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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제목을 첫행이나 끝행으로 할수도 있다...
2017년 03월 20일 18시 41분  조회:2119  추천:0  작성자: 죽림

3.시의 첫행이나 끝행의 제목화 

시의 첫행이나 마지막 행을 제목으로 내세우는 경우 
입니다. 이 때 첫행이나 끝행은 시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첫행이 제목이 되는 예시로 김용락의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를 올려보겠습니다.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아니, 기적소리가 듣고 싶다 
가을비에 젖어 다소 처량하게 
비극적 음색으로 나를 때리는 
그 새벽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방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있던 
단풍이 비에 젖은 채로 이마에 달라붙는 
시골 역전 싸구려 여인숙에서 
낡은 카시밀론 이불 밑에 발을 파묻고 
밤새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마시던 
20대의 어느날 바로 그날 밤 
양철 지붕을 쉬지 않고 두들기던 바람 
아, 그 바람소리와 빗줄기를 다시 안아보고 싶다 
인생에 대하여, 혹은 문학에 대하여 
내용조차 불분명하던 
거대 담론으로 불을 밝히기라도 할 양이면 
다음날의 태양은 얼마나 찬란하게 
우리를 축복하던가 
그날은 가고 기적을 울리며 낯선 곳을 향해 
이미 떠난 기차처럼 청춘은 가고 
낯선 플랫폼에 덩그러니 선 나무처럼 
빈 들판에 혼자 서서 
아아 나는 오늘밤 슬픈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이 시의 제목과 첫행으로 나오는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는 시적 화자의 소망을 간절히 표출하고 있는 
진술입니다. 이 진술은 지나간 20대 시절 가슴 속에 
품었던 더없는 열정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써 이 시의 주제를 집약하고 있는 문장임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음엔 시의 끝행을 시의 제목으로 삼는 예시로 
신경림의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를 읽어보겠습 
니다. 

그때 책이 가득 든 가방이 있었고 
낙서판 같은 탁자마다 술이 넘쳐 흘렀네 
괜찮은 사내며 계집이며 
가까워질수록 잃을까 불안한 심정이며 
시대가 혼란스럽고 취직이 힘들수록 
쟁기처럼 단단해져야 할 마음이며 
<아침이슬>과 미칠듯이 파고드는 러시아 민요 
<검은 눈동자>를 들으며 몸 저리게 서러웠네 
세월의 징검돌을 밟고 
그들은 내 곁을 스쳐갔네 
다시 칠년 다시 
소독약보다 지독한 시간이여 

청춘의 횃불이 꺼져간다 
괴로워야 할 치욕도 상처의 저수지도 잊어가고 
우리의 숙명인 열정도 식어간다 
근근이 살아가는 고달픔이란, 

너는 허기져 삽쌀개를 찹쌀개로 헛발음하고 
시계 사준다는 말이 나는 시체 사준다는 말로 들리고 

혼자가 싫어 드라큐라라도 함께 있고픈 주말 
사나운 날씨를 못견뎌 헤매는 오후 네 시 
울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제목으로 삼은 끝행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도 
역시 이 시의 주제를 떠받치고 있는 문장이면서 
이 시의 마무리 결론을 내주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예문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첫행이나 
끝행을 제목으로 하는 경우는 문장의 형태가 
서술형인데, 이 서술 형태를 통해서 강조의 효과를 
낳으려는 의도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조태일님은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강의는 마치고 좋은시 읽기를 하겠 
습니다. 

이성복님의 <강>을 먼저 읽겠습니다. 

잎 떨군 나무들의 그림자가 길게 깔리면서 푸르름이 
가시지 않은 땅은 적쇠에 그을은 스테이크 같았다 처 
음엔 딸기나 참외를 재배하는 비닐 하우스 길게 뻗 
친 허연 비닐 지붕인 줄 알았다 미안하다 눈 덮인 겨 
울이면 땅의 탯줄처럼 한없이 늘어나 우리들 속옷 속 
덜아문 배꼽까지 닿아 있던 강이며, 돌아서 담배 한 
대 피우는 사이 풀풀풀 떡가루 같은 눈을 쓸어올리며 
너는 방패연의 긴긴 꼬리처럼 단숨에 떠오를 것 같았 
다 아니다 다시 칼바람 잦아들면 강은 눈썹 끝까지 
옥양목 홑이불 끌어올리며 자던 어린 날의 늦잠이거나 
내장이 다 터진 어떤 삶을 덮어 가리던 수의였다. 

다음은 이정록님의 <處身>을 읽겠습니다. 

모내기를 끝낸 
논배미마다 
도랑도랑 신이 나 있다 

자라나는 옷을 입은 논과 논 
그 단벌의 옷자락, 사이사이 

이양기 바퀴와 사람들의 맨발로 
납작해진 논두렁, 빛난다 

저 논두렁처럼 
낮고 분명해야 하리라 

딛고 지나간 발자국 옆에서 
합장을 풀고 싹을 피우는 밤콩처럼 

한 줌의, 식은 재를 열고 
몸 세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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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希望) ―전봉건(1928∼1988)

아름다운
어느 한 아름다운 날을 생각하는 것은.

당신의 가슴께에서
꽃과 사과이고 싶은 것은
꽃바구니의.

달빛에 씻긴 이슬을
이슬 머금은 배추가 진주(眞珠)처럼 아롱지며 트이는 아침을
푸른 바다 어리는 비둘기의 눈동자를
태양(太陽)이 웃으며 내려오는 하늘… 그 눈부신 계단에 핀
진달래를
또 신문(新聞)이 음악(音樂)처럼 뿌려지는 거리를
생각하는 것은.

여기
무수히 검은 총(銃)알 자국 얼룩진
나무와 나무 사이
눈이 깔린 밤
… 여기에서.

 

 

오 두 마리
버들강아지 꼼지락이는 은(銀) 목걸이를 생각하며,
꽃바구니의 꽃 그리고
사과이고 싶은 것은… 당신의
가슴께에서.

구름도
지구(地球)도
인간(人間)도
생활(生活)도
어느 것 하나 빠트리지 않고
다 함께 그리운 내가
전쟁(戰爭)의 숯검정이 자욱이 얼어붙은
내 눈시울 속에
서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 겨울날 아지랑이처럼
아스라이 서 있는
까닭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의 소용돌이인데 겨울이 오고, 탄흔 무수한 ‘나무와 나무 사이/눈이 깔린 밤’, 깨어 있는 한 병사가 있다. 방한복이나 제대로 입었을까. 어쩌면 닳아진 군복과 군화, 배도 고플 테다. 떠나지 않는 공포와 고통이 병사에게 ‘아름다운/어느 한 아름다운 날을’ 절절히 떠오르게 한다. ‘꽃바구니’ 같았던 사랑의 시간, 아 너무도 그리운, 눈에 삼삼한 ‘당신의 가슴께’ ‘꽃과 사과’! 달콤한 안식과 평화의 그런 날이 다시 올까. ‘푸른 바다 어리는 비둘기의 눈동자’ 같은 그날이. 소중한지 모르고 흘려보내던 일상이 ‘어느 것 하나 빠트리지 않고/다 함께 그리운’ 병사다. ‘구름도/지구도/인간도/생활도’! 신문도 참 오래 못 보았구나. 신문 파는 소년들이 손님을 부르는 외침으로 들썩거리던 거리, 시내 한복판의 소요며 분답도 평화의 그것인 양 어찌나 가슴 저리게 그리운지 ‘신문이 음악처럼 뿌려’진단다. ‘전쟁의 숯검정이 자욱이 얼어붙은’ 병사의 눈시울에 이 모든 것이 꿈인 듯 ‘아스라이’ 들어선다.

시 속의 병사는 시인 자신일 테다. 시인은 살아남아 시를 쓰는데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수많은 병사, 전쟁이 끝난 뒤에도 욱신거리는 이 상흔이 전봉건의 많은 시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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