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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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키스의 나비 (외7수)
2020년 10월 12일 19시 42분  조회:174  추천:0  작성자: 박장길
키스의 나비(외 7수)
 
박장길

 
이마에 남은 키스의 나비는
그냥 앉아있다 여름 지나 
가을 지나 겨울 넘어
봄을 전령하는
노란 우표로 붙어있으면서
 
실어다 줄 것이다
여름은 가을로 성숙되고
가을은 겨울로 바뀌고
인생도 희여져 백발이 되는
그 침묵의 계절
죽음에 붙잡히는 그날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가장 짧은 느낌에서
가장 긴 여운으로
남아있는 달콤한 흔적
 
봄을 담은 봉투를 나르는
날개여.함께 눈감아 세상 닫고
몸을 벗을  마음의 마음이여!
 
새벽이슬을 먹고 산다는
나비는 하나의 악기ㅡ
꽃의 악보들을 더듬더듬 찾는
그 감각이 마음을 만져준다
 
날개로 바람을 읽으며
발끝으로부터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춤추는 악기
나비 하나 있어 
꽃의 음자리를 타고
나의 계절은 가볍게 튕겨진다
 
하늘의 별들이 온통 깨져
입안으로 빨려들어오던
그 신선한 밤의 첫 키스의 나비
 
할랑할랑 춤추며 날아오고 있다
눈이 부시도록 그리운
그리움의 그리움아
  
 
작업복
 
로동을 풀어버리고
벗어놓은 옷이
피곤한 기색을 하고
의자에 걸터앉아있다
 
안락을 유혹하고 있는
의자에 피곤을 기대고 앉아있다
 
사람을 벗어버리고
의자에 몸을 부려둔 옷이
피곤한 단내가 묻어있는
하루를 고이 앉히고 있다
 
로동을 내려놓고
새 사람을 갈아입을 수도 없는 옷
로동을 팔지 않을 수도 없는 옷
 
높아지는 나이를
무겁게 어깨에 지고
유혹의 옷을 입은
거대한 욕망의 산을 오르며
 
가난을 두르고 앉은
가난으로부터
출애굽하려고
아무리 소금산을 쌓아도
욕망에는 정상이 없고
 
욕망은 더 큰 욕망을 욕망해서
욕망의 빈곤을 채울 수 없다
고단한 한벌 목숨
 
지친 몸 벗어 걸어둔
나무만이 그 자리에 서 있다
 
세상유혹에 지지 않은
나무 아래 하루를 벗어놓고
하루의 로동을 벗어놓고
피곤한 몸 부려놓았다
하루의 피곤을 내려놓았다

 
 
엄마의 손
 
 
남김없이 주면서도
언제나 남아있는
풍부한 손이다
 
아무리 주어도
모자라고 모자라는
가난한 큰 사랑이다
 
 
빈자리
ㅡ이발을 심고 하늘을 본다
 
 
아버지는 치아를 하지 않았다
곡식만 심어가꾸셨다
그 낟알을 씹어먹으며
나를 키운 이발 ㅡ
 
아버지를 먹은 이발은
아버지 같이 더러 세상에 없다
 
그 빈자리는 심어채웠지만
아버지의 빈자리는
심을 수가 없다
 
오늘을 먹고
래일을 먹으면서
먼 후날까지 나를 받들어갈
하얀 기둥을 세웠다
 
평생 오곡을 심었지만
자신의 몸엔 심은 적 없는 울 아버지!
 
나의 뿌리를 깊이 박고
씹어보리라 아버지의 몫까지
풍진 세월 오래 씹어보리라
 
 
양돈장
 
 
꿀꿀 양돈장은
욕심들의 전람회장
 
욕심을 경쟁하며
죽음을 부르는
피둥피둥 욕심돼지들을
 
가까이 본
몸에서도 살이 자라 올라
 
무거운 몸 이끌고
나른하게 펼쳐져 있는 오솔길로
할할 지쳐 헉헉 올 때
 
빨간 목댕기를 두른
청동빛 가슴의 장꿩이
푸드득 울화통 같이
시뻘겋게 솟구쳐 오르며
 
나를 깨워 쳐다본 하늘에서
흰 낫 하나 날아와 찍는다
탐욕의 손들의 손들의 손을!
 
 
 
비 내리는 창가
 
 
한곳에 오래 뿌리 내리고
살아온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그런 안정감이 찾아오는
비 오는 날 비방울이
그리움 두드리는 비방울이
락서하 듯이 내리는 창문에
 
회복기의 환자처럼
헝클어진 신체리듬들이
평온하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비 오는 날 창문유리에
 
네가 그리울 때는
네 이름 닳도록 부르다가
그래도 그리울 때는
죽 죽 울고 있는 유리창에
 
네 이름 손가락으로 쓰면
너는 숱한 개울물 되여
눈에서 생명을 길어마시던
물 넘치는 쳐녀로
가슴에 따뜻하게 흘러내린다
 
내게 머물러 있는
먼 앞날까지 내 마음에 머무를 너
눈 감으면 잘 보이는 너
눈 뜨면 너의 빈자리
 
비가처럼 내리는 비
세월의 음악 같은 비
바이올린의 슬픔 선률 같이
가늘어지며 그치면
노을이 붉은 입술을
유리창에 부딪쳐 검게 멍든다
 
 
 
시내물을 품고 여유를 배운다
 
 
마음 안에 하나의 시내물이 흐르게 하고
빈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다
하루의 삶을 낚아올린다
 
집착 속에 굳어졌던 근육들에
숨을 쉬며 평화를 입혀주고
 
세상을 잡은 거미줄로
옷 입혀있던 몸이 아무 조건없이
물속에서 자유를 유영할 때
 
머리 우에선 물방울들이 춤을
해빛을 타고 춤을 추고 있다
 
가슴 속에 하나의 시내물이 흐르게 하고
안에 멈춰서 부패되고 있는 것을
흘러보내며 여유를 배운다

 
 
어둠의 혼
 
삼라만상이
어둠의 품에 안겨 어둠이 되였다
숲은 고요의 무덤으로 가라앉고
 
나는 머리를 수그리고
발끝에 손끝에 집중한다
인생은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놓친 옛날의 나비를 찾아
헤맸던 꿈길에 나를 놓고 왔다
말은 깊은 잠 속에 재워두고
 
몸무게를 빼버린 그림자 같이
어둠의 혼을 입는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맡기고
 
나의 세월로는 다갈 수 없는 곳에
홀로 우뚝 앉아있는 진리의 형제여
고요함에 이른 업의 얼굴이여
 
태양은 동쪽에서
서쪽에로 옮겨 붙는 불길이다
나의 일몰 앞으로 가는 길 비춘다
 
어제를 오늘에 더해 참구하는
나의 밤기도가
아침 동의 해돋이로 익을 때
어둠의 혼은 빛의 폭포를 쏟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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