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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가슴에서 휘날릴 제
결 고운 눈발이였다
올곧은 사랑 고이 접어
가슴에 얹어두면
님의 숨결 붉게 익어
느닷없이 달궈지는 얼굴,
그 얼굴, 고름으로 가리였다는
청새골 새악시
사과배 꽃밭 속에
하롱하롱 꽃잎 내리면
흰구름 먼저 꽃인 양 고름에 스치고
억새밭 속에
살랑살랑 바람이 일면
해살이 먼저 고름끝 잡아 새빛 감고
첫날밤이 아니고선
절대로 남자의 손끝 같은 건
기다리지 않는 올곧음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이슬 맑은 물방울에
푸른 하늘 얹어놓고
해살 눈부시게 날려라
그것이 고전적인 삶만이 아니라도
우리의 오래된 녀인의 옷고름인 양
우리의 강산에서
우리의 가슴에서
기발 되여 펄펄 날려라.
흰
한 세월 가도 원색이 변하지 않는
저 아리랑 한 고개에
조명사여, 저기에 빛을 주어라
두만강 푸른 물에 맑게 씻어서
안개 속의 구름나무에 걸어놓은
저 흰 무명적삼을 그대는 보는가
저기에 스며든 두만강 전설을 읽는
진달래의 꽃말을 그대는 듣는가
저것을 입고 춤추는 몸짓 속
천추의 흰 뼈가
부시돌 쳐, 불꽃 켜드는 소리
저기를 비추면 깊이 박힌 뿌리의 언어들
흰옷 스쳐 여울치나니
빛이여, 너 저기에 머물러주면 안되겠느냐
저 흰 것의 가슴에 혼불을 달아주어라.
두만강 물새
물을 보며 물가에서 우는 새
흐르는 물에
무어라 너 울음 보태는 까닭은
이른새벽 갈잎에 초생달 걸려
시린 바람 버드나무 등허리에
매달릴 때
피나는 목을 강물에 헹구지도
아니하고
죽음을 말려 부르는 시묘살이 새
어차피 너 아니 울어도
진달래는 피를 토해
여윈 꽃잎 물에 띄웠을 제
달빛 오히려
마음 둘 곳 없어 구름 뒤에 숨는다
아니 울고는 차마 못 견뎌
천리 울음에 젖 부른
당나귀 얼넝 울음 긴 듯 멈추면
한된 네 울음 강물 우에 흘러라.
꽃 길
꽃잎이 지다니
꽃잎은 무엇하러 지는가
필 때는
내 머리 우에서 구름처럼 피더니
무어라 지고 나서
내 발밑에 눕는가
마른 꽃잎 밟혀 소리라도 내면
그것이 꽃의 울음인 줄 알겠다만
진다는 소리도 없이
간다는 내색도 없이
아침이슬 연지 발린 살결
아직 지워지지도 않은
너 새색시의 볼살 같은 촉촉함이여,
넌 밟아도 괜찮으니
어서 나를 즈려밟고 가옵소서
하는 듯하다만
내 버선발에 무슨 저주가 붙어
너를 밟으라는 거냐
아아, 나는 못 밟아
너를 밟고는 차마 못 가겠으니
떨어져 할딱이는 꽃잎아
차라리 나를 공중부양이나 시켜라
꽃잎이 지다니
꽃잎은 무엇하러 또 지는가.
시는 아프다
이제 시에 아름답다는
말은 하지 말자
시는 아름답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목판화의 붉은 피줄에서
칼날이 피물 번지는 파도
대리석의 검은 평면이
드릴에 갈리는 소리
그 속에 하나씩 하나씩
흰 살점 패인 이름들
그 어느 한곳인들
뼈속 저린 통증 없으랴
열 오른 꽃들의 작은 이마
속창아리 뽑힐 듯
칵칵!! 토해내는 어린 새들의 기침
그 어느 한가진들
연고 없는 아픔 있으랴
산은 언제나 가슴에 무덤을 안고
강은 언제나 등에 슬픔을 지고
시는 언제나 목구멍에 가시를 박고.
연변일보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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