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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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눈이 녹으면 흰빛은 어디로 가는가(외7수)
2020년 10월 09일 19시 09분  조회:227  추천:0  작성자: 박장길
 
눈이 녹으면 흰빛은 어디로 가는가(외7수)
 
 
박장길
 
 
하늘이 하얗게 지상에 몸을 푼다
서럭서럭 내리는 저녁의 백설
응크리고 혼자 지는 해 묻힌다
설폭(雪瀑)이 저녁을 덮고 있다
 
마을에 사는 어둠만이
속절없이 백발이 되여가고
코잔등에 간질간질 내려앉으며
희뜩희뜩 날리는 눈속 빈 들녁을
전보대만이 건너가고 있다
 
한컬레 고독을 두발에 신고
한컬레 즐거운 상상을 타고
겁나게 내리는 눈속에
조용히 세월만 맡기고 서서
 
지금 내 눈이 헤매고 있는
천년의 허공은
눈송이로 부서져 내리고 있다
 
이토록 가볍게 제몸의 무게를
하얗게 부셔 내리는 일은
겸손하고 참 겸손한 일
 
모든 것 포기한듯이 오시는 눈에
적막의 공간을 마음속에 넓혀간다
그 안에 새 마음을 만들어간다
 
하얀 버선발 사쁜 디뎌 찾아온 겨울
온 몸으로 부딪치며 내리는
은총이 빛나는 눈이여!
이 눈 다 녹으면 흰빛은 어디로 가는가
 
 
 
밤눈
 
밤눈은 펑펑
차헤드라이트 불빛속으로만
쏟아진다
 
굽이굽이
밤길을 따라오며 퍼붓는다
 
하늘에서 뛰여 내리는
흰빛무리들
빛을 찾아 날아드는 부나비떼 아니다
 
세월에 썰리고 또 썰려
톱밥으로 떨어지는
겨울의 부스러기
빛으로 쏟아진다
 
어두울수록
서로를 살리는 빛의 만남
대지에 남는 것은
그래서 순결뿐이다
 
 
 
숨을 멈춘 농가의 굴뚝에
 
 
흰눈이 나무그늘을 파묻은
순하게 엎드린 마을에
꼬리 짧은 해살이
고요히 머물려 있다
 
마주서면 세상 안이요
돌아서면 세상 밖이다
 
세상안과 세상 밖 사이에
백여년의 시간을
몸안에 가두고 있는
느티나무 희미한 고요의 그늘을 밟고
 
참새 한 마리에게도
다정하고 싶은
다함없는 가슴속에
시골의 시간이 어둡게 눕는다
 
숨을 멈춘 농가의 굴뚝에
석양이 타오르고
황소같은 어둠이
뒤산에서 몰려내려오고 있다
 
 
 
박쥐
 
 
물구나무서보면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거꾸로 보는 박쥐를 알 것 같다
 
거꾸로 보아야
바로 보이는 역설을
온 몸으로 펼치며
가슴을 쏟아 비우는
박쥐, 밤의 날개
 
낮에 눈감고
밤에 없는 듯이 사는
검은 옷, 밤의 천사
 
밤을 걸을 때마다
그 날개아래 펼친 품처럼
따슨 온기를 입고
 
깊이 사랑한다 깊은 밤을
밤의 깊이에 깊이 빠진다
밤에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하얗게 새운 밤을
줄 세우면 긴 세월 ㅡ
박장길은 쥐띠가 아니라
박쥐띠여야한다
 
지상의 쥐띠를 손잡아주는
박쥐,
반짝이는 밤의 검은 꽃
 
실면할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박쥐
세상을 거꾸로 보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밤의 쪼각
 
그 혜안을 배우리라
그러면 가슴에 고여
앙금된 것들이
다 쏟아져 버려지리라
 
 
 
붉은 명절
 
 
집건물이 피를 토했다
주변 가득 토혈했다
 
할복한 폭죽껍질의
벌건 피로 명절은 붉다
 
땅을 두르리며
하늘에 웨치며
 
울화통가슴을 터뜨리고
피를 흩뿌렸다
 
하늘은 붉게 터지고
땅은 붉게 물들었다
 
찬란이 꺼진 뒤
붉은 거리 고독을 밟는다
 
 
 
벽시계
 
 
똑딱똑딱
때를 새김질하는 벽시계
방안을 가득 채운다
텅 빈 방을 메우고 있다
 
한밤중이면
신경이 있는 대로 날카로와지게
나를 바늘같이 쫓는
불길한 탁목조(啄木鸟)
 
길고 짧은 량다리
절뚝거리는 벽시계
그래도 멈춤없이
시간을 끌고 가는 바퀴
 
벽에 부딪쳐 돌아온
초침의 메아리
창밖 하늘에 퍼져나가서
 
싱그럽도록 젋은
새벽을 데리고 온다
 
 
 
해빛 그물
 
 
나뭇잎 사이로 쏘아오는
한타래 노란 해살. 해빛그물이
나를 누운채로 매달아
공중에 떠있으면서
달콤한 나른함을 누리고 있다
 
송화가루 묻어있는
해볕속에 눈을 그러감고
무수한 무지개를 속눈섭에 만들며
눈 한번 환하게 부셔봐도 좋아라
 
현명한 게으름을 피우며
마음속에 고요를 퍼담는다
 
홀로 고독으로
방황의 종점에 가서
외로움을 넘어서리라
혼자를 두려워하며
진리를 놓치는 실수는 하지 않으리
 
옆에는 하늘을 꾸밀줄 아는
거미가 허공에 짜놓은
이슬이 하얀 비단그물에 걸린 벌레 ㅡ
우리는 지상의 두 벌레
나는 누구에게 바치는 조공일가?
 
하늘에 매단 금빛그물
나무에 매단 은빛그물
까만 한점 지상의 어부는 보이는데
하늘의 어부는 어디에 있을가
 
허공에 귀를 대고 있어도
하늘길 자국없이 걸어올
그 어부의 발소리 들리지 않고
해볕들이 쟁쟁
소리를 내며 기타를 치고 있다
 
누워있으면 주검을
생각하기 마련이다ㅡ
해살에게 붉은 수혈을 받으며
해빛 한줌, 용기 한줌
손바닥에 움켜쥐였다
 
가장 순도 높게 타오르며
고개를 끄덕이는 해를 가슴에 바르고
땅을 박찼다 터지킴이 까치가
하늘에 목을 꽂고 높이 떠오른다
 
 
 
흙냄새
 
 
꽃에 허리굽혀 흠향하면서
놀란다
꽃향기에 섞여있는 흙냄새
 
놀란다
모든 냄새가 향기로울 때
그 속에 섞여있는 흙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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