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张学奎文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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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바두즈
2016년 02월 04일 21시 25분  조회:1283  추천:4  작성자: 장학규
 
수필

왕바두즈
 
 
나이가 점점 들면서 모름지기 몸맵시를 자주 다듬게 된다. 어쩌면 대학공부 시절의 여동창생이 준 여러번의 충고가 큰 효험을 본 것 같다.

"의포단장이라 하지 않아요. 옷 입는 것도 알아야 세상을 편하게 살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겠거니 여기고 흩어졌던 신경을 좀 모아보니 별로 나쁘지는 않았다. 시답지 않게 대해주던 주위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진 것 같았고 잘은 몰라도 낯선 사람과의 거래도 그때문에 좀 더 잘 되어가는듯 싶었다. 그보다도 자신의 기분이 퍼그나 상쾌해진 것 같았다. 이 좋은 노릇을 왜 진작 하지 않았을가고 저으기 후회까지 하게 된다. 전에도 뭐 그만한 돈이 아까와서가 아니었지만 "젠장, 이제 뭐 또 장가들건가. 그 돈이면 술이나 먹지."하고 등한히 지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 세상을 배포유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힘이 의포에도 있었던 것이다. 적자생존은 우주의 불변의 원칙이고 철리이다. 인류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현시대에서 제공(济公)식의 자만자족은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바른 마음을 가졌다 해도 헌 누데기를 걸치면 NO,상대도 하지 않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그러니까 나 좋고 남 편한 일을 마다하는 그 자체가 생존력이 미약하다는 표현이 아니고 뭔가?

친구에게서 들은 얘기이지만 이런 우스운 일이 있었다.

한 할머니가 장년이 된 아들과 말다툼을 한 한족사람을 찾아가서 시비한다는 것이 단통 "왕바두즈"부터 퍼부었다고 한다. 중국어를 아는 사람들은 이 욕이 얼마나 큰 욕인줄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오쟁이 진 사람을 "왕바" 즉 "자라"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그 욕을 노상 입에 달고 있는 것을 목격한 할머니는 그것을 머리 속에 꼭 기억해 두었다가 긴하게 한번 써먹은 것인데 구경 어느 정도의 욕인지는 그 할머니도 모르는 일이었다. 

욕을 얻어 먹은 한족이 아무리 해도 억울하기만 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느냐 말이다. 아무리 부모의 눈에 자식은 영원한 어린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혹간 주먹도 오갈 수 있는 것인데 입부림 한번에 "왕바두즈"를 먹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바 없었다. 그래서 수두룩한 울분과 불만을 가지고 젊은 주인과 무릎 맞춤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일종 오해로 빚어진 것임을 알고 결국 일소로 끝맺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부지자 불괴(不知者不怪)"
이른바 모르는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는 중국 속담이다. 아량이 있는 민족이라 할까. 하긴 도무지 하나밖에 장악하지 못한 중국어  단어를 써먹었는데 어떻게 탓한단 말인가? 대국 언어가 하나라도 먹혀들어간다고 너르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문제는 오히려 우리한테 있는 셈이다.
무엇때문에 우리는 이처럼 피동적인 삶을 영위해가는 것인가? 안 입는 것이 도고할 수 없고 모르는 것이 당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의포가 꼭 필요하고 유용하다면 한번 좀 다듬어보고 한어가 반드시 수요된다면 가능한 한 많이 배워둬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입각점이고 우리가 다채로운 사회에로 활발하게 진출해가는 바른 길이 아닐까.

물론 소농경제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는 나태와 위촉, 나아가서 자아 봉페와 둔한 반응은 쉽게 양해가 되고 그래서 타매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에 진입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목석처럼 굳어져서 선자리 답보를 한다면 아무래도 그저 간과해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남을 찍어 말할 필요가 없이 우선 필자 자신부터 시대 발전에 둔감했고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기정모식에서 해탈하기 어렵다보니 수두룩한 웃음거리를 만들어 내어 난처해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전에 베이징에 진출했을 때다. 한번은 숭문문에서 덕승문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너른 귀구멍으로 들어둔대로 손을 들어 택시를 세워놓고 기사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가 의자에 점잖게 기대앉으며 "덕승문" 하고 단창을 뽑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베이징의 택시는 ‘사람잡이’를 잘하기로 소문나 있었다. 그러기에 그 곳에서는 노련한 ‘타기족’의 스타일이 필요했다. 그런데 관청에 잡혀간 촌닭은 아무래도 숨길 수 없었던 모양으로 생각밖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 그보다도 마감에 생긴 문제가 더 난처했다. 택시가 칙하고 멈춰서고 "다 왔소."하는 기사의 하차 재촉이 나올 때까지도 ‘노련한 신사’는 점잖음을 잃고 도무지 내릴 념을 않은 것이다. 아니, 도무지 내릴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벌써 10여분 전부터 도어의 손잡이를 찾느라고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차문유리를 여닫는 손잡이만 돌리고 잡아당기고 했던 것이다. 망신이라도 이런 세상 망신이 더 있을까? 기사가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열어주는 차문으로 빠져나오면서 나 (노련한 타기족)는 막 백도로 달아오르는 얼굴을 좀처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인간이 어떻게 살았으면 도어도 열줄 몰라? 벌거지 같은 인생이 잘난체 하기는...왕바두즈데!)
기사가 속으로 이렇게 욕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등뒤가 막 서늘해왔다. 그저 사발에다 물을 떠놓고 거기에 코를 들이박고 자살하고픈 마음뿐이었다.

처음 칭다오에 왔을 때도 이와 유사한 일을 당했었다. 하루 저녁에는 사장이고 부장이고 할 것 없이 한국인이라는 한국인은 단 한사람도 회사에 남지 않고 모두 외출했었다. 그 기회에 베이징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하려고 슬그머니 사장실에 들어가 충전상태에 있는 벽돌장 같은 데코데를 집어들었다.그런데 아무리 이것 저것 눌러도 도무지 통화가 되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나절 도깨비 기와장 번지듯 잡아두드리다가 맥이 진해 돌아나왔는데 꺼졌던 데코데가 열린 것도 몰랐었다. 그때문에 애매한 동포 제씨들이 집단적으로 사장의 야단을 맞은 것은 물론이었다. 사장님이 중국 말을 몰랐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단통 "왕바두즈"를 퍼부었을 것이다. 하긴 한국 같은데서는 초등학교 학생들도 다룰줄 아는 데코데를 소위 대학 공부까지 했다는 사람이 다룰줄 모르니 ‘왕바두즈’를 먹어도 결코 억울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로 놓고 말하면 대도시 진출은 큰 수확이었고 동시에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택시의 도어를 여닫을 줄 알았다거나 데코데의 사용 방법을 익혔다거나 하는 것들은 결코 자랑거리가 못된다. 주요한 것은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가고 인생을 멋지게 다듬는 비결 같은 것을 다소나마 터득했던 것이다.

우리는 남을 원망하고 탓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남의 승인과 존중을 받기 위해 구경 얼마만한 힘을 길렀는가를 곰곰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힘이 없기에 눌리우고 업수임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멋진 차림새가 힘이 된다면 잘 입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고 잘 사는 것이 힘이라면 부의 축적에 게으름 없어야 할 것이며 많이 아는 것이 힘으로 된다면 구지욕에 불 타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입방아만 찧지 말고 개인이나 집단의 힘으로 되는 모든 일에 행동부터 앞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물쭈물하다가 나중에 시대와 역사에 도태되어 진정 '왕바두즈"가 되는 그날에는 후회해도 행차뒤 나발 격일 것이다.
 
                                                                                                                                       1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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