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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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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장편《비운의 음영》

장편소설 《비운의 음영》(3)
2013년 10월 24일 10시 15분  조회:1058  추천:0  작성자: 김남득
3
 경수는 아침에 이백그람 사출기의 가열가락지 네개를 출고할일이 생겼다. 그는 출고단을 적어 날인한후 손아래 기계수리공인 허찬이를 불러 창고에 갔다오라고 일렀다. 그리고 덧붗여 빨리갔다 오라고 당조짐하듯 했다. 자식은 다른일엔 맥살을 못추다가도 창고심부름만 시키면 죽었다 살아난듯 정신이 펄쩍들어 좋아하는 기색이 역연했다. 하여 경수가 직접 나서지않아도 될일이면 가급적 그녀석한테 심부름을 시켰다. 뒤에서 그의 친구들은  그를 두고 웃었다. 저자식은 보관아줌마만 보면 둥굴쇠 암쇠궁둥이를 쳐다보고 코를 벌름거리는 것처럼 혼을 뺏긴다는 것이였다. 이윽하여 그가 창고에 갔다와서 헤실거리며 경수를 보고 말했다.

“보관원 아줌마 직장장님더러 한번 왔다 가시라던데요.”
 경수는 “무슨일에?”하고 마치 그의 탓이기나 한듯 버럭 역정까지 냈다. 찬이는 “제가 어찌알아요. 두분지간에 일을…”하고 히들거렸다. 그는 일부러 찬이앞에서 그녀를 욕했다.

“흠. 일이 있으면 지가 찾아올게지. 지가 뭔데 누굴 오라가라 하는거야. 별 싸가지없는 년이 퉤!”

          찬이는 의미 모를 미묘한 웃음을 킥킥거리며 웃었다. 경수는 오전내내 찾아가지 않다가 오후엔 곰곰히 따져보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가 창고로 안가는것을 두고 그녀든 누구든 자기가 못가는것으로 여길듯했다. 오히려 우스운꼴이 된다싶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자기가 낯뜨거운 일이라도 저질러 못가는것으로 비쳐질상 싶었다. 뀌면 쌋다고 못해 안달을 떠는 세속에 있는말 없는말 보태지 못한다는법은 없지않는가? 그녀 역시 자기가 안간다고 해서 서운해할일은 없을테고 오히려 겁에질려 못가는줄로 착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였다. 가보자. 이번엔 또 무슨탈 잡으려나 싶기도하고 아뭏튼 이번엔 그녀와의 수수꺼끼같은 매듭을 풀어보자는 생각이였다. 그녀는 한창 반도체직장의 부품출고를 하고있었다. 그는 문어귀에 선채 멋적게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출고가 끝났음에도 그녀는 언녕 기다리는 그를 보았으련만 알은체도 안했다. 그는 멀찌감치 선채로 그녀를 부르며 비양대듯했다.

“여봐요 보관원 아재. 날 호출하셨다면서요. 그런데두 마냥 세워두고만 있을 작정이시우?”
“예 오셨나요? 오셨으면 찾아와 일을 봐야지 모셔드릴사람 따로없어요.”

           그녀 역시 맏받아치며 새침뗐다. 그는 그녀와의 기싸움에서 인젠 지쳤다. 하여 인내심을 갖고 부드럽게 용건부터 처리한뒤 터놓고 따질 예산이였다. 그는 무슨일에서냐를 물었다. 일은 간단했다. 어제 오후 공장장이 부른 업무회의에 참가한 사이 야간 2교대에서 밤에 생산할 제품 원재료인 폴리염화비닐 한톤을 출고하며 직장장이 회의중이니 내일아침에 날인하게끔 미룬일로 야간 근무일군들이 퇴근하며 이일을 직장장한테 교대하지않고 잊고간탓에 아침에 보관원이 그를 부른것이였다. 경수는 그녀가 내미는 출고단에 날인한후 비굴함을 무릅쓰고 아부하듯 공손하게 출고단을 그녀앞에 밀어놓고는 어떻게 말을 붙일가 무춤거렸다. 이때 그녀는 그가 조심스레 밀어놓은 출고단을 휘딱 끄당겨 책상서랍에 밀어넣고는 저녘굶은 시어미상처럼 얼굴을 잔뜩 구겨박은채 “됐어요 가세요.”하고 개쫓듯 쫓는것이였다. 그는 축객까지 당한 노여움에 더는 인내를 가질수없어 손가락 삿대질을 해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순희씨. 해도해도 너무하는거 아니요? 왜 나하고만 이러는거요? 참을려고 애쓰니 참을수록 더하잖아. 왜 그러는거여? 뭐 나하고 전생에 원쑤진 일이라도 있다는거요? 오늘은 기어이 끝을 봐야지 뭐 착각이라도 심하게 하는거 아니여? 우린 생면부지잖아. 그런데 왜 나하고 그러는가 말이요.”                                       

그는 격한데다 연거퍼 들이 따지고나니 숨마저 헐떡거렸다. 그녀는 입을 꼭 다물고 살의에 번뜩이는 눈매로 한참이나 그를 노려보다가 물어 메치기라도 하려는듯 또박또박 뱉었다.

             “뭐라세요? 착각? 생면부지라고요? 너무 그렇게 뻔뻔스레 잘난척 얌전떨지 말아요. 경수씨.”
             그녀가 말끝에 경수씨 하고 불러대는 소리는 마치 형사가 죄범의 은닉한 이름을 불러대는것처럼 협박하는 어투였다. 그는 하도 기가 막혀 그녀가 계속 말하도록 밀었다.

“그래 경수씨 맞아. 그런덴 어쨌단 말이야. 계속 말해봐.”
          그녀는 자기를 못알아보고 있는 그한테 치솟는 분노같아선 맞대놓고 개보다 못한자식이라고 상스런 욕이라도 퍼붙고 싶었으나 어느 옛날일을 갖고 너무 흥분하면 상대가 마치 아직도 자기를 잃은데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착각이라도 할가봐 단 그의 덜된 인간성에 대한 적개심만은 보여줘야 할일이라고 생각되여 그저 한참이나 쥐를 노려보는 고양이 눈처럼 그를 쏘아보다가 냉소의 빛으로 비아냥거렸다.

“흠. 기억될리 없겠죠. 그까짓 안도 양강구 두메산골에 부엌데기같은 계집애쯤이야 뭐 오늘 좋다가도 내일이면 놀던 화투장 버리듯 버렸다고 눈섭하나 까딱이나 했겠어요? 남의 인격이야 제 발바닥보담도 못하게 봤겠으니깐. 그렇게 잘난 경수씨한테 제가 지금도 슬슬 기여야 마땅하겠죠. 안그러세요? 잘난 경수씨.”

경수는 졸지에 홍두깨에 얻어맞아 당금 숨이 넘어가듯 두눈을 흡떴다. 이어 저도모르게 “아?—.”하는 비명이 새여나가며 입을 하마입처럼 짜악 벌리고는 한참이나 얼빠진듯 입도 다물지못했다. 이윽히 지나서야 그는 제정신이 든듯 한숨같이 날숨을 몰아쉬며 그래도 의혹을 풀지못하고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아 — 아니 무슨소리요? 양강구에 그 순희라?  아니 정말 그래 양강에 있던 그 순희 옳은가?… 아니 어떻게 생판 딴사람인것 같은가?…”                

그녀는 책상앞 의자에 앉은채로 두눈을 내리깔고 새치름해 있었다. 그는 곁눈으로 자꾸 그녀를 뜯어보았다. 그렇다고 봐서야 그의 기억의 박명속에서도 채 잃지않은 그녀의 커다란 두눈의 일렁이는 섬뜩한 눈빛과 계란형 얼굴에 반듯한 오관의 윤곽이 오늘의 그녀 얼굴에서 다니던 옛길의 아슴푸레한 추억마냥 살아났다. 하지만 그때의 그녀와 눈앞의 그녀를 겹쳐보기엔 너무나 고역스러웠다. 그때의 그녀는 초라하고 궁상맞고 찌들고 여위고 낯가림하듯 어눌하게만 보이던 기억뿐이다. 사람이 이렇게도 변할수가 있을가? 그는 눈앞의 너무도 현혹스러운 그녀를 훔쳐보며 일순 자신이 주눅들고 부끄럽고 죄스런 느낌이 들었다. 마치 물에 처넣어 죽은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되살아나  자기앞에 버티고 서서 노려보고 있는만치나 잔등이 오싹해나는 공포감마저 들었다. 그는 고기를 훔쳐먹은 강아지가 주인의 발길질을 겁나 피하듯 힐끔힐끔 곁눈질해가며  생각같아선 이자리를 피해 도망이라도 치고싶었지만 앞으론 어차피 머리를 떨구면 보지않을순 있어도 고개만 들면 서로 쳐다보고 부딛힐수밖에 없는 처지이다보니 피할수도 없었다. 하여 그는 온몸이 줄어드는듯 하면서도 중이 염불하듯 일부러 길게 혼자말처럼 경탄만 해댔다.

“세상에 어쩌면 한사람이 전연 다른 두사람으로 돼보일가? …아니 그렇게 말하니 옳긴 옳은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몰라볼수 있을가? 짜장 내눈에 똥이 폈는가? 아 — 진짜 몰라보겠는걸 …인젠 몇년 됐는가? 십몇년.… 그렇지 딱 십이년 지났구만. 그런데 아무리 그렇더라두 어쩜 그새에 이렇게 몰라보게 변할수있소? 여자는 열두번 변한다더니. 한해에 한번씩 변했는가? 하여간 내눈이 멀었군. 어쩜 사람을 그렇게도 빗볼수 있는지. 진짜 환장했어 정말 후회되는군.”                       
    
 그녀의 눈에서 대뜸 살의에 찬듯한 적의가 뿜겨져 나왔다.
“뭐라세요? 후회된다고요? 그럼 오늘은 좋게 보여요? 또 얼마간 지나면 부엌데기같이 보이겠죠. …대단히 잘났군요. 후횐 무슨후회. 잘된거잖아요. 착각마세요 내가 당신을 저주하는건 우리들의 혼인에대한 실패가 아니고 믿음과 신의란 추호도 없는 놈팽이한테 인격을 유린당하고 자존심을 짓밟힌 치욕을 받은것 때문이죠. 알겠어요?”

경수는 등곬에 식은땀이 쭉 내배였다. 비록 몇마디였지만 독설같은 된욕을 얻어먹고나니 우박에 두들겨 얻어맞은 호박잎같이 처절한 기분이되여 후줄근하고 부끄럽고 참담했다. 그때에야 그는 일껏 생각한것이란 자기 잇속으로만 모든걸 따질줄 알았지 남의 입장과 처지로는 전혀 생각지못한 자신을 뉘우쳤다. 따라서 열아홉살 소녀의 순정에 들씌여졌을 오욕과 상처가 어떠했으리라는 것과 인간의 존엄이란 얼마나 무서운지를 일말로나마 느낄수 있었다. 그는 뒤늦게나마 그녀에게 사죄해야함을 알았다. 하여 기여드는 소리로 변명같이 말했다.

“아니 후회라는건 나 혼자소리고 우선 내가 잘못했소. 내가 순희의 인격과 존엄을 무엄히 해친 장본인이니니깐. 하지만 나도 말하고싶소. 나도 그럴수밖에 없었던 연유를 말이요. 그러느라면 어느정도는 이해와 동정도 해줄수 있잖을가 말이요. 그것으로 또 순희한테 사죄하고 싶은데 몇마디말로 될일도 아니고 어디 조용한 자리에 청하면 응해줄수 있을는지 몰라서 묻는거요.”

“아니 또 뭐라고요? 뭐 다른사람의 이해와 동정을 받고싶다고요? 이건뭐 남을 걷어차서 물에 처넣고도 제발이 아프다고 치료비를 받아내겠다는 어거지같은 소리네요. 그래 남을 함부로 짓밟아 허물내구서두 거기에 또 무슨 연유가 있고 동정까지 받겠다고? 흠. 세상에 듣다듣다 별 해괴한소릴 다 듣는군요.”

순희는 어이없다못해 이사람이 원래부터 정신이 좀 이상하지 않았나 하여 그를 한겻이나 뚫어지게 쳐다보기까지 했다. 보통상식으론 그렇게 말할수 없다는데서였다. 경수는 그러거나 말거나 이 매혹적인 여인을 마주보지는 못하고 눈길을 떨구며 제할말을 했다.

“글쎄 그걸로 내행실을 합리화 하자는건 아니요. 하지만 그게 다 지난일이고 내가 그때 당했던 처경에서 그런 변태심리가 생길수밖에 없더란말을 하고 싶다는거요. 난 그런데서 사람의 보는눈도 달라진다는걸 알았소.… 하여간 하고싶은 말은 끝없이 많고 또 그걸로 사죄가 될는지는 모르겠소만 여하튼 사형수도 마지막 속에싶은 말은 하게한다잖소. 그러니 그저 내속에 말만은 털어놓고 싶소. 또 그러면 어느정도는 이해할줄로 믿소. 지금은 작업중이고 하니 퇴근후에 어디 함께 앉고 싶은데 어떻게 들어줄수 있을는지? 다른뜻은 전혀 없으니 그저 말할 기회만 줬으면 하오.》

경수는 이렇게 말하고도 주눅이 들어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눈길을 발끝에만 주었다. 그녀는 새치름한 냉소의 빛으로 그러한 그를 쓰겁게 곁눈으로 흘겨보았다. 무슨놈의 처경에서 변태심리가 생겼다는건지 뚱딴지같이 알고도 모를소리였다 거기에 또 무슨 동정과 이해? 삶은 소대가리 앙천대소할 소리지. 그녀는 여전히 응하고싶은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어 어이없다는듯 코웃음만 쳐댔다.

“아니 경수씨. 아직도 무슨 잠꼬대같은 소릴 하고있어요? 지금도 뭐 경수씨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양강구 부엌데기로 오산하는거죠?”
경수는 불에라도 데인듯 황급히 손마저 움츠러 뜨리며 급급히 변명하였다.

“아 아니 절대 그런뜻은 없소. 믿어주오. 사실 인젠 세월두 많이 지났구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일이지만 난 그때 속으론 극심한 상사병으루 피를 흘릴때였소. 내 그때 처지를 들으면 누구든 어느간 이해가 되리라는 생각에서 한말인데두. 또 몇마디루 할말이 아니니깐 그래두 우린 무슨연이든 인연이 닿지 않았소? 그래서 내속을 펴보이고 싶어서 하는 소린데 절대 다르게는 생각지 말아주.”

그녀는 죄인같이 참회의 빛으로 머리를 숙이고있는 경수를 보며 놀랍게 생각했다. 극심한 상사병이라? 그럼 나먼저 다른여자와 죽자살자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한테 실련당하고 나와 약혼하고는 또다시 그녀를 만나 나를 차버리고 그녀와 살고있다??… 그녀는 무슨말인지 가닥을 잡을수었었다. 갑을간 동에닿든 안닿든 필경 무슨연고가 있었겠다 싶으며 한편 그것이 알고도 싶어졌다. 물론 그것을 안다고해서 지금과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겠으나 어쨋든 그때의 그가 사람의 마음으로 그렇게도 날씨변덕같이 생각이 바뀔수 있었다는것은 그녀로선 아무리 경박한 놈팽이일지라도 그럴수까지 있을가? 하는것이 지금도 한낱 의혹이였다. 따라서 저렇게 절절하게 사형수도 어쩌구하며 제속을 펴보이지못해 안달을 떠는데 마지못해 들어주는척 하고도 싶었지만 필경 자기가 이런놈한테 여지없이 당함으로하여 그뒤에 겪은 수난들을 생각하면 그의 청구를 들어줄수도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일어서기에 매몰차게 “됐어요. 꿈에 넋두리같은 소린 듣고싶지도 않아요.”하고 칼로 자르듯 거절해버렸다. 경수는 뙤약볕에 뽑힌 능쟁이대같이 후줄근한 기분으로 자리를 뜰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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