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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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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발
2021년 12월 17일 09시 41분  조회:199  추천:0  작성자: 김정권

기 발

□ 김정권


한포기 모시로 자랄 땐

이 같은 성이 따를 줄 몰랐다

한꼬치 누에로 껍질 벗을 땐

이 같은 이름 붙을 줄 몰랐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준

이 땅의 거친 아버지 손들에

나는 뼈를 키웠고

나를 나답게 이끌어준

이 땅의 여문 어머니 손끝에

나는 피줄 얽었다.

 

1

 

일찌기

나의 이름을 누가 불러주었던가

나는 안다

이름이란 참 숭고한 것이란 것을,

그 이름으로 세상을 향하여

가슴 터지도록

소리 지르고 싶었던 이가 있었다면

그는 자기의 이름 앞에 먼저

어머니 ‘조국’이라 말할 것이다.

 

2

 

내가 있어 조국이 있은 게 아니고

조국 있어 내가 있은 게라 할 때

조국과 나는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단 하나,

신념이 살아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념이 살아있다는 것은

마음의 집이 있고

등허리 기댈 기둥이 있고

창을 열면

바라볼 수 있는 아침해가 있고

마음껏 하늘을 우러를 수 있는

저녁 별들이 있어

남의 집 구들에 누워도 두 다리를

쭈욱 펴고 잠을 잘 수 있기에

그토록 감사할 수 있음이 아니겠는가.

3

 

달빛이 문풍지에 기댄다

돌쩌귀 쯤새로 새여나오는

달빛이 호롱불을 만나

오리오리 실타래를 뽑아 올린다

올올이 뽑아지는 것은

달빛만이 아니다.

 

4

 

달물레가 돌아간다

살그랑 살그랑 돌아간다

올올이 올곧게 꼬아져

실이실이 감기는 것은

명주실의 매끄러움이기 전에

이 땅의 청순한 새악시의

입귀로 새여나오는 미소이다.

 

5

 

어머니는 짠다

기쁨을 짠다

지아비의 볼을 만지던 손으로

내 새끼의 앞날만 바라던 가슴으로

해빛을 섞어

달빛을 섞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고운 숨결을 호륵호륵 불어넣어

이 세상 가장 위대한 ‘이름’을 짠다.

 

6

 

룡두레우물에 다시 씻어서

진달래꽃물로 정히 달여서

붉은 물 들어번진 저것을

누가 버드나무 빨래줄에 널어놓았는가

저것을 바라보는 이여!

당신의 가슴은 안녕한가?

순정은 단풍과 같이 익어

사스레나무의 무릎에

젊은 피를 괴이고

결 고운 무늬에 새가 울어

드뎌 새별이 뭇별들 데리고 와서

호적을 옮겨 문패를 달았다.

 

7

 

엄마 별이 아기 별들 이끌고

하늘서 내려오던 날

려명은 밝아와 동방의 하늘을

진붉게 물들였어라

저기에 스며든 바람의 노래는

국화꽃망울 이슬 헤쳐

태양의 마중물 되여

천혜의 생명수를 길어올렸어라.

 

8

 

참, 너를 바라만 보아도

눈시울이 젖어드는 건 무엇 때문인가

손에 만지면 가슴이 떨리고

가슴에 대이면 심장이 불꽃 튀고

펼치면 동방의 홰불로 타오르는

아, 너 아시아의 불씨여!

억만의 가슴에 달아올라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별처럼 령롱한 세기의 빛발이여!

 

9

 

누구던가

저것의 이름을 빌어

이 강산을 피물 만들어

백화만발의

꽃의 가슴에 대못 박던 죄악의 쇠몽둥이는

 

아팠어라!

찢어지는 살점에

울었어라!

터져나오는 눈물에.

 

10

 

너는 보았다 그리고 절규했다

물이 아니라고

물감도 아니라고

화가여,

피로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피물로 그린 그림은 아무리 아름다운

향기일지라도 그것은 피비린

상처일 것임에

아픔이고 눈물일 것이다

피에 눈물이 섞이면 피눈물일 것임에

피는 눈물도 아니요 비물도 아니다

오 화가여! 보는가

하늘을 등에 업고 허리 꺾인

저 아낙네의 저고리고름이

갈라터진 세기의 땅 달구지에 어푸러져

끌려가는 마른 옥수수잎처럼

스쳐가는 것을

당신은 차마 보고 있는가

 

눈가루도 아니다

달가루도 아니다

화가여,

살로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살가루로 그린 그림은 아무리 진실한

나무일지라도 그것은 아픔이 배인

살갗일 것임에

통증이고 고뇌일 것이다

뼈에 살이 붙으면 골육일 것이고

피에 살이 붙으면 혈육일 것이다

오 화가여, 보는가

고향 잃은 나그네가 피멍 든

저 시퍼런 얼굴로 하늘 중천에 걸린

달을 쳐다보며 짝 잃은 노루처럼

흘러나오는 탄식이 오열하듯 구름에

스쳐가는 것을

당신은 차마 보고 있는가

피는 생명이다

그리고 목숨이다

이제 다시는 피비린 그림은 그리지 말자!

 

11

 

하지만 검은 구름이

태양을 가리는 건 잠시 뿐,

이제 하늘은 푸르르게 열려

세상은 한집안이 되였다

새가 부러우랴

물고기가 부러우랴

하늘도 바다도 춤을 추듯

온통 우주의 가슴에 꽃물 들인다.

 

12

 

날린다

저 눈부심에 노을이 출렁인다

저기에 울어제끼는 닭이 있다

55개의 알을 품고

동방의 궁주리에 높이 앉아

마냥 하늘의 비상을 향해

한밤내 그렇게 꿈을 꾸었나 보다

 

오천년의 력사를 가슴에 오롯이 품고

창공을 솔개처럼 날아서

찬란한 별들을 쪼아 휘뿌리려고

그처럼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나 보다

 

그 꿈이 농익어 망울을 터뜨릴제

21세기의 령마루에서

마침내 ‘신주’라는 명찰을 달고

달의 하얀 가슴에 안기려나 보다
 

아, 거룩한 중화의 령혼이여!
 

한마리 영계로 지귀 백년의 아침을 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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