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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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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시모음
2015년 04월 17일 21시 00분  조회:3510  추천:0  작성자: 죽림
<흙 시 모음> 문정희의 '흙' 외 

+ 흙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은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정희·시인, 1947-)


+ 깊은 흙

흙길이었을 때 언덕길은
깊고 깊었다
포장을 하고 난 뒤 그 길에서는
깊음이 사라졌다

숲의 정령들도 사라졌다

깊은 흙
얄팍한 아스팔트

짐승스런 편리 
사람다운 불편

깊은 자연
얇은 운명
(정현종·시인, 1939-)


+ 갈퀴 

흙도 가려울 때가 있다 
씨앗이 썩어 싹이 되어 솟고 
여린 뿌리 칭얼대며 품 속 파고들 때 
흙은 못 견디게 가려워 실실 웃으며 
떡고물 같은 먼지 피워 올리는 것이다 
눈 밝은 농부라면 그걸 금세 알아차리고 
헛청에서 낮잠이나 퍼질러 자는 갈퀴 깨워 
흙의 등이고 겨드랑이고 아랫도리고 장딴지고 
슬슬 제 살처럼 긁어 주고 있을 것이다 
또 그걸 알고 으쓱으쓱 우쭐우쭐 맨머리 새싹은 
갓 입학한 어린애들처럼 재잘대며 자랄 것이다 
가려울 때를 알아 긁어 주는 마음처럼 
애틋한 사랑 어디 있을까 
갈퀴를 만나 진저리 치는 저 살들의 환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사는 동안 가려워 갈퀴를 부른다 
(이재무·시인, 1958-)


+ 사랑의 초상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인간의 사랑엔 
늘 흙이 묻어 있다지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는 
단단히 뭉쳐진 흙덩어리들 
머뭇거리며 서로, 손을 찾아 더듬는 
어여쁜 몸짓에도 흙냄새가 난다 

흙 묻은 사랑으로 사람들은 
서로의 흙에 흙을 섞으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하고 
만남은 만날수록 모자란다고 
그리움은 그리울수록 그립다고 

가슴 깊이, 흙 묻은 사랑을 걸어 
눈물 젖은 손으로 서로를 쓰다듬지만 
아무리 애써도 닿지 않는 뿌리 
도리 없는 슬픔 

지상은 왜 이리 깊은 것이냐 
그대, 
몸을 더듬을 때마다 더욱 깊어지는 
흙의 향기.
(윤은경·시인, 1962-)


+ 한 삽의 흙 

땅을 한 삽 퍼서 화분에 담으니
화분이 넘친다 
한 삽의 흙이 화분의 전부인 것이다 

언젠가 길거리에서 
물을 먹고 있는 화분을 지켜보았다 
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한 송이 꽃이었다

꽃에게는 화분이 전부였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한 삽의 흙이면 충분했다 

우리가 한 삽의 흙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동요를 
따라 부르던 시간, 
열이 난 이마에 올려놓은 
어머니의 손
그녀가 내게 전송해준, 두 개의 
귤 그림 
떨어져 있어도 함께한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짧은 문자 메시지들 
그것들은 신이
미리 알고 우리 속에 마련해 놓은 
화분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그 속에서 꽃 피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하상만·시인, 1974-)


+ 흙 묻은 손  

내가 사는 아파트 가까이 
버려진 땅을 일구어 사람들은 밭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촘촘히 뜨개질을 하듯 
심은 옥수수와 콩과 고추들. 
꿀벌이 날아와 하늘로 꽁지를 치켜들고 
대지의 꿀을 빨아들이고, 
배고픈 새들은 내려와 
무언가를 쪼아먹고 간다. 

아파트 불빛처럼 외로운 사람들은 
제 가슴의 빈터를 메우듯 
호미를 들고 와 흙을 북돋워주고 풀을 뽑는다. 
옥수수 잎에 후드득 지는 빗방울은 
사람들의 핏방울로 흐르고, 
저녁에는 푸른 별 같은 
콩이 열린다. 

흙 묻은 손으로 
옥수수와 콩과 고추와 나누는 
말없는 따뜻한 수화. 
사람들의 손길 따라 
흙은 순한 사람의 눈빛을 띤다. 

사람들은 흙 묻은 손으로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고, 
가을이면 흙에서 태어난 벌레들은 
식구들의 옷을 기우고 박음질하는 
재봉틀 소리로 운다. 

슬프고 외로울 때면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가는 사람들. 
겨울에는 시리고 외로운 무릎을 덮는 
무릎덮개처럼 
눈이 쌓인다. 
사람들이 일군 마음의 밭에
(이준관·시인, 1949-)


+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가야지 어서 가야지 
나의 누추함이 
그대의 누추함이 되기 전에 
담벼락 아래 까맣게 영그는 분꽃씨앗 
떨어져 구르기 전에 
꽃받침이 시들기 전에 
무엇을 더 보탤 것도 없이 
어두워져가는 그림자 끌고 
어디 흙 속에나 숨어야지 
참 길게 울었던 매미처럼 
빈 마음으로 가야지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나도 다시 예뻐지겠지 
몇 겁의 세월이 흘러 
그대 지나갈 과수원길에 
털복숭아 한 개 
그대 내 솜털에 눈부셔하겠지 
손등이 자꾸만 따갑고 가려워져서 
(나희덕·시인, 1966-)


+ 근황 이후

요즈음 흙과 노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목젖을 씰룩거리며 꿀떡꿀떡 단비를 
빨아대는 흙의 모습은
볼때기라도 한줌 꼬집어주고 싶도록 귀엽다
포실포실 분가루 날리는 엉덩이도 예쁘고
쌔근거리는 숨소리도 예쁘고
단내가 베어있는 불그레한 귓부리도 예쁘다
저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이고 예뻐해 주면 
좋아라 방실거리며 
더 실한 것 더 좋은 것으로 되돌려 주고 싶어하는
의젓하고 대견한 녀석

은혜도 사랑도 입 싹 닦고 고개 돌리면 
그만인 세상에
은혜를 은혜로 아는 정직한 녀석

가꾸고 꾸미지 않은 나를
땀으로 얼룩진 나를 더 좋아하는
(이섬·여류 시인, 대전 거주)


+ 흙의 이민

고사리는 산에서 밭으로 옮겨 심으면
삼 년 지나야 새순을 낸다
마흔여덟에 일흔을 바라보는 어머니 똥구멍을 물고
산밭에 따라갔다가 들은 말이다
어머니 손 안 간 흙이 없고 풀 없어서
손님처럼 서 있다가
'적응하느라 그렇겠지요' 한마디 뱉은 것이 실수였다
아이다
옛날 흙을 몬 잊어서 그런 기다
잊는다?
삼 년 전 그 흙이 고사리를 놓지 못하고
자기 살점 묻혀 떠나보낸 것
산 흙이 밭 흙과 만나 교통할 때까지 밭 흙에게 어색했던 일
반쯤이나 잊는 데 삼 년 걸린단다
집안의 형님 일가족이 미국 이민을 갈 때
고향 흙 한 줌 담아 갔다고 한다
유리병에 담긴 그 흙은 형의 후손에게 내력으로 남겠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형벌에 갇힌 것이나 아닐까
어떨 때는
사람보다 흙이 더 아플 때가 있다
(박형권·시인, 1961-)


+ 흙·81 - 어울려 산다

소나무, 참나무, 아카시아, 매화나무, 개나리, 생강나무‥‥‥
억새, 쐐기풀, 도깨비바늘, 도꼬마리, 양지꽃, 엉겅퀴, 띠‥‥‥
하늘이 정해 준 자리에서 아무하고나 어울려서 참 마음 편하게 산다.
햇살도 나누고 목마를 때 내리는 빗방울도 나누어 먹는다. 더 많이 받으려고 다투지 않는다.
키가 크다고 뽐내지도 않고 키가 작다고 주눅들지도 않는다.
모양이 못났다고, 색깔이 예쁘지 않다고, 냄새가 아름답지 않다고 남의 것 흉내내지 않는다. 저만 못하다고 남을 얕잡아 보지 않는다. 저마다 생긴 대로 정해진 자리에서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산다.  
(전영관·시인, 충남 청양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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