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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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강진(15)
2014년 07월 23일 10시 29분  조회:1501  추천:0  작성자: 허동식
15
    “아픔을 잊는 생명의 질서” 초벌유화 작업이 끝났다.재복은 완숙된 고추개구리와 올챙이 고추개구리의 퉁방울눈을 밝지만은 어딘가는 흐려진,투명하지만 어딘가는 불투명한것으로 그려내고 말았다.수채화가 아닌 유화였으므로 그것은 표현이 가능하였다.
   유화는 유채칠 두께로서 립체질감을 만들며 또한 광선반사에 의하여 그 립체질감이 더욱 두드러진다.완숙된 고추개구리와 올챙이 고추개구리의 퉁방눈들은 투명색채가 보조제로 교묘하게 사용하였기에 가까이에서는 밝게 투명하게 보였지만 몇발작 간격을 사이두고 살펴보면 밝음과 투명속에 흐린것이 깊게 깔려있음이 느껴지게 표현되였던것이였다.
   “아픔을 잊는 생명의 질서” 초벌유화 작업은 사실 재복을 크게 괴롭혔다.고추개구리산 전설과 몽강진의 과거와 현실 그리고 아버지를 비롯한 몽강탄광 실업자 광부들의 몸부림들이 가슴속에 스며들자 그는 고추개구리 팔자와 몽강진끼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았었다.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밝음의 이미지와 흐림의 이미지 사이를 크게도 맴돌았던것이다.
   재복은 자기의 복잡한 느낌들을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었다.그는 연희에게 몽강진에서 발생하였던 “몽강진 고추개구리산태평양방공호 붕괴사건”,“몽강진 동방홍1번기념경축행사 사건”,“몽강진 몽강탄광4 해소멸애국운동결사대 사건”,“몽강진 몽강진 쌍다리 사건”,“몽강진 몽강탄광 반혁명벽보표어 사건”,“몽강진 몽강탄광 반혁명편지 사건”,“몽강진 류망건달무리싸움 사건”등을 이야기해주었고 “아픔을 잊는 생명의 질서”를 창작하면서 느껴지는 고달픔을 길게 말해주었다.그러나 많은것들은 언어로서는 표달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또 연희가 그림창작에서 생겨지는 까다로운 느낌들을 화제로 하는 이야기에는 아무런 흥미도 내보이지 못하였으므로 재복은 나중에는 스스로 멋적어지고 말았다.
   언어표달도 엄청 어려운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재복은 몽강진 사람들의 언어표달속성과 그 특성 그리고 아버지의 “정홍일식명언”에 대해서 나름의 생각을 해보게 되였다.
  몽강진 사람들의 언어표달속성에 있어서 제일 큰 특성은 “먼지때가 풀썩풀썩 휘날리는 사투리”를 적잖게 사용하는것이라고 말할수 있을것이다.다음에는 고유의 속담들과 속어들을 몽강진식으로 각색하여 사용하는것이다.그 대표적인것은 “고추개구리를 뚤러렁-뚤러렁 섞어넣는” 수단으로 고유의 속담들과 속어들에 들어있는 개를 비롯한 동물들을 고추개구리로 아주 대체해버리거나 또는 고유의 속담들과 속어들에 일부러 고추개구리를 가첨하고 병렬시키는것이다.그것은 몽강류역에 고추개구리가 많이 나고 기나긴 세월속에서 고추개구리가 인간사회에서 “습관형상”이 고착화된 사실과 갈라놓을수 없다. 몽강진 사람들 언어표달속성의 또 하나의 특성은 언어표달력을 살릴려고 어떤 품사이든 된소리를 많이 사용하는것이다… 그런데 몽강진 사람들 언어표달은 때로는 언어론리가 란잡하고 자아모순을 이룰 때도 있다.할아버지의 “만나보고서 죽자고 하여도”가 바로 그렇다.죽기 위해서 만나본다는것은 몽강진 사람이 아니면 알아듣기 힘든 언어론리성이 결여된 언어표현이다.
 아버지 “정홍일명언”들이 몽강진 사람들의 언어표달속성과 그 특성들을 대표하였다고 말해줄수가 있을가? 아주 깨끗하게 대표하였다고는 판단할수는 없지만 표달기교와 표달효능은 어느 정도의 대표성을 지녔다고 말해주어도 괜찮을것이다. “정홍일명언”은 자기로서의 특점도 조금 있다.그것들은 몽강진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언어표달 기교외에도 할아버지를 따라 중첩부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또 중첩부사들을 자아창조하려는 흐름이 있다.그리고 어구는 대구법과 점층법이 많이 리용된다.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 표달효능이 화법기교에서 말하는 립체질감을 두드러지게 하는것과 조금 맞물린다.물론 그 표현결과는 미감이 적고 너무나도 실용적이다.언어미의 이미지를 추구하는것이 아니라 강조의 뜻만 나타내기에 어구에서 드러나는 음운은 내재적인 률동을 표현하지 못하고 다만 듣는 사람들더러 장난끼와 생동한 유머감만을 만끽하게 할뿐이다.
 어쨋든간에 아버지를 비롯한 몽강진 사람들의 언어표달들은 어느 정도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해주어도 무방한듯 하다.“몽강진끼”,“몽강진 쌍다리”라는 말도 있는데 내가 몽강진 사람들의 언어표달에 그럴듯한 이름 하나를 달아주면 어떨가? “몽강진식 언어표달법”이라고 할가? 아니면 “몽강진 먼지때투성이식 표달법”이라고 할가?그런데 지역언어의 표달속성과 그 특성들은 어디로부터 생겨지는것일가? 언어학도 아주 복잡하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물음이 아닐수가 없다.나의 어리석은 생각에는 몽강진에서 출토된 “고추개구리문자비석”에 새겨진 “고추개구리문자”가 부각체상형문자라는 사실을 빌어서 고향사람들의 언어표달을 “몽강진 부각언어표달법”이라고 이름짓는것도 괜찮게 재미있을것 같다.알게 모르게 또는 미신적으로 몽강진끼가 “고추개구리문자비석”과 관련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았었는데 그렇다면 “몽강진 부각언어표달법”도 몽강진끼와 련관된다는 말이 아닌가?
   조각예술에서 부각수단은 립체질감을 추구하는 표현수단에 속한다.그러니 몽강진 언어표달도 감히 립체질감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흐흐,땅속에서 부각체상형문자가 새겨진 “고추개구리문자비석”이 뛰쳐나왔다고 우리 몽강진 사람들의 언어표달이 “몽강진 부각언어표달법”으로 되여있는건가? 흐흐,사실 나도 할아버지와 아버지 구두어습관을 영향받았기에 때로는 언어표달에서 “몽강진 부각언어표달법”을 그럴듯하게 써먹는다.그뿐인가? 내가 “몽강진 부각언어표달법”을 그럴듯하게 써먹으니깐 회사의 동료들까지도 “몽강진 부각언어표달법”을 적잖게 배워내고 있다.
 재복은 자기가 “몽강진부각언어표달법” 보급자로 되였다는 생각이 들자 얼굴에 질벅한 웃음을 띄어올렸다.그러나 그는 갑자기 며칠째로 골머리를 앓아온 일이 또 생각났으므로 이마를 깊게 찡그렸다.그리고는 두손바닥을 마주비벼대였다.
  재복은 며칠째 돈때문에 크게 속썩이고 있었다.그래서 “에씨,고추개구리도 안먹는 돈,아니아니,개도 안먹는 돈이 사람을 죽인다!”를 몇번이나 중얼거렸다.그러면 연희는 재복의 말투가 몽강진 말투로 아주 되돌아가니 조심하라고 하였다.그리고는 “10만원 이면 공무원시험에서 뢰물을 먹이고 철밥통을 끌어안는 편이 훨씬 좋겠다!”고 말하였다는 “감옥장”은 예술세포라고는 없으니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커녕 철밥통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였다.재복은 누구에게도 돈이야기는 꺼내지 말라고 부탁했었다.하지만 연희는 이미 “감옥장”에게 모든것을 고해바친 모양이였다.
 돈때문에 신경이 고추개구리 똥을 태운 재처럼 꼬장꼬장 말라버리는 탓이였을가? 재복의 고추개구리 재수꿈에는 지페장이 하늘로 둥둥 떠오르는 몽경마저 나타났다.
 어제밤에도 재복은 고추개구리 재수꿈을 꾸었다.
 
  고추개구리들이 몽강 흙탕물속을 오르내리고 있었다.모두가 너덜너덜입에 지페장들을 깨물고 있었다.이빨도 없는것들이 지페장을 빨깍빨깍 씹어먹는 놈들도 있었다.놈들은 없는 모가지를 기껏 빼들고 주둥이들을 힘껏 내밀고 있었으므로 입에 깨물고 있는 지페장을 물에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것 같았다.그 장면이 우스웠다.
  갑자기 고추개구리산으로부터 큰 바람이 불어왔다.한여름에 무슨 바람이 이렇게도 드셀가? 재복의 “사자머리”를 만들려는 더벅머리를 나붓겨주는 바람은 몽강의 흙탕물까지 마구 뒤집어 놓았다.그러자 적잖은 고추개구리들은 몽강 언덕우로 기여올라왔다.아마도 너덜너덜입에 깨물고있는 지페장들이 흙탕물에 젖어버릴것이 념려되였던 모양이였다.
 쌍둥이 고추개구리 된 고추개구리 두마리가 몽강을 기여나오는것이 눈에 유표하게 안겨들었다.암컷을 타고있는 수컷은 지페장을 이미 씹어삼켰는지 입에 아무것도 없었고 수컷을 업고있는 암컷은 씹어먹던 지페장을 그냥 깨물고 있었다.
 두놈은 쌍둥이 고추개구리를 그만두었다.그러고는 암컷이 깨물고 있던 지페장을 빼앗는 싸움을 벌렸다.놈들은 주둥이만 아니라 네다리까지를 팔짝팔짝 놀려대였는데 여러가지 동작들은 무협영화에서 보아오던 무술동작들을 본딴것이였다! 여러가지 무술동작중에서 몽강진 쌍다리를 날렵하게 놀려대는것은 진짜로 멋있었다!
   사람이 저들의 “고추개구리껍질 쟁탈전”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차린 두놈은 놀랐는지 끼꿀끼꿀 울었다.그리고는 지페장을 내버리고 몽강에 풍덩풍덩 뛰여들었다.몽강속에서 끼꿀끼꿀 울어대였다.그 울음소리는 “고향의 몽강” 곡조와 흡사하였다! 강언덕우에 내버려진 찢겨진 지페장은 “고향의 몽강” 곡조를 따라서 하늘로 둥둥 떠올랐다…
 
 에씨,“탐오와 랑비는 아주 큰 범죄이다.”고 고추개구리 재수꿈도 아껴서 꾸어야 그럴듯한 꿈일것이다.령험한 꿈일것이다.전번에는 고추개구리들이 서로간에 등에 난 검은 사마귀 혹들을 물어뜯는 피비린 “고추개구리 성형수술게임”을 꾸었다.그러나 지금까지도 아무런 해몽도 못하였고 아무런 그럴듯한 징조도 없다! 그런데 무슨놈의 “고추개구리껍질 쟁탈전”인가? 에씨,만날 꾸어대는 고추개구리 재수꿈은 이제부턴 상관도 하지말자!
  아침출근을 나서던 재복은 오늘부터는 고추개구리 재수꿈이든 "돼지잠에 고추개구리꿈"이든 죄다 잊어버리고만 싶었다.북경에서 온 기획전문가들은 어째서인지 요즘에는 트집잡기만을 좋아하였다.그들은 돈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재복이가 내놓는 획책설계 제안들을 두고 “이것은 이미지가 너무 동화적이다,저것은 실물성만 짙고 예술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들을 해대였다.”동방”의 “형상 및 이미지 디자인” 획책설계는 간단하게 쉬운 일이 아니였다.재복은 여러가지 제안들을 내놓고 검증하느라고 눈코뜰새도 없었다. 또 컴퓨터로 그림을 그릴수도 있고 사진을 다룰수도 있는 CAD소프트도 익혀내야 하였으므로 고추개구리 재수꿈같은것은 풀이해볼 욕심이 없었다.
 저녁퇴근 시간이 된지도 이미 한시간이 된다.잔업중이던 재복의 핸드폰이 길게 울렸다.아버지 전화였다.아버지는 아들이 몽강진을 떠나 연길로 돌아오니깐 연희보다도 전화하기를 즐기는것 같았다.
   “재복아,이젠 퇴근하였겠는데 뭘 하고 있나? 연희하고 밥먹고 있나? ” 
   “아니예요,잔업인중데…”
   “그럼 우린 어떻게 할가? 할아버지와 나는 연길 세집 아파트 아래에 도착했거든 ! ”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사전에 전화도 없이 연길로 오다니? 재복은 연희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에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저녁식사를 부탁할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세집 아파트에서 밤늦게까지 재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희는 오늘 저녁엔 ‘복무빌딩’ 랭면을 사주었단 말이야.네가 시킨거지? 택시로 우리를 데려다주고 세집 아파트 문을 열어주고서 돌아갔거든.나는 아침에 왔다가 저녁에 돌아가자는데 할아버진 저녁에 왔다가 하루밤 자고 래일 돌아가면 너들을 실컷 만나볼수 있다고 나라주석식 명령을 내려서,우린 막차를 타고 온거야…”
  아버지의 두서없이 말들은 무슨 잘못이라도 변명하는듯 하였다.그의 몸에서는 술내가 물씬 풍겼다.
 “쩌-어-쩌,나는 삶은 계란을 한개만 추가했는데 너는 뭐야? 아무리 연희가 사주는 술이라 하여도 술게걸병에 든것처럼 ‘조양천’ 한병을 다 퍼먹다니?”
 할아버지는 아들을 나무리다가 때가 시꺼멓게 오른 붕대끈으로 목에 걸고있던 왼손을 손자에게 놀려보였다.
   “왼손 손목뼈도 거의 잇겨진것 같다.너 애비가 너무 떠들길래 연길병원에 검사를 보일러구 온거다.네가 새 회사에 청가를 내면 너에게 좋은 일은 없을가봐 전화두 없이 온거지.그런데 재복아,10만원 돈이라면 엄청난건데 우리는 어떻게 할가? 후유- 내가 몽강진공안분국과 정부신방국을 다니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최진장에게 대답해주지 말어야 하는건데!”
  “야-,그것 참,10만원이면 우리집 고추개구리들이 2년을 먹어댈 사료돈이다.근들이 똥배갈을 큰 트럭으로 실어와도 될 돈이다! 그런데 도대체 10 만원을 어떻게 쓸려구? 전람회라는건 뭐냐? 그런건 외상으로 안해주나?…”
  할아버지 말을 이어받던 아버지는 정수기에서 찬물 한컵을 받아서 꿀꺽꿀꺽 들이켰다.
   “어-,시원하다.물도 고추개구리껍질을 주고 사면 더 맛좋은건가? 재복아,빨리 시원하게 말해보라는데.네가 말해주지 않으면 할아버지는 오늘밤을 뜬눈으로 새울 잡도리인데!”
   “너는 어째서 나를 앞에만 내세우는거냐?! 내가 무슨 모든 일에서 앞장서기를 즐기는 고추개구리 대장이냐? 재복아,금방 연희가 조금 말해주었다마는 너 애비의 속이 고추개구리 똥을 태운 재로 되지말게 얼른-얼른 말해보라느데!”
 “…”
   연희는 입이 빠른게 흠이다.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아무말도 하지말라고 전화에서 부탁했었다.그런데도 못참아내고 참새처럼 종알거리다니? 
 
  몽강진에서 돌아온 이튿날,회사는 “동방”의 “형상 및 이미지 디자인” 설계와 작성을 검토하는 회의를 열었다.《몽강류역 고추개구리경제산업발전기획서 기본요점》은 동물사진작품에 능한 유명사진작가들을 고용하여 몽강진 고추개구리 사진작품들을 찍어내고 그 사진작품들을 “동방”의 “형상 및 이미지 디자인” 기본바탕으로 채용할것이라고 제시하였었다.그런데 북경에서 온 기획전문가들이 회의중에 생각밖의 건의안을 내놓았다.키가 큰 기획전문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진작품은 ‘죽은 물건’으로 되기가 십상이다.그러나 그림작품은 화가의 사상과 정서가 깊게 내재됨으로 사진작품보다 이미지적으로 예술적으로 ‘본체’를 생동하게 활성화시킨다.고추개구리는 사람들 인상중에 더럽고 흉측한것으로만 남아있다.때문에 우리는 몽강류역 고추개구리들이 사람들에게 남겨준 인상을 개변시키는것을 ‘동방’의 ‘형상 및 이미지 디자인’을 창출하는 출발점으로 판단하여 왔다.그것은 ‘동방’이 고추개구리 시리즈산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이 리상적으로 진행될 필요조건들을 ‘제조’함에 있어서의 관건이다.왜냐하면 소비자들 머리속에 깊게 배겨진 고추개구리의 고유의 형상과 이미지를 깨끗하게 소멸해버려야만 고추개구리 시리즈산품이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동방’이 유명기업소로 발전될 시장인문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에는 정재복의 고추개구리 그림이 고추개구리사진보다 ‘동방’의 ‘형상 및 이미지 디자인’ 획책과 작성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김사장집에 걸려있는 정재복의 고추개구리그림 화필이 명쾌롭고 랑만미가 다분하여 인간령기가 넘쳐나는 ‘살아있는 물건’이라는 느낌을 주었다.정재복이가 몽강진 사람이라는 사실과 관계될지도 모르지만 정재복의 고추개구리 그림은 고추개구리를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찬양하는 인문정신이 많이 표현되고 있다.몽강류역 고추개구리들에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이미지를 부여시키려는데 알마춤한 그림작품이 아닐수가 없다.
   정재복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들을 ‘동방’의 ‘형상 및 이미지 디자인’의 기본바탕 으로 채용한다면 몽강진 ‘형상 및 이미지 디자인’ 설계와 작성을 위하여서도 훌륭한 도화선 하나를 묻어두었다는 이야기로 된다.말할것없이 큰 도움이 될것이다.따져보면 몽강진 경제문화산업발전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이미지를 부여시킨 고추개구리의 ‘형상 및 이미지’를 떠날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몽강류역 고추개구리경제산업발전기획서 기본요점>은 고추개구리 사진작품을 ‘동방’의 ‘형상 및 이미지 디자인’ 기본바탕으로 할것이라고 이미 제시하였다.때문에 만일 정재복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으로 고추개구리 사진작품을 대체하려면 ‘동방’의 동의는 받아야 한다.” 
    키작은 기획전문가도 입을 열었다.
    “우리가 ‘동방’을 설복하려면 힘든 점도 있다.관건점은 정재복은 이름난 화가가 아니며 그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들이 아직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못하였다것이다.
   우리 ‘환우’는 고추개구리사진작품전을 개최한다는 방안을 짜놓고 있다.정재복의 고추개구리그림작품들의 지명도를 높히려면 같은 값에 고추개구리사진 작품전을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으로 바꾸어버리는것도 방법이다.그러면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은 정재복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으로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연길,장춘,북경이라는 점층적 순서를 따라야 하고 여건들이 허락되면 해외개인전도 개최해주어야 한다.그러나 되도록이는 상업성을 감추어버리고 예술창조성을 두드러게 ‘조작’해야 하고 영향력이 거대한 매스컴 기자들을 많이 초청하여 ‘립체공세’를 발동해야 한다.
   ‘립체공세’ 중점은 강대한 매스컴들을 리용하여 ‘초대형인공바람’을 만드는것이다. ‘초대형인공바람’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리상적인 대책을 짜놓고 빈틈없이 진행하면 이름없는 사람이라도 하여도 큰 별로 떠오를수 있는것은 사실이다.해마다 ‘음력설야회’에서 떠오르는 연예계 스타들을 보라! 그들중에 실력없는 사람들도 적잖다.그들은 재벌들이 암암리에 잘 ‘포장’해주고 대담하게 묘하게 ‘운행’해주는 ‘초대형인공바람’이라 는 수단과 방법으로 성공하는것이다.
   그리고 정재복은 미술가협회 회원은 되여야 한다.연변미술가협회는 물론이고 중국 미술가협회라든지 또는 그것보다도 큼직큼직한 미술가협회에 들어야 한다.돈을 내고 가입한다 하더라도 밑질것은 없을것이다.명함지에는 ‘몽강고추개구리그림창작실’ 또는 ‘고추개구리산화실’과 같은것들을 써넣어야 한다.물론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 뒤에는 멋들어진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집도 출간해야 한다.
보충사항으로 내놓는 말이다.정재복이가 전에 즐겼다는 ‘사자머리’를 회복하고 개성 과 창조성이 독특하게 표현되는 수염을 길러낸다면 좋은 일로 될것이다.이름난 화가들 중에 헤어스타일이 독특하게 개성적인 털보가 많은것은 사실이다!”
키가 큰 기획전문가가 또 입을 열었다.
   “이런것들은 얼핏 보면 턱도 없는 일같다.하지만 세상은 많이 변해졌다.이 몇년동안 ‘감히 못해낼 일은 없고 감히 생각해내지 못하는 일만 있다.’는 말이 유명하지가 않은가? 우리 ‘환우’는 정재복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들을 충분하게 리용하고 ‘동방’과 몽강진정부와의 합작을 계기로 <동북3성로공업기지진흥규획서>가 발포되고 ‘장길도발전책략’이 바야흐로 실행될 시장을 아주 점령해버려야 한다.”
  북경에서 온 기획전문가들의 발언을 귀담아듣던 김사장은 한동안 아무말도 없었다.그러다가 머리를 끄덕거렸다.벌건 지렁이 흉터가 나있는 이마까지 불깃불깃해지는것을 보니 어딘가는 흥분된것 같았다.
   “예,여러분,진공자세책략을 무조건 갖추어라고 몽강진 고추개구리들도 뒤걸음질은 모른다고 땡땡사업가로 되려면 왼손에는 원거리미싸일을 들고 오른손에는 핵무기를 장만하라!고 모두들 그렇게 노력합시다.나는 오후에 몽강진으로 갔다와야 하는데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내는것으로 합시다.”
   김사장은 퇴근무렵에 몽강진으로터 돌아왔다.그는 “동방”이 정재복의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으로 고추개구리사진작품을 대체하려는 제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말하였다.
  재복은 뛸듯이 기뻤다.어려서부터 화가로 되는것이 꿈이였고 사범대학 시절부터는 개인전이 꿈이였었다.나도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을 개최하게 되였다니?! 그날밤 꿈에서 고추개구리들이 사마귀 혹들을 서로 물어뜯던 “고추개구리성형수술게임” 장면을 만났던것은 혹시는 나의 일생에 전환점이 생겨졌음을 말해주는것이였지도 모른다!
  재복은 퇴근하자 연희를 불러내였다.그에게 자초지종을 알려주었다.세집아파트로 돌아온 재복은 그려두었던 고추개구리그림들을 정리하면서 끝없는 생각에 잠겼다.
   머리칼은 1년만 길러서 다듬어주면 “사자머리”로 될것이다.그런데 내가 가물에 콩나듯한 수염을 길러내여 개성과 창조성이 겸비된 털보쟁이로 된다는것은 어려운 일이다.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털보라면 나도 무조건 털보일것이다.그러면 얼마나 좋을가! 그런데 개성과 창조성이 겸비된 유표한 수염이란 도대체 어떤것일가? 구레나룻? 탑삭부리? 메기수염? 염소수염? 아니면 내가 널판자 문짝에 그려넣은 두마리 고양이처럼 몇대밖에 없는 길다란 수염을 날카롭게 곤두세우는것? 흐흐,수염없던 누구는 자기 겨드랑이 털을 얼굴에 수염으로 이식하고 더러운 땀만 삐질삐질 내돋게 만들었다던데.흐흐,그리고 외국에는 괴상망측한 수염을 비기는 수염시합이라는것이 있다고 하였지,시간나면 인터넷에서 수염시합 사진들을 검색해볼가?
    “감옥장”은 “사자머리”가 꼴분견이라고 하였다.그런데 내가 난데없는 수염쟁이로까지 변해버리면 그는 어떻게 생각할가? 어떻게 말해줄가?…
    이튿뒤 김사장은 재복을 사장실로 불렀다.
  “화가선생,말 내놓기는 어딘가 그렇거든… 조사와 예산을 해보았는데 연길에서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을 잘 하려면 거의 20 만원 정도는 든다구 그래.20만원을 회사가 전담하기는 힘들지.필경은 개인전인데! 화가선생이 절반을 분담하면 안될가? 물론 회사는 그림들이 팔리는 수입에는 손을 내밀지도 않을테니!”
   재복에게 있어서 10만원 돈이란 진짜로 엄청난 돈이였다.그러나 그는 고추개구리그림 작품전만은 꼭 개최해보고 싶었다.그래서 여러날째 골머리를 앓아왔던것이다.
 
    손자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였다.
   “재복아,너 엄마와 10만원 보내달라구 말해볼가? 장가갈 아파트를 장만는것두 중요하지만 개인전이라는것이 아주-아주 중요하다는데.”
    “할아버지,그건요…”
    “재복아,너는 요즈음 너 엄마 전화를 받았니?”
    “아니예요,엄마는 오래동안 전화가 없는데…”
   “그러면 네가 너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줄거지…하지만 그놈의 전화비가 ...”
   엄마는 전에 주일마다 아들에게 전화를 해주었었다.그런데 언제부터 전화가 너무 뜸해졌다.엄마 전화를 받아본지가 반년도 되였으므로 비싼 국제전화였지만은 재복은 며칠전 엄마에게 국제전화를 한번 걸어보았었다.
   “전화는 한번 해보았는데 엄마 핸드폰번호가 빈 번호로 나오던데요,아마 핸드폰번호를 바꾸었느지? 그런데 아버지,요즘 엄마전화를 받아보았나요?”
    “…”
  아버지는 무거운 숨소리을 씪씩거리기만 하고 아무 대답도 없었다.
  “재복이가 물어보는데 너는 대답두 안하구 뭘해? 쩌-쩌쩌,기차기두,그 나이를 쳐먹서도 고추개구리 똥같은 술밖에 모르니! 그러면서도 만날 재복의 사돈보기를 해주겠다는 말을 끼꿀-끼꿀 곱씹기는!”
   할아버지 핀잔을 받자 아버지는 갑자기 크게 소리질렀다.
  “젠장,신경질난다! 할일이 없으면 고추개구리 코구멍이나 우벼주지! 뭐라구 고추개 구리 똥같은,아니아니 개똥같은 전화를 받겠나요? 재복아,너는 다시는 전화를 걸지도 말어! 씨불랑,10만원이 아니라,남의 손에 아주 쥐여서 놀건데 단돈 10원두 안줄거야!”
    “쩌-어-쩌,너는 고추개구리 키우기나 좋아하구,아들이 잘돼나가는 일은 아예 관심도 없느냐?”
   “재복아,내 술 먹었다고 막 하는 말은 아니다! 넌 한국엔 전화하지도 말구 돈 받을려는 욕심두 말어! 아파트고 뭐고 다 고추개구리 나발통,아니아니 개나발통이야,10만 원은 내가 방법을 대볼게!”
   “쩌-어-쩌,말 한마디 천냥값이라 하지만 네가 무슨 수로 10만원을 장만해? 그런데 너는 말속에 말이 들어있는것이 아니냐? 도대체 무슨 일이냐? 너는 재복이 엄마와 전화로 말다툼이라두 벌렸댔느냐? 한국서 로무한다는것두 아주-아주 고생이라는데.”
  “다투긴? 밥먹고 할짓이 없어서? 이젠 다툴 필요도 없는데…”
   아버지 말에는 가시가 많이 돋혀있었다.엄마와 말다툼질을 대판으로 벌린것 같았다. 아버지는 전에도 엄마전화를 받으면 돈을 보내달라고 투덜거렸었다.이번에도 아마도 돈을 보내달라고 떠들었을것이다.
    “아버지,이제는 엄마하고 돈 달라는 말은 하지말구…”
    “젠장,씨불랑,네 애비가 밥빌어먹는 고추개구리냐? 공부못한 고추개구리 팔자 실업쟁이기는 하지만 생홀아비 무깍지이기는 하지만 누가 한국에서 죽어서 나자빠지겠다는 년하고 돈 달라구 그랬느냐?”
    “그저 엄마하구 말다툼하지 말라는 말인데.”
   “응-,알았다.알았어.다투긴? 밥먹고 할짓이 없어서? 이젠 다툴 필요두 없는데…”
   아버지 말은 어딘가 심상찮았다.할아버지와 재복은 아버지에게 도대체 엄마와 무슨 일이 있었는가고 따져물었다.아버지는 한동안을 씩씩거리며 우물쭈물하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
    “젠장,씨불랑,언제까지 속인다고 고추개구리껍질이 생겨지겠어? 근들이 똥배갈이 생겨지겠어? 가짜리혼두 리혼이구 위장결혼도 결혼이지! 너 엄마가 그쪽에 사람 있는건 나는 알아낸지가 오래! 너 엄만 지금 병시중을 들어주던 령감과 진짜루 살고 있다는거야,김학실은 작년에 이미 나한테 모든것을 땍-땍바르게 땡-땡하게 승인을 했어,한국 국적 만들어서 집에 안돌아온대! 혼자서 콱-콱 잘 살라지! 한국에 가기전부터 남편 잘 못만났다구 고추개구리처럼 끼꿀끼꿀 떠들어대더니!”
    “쩌-어-쩌-쩌,홍일아,그게 무슨 말이니? 키넘는 아들을 앞에 두고 무슨 고추개구리 끼꿀-끼꿀 멍텅구리소리를? ”
   “에- 정말! 무슨 멍텅구리소리라고요? 내가 뭐라고 이 나이를 쳐먹고서… 어-헉-헉.”
   아버지는 갑자기 목이 메여지면서 말을 이어대지 못하였다.그는 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재복은 처음에는 아버지 말이 믿어지지는 않았다.그런데 할아버지가 화장실문을 길게 두드려대여도 목이 메여지던 아버지가 끝까지 화장실을 나와주지 않았으므로 아버지 말이 진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되였다. 
  소문에는 위장결혼으로 한국으로 로무나간 사람중에는 가짜연극을 진짜연극으로 만드는 사람이 적잖다고 한다.그런데 에씨,엄마도 가짜연극을 진짜연극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녀자든 고추개구리이든 죽어서 나자빠져도 시집만은 잘 가야 한다.”를 입버릇처럼 떠들더니!…
   에씨,제길할것! 엄마가 아버지와 갈라졌다는것은 생각밖이기는 하다.그러나 곰곰하게 생각해보면 이상하게도 그럴수밖에 없는 일같다.어째서일가? 평상시에 주변에서 그러한 이야기들을 너무나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일가? 아니면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엄마가 쪼들린 일상때문에 늘 다투는것을 보아왔기 때문일가? 
   할아버지는 한숨만 풀풀 내쉬였다.그는 재복의 눈치를 흘끔흘끔 살폈다.재복은 아버지 말이 진말일것이라고 생각되자 머리속이 빠개질듯이 아팠다.그런데 머리속은 텅텅 비여갔다.재복은 자기도 모르게 세집아파트를 나와버렸다.
   초저녁에는 꽤나 맑은 밤날씨로 느껴졌었는데 거리에 나와보니 밤하늘은 어느새 아주 캄캄해져 있었다.멀리 모아산쪽 하늘에는 작은 별 하나도 쳐다보이지 않았다.재복은 조용한 길거리를 스적스적 걸었다.
  엄마는 안돌아온다구? 한국에서 진짜결혼까지 하였다고? 그러길래 오래동안 감히 전화도 없은거지! 에씨,이제는 얼굴을 보고싶은 생각도 없다! 그런데 아버지는 가짜연극이 진짜연극으로 된것을 알고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가? 마음속에 비밀이라곤 새겨둘줄 모르는 성격에 어떻게 참고 견뎌내였을가? 오늘밤 술취한 김에 모든것을 털어놓기는 하였지만 할아버지와 나를 속여오느라고 죽게만 힘들었을거고 그야말로 마음속은 고추개구리 똥을 태우는 재로 되여버렸을것이다.
   엄마가 가짜연극을 진짜연극으로 만든 일은 연희에게 알려주어서는 안된다.최진장도 “감옥장”도 나의 가정형편에 대해서 신경을 쓸것은 뻔한 일이다.귀염둥이 딸을 부모가 외짝인 집에 주려는 부모는 적다.그런데 언제까지 그들을 속일수가 있을가? 종이로는 불을 감쌀수는 없다.그들을 속이려고 하는것은 고추개구리를 물속에 둘러메쳐서 죽이려는 헛짓이다.그러면 어떻게 할것인가?…아무튼 엄마일은 괘씸하기만 하다!
   그런데 아버지는 엄마의 일을 알고서 고추개구리 쌍년과 사귄것일가? 아니면? 만일 아버지와 고추개구리 쌍년이 결혼까지 한다면 일은 어떻게 될건가? 나는 그런 일에까지 삐쳐들 필요는 없잖은가.아무튼 아버지가 불쌍한건 너무 사실이다.그런데도 나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다고 아주 오래동안을 상대도 안해주었다…
  엄마는 고추개구리촌 “1등처녀”였다.시골선전대 독창가수였다.그는 몽강탄광로동자 문화궁에서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를 몇번 불러보았는데 몽강탄광로동자선전대 풍각쟁이였던 아버지를 알게 되였다.  
  아버지는 퇴근하면 바지가랭이가 넉가래처럼 넓은 로동작업복천 나팔바지를 바꾸어 입고 고추개구리 퉁방울눈 선글라스를 끼고 번뜩번뜩 닦아댄 낡은 자전거를 타고서 엄마를 찾아갔다.외할아버지네가 살던 고추개구리촌은 몽강진 금방 근처였으므로 만나기는 편했다.엄마는 펄럭펄럭 나팔바지를 입고 어두운 밤에도 고추개구리 퉁방울눈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풍각쟁이가 어딘가는 어느 영화에서 나오는 남자배우처럼 느껴졌다.아버지는 엄마를 만나면 자기의 로동자직업과 나라 배급쌀을 타먹는 로동자호적을 자랑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밤이였다.아버지는 삐꺽삐꺽 자전거를 고추개구리촌 가둑나무 울바자에 들이박고 코피까지 터쳤다.캄캄한 밤에 시커먼 선글라스를 끼였으므로 눈에 아무것도 안보였던것이였다.그날밤 엄마는 어두운 밤에도 고추개구리 퉁방울눈같은  선글라스를 끼는 일은 과학문화지식도 챙겨야 할 “영화배우”가 할짓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캄캄한 밤에도 선글라스를 끼는 “영화배우”를 그만두었다.그때부터 안경알도 없는 큼직한 안경테를 끼고 다녔고 “몽강탄광”이라는 글자가 씌여진 로동작업복 가슴앞 호주머니에 만년필 두개를 꼽고 옆구리에 공책을 끼고 다녔다.엄마는 “몽강탄광 로동자과학문화지식학습반”에도 다닌다고 거짓말까지 꾸며대는 “새시대로동자”가 결국은 마음들었다.그래서 때로는 가둑나무 울바자 곁에서 몽강진 쌍다리를 털렁털렁 해보이는 아버지를 좋게만 상대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달밝은 밤이였다.엄마는 몽강진 쌍다리를 날리던 아버지의 로동작업복 가슴앞 호주머니로부터 땅바닥에 떨어지는 만년필 두개를 재빨리 주어들었다.그래서 아버지가 끼고 다니는 만년필 하나는 만년필 덮개뿐인것이 발각되고야 말았다.엄마는 아버지가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공책을 펼쳐보았다.공책에는 과학문화지식이 아니라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를 비롯한 노래가사들만 꼬불꼬불 적혀있었다.엄마는 속히웠다는 생각에 속이 밸밸 꼬여들었다.홀로 고방에 앉아서 콜짝콜짝 울었다.
   엄마는 아버지더러 더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어달라고 하였다.아버지는 엄마가 갑자기 차겁게 대해주자 자기와 김학실은 이미 그런 관계라고 소문을 크게만 퍼뜨렸다.그는 고추개구리촌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예,정홍일이라구 부르는데 김학실의 신랑감입네다!”를 떠벌렸다.
   엄마가 아버지와 거래하는것을 발견한 외할아버지는 아버지 뒤조사를 해보았다.그래서 아버지가 몽강탄광 정식로동자가 아닌 림시로동자이며 소문난 풍각쟁이임을 알아냈다.외할아버지는 엄마를 불렀다.
   “학실아,고추개구리 퉁방울눈 색안경을 걸고 거리청소를 해주는 너펄바지를 입기를 좋아하는 풍각쟁이의 아버지는 술 한방울 못넘겨서 몽강진에서 이름난 ‘남자색시’인 그림쟁이라고 하더구나.무기징역 옥살이를 하고있는 ‘현행반혁명분자’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고추개구리 이빨을 지근지근 드러내면서 사람을 웃겨주는 이상한 말을 늘여대기를 좋아 하는 그놈은 공천단원두 못되구 군대가는 신체검사두 못참가했던 모양이던데! 몽강탄광 로동자선전대도 겨우겨우 들었던 모양이던데! 그런데 학실아,너는 죽을 때까지 ‘현행반혁명분자’ 가정에서 고추개구리 퉁방울눈깔같은것들을 삶아놓은 강냉이밥만 먹으며 살수가 있을만 하냐?”
   외할아버지가 반대하자 엄마는 외할아버지를 핑계대고 아버지와 거래를 아주 끊어버리자고 말하였다.그런데 아버지는 어느날 엄청난 엉터리를 쳤다.그는 엄마가 집을 나간 틈을 타서 외할아버지집에 뛰여들어 외할아버지 앞에 넙죽 엎드리였다.
   “저 말입니다.죽을 고추개구리죄를 지었습니다.저를 용서해주십시오,내가 엄마도 없는 학실이를 임신시킨것 같은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
   엄마는 외할아버지에게 그런 일은 절대로 아니라고 맹세했다.그러나 외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찾아와서 “젊은 놈들끼리 만나서 고추개구리 지랄발광까지 다 해버렸다는데 빨리 결혼시키자!”고 하였다.할머니는  아버지에게 헝겁신을 신겨서 장가를 보냈다.외할아버지는 엄마에게 큼직한 거울을 사주어서 시집보냈다.
  아버지와 엄마가 결혼한지가 1년반도 넘었다.그런데 엄마는 애기를 낳기커녕 신신펀펀하기만 하였다.그것이 하도 이상하였므로 어느날 외할아버지는 아버지를 한번 불렀다.아버지는 좋은 일은 아닐거라는 예감에 근들이 똥배갈이 20근이나 들어있는 비닐술통을 들고서 외할아버지를 찾아뵈웠다.외할아버지는 아버지를 앞에 똑바르게 앉혔다.
    “이 사람아,도대체 우리집 학실이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학실은 애기엄마 될때가 언녕 지나간것 같은데!”
    외할아버지 물음에 아버지는 능청을 피웠다.
   예,저는 처녀와 총각이 손만 잡으며 임신하는가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는 데! ”
    아버지와 엄마는 말다툼질은 많았지만 사이는 괜찮았다.그런데 재복이가 중학교를 들어갔던 그해에 하루는 둘이 대판으로 싸웠다.엄마는 무슨 일인지 아버지와 자꾸만 따져물었고 아버지는 “고추개구리산이 꽝-꽝 무너지고 몽강이 바싹-바싹 말라버려도 고추개구리 지랄병을 저지른 일은 절대로 없다.”고 하였다.엄마는 그래도 울며불면서 시집올 때 들고 왔다는 큼직한 거울과 옷보따리를 챙기면서 아버지와 리혼한다고 하였다.그러자 아버지는 자기가 “연극배우학습반”에 참가하였던 무렵에 얼굴을 비추어보기를 즐겼다던 그 큼직한 거울을 박산내버렸다.큼직한 거울이 박산나면서 그 쪼각 하나가 그림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던 재복의 종아리에 날아들었다.그래서 고추개구리 알만큼한 고추개구리 손톱만큼한 피방울을 흘렸다.할아버지는 그날 며느리에게 아버지의 고추개구리 지랄병을 꼭 떼여준다는 보증을 섰고 아버지와 엄마를 “단결,긴장,엄숙,활발(團結, 緊張,嚴肅,活潑”로 타일렀다…
 
  이튿날 아침이였다.할아버지는 세집아파트 창문가로 다가섰다.그는 3년전 엄마가 부쳐온 흰 운동화를 창문 바깥에 힘껏 내던져버렸다.
   “내 오래오래 사니깐 벼라별 고추개구리 지랄병들을 다 구경한다! 참 더럽고도 더러워서! 재복아, 네가 신던 낡은 신발이 있느냐?”
  “할아버지,9시반이면 백화점들이 영업을 시작할건데요.제가 새 운동화를 한켤레 사올게요.그리고나서 연길병원 가요!"
  “싫어! 새 운동화두 싫고 병원검사고 뭐고 왼손이고 오른손이고 뭐고 나는 죽어도 집으로 돌아간다.너들 누구든지 감히 말리기만 해봐라! 그런데 재복아,내가 죽어버리면 너 애비가 의지할건 너밖에 없다.너는 애비를 잘만 해줘야 한다!”
  아버지는 재복이가 신던 낡은 운동화를 한켤레 찾아내고 있었다.할아버지 한마디 말에 그의 눈확에는 괜히 물끼가 그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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