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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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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옷고름 (외 4수)
2022년 05월 06일 12시 40분  조회:269  추천:0  작성자: 김정권



하얀 옷고름 (외 4수)

김정권


옥빛 꿈 동여

어머니 가슴에서 휘날릴 제

결 고운 눈발이였다

 

올곧은 사랑 고이 접어

가슴에 얹어두면

님의 숨결 붉게 익어

느닷없이 달궈지는 얼굴,

그 얼굴, 고름으로 가리였다는

청새골 새악시

 

사과배 꽃밭 속에

하롱하롱 꽃잎 내리면

흰구름 먼저 꽃인 양 고름에 스치고

 

억새밭 속에

살랑살랑 바람이 일면

해살이 먼저 고름끝 잡아 새빛 감고

 

첫날밤이 아니고선

절대로 남자의 손끝 같은 건

기다리지 않는 올곧음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이슬 맑은 물방울에

푸른 하늘 얹어놓고

해살 눈부시게 날려라

 

그것이 고전적인 삶만이 아니라도

우리의 오래된 녀인의 옷고름인 양

우리의 강산에서

우리의 가슴에서

기발 되여 펄펄 날려라.

 

 

 

한 세월 가도 원색이 변하지 않는

저 아리랑 한 고개에

조명사여, 저기에 빛을 주어라

 

두만강 푸른 물에 맑게 씻어서

안개 속의 구름나무에 걸어놓은

저 흰 무명적삼을 그대는 보는가

 

저기에 스며든 두만강 전설을 읽는

진달래의 꽃말을 그대는 듣는가

 

저것을 입고 춤추는 몸짓 속

천추의 흰 뼈가

부시돌 쳐, 불꽃 켜드는 소리

 

저기를 비추면 깊이 박힌 뿌리의 언어들

흰옷 스쳐 여울치나니

빛이여, 너 저기에 머물러주면 안되겠느냐

 

저 흰 것의 가슴에 혼불을 달아주어라.

 

 

두만강 물새

 

물을 보며 물가에서 우는 새

흐르는 물에

무어라 너 울음 보태는 까닭은

 

이른새벽 갈잎에 초생달 걸려

시린 바람 버드나무 등허리에

매달릴 때

피나는 목을 강물에 헹구지도

아니하고

죽음을 말려 부르는 시묘살이 새

어차피 너 아니 울어도

진달래는 피를 토해

여윈 꽃잎 물에 띄웠을 제

달빛 오히려

마음 둘 곳 없어 구름 뒤에 숨는다

 

아니 울고는 차마 못 견뎌

천리 울음에 젖 부른

당나귀 얼넝 울음 긴 듯 멈추면

한된 네 울음 강물 우에 흘러라.

 

 

꽃 길

 

꽃잎이 지다니

꽃잎은 무엇하러 지는가

 

필 때는

내 머리 우에서 구름처럼 피더니

무어라 지고 나서

내 발밑에 눕는가

 

마른 꽃잎 밟혀 소리라도 내면

그것이 꽃의 울음인 줄 알겠다만

진다는 소리도 없이

간다는 내색도 없이

아침이슬 연지 발린 살결

아직 지워지지도 않은

너 새색시의 볼살 같은 촉촉함이여,

 

넌 밟아도 괜찮으니

어서 나를 즈려밟고 가옵소서

하는 듯하다만

내 버선발에 무슨 저주가 붙어

너를 밟으라는 거냐

 

아아, 나는 못 밟아

너를 밟고는 차마 못 가겠으니

떨어져 할딱이는 꽃잎아

차라리 나를 공중부양이나 시켜라

 

꽃잎이 지다니

꽃잎은 무엇하러 또 지는가.

 

 

시는 아프다

 

이제 시에 아름답다는

말은 하지 말자

시는 아름답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목판화의 붉은 피줄에서

칼날이 피물 번지는 파도

대리석의 검은 평면이

드릴에 갈리는 소리

 

그 속에 하나씩 하나씩

흰 살점 패인 이름들

 

그 어느 한곳인들

뼈속 저린 통증 없으랴

 

열 오른 꽃들의 작은 이마

속창아리 뽑힐 듯

칵칵!! 토해내는 어린 새들의 기침

 

그 어느 한가진들

연고 없는 아픔 있으랴

 

산은 언제나 가슴에 무덤을 안고

강은 언제나 등에 슬픔을 지고

 

시는 언제나 목구멍에 가시를 박고.

연변일보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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