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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외5수)
2022년 08월 23일 12시 31분
조회: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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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권
달개비(외5수)
김정권
아기야 고운 아기야
엄마가 어제 밤
무얼 만들었는지 아느냐
어제 밤 엄마는
우리 아기옷 만들었다
자작나무 가지 사이
쏟아지는 달빛을
별찌로 떠서
저고리 하나 만들었다
가슴만 살짝 가리고
노란 달맞이꽃술로
고름 달았다
아이구! 요 발길질,
얼렁 나와 입어볼라나
치마는 아직 안 만들었어
그건 사뿐사뿐 걸어 다닐 때
엄마가 모메꽃으로
만들어 줄거야
굴렁쇠
내가에 비낀
할아버지 허연 수염이
거꾸로 휘날린다
포장길로 자동차는
앞으로 달리지만
바퀴는 뒤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굴렁쇠 안에서
할아버지의 할매가
소리친다
얘야, 그만 뛰어라
배 꺼진다
짝사랑
해가 노을보자기에
흰 구름 싸들고
종일 달 만나러 갔다
가다 가다
배가 고파
보자기를 풀어보니
멧던 점심이 아니였다
달의 쟁반에
들어가 익은 별은
저 멀리에 있는
남의 도시락이였다
접시꽃
대체 하늘에
무슨 빚을 지었기에
저리도 벌건
다발을 받쳐 올리는가
꼭 마치
노을을 도둑질하다
들킨 아낙처럼
있는 보따리를
죄다 풀어놓고 변명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저걸 보송보송 펴놓고
달의 해산에
포대기를 깔려는건가
손님
밭일 나간 아버지는
집에 올 때면
꼭 손님을 달고 온다
마당에 와서
옷에 묻은 어스름을
툭툭 털 때
벌컥 열린 문으로
달이
제 먼저 들어온다
그것도 모자라
멀건 국사발에
입을 대고 간을 본다
떨켜
새끼들 여러마리
꽃잎처럼 달라붙어
푸른 삶을 파먹었다
나를 피우기 위해
살을 내놓았던
저 무흔의 가슴,
꽃잎 떨어져나간
련꽃대를 보아라
꽃을 다 올리고는
이제야 비로소
꼭지를 내리는
저 무언의 피날레
피는 속으로 다 떨구고
살청에 목을 내린
저 위대한 부패에
노을아, 너라도 와서
칠성판을 깔아라
(2022년 8월 19일)
료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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