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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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달이 보고 있었다(외2수)
2019년 07월 14일 09시 28분  조회:240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달이 보고 있었다(외2수)

박장길

 

나무잎 풀잎

잎잎마다 고요를 담아 고요하다

고요가 층층  쌓인 산사에서

나도 숨 죽이고 고요가 되였다

 

고요가 무거운 잎들이

고요를 쏟아서

고요에 선잠을 깬 벌레들이

죽음보다 깊은 밤을 뚫고

 

뭐라고 뭐라고 많은 말들을

분수처럼 하늘에 뽑아올리는

나무의 그림자는

자비의 손처럼 등을 어루만진다

 

가슴을 자욱하게 하며

나에게로 가까이 데려다주는 고요 속에

누군가 가만히 지켜보는 같아

고개를 드니 달님이였다

산사의 이웃, 조용한 밤손님

 

허무에 약한 인간들의

기다림을 데리고

산을 넘다가 나를 보고

가던 달이 그 바퀴를 멈추었다

나 언제 달빛소리 들을 수 있는 강물 될가

 

나, 개로 돌아가고 싶다

       -심곡암 보리에게

네가 나의 현신이냐

내가 너의 현신이냐

 

전생에 사찰을 지키는 개로부터

사람으로 륜회한 나를

각별히 바라보는 보리야

 

산 아래 멀리 속세를 두고

지상의 허무를 깨달으며

잠든 소의 눈 같이 조용히 가라앉은

산속 암자에 목사리하고

날아가는 파리가 부러운

적요한 해살 속 노란 보리야

 

네가 나의 화현이냐

내가 너의 화현이냐

 

허기지도록 적막한 한낮의 침묵에

바람이 찾아와 처마 밑 풍경소리로

동그란 파문을 긋고 있는데

마주보는 눈길에 정을 느낀다

내 뒤를 이어 개로 태여난 보리야

 

정적을 깨는 살구나무 목탁소리

자장가로 둥글어 고독을 넘어

나를 적멸로 덮어주는데

부는 바람에도 귀를 세우는

네 눈길에 나 붙잡혀있다

 

몇겁의 륜회를 거쳐

나는 사람으로 태여나고

너는 개로 나타났다

 

내 뒤를 이어 륜회하는 보리야

이제 사람으로 나투겠으면

각오하여라 사바세계 깊고 넓은 고해를!

나, 개로 돌아가고 싶다

 

 

첫눈, 지상에 쌓이는 하늘의 고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을 향하여

그렇게 지금 눈이 내린다

지나간 일들을 아득하게 만들며

그렇게 지금 눈이 내린다

 

동년의 뜨락에 번져가던

하얀 박꽃 같이 펄 펄 펄

날아다니는 흰 나비처럼

흰눈이 조각 조각 조각 조각…

지는 한조각에 추위 한조각

 

머나먼 저 머나먼 기억 속을 지나

잊었던 벗의 편지마냥 내리는

첫눈, 지상에 쌓이는 하늘의 고요

지극한 내 마음에는

공중의 요령소리 들려온다

 

손잡고 있지 않아도 따스한

네 생각으로 몸을 두르고

네가 나를 바라보는 꿈으로

하늘의 화음 속에 우주률 속에

 

가만히 서있다

하늘과 땅

오직 혼자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새벽에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나라에

어둠을 적시며 소리가 내린다

소리가 소리 뒤에 쌓이고

그 소리 뒤에 고요히 내가 서있다

출처:<장백산>2018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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