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시/시조
아버지의 달 (외 3수)
□ 박장길
청동의 소리가 울리던 구리빛
그 얼굴이 다 식어 부드러워졌다
석쉼한 소리로 영각을 켜던
황소의 피진 눈으로 달아올라
일에 끓던 그 붉은 열정이
한덩이 달로 하늘에 둥글었다
달을 가르면 낮의 흰 씨앗들이
가득 심어져 밤을 먹고 자라며
은빛 뿌리내려 땅을 딛는다
실패가 되여 온 몸에 달빛을 감는다
상처를 꿰매는 은실로 쓰리라
달 한덩이 하늘의 눈으로 뜰 때
고개 숙인 흰 갈대를 따라한다
동판화에서 끼룩끼룩 날아가는
달밤의 기러기들 나를 울린다
고향생각 한잎
세월의 동생 실개천을
흘러 보내는 산기슭
나무가 벗어버리는 잎이
하느님의 손 같다
손 잘린 아픈 나무밑에
노랗게 익은 가을로 서서
고향생각 한잎 주었다
시인의 사명은 귀향이다
자연에서 시인을 기르거라
천상의 소리 쥐고 내려
어깨에 하늘이 손 얹는다
먼 길 걸어 나를 찾아 만나고
세상의 첫날같이
귀향길에 하느님을 만났다
번지없는 슬픔
언 하늘을 만지는 나무의
손가락에서 거문고소리 울린다
슬대를 쥔 나무의 손가락의
떨림에 전률하며 슬프고싶다
눈이 마주친 다람쥐
서로가 그리운 탓으로
눈을 떼지 못하고 애틋하다
동한거에 들어간 나무들은
고통은 안고 사는것이라고
아픈 기억 지우려면 용서하라고
무수한 설뱀들은 뒹굴어오며
마음을 감지만 감아가지 못한다
겨울나무옆에 나무로 서서
빛의 현을 몸에 감은 거문고
길게 누워 신명을 풀고싶다
세월의 음악 같은 바람에
번지 없는 슬픔을 싣는다
입
세상을 뚫고 나온 통로로
커다란 입들이 빠져나와
달리며 대지를
가르며 바다를
날으며 하늘을
륙해공을 다 삼키고있다
아무리 먹어도 부르지 않는 배
새 먹이를 찾아 쌍불을 켜고
산밑을 파먹으며
땅밑을 파먹으며
바다를 파먹으며
바람이 출입금지였던 곳을
바람에게 문열어주고
바람의 날개를 폈다
목젖 깊은 벌둥지 지구―
시커먼 입이 가슴을 파먹을 때
붉은 입술은 하루를 다 빨아먹고
흰 입은 둥그렇게
하늘을 구멍 냈다
연변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