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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혼길魂道
김정권
넋이 누워서 가는 길
달의 눈물 똘랑 떨어진다
찢어진 불아기佛亚旗는 노을로 타
내 누이의 허벅지에 감겨
저-어 접동새 울음 한아름,
올올이 씨실로 뽑아
별들이 조용히 문상 온다
사자가 울어도 좋소
달이 울고 별이 울고
다만 저 노래만은 울리지 마오
아기물고기처럼
꽃도 울어젖을 게 아니오
눈은 있겠지만
가슴은
나는 차마 꽃이 우는 꼴
구멍난 질경이 잎으로 하늘을 보면…
구멍난 질경이 잎으로 하늘을 보면
쑥국새의 날개에 젖어 달려온다
제비둥지 같은 살주름이 뭉클
꼴망태처럼 만져진다
구멍난 질경이 잎으로 하늘을 보면
휘여진 무릎이 야위게 걸어온다
누우런 잎 질경이
그 구멍으로 엑스레이처럼 보이는
뼈도 질경이처럼 구멍이 숭숭 뚫렸다
질경이는 벌레가 먹은 구멍이라면
나는 그렇게 한마리 철 없는 벌레였다
내가 파먹은
쓰르라미 노래 해금줄에 스쳐온다
마디마디 구멍 뚫려 바람에 시린 저대여!
벌겋게 터진 입술아,
그 속엔 피 묻어
오직 안으로만 닫아맨 상처,
저녁노을 같은 빨간 울음이
나팔꽃 순정
새벽으로 가리운 어둠을 벗어
안으로만 굳게 굳게 감싸고
안개꽃 속치마를 들어올리고
속살을 내주고 싶을 때가 있나 보다
그렇다면
저 몹쓸 놈의 죄인은 누구던가?
별이 쑥스러운듯 얼굴 돌린다
누구의 손에 뿌리워져
열광하는가?
모든 것에서 광란의 시간을 보지
저 시간 속에서 잉태되고
저 시간 속에서 분만되지
시간이 남겨놓은 제물이라면
지워가는 유물이 아니겠는가
휘두르는 자는 누구인가
황이 든 동공으로 무얼 보시려고
바람에 흩날리는 귀지만으로
그처럼 가랑잎귀를 강구시는 겁니까?
피도 다 말라 입도 벌릴 수 없는
그처럼 비인 하늘을 머금으시는 겁니까?
세월에 짓이겨져 갈비살에
그 누구의 맥박을 품지 못해
한사코 가는 손목 풀지 않는
아아, 그리움에 삭아버린 기발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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