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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페미니스트 녀류시인 - 伊雷(孫桂珍)
2017년 02월 05일 18시 33분  조회:3304  추천:0  작성자: 죽림

 

 이레이 시인             

 

 

  "그대 나랑 동거하지 않을래요? "

              __ 중국의 페미니스트 여류시인, 이레이의 고독__

                                                          

                                                              김금용 시인

 

  "이레이는 여성주의 시편을 쓰는 여시인 중 최고의 시인"이라고 중국의 시평론가들은 평한다. 시단엔 늦게 발을 들여놓았지만, "그대 나랑 동거하지 않을래요? " 를 각 시 말미에 붙여 87년 시집《独身女人的卧室독신녀의 침실》을 <인민문학>출판으로 발표했을 때, 중국 시단 안팎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시집으로 그녀만의 확실한 기명성記名性(브랜드化)을 획득했음은 물론, 미래지향적 여성시라는 독특한 한 장르를 새로 열어놓았던 것이다.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선도적 시가 여전히 공존하던 상황 아래서 가부장적인 남성위주의 사회에 대한 공개적인 도전을 보인 것은 물론, 억압된 여성의 잠재된 자유와 대등하게 분출되어야 하는 자기가치의 발현을 그대로 여과 없이 진솔하고 날카롭게 표현한 여시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 이전의 독립된 한 개체로서의 당당한 삶의 욕망을, 그 열정을 그려냄으로써 진정한 순수의미의 여성시를 보여준 대표 페미니스트 시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혹자는 이레이伊蕾를 따라 여성주의를 표명하고 나온 자이용밍翟永明、탕아핑唐亚平 두 시인을 합쳐 시단의 "삼검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레이伊蕾의 본명은 쑨꾸이전 孫桂珍으로 1951年 8月 30日 북경의 북쪽 천진시에서 태어났다. 문화혁명으로 1969년 허베이성(河北省) 하이싱(海兴)현 산촌으로 하방(下放,노동)되어 1971년 한단(邯鄲)강철공장에서 노동자로 근무하던 중, 철강 선전부 홍보 및 TV 방송원, 신문 간사로 일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티엔진문학天津文学》편집인과 《티엔진시인보天津诗人报》주간으로 활동하다가 본격적으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1974년부터다. 90년대에 들어와서는 한 때 모스코바로 건너가 살기도 했는데, 다년간 중.러 민간문화교류에도 힘을 쏟던 중에 수장한 러시아회화들을 갖고 돌아와 후에 천진시에 카츄사미술관을 열어 관장으로 일하기도 했었다.

그녀가 시를 전적으로 쓰기 시작한 햇수는 그리 길지 않다. 문혁이 끝난 뒤에서야 중단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 1982년에 허베이성 랑팡(廊坊) 지구의 문인연합회에 가입하면서 1984년부터 본격적인 작가수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중국작가협회 문학 강습소인 노신문학원에 합격, 1986년까지 북경대학 작가반에서 틈틈이 수업을 계속 받았다.

출판된 시집으로는 1987년 공동출판된 《사랑의 불길(愛的火焰)》《사랑의 방식(愛的方式)》과 센세이션을 일으킨《독신여인의 침실(獨身女人的臥室)》,《이레이 애정시선伊蕾愛情詩選》에 이어 《반역의 손(叛逆的手)》、《여성의 나이 (女性年龄)》등이 있다. 이 중 《독신녀의 침실(獨身女人的臥室)》은 80년대 시단에 큰 충격과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후에《백년 중국문학경전百年中国文学经典》에 대표작으로 수록되었다.

이레이의 상당수 시들은 영어와 이태리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으로 번역,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데, 현재 중국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중국 여성시의 분수령을 구축한 이레이

 

  현 중국 여성주의의 대표이론가로 미국 오리건주 대학에서 여성학 연구 석, 박사 학위를 받은 深睿선루이*가 쓴《中国当代学人自述 중국 현대 학자들의 자술서》에는 이레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혼인과 이론 : 선루이의 여권주의의 여정>이란 부분에서 밝히고 있다.

 "1995년 여름, 미국에서 잠시 귀국했을 때, 이레이 역시 러시아에서 돌아와 내 집엘 왔다. 당시 한 신문에선 그녀가 사업에만 몰두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 소문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왜냐면 그녀는 당연히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는 독신녀였으므로,,.. 그녀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내 손을 잡고 말했다 : "넌 계속 공부해야 해.  네가 배울 수 있도록 돈을 벌어줄께. 선루이, 넌 우리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  내 두 손을 꽉 잡은 그녀의 압력에서 난 그 마음을 느꼈다." 그 후 선루이가 오리건 대학에서 여성학 학위 증서를 받던 날, 이레이가 바로 그 앞에 서있는 환각을 느꼈다고 한다. 그만큼 이레이는 선루이가 여권주의자로 성장하는 데에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것이다. 

(* 선 루이深睿: 비교 문학과 중국 문화의 교수로 재직 중인 패미니스트. 최근《假装浪漫 (가짜 낭만주의)》와 2011年7月10日에 발간하여 베이징 서점계를 휩쓴 《荒原上的芭蕾 황무지 위의 발레》로 그녀의 명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시인이기도 한 선루이는 깨끗하고도 신선한 이미지로 상상력을 동원, 간단한 문체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레이가 직접 분류한 시의 형태는 "서정형, 비극형, 미래형"으로 그녀는 그 중 미래형의 시를 쓴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어쩜 선진형이라고 하면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다. 그녀가 시를 발표하던 1980년대 말은 여전히 전통적 현대시와 몽롱시가 서로 마찰하던 전환기였으므로 여성주의 시로 홀로 우뚝 서서 문화적, 심리적 준비가 결핍된 시단에 대하여, 또한 구태의연한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이감, 생소함을 주었으니 말이다. 여시인들의 우아함이나 적막, 부드러움이나 원망에 심취하거나 그 해석에 익숙해있던 독자들로서는 상당한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몽롱시의 대표 여류시인인 수팅 등을 포함해서 대체적으로 한 개체와 사회, 정신과 시대의 관계 속에 유지, 진행되어왔기 때문에 미래형을 지향한 이레이의 시는 놀랄만한 여성시의 분수령을 구축하였다고 본다. 여성시 쓰기의 모티브로서 여성시의 일종의 수사학적 표현이 되어온 신체에 대한 표현은 사실 가부장 사회의 역사에 갇혀온 여성 신체의 피압박감을 드러낸 것으로 그 너머엔 정신적, 생명적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복잡하고도 심오한 인간본연의 존재와 포괄적 인간애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에서의 여성주의의 시는 그녀로부터 사회적 정감의 차원을 넘어 인성 본체의 차원으로 들어갔다고 본다.

  

 

이레이는 중국의 실비아 플라스* 였다

 

 2001년 1월, 이레이는 2000년대의 시를 정리하는 뜻으로《이레이시선집伊蕾诗选》을 百花文艺出版社백화문예출판사에서 출판했다. 그러나 <중화독서보>에 실린 그 시집에 대한 비평은 다소 날카로웠다. 왜냐면, 여성주의 시인으로서 중국사회에 충격과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시집《独身女人的卧室 독신녀의 침실》에 비하면 20여 년이 지난 작금에 와서 많이 퇴색한 것이 아닌가 해서이다. 사실 90년 대 이래 시단의 경향은 흡사 무법지대 같았다. 발표와 함께 순식간에 그 찬란함은 사라져서 다시 읽지 않는 뉴스 같았다. 신세기에 접어든 십 년간 연륜 높은 시인들의 작품은 아주 드물어졌고 그 중 짧은 오행시정도만 연명되었다. 그녀의 시어 역시 단순하고 부드러움만 넘쳐 20년 전의 장시나 조시组诗처럼 폭격투하 하듯 쏟아내는 장렬함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이레이시선伊蕾诗选》의 출판이 시인의 시작생애에 한 마침표가 되는 게 아닌가, 이 비평을 쓴 황꾸에이위엔黄桂元은 의심하면서도 평 말미엔 그녀의 시사적 업적을 분명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이레이 본인은"시 곡선"에서 "고대 철학자는 철학적 작품을 썼다기보다는 철학적으로 산 사람"이라는 엘 더의 《内部堡垒내부 요새》를 인용, 시인 역시 "삶 그 자체가 시적"이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그녀는 본질상 "시인으로 생활하는 사람"이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시인으로서 장스산张石山이 말하듯이 20세기 최후의 낭만주의 시인이라는 것이다.

이레이는 당대시사에 대한 담론에서 비켜갈 수 없는 존재이자 화제이며, 그녀의 몇몇 장시, 단가가 가진 개척적 의미와 클래식한 요소를 고려할 때, 그녀를 "우담바라처럼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린" 비현실적 인물이라고 보아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시 편년사에서든 여성주의 시의 성장사에서든 간에 《独身女人的卧室독신녀의 침실》、《黄果树大瀑布황과수폭포》、《流浪的恒星유랑의 별》、《被围困者포위된 자》등이 들어가지 않고는 완전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현재 많은 신예 여시인들이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모두 이레이의 어깨 넘어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사실이라는 것이다.

시인의 초창기 시들은 시인 푸쉬킨, 하이네의 영향을 주로 받은 것으로 휘트먼의 시적 영향 또한 크다. 따라서 작품마다 격렬한 자유와 낭만정신이 가득하다. 반면 후반에 쓴 작품들은 미국의 자유파 여시인 실비아 플라스* 의 영향을 받아 억압된 자신의 경험과 생명체험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으되 여성의 해방, 민중 구원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대변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 실비아 플라스(Sylivia Plath) : 1932년 미국 보스톤 출생. 65년 영국계관시인인 테드 휴즈의 외도로 자살한 뒤, 82년 노벨퓰리처상을 수상함. )

 

"탈출"과 "고독"의 두 특성

 

  이레이는 6권의 시집을 출판했는데, 위에 열거한 외국시인들의 영향으로 자연히 두 가지 특성을 지닌다. 하나는  "탈출"이고 다른 하나는  "고독"이다. 현실 삶에 대한 족쇄로부터의 탈출을 그 주제로 한 시집으로《黄果树大瀑布황과수폭포》、《蓝色血푸른 피》、《野芭蕉야생바나나》、《南十字座남십자성》이 있으며,후자로는 《独身女人的卧室독신녀의 침실》、《流浪的恒星유랑의 별》、《被围困者포위된 자》、《情舞러브댄스》등등이 있다.

"나는 포기했다 일체의 구차한 계획을 / 삶이 제멋대로 가도록 방치한 채 / 폭우로 생물의 시계는 잠시 멈춰버렸고 / 아, 잠시 멈춰진 저 끝없는 쾌락의 깊이, / 잠깐 멈춰요 / 난 차라리 거꾸로 박혀 죽을래요 “ 에서도 보듯이 대담하면서도 반역을 서슴지 않는 자백적 호소, 이런 그녀의 시는 이 시대의 모든 독서 취향을 전복시킴과 동시에 이레이도 진정으로 울프가 말한 ”자신만의 방"을 갖게 된다. 선루이가 쓴 글에서도 나오지만, 이레이 역시 어떤 소녀와 문제를 일으킨 남자친구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의 대가를 치룬 바 있어 그녀에게 있어 시는 생존적이고 정신적인 것이며, 영혼의 정결함과 존엄을 유지하는 삶 그 자체였는지 모른다.

또한 후기의 시 “유랑의 별”에선 "쾌락은 마치 머리 위로 날아간 새 울음소리처럼 멈추었고 / 슬픔은 천년 묵은 큰 나무처럼 내 안에서 자라고 있었네 / 나는 말할 수 없다네 / 어떤 느낌은 심지어 언어로 바꿔지지 않고/ 어떤 말은 사상을 만나면 미친 자처럼 도망쳐 버린다네 / ... 친구여, 이웃들이여 /  그대들이 나를 이해한다면, 난 말 할 필요가 없네 / 만약 날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 “ 혼란한 중에도 아름다운 생명의 밤하늘을 더 밝게 비추려는 시도를 통해 그녀는 더 당당하게 현실과 부딪쳐나갔는지 모른다. 이 장시는 후기의 많은 작품들과 같이 영탄과 지적 요소가 서로 융합된 "고독" 중에도 시몬느 보부아르가 말한 '무의식의 장면에서 유의식의 장면에 이른다” 는 오묘한 경계를 찾아내고 있다. 이러한 경계는 여성주의라는 타이틀 말고도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로서 어떠한 생존의 경우에 처하여도 잘 헤쳐 나갈 것이라는 걸 믿게 한다.

실제로 그녀는 1992년 9월, 고향인 천진시를 출발, 러시아에 도착했고, 당시 러시아에 가는 많은 이들처럼 이레이 역시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예품 무역을 몇 차례 한 후에는 러시아 유화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 중국과 러시아간의 민간 문화예술 교류에 한동안 힘을 쏟았다. 결국 1999년 6월 6일, 시인 푸시킨 탄생 200주년 기념일에 맞춰 그녀는 중국 음악가左贞观쭤정관과 함께 쓴 《푸쉬킨의 사랑 普希金的爱情世界 》을 경쟁적으로 구매하는 독자층을 새롭게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작생활이 아닌 외도에 대해 비난성 보도 또한 많았지만, 그녀는 생활인으로서 스스로의 삶을 책임진 것이고 시는 시 그대로 여전히 그녀를 이끄는 미래이며 삶 그 자체로 꾸준히 그녀 곁을 지켜나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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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이의 대표시 5 편>

 

터키탕 

 

                               

이 작은 방엔 나체 스케치가 너무 많아

한 남자친구가 우연히 문을 열고는

“이거 터키탕이잖아” 고함을 질렀어요

그는 몰랐던 거죠

내가 한 여름 내내 방문을 잠그고 지냈다는 걸

고독하고 실의에 젖어서 ____

나는 이 욕실의 명실상부한 고객이에요

사지가 아주 긴, 날씬한 몸매와

탱탱한 엉덩이, 사선으로 깎인 어깨

가볍게 떨리는 사발형 유방

하나하나 근육마다 격정으로 넘쳐나는

나는 내 자신의 모델이죠

난 예술을 창조했고, 예술은 날 창조했어요

침대 위엔  그림책이 가득 쌓여있고

양말과 팬티는 탁자위에 벗어 놓고

유리병 속엔 개나리꽃이 시들어 버렸어요

바닥에는 색 바랜 황금빛

매트와 등받이가 어디에나 널려있어요

어느 구석에서든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죠

 

그대 나랑 동거하지 않을래요?

 

 

土耳其浴室 

 

    

這小屋裸休的素描太多 / 一个男同胞偶然推門 / 高叫“土耳其浴室” / 他不知道在夏天我緊鎖房門 / 我是這浴室名副其實的顧客 / 顧影自怜________ / 四肢很長, 身材窈窕 / 臀部緊湊, 肩膀斜削 / 碗狀的乳房輕輕顫動 / 一塊肌肉都充滿激情 / 我是我自己的模特 / 我創造了藝術,藝術創造了我 / 床上堆滿了畵冊 / 袜子和短褲在卓子上 / 玻璃甁里迎春花枯萎了 / 地上亂開着暗淡的金黃 / 軟墊和靠背四面都是 / 每个角落都可以安然入睡 //

你不來與我同居

                          (選自<獨身的臥室>, 載<人民文學>1987年1,2合期)

 

** 작품 읽기: 그녀의 작은 방은 사실 며칠째 청소를 하지 않아 온통 벗어놓은 잡동사니로 발을 들여놓을 자리가 하나 없다. 오죽하면, 우연히 들른 남자친구가 대경실색, “터키탕”이냐고 고함을 질렀을까.  여름 내내 외부와의 소통 없이 그녀만의 세계 안에서, 여기저기 어지러이 늘어놓은 책들, 그리고 벗어놓은 속옷들,..!  그녀 스스로도 이 어수선하게 펼쳐진 방안이 민망하기 짝이 없지만, 남자친구가 던진 농담 섞인 탄성에 오히려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아니 끝 행의 ” 그대, 이리 와서 나와 동거하지 않겠어요“를 통해 기존상식선에서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친구에게 용감하게 대시를 해보기까지 하는 것이다. 반면, 적어도 그녀의 방에선, 가식의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수치심 없이 당당하게 한 개체로서의 삶에 집중하는 모습을 그녀는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남자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자신의 육체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세상에게 누구의 여자가 아닌, 한 독립된 자아로서의 여자임을 주지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마지막 연이자 행인 ” 그대, 이리 와서 나와 동거하지 않겠어요“를 통해 내재된 고독과 욕망을 여과 없이 표현할 뿐만 아니라, 현실로부터의 압박이나 제약, 그 충돌을 주저하지 않고 보여준다.

 

 

 

커튼의 비밀

 

 

한낮에 난 항시 커튼을 내려요

그래서 밝은 햇살 아래의 죄악을 상상하거나

때론 감정의 왕국으로 빠져 들어가요

마음이 전에 없이 편안하고

마음이 전에 없이 자유로워요

그리곤 유령 같은 영감이 하나씩 바구니에서 빠져 나오고

나는 그들과 교제하며 쾌감이 절정에 달해요

신생아가 바로 태어나요

머리가 전에 없이 좋아져요

행복이 필요할 때 나는 커튼을 걷어 올려요

쓰라린 고통이 바로 즐거움으로 변하니깐

자살하고 싶을 때 나는 커튼을 걷어 올려요

생존욕망이 저절로 생겨나게

커튼을 걷어 올리고 교향곡 한 단락을 들으면

사랑이 구석구석에 가득 넘쳐나요,

 

그대 나랑 동거하지 않을래요?

 

                          

 

窓簾的秘密

 

白天我總是拉着窓簾 / 以使想象陽光下的罪惡 / 或者進入感情王國 / 心理空前安全 / 心理空前自由 / 然後幽靈一樣的靈感紛紛出籠 / 我結交他們達到快感高潮 / 新生兒立卽出世 / 智力空前良好 / 如果需要幸福我就拉上窓簾 / 痛苦立卽變成享受 / 如果我想自殺我就拉上窓簾 / 生存欲望油然而生 / 拉上窓簾廳一段交響曲 / 愛情就充滿各个角落 //  你不來與我同居

 

                         -選自『獨身女人的臥室』 裁 「人民文學」1987年 1,2 合期-

 

** 작·품·읽·기: 이 시는 처음부터 역설적이다. 우리나라에선 얼마 전까지도 햇살정책이 있었지만, 어떻게 태양 아래 드러나는 게 죄악이란 말인가. 태양이 주는 그 많은 거창하고 아름다운 수식어를 과감히 이 시인은 깨고 있다. 이 아이러니 땜에 난 라저창리엔拉着窓簾을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 한참 고민을 했다. 라저拉着는 분명 “끌어당기다”의 뜻으로 커튼을 “열어젖힌다”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튼을 “여는 게 아니라 닫는다” 임을 전체 시를 읽어 내려가며 확인할 수 있었다. 태양은 남성을 상징하고 그 아래 온갖 죄와 악이 공존되어왔음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점을 그녀는 간파하고 있었으니!,.... 햇살 아래 드러나는 외부세계는 그녀를, 여성들을 불편하게 한다. 남성 위주의 규범과 규제 속에서 여성들은 사실상 손과 발이 묶였으며 그 정신적 두려움과 압박감을 커튼을 침으로써 일시나마 자유로워지고 안전해지는 걸 이 시에선 표현하고 있다. 심지어 어둔 커튼 뒷면에서 환상의 자유로운 오르가슴을 느끼기까지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마술 거울

 

내가 누굴 알고 있는지 아세요?

그녀는 한 명이기도 하고 여러 명이기도 하죠

여기저기 갑자기 나타났다가는

그러다 홀연히 사라지죠

그녀는 눈앞의 것만 똑바로 바라봐요

행복한 느낌은 찾아 볼 수 없죠

그녀는 중얼거릴 뿐 소리가 없고

그녀는 아름다운 근육을 가졌지만, 열기는 없어요

그녀는 입체이면서, 또 평면이기도 하죠

그녀가 그대에게 무얼 주더라도 그대는 받을 수가 없어요

그녀는 누구에게도 속 할 수 없기 때문이죠

_______ 그녀는 바로 거울 속의 나예요

온 세계를 둘로 나누면

남는 건 하나의 단수,

자유운동을 하는 독립된 단자이고

창조력을 가진 정신적 실체죠

_______ 그녀가 바로 거울 속의 나예요

나의 나무틀 거울은 침대머리맡에 있어

하루에도 백 번씩 이런 마술을 부리죠

 

그대 나랑 동거하지 않을래요?

 

 

鏡子的魔術 

 

你猜我認識的是誰 / 她是一个, 又是許多个 / 在各個方向突然出現 / 又瞬間消失 / 她目光直視

沒有幸福的痕迹 / 她自言自語, 沒有聲音 / 她筋肉健美, 沒有熱氣 / 她是立體, 又是平面 / 她給你什麽你也無法接受 / 她不能屬于任何人 / ____她就是鏡子中的我 / 整个世界除以二 / 剩下的一个單數 / 一个自由運動的獨立的單子 / 一个具有創造力的精神實體 / ____ 她就是鏡子中的我 / 我的木櫃鏡子就在床頭 / 它一天做一百次這樣的魔術 //  你不來與我同居 

 

 

** 작품읽기 : 우리나라에서도 ‘거울’을 대상으로 시를 쓴 시인으로 이상李箱을 위시해서 많이 있지만, 윗 시에서처럼 “행복한 느낌은 찾아 볼 수 없어요 /…중략…/ 아름다운 근육을 가졌지만, 열기는 없” 는 ‘그녀’가 ‘나’ 인 이유는 사랑 때문도 아니고 혹은 생활고 때문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우울한 삶, 혹은 실존 자체에 대한 회의 때문이 아니고 오직 “그녀는 누구에게도 속할 수 없”는 독립적 자아를 갖은 한 여성임에도 그것이 인식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유 때문임을 시를 통해 표현하고 요구한 시는 많지 않다. “온 세계를 둘로 나누면 / 남는 건 하나의 단수, / 자유운동을 하는 독립된 단자이고 / 창조력을 가진 정신적 실체” 인 여성에 대한 또 다른 한 개체로서의 자주의지, 의식의 자유 항변 같은 울림의 소리가  정치선동적인 시편에 익숙해 있던 ‘87년 당시, 중국 시단은 물론 사회 전반에 얼마나 대단한 충격을 주었을까 싶다. 또한 세 편의 시가 공통적으로 마지막 연이자 행을 똑같이 “그대 나랑 동거하지 않을래요?”로 마무리 한 것에도 그녀다운 독특한 방식임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다. 같은 주제로 일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토론

 

 

나는 유물주의 철학을 낭독한다

물질 제일이라고

나는 어떤 물질도 창조하지 못했다

이 세계 누구도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심지어 아이를 낳지 못한다

인류 최고의 기본 책임을 감당하지 못한다

쓰다 망쳐 버려놓은 원고지 곁에서

예술을 토론하고 철학을 토론하고

첫째는 실존주의

둘째는 다다이즘

셋째는 실증주의

넷째는 초현실주의

그러다 마침내 인류의 비밀을 발견하였다.

살기 위해 산다면

사는 것에 의의가 있다는 것인가

무엇이 최고의 의의인가

나는 쓸모없는 쓰임(无用之用)을 가지고 있다

나의 숨소리는 못 가는 곳이 없다

나는 의미 없는 결혼을 하려고 결심한다   

 

그대 나랑 동거하지 않을래요?

 

 

哲学讨论 

  

我朗读唯物主义哲学-- / 物质第一 / 我不创造任何物质 / 这个世界谁需要我 / 我甚至不生孩子 / 不承担人类最基本的责任 / 在一堆破烂的稿纸旁 / 讨论艺术讨论哲学 / 第一,存在主义  

第二,达达主义 / 第三,实证主义 / 第四,超现实主义 / 终于发现了人类的秘密 / 为活着而活着 / 活着有没有意义 / 什么是最高意义 / 我有无用之用 / 我的气息无所不在 / 我决心进行无意义结婚 // 你不来与我同居

 

** 작품읽기 : 그녀는 공산주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유물주의 사상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산촌으로 하방(下放)되어 노동자로 근무할 때, 정치선전용 홍보 편집 등을 하게 되면서 시를 접하게 되었고 유심론에도 눈 뜨게 되어 온갖 문예사조나 철학에 빠져들었다. 마치 물을 빨아들이는 스폰지처럼,..! 하지만 외도한 남편과 헤어지면서 홀로 생활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이 되었을 때, 유물론은 다시 그녀를 조롱한다. 돈과 아이도 낳지 못하는 세상에서 자신은 아무 쓸모없는 존재라는 것을,..그럼에도 철학토론의 결과 숨쉬는 것만으로도 사는 이유가 된다고, 긍정적으로 수용할 방법을 찾으라고 권한다. 그 방법은? 결혼이다. 그래서 아직 얼굴도 모르는 미지의 배우자에게 외친다."그대 나랑 동거하지 않을래요?"....!

 

 

 

일요일엔 독창을 한다

 

 

일요일엔 나랑 놀러가 줄 사람이 없다

공원은 제일 두려운 곳, 난 물건 값조차 묻지 못한다

난 집에 있는 노래책을 전부 들추면서

터키탕 안을 떠돈다

아침식사로부터 해질 때까지 노래부른다

머리카락 노래 하나

눈동자 노래 둘

귀 노래 셋

코 노래 넷

얼굴 노래 다섯

입술 노래 여섯

온 몸 위아래로 노래 일곱

사촌오빠의 방언 만세...

노래는 영혼의 신음소리

음악은 고통을 견디게 하는 것

고독은 위대해

(나는 위대함이 필요없지만)

피로한 눈이 사방 벽 안에서 휴식을 취한다

두발은 지붕 아래서 검은 박쥐처럼 난다

 

그대 나랑 동거하지 않을래요?

 

 

星期日独唱   

 

星期日没有人陪我去野游 / 公园最可怕,我不敢问津 / 我翻出现存的全体歌本 /在土耳其浴室里流浪 / 从早饭后唱到黄昏 /头发唱成1 / 眼睛唱成2 /耳朵唱成3 / 鼻子唱成4 / 脸蛋唱成5  / 嘴巴唱成6 / 全身上下唱成7 / 表哥的名言万岁-- / 歌声是心灵的呻吟 / 音乐使痛苦可以忍受 / 孤独是伟大的 /(我不需要伟大)/疲乏的眼睛憩息在四壁 /头发在屋顶下飞像黑色蝙蝠  /你不来与我同居  

 

** 작.품.읽.기 : 이레이 시군의 두 가지 특징 중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제목에서부터 예감하듯 "고독'이다. 혼자 사는 이들의 몇 가지 불편한 것 중 '휴일 보내기'도 때론 끔찍함을 이 시를 통해 새삼 공감하게 된다. 오죽하면 숫자를 세가며 자신의 신체를 대상으로 노래하며 놀까. 철창에 갇힌 한 마리 동물처럼 지쳐서 눈이 감길 때까지 노래하는 그녀의 신음소리가 그대로 전달된다. 위대한 고독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 하나 갖기를 바라는 그녀의 내면의 자백이 터키탕 같이 어질러진 그녀 방을 맴돈다. 숫자와 신체 부분을 열거함으로써 점층적으로 주제를 강조해주는 모더니즘적, 사실주의적 표현법이 신선하다.

  

 

 *참고문헌 : 1. <江南时报강남시보>의 쭤샤오밍左晓明 기자 / 2001年06月18日第八版

  2. 《中国当代学人自述》중에서 <혼인과 이론: 선루이의 깊은 슬기로 달려가는 여권주의의 여정沈睿走向女权主义的历程> 2009年07月16日 

  3.  <중화독서보>에 실린 《伊蕾:绚烂已逝,诗册犹存이레이, 찬란함은 사라져도 시집은 남는다 》황꾸에이위엔 黄桂元 비평

                                          

                                                                            2011. 여름호 <시와 세계>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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