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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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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들이]13. 고사장 그녀
2013년 06월 03일 08시 32분  조회:1587  추천:0  작성자: 김재진
13.  고사장 그녀
 
고사장은 쩍 하면 집 모퉁이로 돌아가 핸드폰 통화를 하곤 하였는데 그 모퉁이란 바로 우리부부가 들어있는 방의 서북쪽 창문 밖이라서 그녀가 전화로 큰 소리 치며 성내군 한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고 또한 그 상대가 배사장이라는 것도 점차 알게 되였으나 영문만은 알 수 없었다.
“배사장하구 고사장 잘 안 맞는거요?”하고 호성이와 넌짓이 물으니 리혼 한지가 몇년 잘 된 것이라하니 나의 궁금증은 더 커졌다. “이혼? 왜서요?”
“몰라유, 배사장이 바람 피웠다나유… 그래서 집이구 애들이구 쎈터구 싹 다 고사장이 가졌잖아유? 배사장한테 백 오십만원씩 생활비만 준대유. 이 쎈터 배사장 세운건데, 돈은 사모님 부모가 냈다나유…배사장 점잖구 마음 고와유…”
호성이는 언제나 알고있는 것이면 다 말 해주었다. <고사장 그녀가 성질이 사나워 배사장이 다른 녀자를 보게 되였을까? 아니면 배사장이 다른 녀자를 보았기에 고사장 성질이 나빠졌을까?> 이 수수께끼를 난 오늘까지 풀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이세상에 닭이 먼저 있었나, 닭알이 먼저 있었나?”하는것과 같은 문제이다. 배사장은 중국에서 건너오면 집으로 가지 못하고 센터에서 먹고 자고 한다. 애들과 밤이면 고스톱도 치고 치킨을 배달시켜 소주도 함께 마시고 틀거지 없이 보낸다. 어떤 날엔 친구들과 함께 낚시터에서 밤을 새우고 날이 밝아서야 돌아오는 때도 있다. 배사장이 지난밤에 센터에서 자더냐고, 아니면 몇시쯤에 돌아왔더냐고 고사장이 나하고 몰래 살랭이 묻는 때도 여러번 있었다. 고사장이 출근하여 센터로 온 후이면 배사장은 집으로 가 옷도 갈아입고 낚시대도 내오고 할 일을 한다. 주말이면 고사장은 초등학교 2학년과 5학년 다니는 두 아들을 데리고 와 아버지와 만나 놀게한다. 마흔 네살 고사장이 큰 애가 열둬살 밖에 안되니 조금 늦은 셈이다. “한국에 바람 안 쓰는 남자 어데 있게? 어떤 남자면 고사장을 맞출까?”라고 하는 안해의 두루뭉실한 해답이 맞는것 같기도하다.
고사장은 하루 건너로 검으락 푸르락 애들과 성격을 부린다. 물론 애들이 잘못한 일도 있을 수 있고 자기 기분 상한 일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성격을 부려서야 될 말인가? 그래서 젊은 애들은 배겨내지 못하고 인츰 가 버리군 한다. 일년 있는 사이 나의 안해도 그한테 그런 무모한 변을 둬번 당했고 세번째 우리는 끝내 센터에서 나오고 말았다. 처음 한번은 쌀이 떨어졌다고 입을 열었다가(쌀은 직접 고사장이 사들이기로 결정되여 있었다.) 날벼락을 맞았다. 고사장한테 무슨 좋잖은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의 안해는 무고한지라 억울하였다. 그렇다고 말 대꾸 하며 그녀와 같은 모양을 할 수는 없는 안해라 홀로 울분을 삭이느라 하루종일 끙끙 속알이를 하였다. “뭐, 속 탄 일이 있어 그러는거겠지. 량해하고 맘 넓게 먹소, 별도 없지뭐…”하며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였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안해를 보며 속이 쓰렸다. 그 보고는 맘 넓게 먹으라 했지만 내 마음은 좀처럼 넓어지질 않았다.
“재성이 차 당금 찾아다가 팔아버려라.” 저녁상이 거의 끝날무렵 고사장이 말했다.“재성이 차”란 배사장의 봉고차인데 자가용이 없는 재성이가 몰고 배달 다니다가 한주일 전 조심하지 않아 구렁창에 굴리여 수리소로 갔다. 그것을 당금 찾아다가 팔아버리라는 소리이다.
“그거 배사장 차인데 배사장 허락도 없이 맘대루 팔아버려 씁니까?” 나는 기회를 놓칠세라 말꼬리를 단단히 잡고 안해의 “원쑤”를 갚을 태세를 취하였다. 사실 얼토당토한 말참견임을 누구나 다 안다. 고사장은 나를 뚫어지게 쏘아보고 애들도 밥술을 입가에서 멈춘채로 퀭하니 의아쩍고 놀라운 눈길로 바라본다. 옛날옛적 철부지 시절에 이놈이 그래도 “하늘도 땅도 무서워 하지 않는 반란자” 멍청이 두목이였음을 그들로선 알리 없다. 멍해진 그들을 한번 둘러 본 후 나는 밥을 그냥 먹었다. 반년 남아 나와 큰 소리 싫은 소리 한번 안 했었지만 내가 공공연히 배사장 편을 들고 나서는 이런 때에 입을 다물고 있을 고 미자가 아니임을 나는 잘 안다. 얼마전 리부장이란 애가 중국에 있는 배사장과 몰래 전화 통화를 했다가 고사장한테 된 욕을 먹는 것을 나는 직접 보았었다. 부산에서 온 고사장의 친척이라는 김부장이 둬달 있다가 고사장과 이가 틀려 돌아가고 배사장이 있을 때부터 실장 직을 가졌던 리씨가 부장으로 진급을 한 것이다. 배사장을 알고있는 애들은 모두 고사장보담 배사장을 더 좋아 하였고 그러는 줄을 번연히 알고있는 고사장 또한 그것을 제일 싫어하였다. 그러니 “원쑤”를 갚자면 배사장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아저씨, 아저씨가 지금 날 가르치자는 거시유?” 고사장은 저가락을 밥상위에 살랭이 내려 놓으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왈칵 터지려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름이 확연 하였다. 나같이 말 없이 일만 하던 놈이 사장님을 감히 가르치려고 들다니 그 누구든 상상도 못 할 일이였다.
“예? 가르치자는건 아니고…” 사실은 분풀이를 하자는 것이였다. 나는 꾸밈 하나 없이 단도 직입적으로 하려던 말들을 냅다쏟았다. “듣자니 오늘 아침에 아줌마를 욕 했다면서요? 뭘 잘 못했다는 겁니까? 평생을 싫은 소리 한마디 들어 못 본 사람을, 잘못 하나 없는 사람을 그렇게 마구 꾸짓어도 된다고 생각합니까? 아줌마뿐만 아니라 센터 사람들 사장님의 욕을 밥 먹듯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모두 얼마 견뎌내지 못하고 길을 익히고 일을 익히고는 가버리지 않습니까? 남을 존경 할 줄 알아야 남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거 알겠죠? 사람은 덕으로 다스리고 도리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도 알겠죠?” 절반쯤 낮춘 목청이였으나 물음표 몇개를 련속 내뱉고 나니 오뉴월 무더위 갈증에 얼음물 한컵을 쭈ㅡ욱 들이 켠 듯 온 몸과 마음이 상쾌하였다. 애들은 감정 표현을 감히 못하고 멍해졌는데 식사를 먼저 끝내고 곁방으로 건너갔던 리부장이라는 애가 사이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고사장 뒤에서 나를 향해 엄지를 세워 보인다. 웬일인지 그녀는 까딱 말이 없었다. 말이 있더라도 된욕일지라도 나는 입을 딱 다물고 여기에서 끝내려 생각 했던 것이다. 적당히 하고 그치는것(适可而止)이 누구에게나 리로울 것임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배사장에 비기면 거리가 먼거 아닌가?”“그까짓 밸땍이니 배사장하고도 못 사는거 아닌가?”하는 따위의 헛소리는 내가 용케 삼켜버리고 내뱃질 않았다. 내가 “미안합니다.”하며 수저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고사장이 드디여 입을 열었다.
“잠깐 앉어보세요…”
나는 반쯤 일어서다 말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는 한동안 뭔가를 생각 하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성질이 나쁜건 누구나 다 아는거구요, 나도 잘 알아요. 노력해서 고칠겁니다. 아침에 아줌마하구 큰 소리 친것두 미안해요. 좀 그렇다고 이 많은 애들 앞에서 내 위신 깎아야 속 시원 하시겠어요? 그리고 배사장 자동차문제 같은건 아저씨와 전혀 상관 없는 일이잖아요?…”
“참으로 죄송하게 되였습니다.” 물론 상관 없는 일이고 말고. 나는 빌고 들어야 하고 간단히 대화를 빨리 끝내버려야 함을 안다. 그래서 그의 말을 잘라버린 것이다. “나도 성질이 무지 나쁜 놈이랍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을 것이니 이번만 봐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됐어요, 그만 합시다. 들어가 쉬세요.”
“예, 사장님두 조심해 가십시여.”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왔고 고사장도 그자리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싸움 끝에 정이 든다”고 하였던가? 그렇게 다투고 난 후 나는 그녀가 미울 대신 저도 몰래 정이 가고 동정하게 되는 것이였다. 그녀도 그런가봐, 아니, 그녀가 그런 태도이니 내 마음이 더욱 들뜨는 것이 아닐까?
매일 아침 내가 “대문” 밑에서 돼지사료 가공일을 할 때면 고사장이 출근 한다. 그는 언제나 승용차에서 내리면서 곱게 웃는 얼굴로 “안녕하셨어요?” 부터 부른다. 그러면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오셨어요?”라고 답례 한다. 그는 내곁을 지나며 이것 저것 묻기도 하고 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승용차에 싣고 온 무거운 물건들을 사무실에 들어다 달라기도 한다.
“싸움”한 바로 그 이튿날 아침이였다. 종전보담 조금 늦게 새하얀 승용차가 “대문”밖에 멈춰서고 차문이 열렸다. 전날 저녁 있은 불쾌한 일로 그녀를 대면키가 좀 송구스럽긴 했지만 그렇다고 피해 숨을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헌데 이날 아침엔 “안녕하셨어요”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웃는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대로 못 본 듯이 지나쳐 버릴 수도 없는 일, 처음으로 내가 먼저 인사를 건늬였다. 머리를 끄덕이며“오셨어요? 사장님!” 하니 “녜, 안녕하셨어요? 아저씨!”하며 그제야 그녀는 환히 웃는 얼굴을 보인다. 오늘은 이아저씨가 어쩌나 볼라고 일부러 여느때와 달리 함이 분명했다. 언제나 인사를 나누며 스쳐 지나가버리는 것이였는데 이날만은 내 앞에 와 다가섰다. 가슴과 가슴이 마주 닿였다. 돌발적인 순간이고 숨 막히는 순간이였다. 이러한 순간을 우리 서로가 저도 몰래 바라오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허지만 나로선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슬그머니 껴안으면서“엊저녁 일 미안 합니다!”라고 했어야 할 건데 나의 사유가 정지되고 팔다리가 말을 듣질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두손을 들더니 나의 얼굴을 스쳐 내가 쓴 모자채양에가 닿았다. 나의 모자채양(帽舌)이 중국희극가 조 본산의 것처럼 아래로 쳐진건 아니였지만 평평한 모양이 그녀의 마음에 썩 들지가 않았던가부다. 모자채양을 위로 반달처럼 휘여주고 바로잡아 주었다. “이렇게 쓰면 곱잖아요?” 하면서. 그음성이 청각을 통해 나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녀의 싱긋한 체취와 코숨까지 나의 후각을 파고들며 신경을 긁는다. 한손을 천천히 들어 그녀의 고운 얼굴을 만지며 “고마워요!”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여선 절대로 안되는 것이였다. 나의 머리 속은 백지장 같았고 두손은 가늘 게 떨고 있었으며 눈길은 그의 머리 위를 지나 가까운 산중턱 숲속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나는 불타는 감정을 짓뭉개며 그대로 굳어져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실망을 주었을지 믿음을 주었을지 아니면 기쁨을 주었을지 슬픔을 주었을지 사랑을 주었을지 원한을 주었을지 나는 알 수 없다. 제발 그 사랑스런 마음이 나로 인해 상처 받는 일이 없기를 기도 하면서 나는 가만히 서서만 있었다. 누나가 동생을, 동생이 오빠를 아니, 먼나먼 길을 떠나는 자가 님의 쓰다듬음을 받는 듯한 그런 자세로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드디여 손을 내리고 “아저씨, 수고해요!”하며 머리를 돌렸다. 나는 몽중에서 벌떡 깬 듯한 느낌이였다. “예,예, 사장님 수고하세요!” 나는 당황한 듯 떨리는 음성으로 화답 하였다. 맥 없이 사무실로 발길을 옮기는 그녀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속으로 웨치는 나의 마음 속에선 눈물이 흘렀다. 아무리 가여워도 아무리 고와도 그녀는 나의 사장님일 뿐이고 나는 그녀의 일군일 뿐이다. 그 도를 지키는 것이 사람 된 도리이리라…
센터에선 매달 두번씩 꼭꼭 회식을 했다. 회식 하는 날 저녁이면 일찍이 돼지사료를 주고 샤워 하고 좋은 옷으로 갈아 입고 센터를 완전히 비워둔채 애들 차에 앉아 천안으로 간다. 회식이라고 해산물 구이집에 둬번 가보고 전부 돼지고기 삼겹살을 숫불에 구워 상추와 깨잎에 보쌈 싸 먹으며 소주를 마시는 그런 곳으로 갔다. 고사장은 회식날이면 돈을 아끼지 않고 애들이 하자는대로 2차 3차 열두시가 넘게 먹고 놀았다.
삼겹살로 술을 얼끈하게 먹은 후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으로 가서 마시고 놀고 그다음으론 레스토랑이나 서양 술집(酒吧)으로 가 양주를 마신다. 그때 쯤이면 대부분 애들이 취하고 피곤해 돌아가고 두 셋만 남는데 내가 술고래인 면도 있겠지만 번마다 그녀가 나를 붇잡고 보내지를 않았다. 늘 재성이나 호성이가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나를 싣고 센터로 돌아오군 했는데 그애들도 주량이 크고 그녀가 고와하는 애들이다.
고사장도 주량이 컸다. 우리가 매번 가는 서양식 술집은 그녀가 사는 아빠트에서 백여메터밖에 안되는 매일이다싶이 들리여 딱 한잔씩만 마신다는 그녀의 거점이였다. 추운날 술을 마시고 자리를 옮길 때면 그녀는 나의 외투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내손을 꽉 잡고 옆에 딱 붙어 몇발자국 걷다가는 데꺽 떨어져버린다. 뒷따르는 애들 보기 민망하고 아줌마의 눈이 무서워서였을 것이다.
이날도 회식 날이였다. 우리는 삼겹살을 먹고 나이트클럽으로 갔다. 애들은 독방을 차지하고 맥주와 안주를 불렀다. 독방은 문만 닫으면 노래방처럼 되여 마시고 먹고 춤 추고 노래하며 놀 수가 있는 곳이다. 나도 애들과 함께 대청으로 나가 무대위의 연예인들의 노래 춤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댔다. 춤짝(舞伴)이 되여주고 돈을 버는 러시야 아가씨가 다가와 나와 코를 맞대고 가슴에 가슴을 부비며 몸을 꼰다. 그 향기와 아름다움에 난 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사장이 비좁은 우리 둘 사이에 끼여들며 러시야 아가씨를 슬적 따돌리고 나를 감싸고 돈다. 춤노래에 문외한인 나였지만 무대위의 노래와 춤 그리고 악대반주가 어찌도 흥을 돋궈 주는지 정신을 잃고 몸을 떨며 그녀와 함께 뛰였다. 우린 땀 흘리며 뛰다가는 들어가 맥주를 마셨고 맥주를 마신 후 다시 나가 뛰였다. 애들은 저마끔 춤짝을 끌고 들어와 맥주를 함께 들이 켜고는 다시 대청으로 나간다. 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이라도 있었으면 그녀를 홱 끌고 가 너도 나도 숨 넘어가도록 굳게 포옹이라도 하고싶은 충동에 몸부림쳤다. 허지만 그런 장소는 없었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였다. 
“동국아, 인젠 그만하고 헤여지자 잉.” 고사장이 리대리한테 하는 말이다.
“안 돼요, 인제 몇신데요? 봐요, 열시도 안 됐잖아요…”
“그럼 아저씨 모시고 나가 한잔씩만 더 해라. 난 곤하니깐 아줌마 모시고 집에 가 쉬겠다. 끝나 갈 때 들리여 모시고 가그라. 백만원 넘겨 쓰면 안 된다 잉?”하며 고사장은 동국이한테 은행카드 하나를 넘겨 주는데 동국이는 차렷 자세로 군례를 부치며 “충성!”을 웨친다. “짜식, 돈만 쓰라믄 그저 좋다고 날리야.” 고사장은 활짝 웃고나서 나의 안해와 함께 자기집 아빠트로 갔고 난 애들을 따라 나이트클럽 문앞에 차려진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동국이는 먼저 참이슬표 소주 여섯병을 청하였다. 나까지 합쳐 술마시러 삼차에 따라나선 애들은 모두 여섯이였던 것이다.
“오늘 코 삐뚤어지게 마시는 거야! ㅡ그렇죠? 아저씨. 한병씩 임무 완성 못 하는 놈이 결재 하기다, 싫은 놈은 썩 꺼지고 넬부터는 앉어 오줌 쏴라, 씹 할!” 동국이는 쎈터 애들 중 말투가 제일 어지러운 놈이였다. 순대도 오르고 소밸 버무림도 오르고 삶은 돼지혀빠닥도 올랐다. 모두가 안주는 몇점 집지를 않고 술만 꿀꺽꿀꺽 들이켰다. 사실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먹고 있는 판이였다. 결국 누구나 반병씩 남겼고 동국이도 많이 남겼다. 카드를 긁으니 9만원이란 령수증이 나왔다. 아주 싼 것이다. 작은 포장마차에서도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나라의 금용 관리가 선진적이고 그 선진적인 것이 국민경제 발전의 든든한 바침돌이임을 알려준다. 
“아저씨, 4차 가요. 오늘 백만원 다 쓰자구요. 이거 다 우리가 사모님 벌어 준 돈이잖아요?” 동국이가 나의 팔을 끼고 끌며 포장마차를 나섰다. 휘청거리며 애들을 따라 간 곳은 네온등으로 “미인 마을”이라 새겨서 첫머리에 높이 걸고 길 좌우로 기생집이 쭉 늘어선 유흥거리였다. 넓지 않은 길 량켠 단층집 문앞마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끌어 들이느라 분주하였다. 울긋불긋 채색 네온등을 켠 유리벽 안에는 키 크고 고운 아가씨 둴씩 서서 허리를 꼬며 웃으며 손짓 하고 있다. 피끗 보기만 해도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군침 흘리게 하는 산 표본들이다. 길목에서 두집 지나 나는 애들이 떠밀어 주는대로 문안에 들어섰고 한 녀자애한테 끌리여 현관 한켠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2인용 침대 하나 놓고 조금 여남이 있는 비좁고 어둑시그레한 방이였다.
나를 끌고 들어갔던 녀자애가 커다란 붉은색 비닐 대야에 김이 몰몰 나는 더운 물을 듬뿍 담아 들고 들어왔다. 윗동을 먼저 벗어버린 녀자애는 “벗어요 아저씨, 먼저 몸 닦아 드릴께요.”하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죄송한데 담배 한대만 피우고 나갈라유. 애들이 마구 떠밀어 들어오긴 했는데 술에 너무 취해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슈.” 나는 될수로이면 당지의 어투를 번지느라 애썼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빠른 속도로 담배를 피웠다. 말로만 들어 오던 기생집이란 어떤 것이고 기생이란 어떤 것인지 많이 궁금 했었는데 정작 봉착하고나니 고개도 못 추켜드는 나다. 곁눈질로 가만히 훔쳐보니 유리벽 안의 “표본”보다 썩 못났고 나이도 더 먹어 보였다. 술에 절어 축 쳐진 신세에 곱던 밉던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인데 그래도 좀 고왔으면 하는 마음인것 같으다. 4-5분 걸렸을까? “술 깨고 가셔요.” 하는 소리에 대꾸도 없이 나는 담배 한대를 다 피우자 밖으로 나왔다. 동국이네는 나만 떠밀어 들여보내고 “미인마을”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하나 마나 고사장이 그렇게 하라고 애들한테 시키고 아줌마를 따돌려 뎃고 간 것이다. 아줌마 또한 고사장네 집으로 따라가지 않고 무서움을 참으며 혼자 택시를 잡아타고 센터로 돌아와버렸다.
천안 시내를 벗어나는 길목에서 재성이가 음주 운전에 걸려 곤욕을 치러야 했다. 워낙 술을 많이 마셨으니 변명 할 여지조차 없는 것이라 면허증을 압수 당하고 벌금딱지를 떼여받고 대리기사를 불러 많은 돈을 팔며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나의 호주머니에서 고운 명함장 하나가 뚝 떨어졌다.
“자리를 정하시고 전화 주세요! 아무 때건 달려가 최고의 서비스로 최대의 만족을 드릴게요!” 하는 글이 씌여져있었다.
“아저씨, 먼저 몸 닦아 드릴게요.”하던 아가씨가 어느새 자기 핸드폰 번호가 찍힌 명함장을 나의 호주머니에 넣었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급급히 찢어 화장실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무언가 그녀와 이야기 나누며 건늬여 받아 나절로 호주머니에 넣은 것일 수도 있는데 너무 취하다보니 잊혀 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유흥거리 구경 갔었다는 말을 입밖에 내지도 못하고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다가 온거라고 안해한테 거짓말을 하였다. 그에게 발각 되는날엔 큰 일 일어 날것이다. 내가 혼살 나는 것은 둘째로 치고 고사장까지 큰 미움을 받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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