌려주며 권하기도하고 때론 머리를 뱀처럼 쳐들고 회의장을 둘러보기도 하는양이 개잡은 포수같았다. 경수는 수천이의 말이 자기말에대한 반감이 역연함을 알았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자기가 한말이 틀림없는것 아닌가 하는 떳떳함에서였다. 회의는 늦게 끝나서였는지  회의참가자들 모두가 식당에 초대되였다. 경수가 위생실에 갔다오니 모두들 식탁에 둘러앉았기에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윽하여 재규가 담배사려 갔다 오는듯 손에 담배 두갑을 쥐고 들어오며 경수와 서너사람 건너 한식탁에 앉았는데 나가기전에 그가 의자에 상의를 벗었던 자리였다. 경수는 잘못 앉았다 싶으며 그렇다고 다시 자리를 고쳐앉기도 무엇하여 그런대로 눌러앉았을려니 어느정도 서먹한 기분이 들었다. 재규가 담배갑을 떼고 둘러앉은 이들에게 담배 한가치씩 뿌려던지며 받으라고 불렀다.

그런데 경수한테 뿌릴때는 다른곳을 보는척하고 얼굴을 외면한채 경수앞 식탁위에 뿌려던졌다. 주안상이 차려지자 재규가 술을 붓고 떠들며 사람들을 권했는데 마치 그가 초대하는 자리인듯 하고 경수는 꿔온 보리자루같이  짜장 불청객으로 찾아온듯한 처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경수는 그편이 오히려 좋았다. 아니면 재규가 아무리 어떻더라도 자기가 공식석상에서 너무 그를 여지없이 까박준 것으로하여 어딘가 그에대한 민망함을 느낄정도였는데 그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듯 하는것이 마음에 더 편하였다. 재규가 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술을 붓고 권하며 분위기를 띄우느라 하면서도 경수에 한해서만은 치지도외하였다. 하지만 경수는 소인배같이 맞대응할순 없다고 생각하고 조금 지나 자기도 술병을 들고 돌아가며 술을 부을때 아무런 티없이 재규한테도 술을 잔에 따라주었다. 그러자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야유조로 “나한테도 붓는거여?”하고 흘겨보며 물었다. 경수는 일부러 의아스런 표정을 지으며 “왜. 부으면 안돼?”하고 물었다. 그가 눈을 치뜨고 노려보며 따지듯 물었다.

“그래 마음에 싶어서 붓는거야?”
       “그럼. 싫은걸 붓는줄 알어? 남의 성의를 그렇게 무시하고 싶은가?”
 재규는 경수를 노려보며 코웃음치듯 빈정거렸다.
“뭐 성의? 흠. 고양이 쥐생각하는군. 야. 남의 말을 고의로 물구 나자빠지는 인간도 뭐 선심이야?”
“아니 뭐가 물구 나자빠진거야. 그래 또다시 시비를 캐볼텐가? 그리고 말버릇도 고치라구.”

            재규가 술잔을 상에 탕 하고 메치며 고성을 질렀다.
“야. 그래 어째. 뭐 말버릇 고치라고? 나 너보다 나이든 뭐든 선배야. 그래도 너같은자식을 그만큼이라도 봐줬잖아. 그러니 인젠 꼭대기에 앉아 똥까지 싸려 드는구나 응? 난 인제야 네가 왜 나하고 그러는지 알았다. 내가 네 밑구멍까지 다안다구해서 선손 쓰는거지 비렬한 자식.”

경수는 분노가 치밀었으나 무슨말부터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말투로 봐선 자기가 순희한테 한말을 그녀가 남편한테 고해바친것 아닌가 하는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렇다고 남들이 모르는 그런말을 꿰여들고 내 밑구멍이 어쨋다고 그러느냐고 재규와 따지고 들기도 무엇했다. 오히려 남들의 쓸데없는 의혹이나 부풀리고 또 한두마디로 말해 드러날 일도 아니기에 말하기도 거북한일이 아닐수 없었다. 따라서 그렇다고 말없이 피하자니 실로 남부끄러운 일이나 저지른것 같기도했다. 하여 경수는 그저 코웃음치며 “흠. 맘대로 말해봐. 제 쪽팔릴줄도 모르고.” 하고 한마디 면박주고는 공중좌석에서 두사람의 일로해서 판을 깰듯싶어 여러사람들이 말리자 똥이 더러워 피한다는듯 다른상으로 옮겨앉아 기분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론 순희가 아무리 함께사는 남편일지라도 왜서 하필 자기가 한 남자한테 버림받은 광채롭지 못한 지난일을 말했을가 하는생각에 어이없었다. 또 그녀가 사실을 어떻게 호도했게 재규가 자기의 큰 흉허물이나 잡은듯이 공석에서 기고만장해서 저럴가 싶으며 제대로 말했으면 남편되는 저치도 제체면이 구겨진다고 저렇게 나올리도 없잖을가 하는생각에 소리없이 쓴웃음이 나왔다. 술상이 끝나고 헤여져 나올때였다. 재규가 언녕부터 경수를 살폈던듯 뒤따라 나오며 불러세웠다.

”야. 너 경수 나하구 끝까지 해볼셈인거야?”
경수는 이자식이 정말 개가죽같이 질긴놈이다 싶으며 이제 이런자식한테 한번만 숙어들면 한늬 죽어지내야함을 알고 어금이를 질끈 깨물었다.

“너 하고싶은대로 해. 아무데까지든 다 받아줄테니깐.”
경수가 응수해나서자 재규가 “그럼 따라와.”하며 앞서서 어둠속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면서 힐끔 뒤를 살피니 경수가 계속 느긋이 따르고 있었다. 촌놈이 지레 겁먹고 뒤걸음질치며 빌고 들려니했는데 조금도 숙어드는 기미란 보이질 않았다. 지독한 놈이라 싶었다. 괜히 건드렸다간 되레 얻어맞으면 후엔 기죽어 지내야하고 자칫하다간 안해마저 뺏길듯한 초조감마저 들었다. 이놈과 밑천을 다 드러내고 해봐도 상대가 안될듯한 겁부터 앞섰다. 차라리 화해를 하는척하고 앞으로는 끌어안고 뒤통수를 까야만 이길수밖에 없다고 판단되였다. 그는 얼마간 걷다가 갑자기 휙 돌아서고는 경수가 다가오자 마주선채 앙천대소했다.

 “핫하하—. 자네 경수도 호걸답군. 우리 우선은 이기고 지는건 둘째로하고 난 자네같은 사람과 사귀고 싶단말이야. 자 우리 어디가서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며 친하는게 어때 가자구. ”

        그는 경수보다 한살 위라고 그래도 년장자답게 경수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그의 대답도 기다리지않고 큰길쪽으로 나가며 택시를 불렀다. 경수는 그가 끄는대로 어떤 고급스런 맥주점에 들어섰다. 밤이라 그는 지금 어떤위치에 와있는지도 몰랐고 앉고보니 노랑머리 서양아가씨들이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들여온 맥주는 독일제 수입품으로 상표이름은 금방 듣고도 잊어졌다. 첫 맥주잔을 기울인후 재규가 살틀한 어조로 달래듯이 왜 다른사람들이 탄하지 않는데 유독 너만이 탄하고 걸고드느냐는 것이였다. 경수도 성근한 어조로 그가 이해되게끔 해석하느라 안간힘을 썻다. 자기가 들을때 네가 한말이 필경은 지도급 윗사람들을 겨낭한건 아닐테니 어쨋든 자기와 같은 아래사람으로 한해서 들릴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다 눈치보기 식으로 일한다니 아래사람을 거느리고 일하는 자기가 그래 탄해 듣지않고 누가 탄해 들을사람이 따로 있겠느냐는것을 말했다. 그리고 우리 두사람은 비슷한 년령대로 허물없는 처지에서 말하지만 네가 공장장 면전에서 그를 치살려 한말이 옆에서 듣기에만도 너무 간지럽게 아부하는 느낌으로 들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반대로 사람들의 빈축을 사는일을 왜 하느냐.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그래 공장장이 너를 잘못보느냐? 제발 그런생각을 바꾸라는뜻으로 가식없이 안타깝게 준절히 일깨워 주었다. 재규는 주의깊게 듣는척 하면서도 제말을 쉽게 부정하진 않았다

. 그래 공장장이 나타나면 모두 긴장해하고 일도 더 서두르는건 사실이 아닌가? 또 자기는 앞에서고 뒤에서고 수천이를 떠받든다는것. 그렇게 능력있는 사람을 받들수 있다는건 인생의 행운이기에 그의 충신. 그의 홍위병이 되겠다고 그앞에서 맹세까지 했다는 것이였다. 경수는 그가 알면서 뻐기는지 아니면 수천이한테 짜장 미쳐서 하는말인지 분간키 어려웠고 또 몰라서 하는말도 아니였기에 그저 자기말이 듣기에는 거북해도 실제로는 그를 위함임을 극구 불어넣느라 목이 잠겼다. 경수는 재규가 권하는 맥주를 들이켜고나니 트림이 올리밀었다. 이윽하여 그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말이 있다고 여겨져 재규한테 왜 이선덕이를 그리 미워하느냐를 따졌다. 그러자 재규는 선덕이가 도대체 무얼 하느냐며 할일이 없으니까 남들이 하는일이나 돕는체 하며 시간을 보내는것 아니냐며 비웃었다. 경수는 격한 마음을 눅잦히며 일껏 선덕이를 두둔하여 말했다.

“나 내놓고 말이지만 자네 건 나쁜거야. 그어른이 할일이 없어 그러는줄 아는가? 그게바로 그어른이 하는일이구 그런걸루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 주는거구 깨우쳐 주는거란 말일세. 그어른은 말로 우리를 교육하는게 아니구 행동으루 우리를 교육하구 이끄는거야. 물론 우리에겐 분공이라는게 따로 있으니 남의 일에 실없이 삐친다구 여기겠지만 지금 우린 너무 제앞만 챙기구 남을 돌보지 않는것두 흠이야. 마치 아파트에서 서로 문을 마주하고 살면서두 이름도 모르는것과 같단말일세. 또 그분한테야 우리공장에 어느일인들 남의 일이겠나? 다 그분이 괘념할 일이 아닌가? 난 정말 그분한텐 탄복이야. 자네 지금 아래위를 다 훑어봐. 어느 지도간부가 자기 옛날 오막살이 집이 있다구 한사람이라두 없는사람이 먼저 들어야 한다며 공가집을 안가지는 사람이 있는거여? 그래두 옳은평가 하나 받아보고 누구하나 감동받은 사람이 있어? 오히려 비쭉대며 웃지나 않으면 다행인세월 아닌가? 안그래? ”

재규는 경수가 너무도 속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하기에 자기도 공명되였던지 뒤에서 흉보던 일은 까맣게 잊은듯 실말을 하지않을수 없었다.
“맞아. 그영감은 진짜 자기라는건 모르는 볼세비키야. 난 그영감은 사심이란게 있는사람 같잖아. 그렇지?”

        “글쎄 그런영감두 뒤에선 나쁘다구 허물질하구 욕하구 하니 어디 된거야. 참 그럴땐 어딘가 속이 막 아파나거든.”
           재규는 그제야 제한말이 생각되였던지 발뺌하려 들었다.
“아니 거야 그영감이 나쁘단게 아니구 안해두 좋을일에 너무 쓸데없이 삐치니까 그영감을 생각해서 하는말 아닌가? 기실 모두 속으로야 그영감을 좋다구 안하는사람 어디있어 안그래?”
경수는 그쯤해도 재규를 승인시킨셈으로 더이상 바투 들이 댄다는건 무리인듯 하여 한숟가락에 배불리랴싶어 머리를 끄덕여주었다. 재규는 또 맥주를 부어 권하고는 이어 진정어린투로 말했다.

“어이 경수. 자네 오늘 비록 공석에서 내말을 갖고 힐난은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난 아무런 유감도 없네. 따져보면 나도 언어가 좀 과분한것두 있은만큼 자네가 탄해들을수도 있었으니 말이야. 그리구 사내대장부란 흉금도 넓어야지. 안그런가? 또 싸움끝에 정든다는 말도 있잖아. 그러니 우리 서로 좋게 보내자구. 까놓고말해 자네두 나같은사람과 친해선 랑패될건 없을걸세 흐흐—.”

재규는 이렇게 말하고는 경수를 의미있게 지켜보며 웃는품이 그의 의중을 떠보려는 말 같았다. 경수도 이미 속심을 나눈이상 서로 각을 지고 버성겨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여 “아무렴 그래야지. 무슨 원쑤진일 있다구 한공장내에서 소 닭보듯 할거있어. 서로믿고 친하면 좋은일이지.”하고 흔쾌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이어 경수는 아까 식당에서 재규의 말투에서 순희가 지난날 자기와 약혼했다 파기된 일을 남편한테 말한건 아닐가? 하는 의혹이 들던차라  그러면서도 전연 모르는척 하고 재규를 쳐다보며 시탐조로 물었다.
“아니 그런데 아까 안부장. 당신이 날 욕할때 뭐 내가 네밑구멍까지 안다구해서 선손 쓰는거지 하던말은 무슨말인가? 내밑구멍이 어떻다고 그래. 뭐 누구한테서 무슨말 들은거 있어?”

재규는 속으로 경수를 교활한 놈이라고 욕했다. 너의 지난날을 거들땐 순희한테서 들었음을 번연히 알면서도 내입에서 내안해가 한말을 얻어들으려는 얕은수작으로 여겼다. 그런데 자기도 경수입을 통하여 그와 안해지간의  지난일을 보다 확실히 파악할수 있어야 앞으로 이들지간의 관계를 미리 예단하고 대응책을 세워야함이 누구보다 절실했다. 하여 그는 제법 코웃음치며  넘겨짚고 넌지시 물었다.
“흐흠. 자넨 그래 난 아무것도 모르는줄 아는가? 자넨 내안해와 보통관계 아니였잖아. 그러니 자네가 진짜 날 믿는다면 난 자네의 실속말도 들어보고싶거든.”

경수는 순희가 제남편한테 있은일을 다 말한것으로 여기고  에두를것도 없다는데서 ”응 그런일 있었지.”하고 선선히 대답하고는 굳이 해석을 가하느라 말했다.

“그러나 뭐 누구의 소개로 만나 약혼했다가 거퍼 서너달새에 끝났거든. 그러다보니 사실 난 다쳐도 못봤어. 그래서 까맣게 잊구 있었는데 참 녀자들 눈이란 정말 무서운거야. 어느 옛날에 있었던 일을 그래도 잊지않고 순희가 먼저 날 알아보고 원수처럼 분노로 들끊는거야. 그래서 난 겁먹구 죽어라 하고 빌고들었지뭐 별수있겠어?”

재규는 의심이 병이라고 너의 본의는 그래도 내안해를 욕심내고 있는것 아니냐는 뜻으로 야유하듯 따지고 들었다.
“그래두뭐 자넨 그때 순희를 잘못본걸 그렇게 후회막심 했다면서? 그래서 자네 지나간 별말까지 다 했다더구만뭐.”

“그럼. 말이야 많이했지뭐. 남의 여린마음을 얽어매놓구선 해뜩 돌아누웠으니 세상에 그렇게 패덕한 인간이 또 어디있겠어. 그래서 연유를 밝히려고 있는일을 다 말하다보니 별말까지 다했을수도 있는거잖아.”
경수는 그래도 일껏 사실대로 말하느라 애썼다. 하다보니 눈치역은 재규는 경수의 말투와 표정에서 그의 말이 실말임을 느꼈고 또 안해의 말과도 차이가 없기에 기본상 사실을 짐작할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경수에 대해선 그래도 예방책으로 일침을 가해야함을 느꼈다. 하여 힐난조로 지긋이 면박주었다.

“글쎄 자네도 마음이 너무 어진탓인지는 몰라두 어떤건 너무 과하잖아. 처녀 총각이 약혼하구 깨지는게 뭐 대순가? 예상사지. 그것도 십년전 어느 옛날일을 갖고말이야. 그런데 그걸갖고 자꾸 잘못됐다 하고  또 후회된다고까지 했다면서? 그럼 그게 무슨뜻인가? 다른뜻으로 이상하게 보이는 거잖아 안그래?”

경수는 재규의 말이 심하게는 들렸으나 또 사실 자기가 순희앞에서 사죄의 뜻에서 그렇게 말한이상 재규를 크게 탓할수도 없다고 생각되였다. 하여 그는 그저 자기뜻만 강조하여 천명했다.

“하긴 글쎄 당신 각도에선 그렇게 볼수도 있소. 하지만 난 나자신이 그렇게 불신스런 막된 인간은 아님을 표명하려는것 뿐이였어. 그러니 순희한테라두 내 진심만 잘 알려줘.”

재규는 자기의 경고메시지를 전했다 싶었다. 하여 그런대로 어느정도 마음이 놓여 머리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 일후를 지켜보자는데서 겉으론 경수를 끌어안으려는듯 살갑게 굴며 맥주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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