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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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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머리짐(외5수)
2022년 08월 12일 07시 56분  조회:121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머리짐(외5수)
 
김정권
 
처녀였을 엄마의 가리마를 타고
올라앉은 배부른 동이에서
샘물이 찰랑 찰랑 찰랑이였다
 
내 아버지의 안해로 되여서는
옹기종기 올감자들 호강시키고
배추 떡호박이 풍선같이 부풀어서
산새들 콩콩콩 널뛰기를 하였다
 
다섯아들의 어머니여서는
모래무지가 하늘 날고
미꾸라지가 구름안고 징글거리였다
 
때론 배가 되고
때론 차가 되고
때론 흑구름이 된 엄마의 발바닥
그 굳은살은 길청령 령길만이 안다
 
 
엄마의 돼지
 
한배에 새끼 열마리씩 낳는
굴암돼지
가로등같은 젖꼭지들이
량켠에 불빛을 환히 켜던 날이면
큰애의 대학등록금이며
둘째놈의 페결핵약이며
막내놈의 운동화들이 불빛처럼 쏟아졌다
 
언제부터인지 가로등은
새벽별처럼 하나 둘 꺼져갔다
 
엄마는 돼지의 배란이 없어져
생육기능을 잃은 줄도 모르시고
오늘도 끌신을 신고
우리에 나가
훌쭉한 돼지배때기만 바라보신다
 
 
얼굴들
 
-40년전 동학회에 부쳐-
 
삶의 거친 붓이 먹물 아닌
비바람을 묻혀 써놓은 일기장들을
누가 보았는가
줄무늬보다 가로 세로 패운
웅덩이가 더 깊은 골짜기들을
누가 보았는가
그 옛날 저 푸른 하늘에 띄우던
가슴 부푼 꿈들이
지금은 흰 서리발로 흘러내려
일기장의 여백을 물들였음을
누가 보았는가
비록 손끝에 침 발라 번질 수는 없어도
마음으로 확연히 매만질수 있는
그 많고 많은 보이지 않는 사연들은
땀과 눈물이 끈적거리는 풀이되여
차곡차곡 접혔음을 누가 보았는가
 
 
가체(加髢)
 
암수가 몸을 꼬아
죽어서도 풀지않는
흑사(黑蛇)의 불멸의 신념
 
영원에 가까운 검은 후광에
불빛이 번뜩이는 찬란함은
영겁의 흙에서 빚어진
해솟는 동방의 사미인곡
 
그 흑안(黑暗)의 허접에서
옥화(玉花)가 이슬처럼 피여나고
오천년의 향기가 풍겨오는 것은
령(靈)과 혼(魂)의 발효된 숨결
 
그 사생(死生)의 기품은 처연히
까아만 하늘서 별같이 빛난다
 
 
머저리
 
어떤 사냥꾼이 말하더라
꿩이 제일 머저리라고,
꿩은 한 짝이 총알 맞으면
다른 짝은 달아나는 게 아니라
죽은 짝 곁에서 멍해 있다가
결국엔 그놈도 총에 맞아
마저 죽고 만다고
꿩은 그렇게 자기 짝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
목갈리게 울음을 울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미물
그렇다면 꿩은 짝이거나 혹은
새끼거나 하는 죽음앞에서
왜 같은 죽음을 택할까
아마 꿩은 죽음보다 더 무서운
리별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닌지
나는 과연 어떤 죽음 앞에서
그같은 머저리가 될수 있을까
 
 
 
첫눈
 
누가 저것을 이 땅에 소환 하는가
 
저 높은 곳에서 뛰여내릴 때
정녕 아무런 미련도 없었단 말인가
 
하얗게 내려오다
추락의 향연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꽃살로 터지면서
자살의 진실을 만끽하는 존재여
 
달의 부탁을 받고 별을 대신해
어둠벽에 써갈긴 하얀 령혼들이
글씨되여 떨어지는 건 아닌가
 
저 글씨는 아마
날개 잃은 천사들이 하늘나라에도
어둠이 있고
차가움 있고
순간과 영원속의 눈물이 있다고
몸짓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저것은 하얗게 하얗게
녹아서 젖어서
혼백이 내 꿈밭을 적시는 눈물임에
 
(2022년 7월15일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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