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张学奎文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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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한번 들어보았다
2014년 09월 01일 06시 25분  조회:484  추천:0  작성자: 비전

철 한번 들어보았다

장학규


 

작년 이맘 때 청도는 꽤나 추웠던 거 같았다. 아무래도 영하 10도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이젠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내 고향에서는 이 정도 추위는 "별 걸 아닌 걸 가지구" 정도로 타발할지도 모르나 청도는 그게 아니다. 눈이 쌓여지고 얼음 위로 사람이 걸어다닐 정도면 춥다고 형용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딸애한테 썰매를 만들어 주어 놀게 했다. 동네 애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희한하게 구경하는 와중에 딸애는 제법 으쓱거리며 신나게 썰매놀이를 했었다. 아열대 족속도 아닌 것들이 괜히 썰매를 비행접시만큼 신기하게 여기는 게 철부지 애한테도 크게 자랑거리가 되었던 게 분명했다.
그래서 올해는 멀리 고향에 있는 친구한테 아예 스케이트를 부탁했다. 그쪽에서도 별로 놀지 않는 물건을 내가 크게 좋아하는 그 친구가 이곳저곳 수소문해서 부쳐왔다. 대개 내 친구들은 이렇다. 나는 언제나 빈 주둥이만 가지고 다니는데 친구들은 항상 이렇다.
그런데 좀 맹랑하게 되었다. 당장 낼모레가 봄을 내다본다는 춘절인데 이넘의 청도가 도무지 추워지지 않는 것이다. 한낮은 항상 영상이고 아침 저녁으로만 영하 3~5도에서 매삼거린다. 집안에는 말 그대로 파리 친구가 시름없이 날으고 있고...
그래서 심보 사납게 만날 추워지기를 속으로 빌고 또 아파트 앞에 쉽지 않게 가로지난 강을 하루에도 서너번 나가 보군 했다. 하다못해 썰매라도 타게끔 해주어야 겠는데 손꺼풀만하게 얼어붙은 강이 금세 녹아내릴 것만 같아 어쩌지 못하고 지내보냈다.
그러다가 어제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아파트단지내의 경관 물도랑에서 동네애들이 미끄럼을 노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낮이라 표면의 밀도가 느슨해져 칙칙하긴 해도 미끌기는 했다. 물 깊이가 20센티 정도밖에 안되어 여러번의 한밤중 영하 5도가 통채로 얼궈 놓은 것이다. 밑에는 더 이상 물도 없고 자갈돌뿐이니 꺼져내려갈 이유도 없고 그리고 한번 얼리운 것이 쉽게 녹을 도리도 없었다.
음, 아무렴 그렇지, 이거구나.
그 길로 집에 돌아와 애를 차려입히고 바로 스케이트를 들고 나섰다. 로라스케트를 타는 밑천이 있어서 서너번 흔들거리더니 곧바로 여기저기 설치고 나갔다.
오늘 금방 또 데리고 나갔더니 그제는 완전 선수급이다. 슬슬 나하고 숨박곡질도 하려고 하면서...
크고 넓고 깊은데로만 데리고 나가자던 내 생각이 얼마나 유치한 거라는 걸 바로 증명해주는 대목이었다. 작고 좁고 옅더라도 활동의 공간이 되도록 여건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도리를 나는 이제야 좀이나마 안 듯 싶다.
이렇게 철이 드는 것이겠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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